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자는 시간도 아깝게 만들 중독성 강한 드라마들이 온다. 그간 짬이 없어 미뤄뒀던 이들에게 추석 연휴를 함께할 검증받은 시리즈를 추천한다. 신뢰받는 사이트에서 높게 평가받은 작품 중심으로 엄선했으니 소문난 잔치에 풍덩 동참하는 건 어떨지. 웨이브 구독자라면 무료이니 시간만 준비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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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닥터 데스>(2021)_피콕 8부작_로튼신선도 91%
“크리스토퍼 던치를 만날 걸 후회해요.” 다리를 절게 되거나 수술 후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거나 또 급식 튜브를 달게 되는 등 저마다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증언이 이어진 후, 영화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던치가 수술했던 한 여성이 불과 며칠 후 재수술을 받는 지경에 이른다. 재수술을 집도한 동료의사들은 ‘맙소사!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경악한다.
‘닥터 데스’로 불린 크리스토퍼 던치는 2010년대 초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척추 수술로 들어온 33명의 환자들을 불구로 만들거나 죽게 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서도 다룬 적 있는 악명 높은 신경외과 의사다. <닥터 데스>는 2년간 의료사고를 33건 일으킨 크리스토퍼 던치와 그를 멈추기 위해 나선 동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팟캐스트를 원작으로 한 피콕 오리지널 시리즈다. 지난 7월에 방영된 후 ‘신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병원을 방문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 현실공포를 자아내면서 한편으로는 의료시스템의 허점을 꼬집는 사회 고발적인 측면도 강한 작품이다.
<프린지>와 <디 어페어> 시리즈로 친근한 배우 조슈아 잭슨이 문제적 의사 ‘크리스토퍼 던치’로 분해 소시오패스적인 면모를 실감나게 연기한다. 던치를 멈추기 위해 나선 의사 ‘로버트 핸드슨’과 ‘랜들 커비’역에는 각각 알렉 볼드윈과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맡았는데 두 배우는 연기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했다.
<닥터 데스>의 또 하나의 관심포인트는 김소영 감독이 5화부터 8화까지 연출한 점이다. 김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인 데뷔작 <방황의 날들>로 2006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됐고, 이후에도 <나무 없는 산><포 엘렌><러브송>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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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유포리아>(2019)_HBO 8부작_IMDB 8.4_로튼신선도 90%
‘전용 수영장이었던 엄마 뱃속에서 떠밀려 9.11 테러 직후 태어난 후, 동의 없이 중산층 아이로 던져졌다.’ 고등학생 ‘루’(젠데이아)가 내레이션으로 시크하게 전하는 출생과 성장 배경이다. 이후 고등학생이 된 루는 심각한 약물중독으로 방학 내내 재활센터에서 머물다가, 나오자마자 약을 사러 다니는 등 약을 끊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그러다 동네에 이사 온 ‘세일러문’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 ‘줄스’(헌터 샤퍼)와 친구가 되는데 이후, 당신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전개가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하길.
다행감, 행복이라는 의미를 지닌 ‘Euphoria’, 이스라엘 드라마를 각색한 <유포리아>는 마약, 섹스, SNS 등에 찌든 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방황하고 충돌하는 10대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린 드라마다. 미국판 <스킨스>라는 평을 받을 받기도. (<스킨스>는 10대 청소년의 성장과정을 쇼킹하게 그린 대표적인 영국 하이틴 시리즈다.) 파격적인 소재와 강렬한 스토리, 이를 부추키는 빼어난 영상과 감각적인 음악이 더해져 주의를 꽉 잡아두는데 여기에는 노래, 춤, 연기 능력 두루 갖춘 젠데이아와 ‘줄스’로 분한 헌터 샤퍼 등 신예 배우들의 연기가 크게 한몫한다.
지난해 제72회 에미상 드라마 부문 오리지널 음악, 메이크업상, 여우주연상 3관왕에 올랐다. 특히 주연을 맡은 젠데이아는 1996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여우주연수상자에 등극했다. 메이크업상을 수상했다는 점에 주목! ‘유포리아 룩’, ‘유포리아 메이크업’을 유행시키며 관련 영상을 엄청나게 쏟아낼 만큼 청소년들 사이에서 주인공들이 하는 메이크업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명 반짝이로 불리는 ‘글리터’와 다채로운 색상의 섀도우, 독특한 아이라인 등으로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샘 레빈슨이 기획, 각본,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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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언두잉>(2020)_ HBO 6부작_IMDB 7.4_로튼신선도 75%
‘그레이스’(니콜 키드먼)는 명망 있는 소아암 전문의인 ‘조너선’(휴 그랜트)과 아들 ‘헨리’(노아 주프)와 완벽한 가정을 이루며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중.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엄마 모임에서 묘하게 신경에 걸리는 ‘엘레나’(마틸다 데 안젤리스)를 만난다. 모임에서 아무렇지 않게 가슴을 드러내 수유를 하고, 스포츠센터에서는 나체로 그레이스 앞에서 이야기하는 등 평범하지 않은 태도를 보이던 그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은 용의자로 남편 ‘조너선’을 지목한다.
<언두잉>은 용의자로 몰린 남편이 정말 살인했을까 라는 궁금증을 추동력 삼아 전진하는 쫄깃한드라마다. 심리 전문가인 그레이스는 남편이 자신이 알던 것과 전혀 다른 면을 지녔고 불륜으로 가족을 배신한 ‘나쁜’ 사람이지만, ‘살인’할 사람은 아니라고 믿는데 과연… 소설 ‘진작 알았어야 할 일’을 원작으로 한 심리 스릴러로 니콜 키드먼과 휴 그랜트가 부부로 호흡을 맞춰 제목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뉴욕 상류층 학교 모임의 풍경과 세월의 흐름을 피한 듯한 니콜 키드먼과 직격으로 맞은 듯한 휴 그랜트, 두 배우의 연기도 관람포인트!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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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체르노빌>(2014)_HBO 5부작_IMDB 9.3_로튼신선도 96%
체르노빌 참사 2주년 시점인 1988년 4월 26일.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발레리 레가소프’(재러드 해리스)가 원전 수습과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녹음하기 시작한다. 사고를 책임질 누군가가 필요했고, 이에 당시 기술관이었던 ‘아나톨리 댜틀로프’(폴 리터)가 정치적으로 유력한 친구가 없다는 점에서 적격이었으며, 그가 받은 10년 노동교화형은 어쩌구니 없는 양형으로 ‘죽어야’ 마땅했다는 내용이다. 녹음을 끝낸 그는 테이프를 숨긴 후 스스로 목을 매고, 카메라는 2년 전 폭발 당시로 시점을 옮긴다.
<체르노빌>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유례없는 대규모 정화작전, 그리고 그 현장에 휘둘린 사람들의 사연을 담은 드라마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처음으로 사고 현장 수습에 나섰던 소방관들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위험한 임무를 맡아야 했던 광부의 노력 등을 전한다. 벨라루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르포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통해 수집된, 프리피야트 주민들의 여러 증인들을 기반으로 완성했다.
재러드 해리스, 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 에밀리 왓슨이 주연으로 참여했다. 제71회 프라임타임 에미상(2021)에서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HBO와 영국의 스카이 UK가 공동 제작했으며 크레이그 메이진이 각본과 제작을, 조핸 렌크가 연출을 맡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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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트루 디텍티브>(2014~)_ HBO_IMDB 8.9_로튼신선도 87%
주술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나체로 무릎 꿇은 자세로 묶인 여성 시체가 외딴 농장 인근에서 발견된 것. 여성의 머리에는 사슴뿔 같은 것이 쓰여 있고, 그 옆에는 나뭇가지로 엮은 듯한 이상한 형태의 용도를 알 수 없는 장식품이 떨어져 있다. 사건을 맡은 이는 루이지애나주 경찰 살인사건전담반 형사 ‘마틴’(우디 해럴슨)과 그의 파트너 ‘러스트’(매튜 매커너히). 동료들과 별다른 교류없이 생활하는 러스트의 별명은 택스맨(Tax man)으로 장부 같은 두툼한 노트를 들고 다니며 꼼꼼하게 기록하는 모습에서 붙여진 별명인데, 이에 걸맞게 남들은 놓치는 부분을 캐치하며 수사력을 발휘한다.
매튜 메커너히와 우디 해럴슨, 두 묵직한 배우를 동시에 캐스팅하는데 성공한 <트루 디텍티브>는 남부 루이지애나를 배경으로 한 시니컬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수사물이다. 1995와 2012년에 벌어진 주술적인 살인사건을 쫓는 두 형사의 집념 어린 추적을 다루는데, 17년을 사이에 두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편집하며 서서히 사건의 전모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스피디한 전개에 익숙하다면 다소 답답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긴장감과 흥미를 놓치지 않는다는 게 포인트! 또 17년을 전후로 크게 달라진 두 형사의 외형도 주목하길.
루이지애나는 아이티 이주민이 많이 정착한 지역인데 그들의 토착종교인 부두교 문화, 잦은 태풍에 폐허로 방치된 주택들, 마약과 매춘, 슬럼가와 빈민들 등 1990년대 미국 남부의 열악한 환경을 리얼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다. 이병헌이 출연한 <매그니피센트 7>(2016), <갤버스턴>(2018) 등을 쓴 유명한 각본가 닉 피촐라토가 각본을, 일본계 3세인 캐리 후쿠나가가 연출했다.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 받았으나 상복은 없는 편이다. 두 주인공인 매튜 맥커너히와 우디 해럴슨이 나란히 에미상과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불발했고, 케리 후쿠나가 감독이 에미상 감독상을 수상하는 걸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현재 시즌3까지 나왔다. 각 시즌은 완전히 독립된 스토리로 원하는 시즌만 골라볼 수 있는데 참고로 시즌1이 가장 재밌다는 게 중론, 시즌2는 폭망수준이고, 시즌3에서는 다시 명성을 회복했다고.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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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밴쉬>(2013~2016)_ Cinemax_IMDB 8.4
출소한 한 남자(안토니 스타)가 옛 애인 ‘애나’(이바나 밀리체비치)를 찾아 펜실베니아의 작은 도시 ‘밴쉬’로 향한다. 그런데 이 남자, 애인의 정보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정체모를 킬러의 추격을 받는 등 단순한 잡범이 아닌 심상치 않은 이력을 숨기고 있는 듯, 드러나지 않은 배후를 상상하게 하며 호기심을 높인다. 남자는 밴쉬에 도착하자마자 들른 마을 입구의 선술집에서 인생의 일대 전환을 맞는다. 마을에 새로 부임한 보안관 ‘루카스’가 술집에서 강도를 상대로 싸우다 죽자, 우연히 그 옆에 있다가 말려든 남자는 ‘루카스’로 행세하기로 한다.
<밴쉬>는 19금에 걸맞은 수위 높은 성적 묘사와 과격하고 퀄리티 높은 액션으로 강한 중독성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루카스’로 위장한 남자가 마을을 지배하는 조직과 대립하고, 옛 연인 ‘애나’와 연관된 과거의 악연을 정리해 나가면서 남자의 배경이 하나씩 드러난다. 폭력성과 선정성이 결합한 화끈한 드라마라는 평을 받으며 시즌이 거듭될수록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가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기도. 2016년 시즌4로 완결됐다. 가짜 ‘루카스’로 분해 거칠고 섹시한 매력을 대방출하며 열일한 안토니 스타에 푹 빠질 수도. 청소년 관람불가 (아쉽게도 웨이브에는 시즌 1만 올라와 있다)
2021년 9월 17일 금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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