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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언론시사회
속절없는 애절한 삶을 그린 영화 | 2003년 2월 18일 화요일 | 서대원 이메일

‘국화’하면 당신은 무엇이 생각나시는가? ‘국화빵’ 뭐, 어쩔 수 없는 환경친화적 생각이시다. 우리가 가장 손쉽게 주변을 통해 국화와 연관지어 접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의 국화는 무척이나 애상함이 깃든 절절함의 다름 아닌 표현이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구처럼.

사랑과 삶에 대한 향기를 느끼러 가는 도중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도심에서 피어나는 악취가 향기 나는 쓰레기처럼 시사회를 가는 우리의 코를 그리 난폭하게 자극하지는 않았다. 어렵사리 영화가 상영되는 장소에 도착해 몰아대는 숨을 고르게 하려고 주변을 돌아보니 전과 달리 장내는, 영화의 이미지와 맞게끔, 싸늘한 시끄러움보다는 한결 따뜻함의 차분함으로 많은 이들이 영화를 기다리고 있는 풍경이었다.

김하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 한 <국화꽃 향기>는 2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미소년적인 감수성과 화사한 낭만을 가득 안고 있는 듯한 박해일과 선머슴아 같은 당당함과 건강함의 단단한 껍질 속에 아득한 질박함의 여린 순정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장진영이 국화꽃을 매개로 주인공을 맡은 작품이다. 영화는 1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여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한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 여자의, 속절없는 애절한 삶을 그린 멜로드라마다.

나지막한 소곤거림만이 부유하는 가운데 무대에 오른 박해일과 장진영은 영화 속의 자신들과는 달리 자못 쾌활해보였다. <국화꽃 향기>의 정원사인 신예 감독 이정욱 역시, 꽃보다는 거목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풍채가 남다른 인물이었다.

마이크를 맨 먼저 잡은 감독은 “바쁘신데 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간단히 운을 떼고 “눈물의 여왕인 장진영을 소개한다”는 멘트와 함께 마이크를 그녀에게 건넸다. 빨간 다라이만큼 큰 눈망울을 지닌 장진영은 “오는 내내 너무 떨리고 진땀이 났다”며 “여러분이 공감할 수 있는 애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인사를 했다. 뒤를 이어 실물이 훨 인상적인 박해일은 “감사하다. 영화보시고 나가실 때 잃어버린 물건은 없는지 확인해주시길 바란다”는 훈훈한 농을 던지며 마무리를 했고, 다시. 감독 이정욱은 “20대 영화계에 들어와서 40대에 늦게 데뷔했다. 이번에 부족한 것이 있다면 다음 작품으로 보답해드리겠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이어, 객석에 앉아있던 영화의 원작자인 김하인 작가와 음악에 참가한 성시경이 잠깐 소개된 뒤, 영화는 시작됐다.

두 선남선녀가 만나 지난한 사랑을 나누는 영화 <국화꽃 향기>는 2월28일 금요일에 개봉된다.

Q: 시사회를 마친 소감은
장진영: 옆에서들 많이 울던데.....이렇게 운 적이 처음이다. 나도 정신이 없다. 많이 재미있게 봐 주신 거 같고, 애기에 공감해주신 것 같아, 일단은 다행인 것 같다.
박해일: 오늘 처음 완성된 필름을 봤는데 잘 모르겠다. 관객 여러분의 평가를 앞으로 지켜보겠다.
감독(이정욱): 요즘의 관객들이 좋아하는 부류는 코미디 영화처럼 재미있고 템포와 리듬이 빠른 영화인 반면에 <국화꽃 향기>는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다. 좀 사랑을 많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이 많이 생각나는 영화다. 혹, 일정 부분을 염두에 두고 오마쥬를 생각한 부분이 있었던 건지.
감독: 의도적인 것은 없었다. 어쨌든 대선배님의 작품을 비교해주니 나로서는 영광이다. 사랑 죽음 등 이런 소재는 세익스피어의 극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우리한테도 익숙한 얘기다. 하지만 만남과 헤어짐이 쉽고 빠르게 돌아가는 요즘의 디지털세대에서는 보기가 힘든 것 같다. 여하튼, 운명적이고 영원한 이야기들 즉, 아날로그적 사랑이야기와 같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각박한 생활을 한번쯤은 뒤돌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Q: 영화 중 나레이션이 많던데, 어떻게 연습을 했는지.
박해일: 많이 혼나면서 했다(웃으며)
감독: 두 배우를 전폭적으로 믿었다. 배우들이 그 상황에 맞게끔 준비를 많이 해 와서 큰 무리는 없었다.

Q: 음악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어떻게 선곡을 했나?
감독: 음악 역시 템포가 빠른 시대에도 불구하고 세미클래식으로 나갔다. 음악 감독과 많은 상의를 했다. 특히, 박해일이 장진영에게 프로포즈할 때 깔린 산타루치아는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 생각한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장진영: 단편적으로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있다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으로 보고 큰 하나의 감정이 와 닿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박해일: 기억에 남으면서도 재미있었던 설정이 구애를 하는 장면 중 이성이 주식처럼 먹으며 좋아하는 요플레와 꽃을 선사하는 신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한 번 해보고 싶다.

Q: 서로의 매력을 얘기한다면
박해일: 장진영 선배의 매력은 후배연기자를 ‘친형’?처럼 릴렉스 시켜준다 데 있다. 아주 편안하고 솔직한 분이다.
장진영: 내 자신의 배역이 감정의 폭이 매우 심한 역이라 상대배역인 박해일 씨를 제대로 못 챙겨줬다. 그래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한국영화의 차세대주자로서 주목받고 있는 배우답게 묵묵히 너무 잘 해준 것 같다. 앞날이 너무나도 기대되는 친구다.

Q: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장진영: 시간의 흐름의 폭이 크고 점프 컷도 많고 해서 감정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완성도를 보니 괜찮은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연기를 하는 데 있어 최선은 다했지만, 좀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박해일: 개인적으로 국화꽃 향기의 원작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남자 캐릭터인 인하는 너무나 완벽한 인물이다. 그래서 일정부분 처음부터 포기하고 들어간 부분이 많다.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Q: 극중 희재와 같은 절박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장진영: 마음이 무척이나 아플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거 생각하고 싶지 않다. 물론, 죽음이라 것을 그리 많이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영화 찍는 내내 많이 힘들었다.

Q: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은
박해일: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또한 아내가 암이라는 병에 걸린 애절한 상황에서도 남편으로서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신들이 많았는데, 나이가 어리기 때문인지 참 힘들었다. 하지만 감독님이 외모와 달리 어린애 같으신 여린 감성을 소유한 분이다. 그래서 그러한 정서가 필요할 시에는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많이 해줘 적잖은 힘이 됐다.

Q: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이 많은데 힘들지 않았나.
장진영: 개인적으로 신에 감정적으로 동감이 가지 않으면, 다시 말해 슬프지 않으면 운다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감정 몰입을 하느라 좀 힘들었다.

Q: 가수 성시경의 음악이 들어갔는데 어떤가?
박해일: 성시경 씨의 음악이 여자 분들을 많이 울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영화의 느낌과 잘 맞는 것 같다.
장진영: 음악도 너무 좋지만,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좀더 폭 넓은 세대가 영화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차기작을 고르는 데 있어 어떤 장르에 도전하고 싶나?
장진영: 안 해본 배역이 많기 때문에 어느 것을 딱 하나 골라 한다기보다는 주어진 역에 최선을 다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싶다.
박해일: <국화꽃 향기>와 같은 장르는 다시 안 하고 싶다.

Q: 왜 그런가?
박해일: 눈물을 많이 흘리는 남성의 역이 이렇게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힘들 줄은 몰랐다. 또한 나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나 너무나 많이 느꼈다. 그래서 이런 장르를 또 할 수 있는 기회가 와도 너무 겁날 것 같다.

Q: <국화꽃 향기>를 예비관객들에게 간단히 소개하자면
감독: 이 영화는 빠르게 살아가는 요즘에 우리가 살아왔던 삶을 주변사람들을 포함해 한 번쯤은 차분히 돌아보며 정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사랑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이다.
박해일: <국화꽃 향기>는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오래시간 사랑하는 이야긴데, 가장 행복한 순간에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픈 이야기의 영화다. 국화꽃 향기 많이 맡으로 오시길 바란다.
장진영: 지금 사랑을 하시고 계신 분들, 또 앞으로 사랑을 하실 분들에게는 자기랑 빗대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영화이다. 또 <국화꽃향기>가 그런 영화가 됐으면 한다.

취재: 서대원
촬영: 이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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