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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 전지현이 함께하는 공포영화
심리스릴러 ‘4인용 식탁’ 촬영현장 | 2002년 11월 29일 금요일 | 구교선 이메일

“슛 들어갑니다! 조용히 해주세요.” 순간 부자연스러운 침묵이 깔린다. “레디~액션!”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여성을 부축하고 한 남자가 호텔을 나선다. 잠시 후 그들의 뒤로 뛰어가 사라지는 남자를 바라보는 또 다른 여성.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컷!” 컷소리가 외쳐지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사정없이 플래시가 터지고 잠시 후 들리는 감독님의 반가운 목소리, “오케이!” “오케이~오케이랍니다~!” 그제서야 다시 안도, 혹은 기쁨의 웅성거림이 가득차는 이 곳은 설악산의 켄징턴 호텔 로비, 심리 스릴러 <4인용 식탁>의 촬영현장이다.

서울에서 5시간이나 걸리는 설악산의 켄징턴 호텔. 유난히 스타들이 자주 투숙한다고 하여 ‘스타들의 호텔’로 불리는 이 곳이지만 아직 설악의 아름다운 눈꽃을 볼 때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계곡의 골바람이 싸늘하게 불어오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까닭은? 바로 <화이트 발렌타인> 이후로 4년 만에 박신양과 전지현 커플의 다시 만난 작품 <4인용 식탁>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의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이 커플에서 쏠리는 취재진들의 절대적 호감과 열성에 배우들과 스텝들은 기쁨을 동반한 부담감을 적잖이 느꼈는지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공포와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의 결합을 통해 장르영화를 표방한 <4인용 식탁>은 결혼을 앞두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던 남자, ‘정원(박신양 분)’이 실체를 알 수 없는 공포와 직면하게 되면서 한 신비로운 여인 ‘연(전지현 분)’과 그 공포의 근원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크랭크인 전부터 남녀주인공에 <인디언 썸머>로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 박신양과 <엽기적인 그녀>로 최고인기스타로 떠오른 전지현의 조우로 많은 주목을 받아온 작품. 이날 공개된 촬영현장에서는 정원과 연이 함께 호텔을 나서는 것을 우연히 보게된 정원의 약혼녀 ‘은희(유선 분)’가 둘의 사이를 의심하게 되는 장면으로 총 5씬 정도가 공개되었다.

결말과 스토리 전개를 가능한 노출시키지 않아야 하는 영화의 특성상 촬영현장 공개에 이어 <4인용 식탁>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수연 감독과 박신양, 전지현, 유선 세 배우와 함께 진행된 제작발표회와 기자회견 역시 엄청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였다.

Q. 공포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혼령의 존재를 믿는지?
A. 전지현 :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가 너무 매력이 있고 너무 많이 사랑받았기 때문에 그 이후로 받은 시나리오들의 여자 캐릭터들은 전부 엽기녀 같은 역할들이었다. 그런 역할들을 하면 잊혀지지 않은 범위 내에서 편할 수는 있겠지만 배우가 한 이미지를 갖는 것은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다음 작품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주셔서 부담이 컸고, 그래서 더 비슷한 캐릭터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중에 ‘연’의 역할을 제안받았고 특별한 매력이 있어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겪어보지 않아서 혼령의 존재는 믿지 않는다.
박신양 : 원래 보고 나면 기분이 안좋아지는 무서운 영화는 절대 출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받아서 읽은 후에 일주일 동안 생각이 나서 잠도 못잤다. 잘 쓰여진 시나리오 때문인지 자꾸 생각나게 하는 힘이 있었고, 그런 힘이 있는 영화라면 출연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내가 본 것은 아니지만 혼령의 존재는 믿는다.

Q. <4인용 식탁>을 만들게 된 계기는?
A. 이수연 : 처음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다들 무섭다고 하는 걸 보니 무서운 영화인 것 같긴 하다.(웃음) 보이는 것 그 이상, 믿고 싶어하는 것 그 이상이 있고, 그것을 만났을 때 어떤 태도를 갖게 되는지를 말하고 싶었다. 우리들은 어떤 것이 눈에 보여도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것들의 상징으로써 혼령을 사용하게 되었고, 믿고 싶지 않으면 없다고 하는 인간의 비겁한 속성을 장르적인 외피를 덮고 만들어보고자 했다.

Q. 각 배우들의 캐스팅 이유와 장점은?
A. 이수연 :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호감을 가져준다는 사실이 캐스팅에 있어서 우선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 ‘정원’의 경우, 호러영화지만 일상적인 자신의 이야기처럼 연기가 가능한 이미지, 어떤 사건을 겪게 되면서 힘을 발휘하는 그런 역할로 박신양씨에게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연’은 그냥 보면 연약하지만,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런 면에서 나이에 비해 카리스마가 있는 전지현씨를 캐스팅하게 되었다. 유선씨는 기본기가 탄탄한 신인배우라고 생각한다.

Q. 역할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것들은 있는지?
A. 전지현 : 맡은 캐릭터의 설정이 보통 사람과 다른 약간 특별한 사람이어서 비교자료를 많이 보았고, 역할에 안 어울리는 발성 때문에 발성연습을 계속 하고 있다. 복잡하고 상처가 있는 과거를 가진 사람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신양 : 영화 속의 직업이 그 배역의 열쇠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영화는 4달 이상 준비할 기회가 있었고, 그 동안 개인적으로 인테리어에 취미가 있어서 계속 인테리어 공부를 했기 때문에, ‘정원’의 직업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점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 수 있었다.

Q. <화이트 발렌타인>이후로 다시 만났는데 서로에게 변화된 점은?
A. 박신양 :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선 그때 전지현씨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어른이 됐고, 그때는 왠지 할 얘기가 없어서 대화를 별로 많이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 작품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영화 시작할 때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고, 지금은 전지현씨가 너무 인기가 많아져서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도 좋다.
전지현 : 박신양씨는 많이 달라지진 않은 것 같지만, 그때는 많은 면을 몰랐던 것 같다. 다른 점은 결혼을 하셨고 그때보다 더 부드러워지신 것 같다는 점이다. 얼굴로 부드러워진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Q. 감독님에 대한 생각은?
A. 박신양 : 이분이 여자 감독이신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계신다. 영화는 남자가 하기도 힘든 일인데 여려보이시는 분이 이런 대부대를 이끌고 주도면밀하게 나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다.

반전이 숨어있는 심리스릴러라는 속성상 많은 부분이 노출을 꺼리는 탓에 이수연 감독과 배우들 모두 기자회견 중에도 영화의 전개에 대한 말은 가능한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 장면 한 장면 신중한 리허설을 거치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작품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기에 촬영장과 기자회견장에는 숙연한 기운마저 돌았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더욱 진지해진 박신양과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여준 전지현의 연기호흡이 기대되는 <4인용 식탁>. 그 만남은 내년 4월이 되어야 이루어지겠지만 지금부터 그들의 달라진 모습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취재 : 구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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