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컨저링> 제임스 완 감독, “관객들이 공포에 질려 극장에서 나가길”
2016년 5월 27일 금요일 | 이지혜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지혜 기자]
<컨저링2> 언론시사회가 26일 오후 2시 여의도CGV에서 열렸다. 이날 시사회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된 것으로서,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제임스 완 감독이 참석했다.

<컨저링2>는 <컨저링>의 속편으로 1977년 영국 엔필드에서 일어난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그곳을 방문한 워렌부부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를 연출한 제임스 완 감독은 <쏘우> 첫 편과 <인시디어스> <컨저링> 그리고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연출한 바 있다. 한편 <컨저링>은 2013년에 한국에서 개봉해 역대 외화 공포영화로서는 최다관객인 230만 명을 동원했다. 제임스 완 감독은 현재 DC코믹스의 블록버스터 <아쿠아맨> 연출자로 내정된 상태다.

아래는 제임스 완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25일 한국에 도착했다 들었다.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고 경복궁에 들러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 들었다(웃음).

공포영화의 연출철학이 있나?
많은 분들이 내 공포영화를 사랑해주시지만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 영화가 보편성이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추측할 뿐. 내가 무서워하면 관객들도 무서울 거란 생각으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악령이 등장하는 초자연적 공포영화에 관심 갖는 이유는 뭔가?
아시아에서 자라면서 귀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초자연적인 현상에 자연스레 관심 가졌다. <쏘우> 역시 공포영화이긴 하지만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이고.

<쏘우>같이 현실적인 공포영화와 <컨저링>처럼 초자연적 공포영화를 연출할 때가 많이 다른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컨저링>같은 영화에서는 자신의 영혼을 빼앗기는 데서 두려움을 느끼는 데 반해 <쏘우>에서 느끼는 공포감의 종류는 좀 다르다. 예컨대 <컨저링>은 어떤 잘못을 하면 영혼을 빼앗긴다는 규칙이 있어서 이를 어기면 악마가 찾아온다는 식으로 공포심을 자극한다. 반면 <쏘우>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 거라는 상실감을 자극한다. 어쨌든 둘다 관객의 불확실성, 상실감을 자극하면서 관객에게 공포심을 줘야 한다는 데에서는 동일하겠지만. 이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나는 영화를 만들 때마다 관객들이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떠올리려 한다.

감독은 사후세계, 악령의 존재를 믿나?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는다. 현생이 끝나면 좀더 좋은 세계가 있을 거라 본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영적 존재가 있다고도 믿고. 종교가 있으면 믿음이 생기는데, 그런 믿음이 있어서 초자연적 공포에 끌리는 것 같다.

영적 존재를 경험해 본 적이 있나?
없다. 만일 그렇다면 영화를 만들지 못했겠지(웃음).

내가 무서워하는 존재를 영상화하는 이유는 뭔가? 공포라는 건, 어쩌면 고통스러운 감정 아닌가.
난 공포가 고통스러운 감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 영화 속 캐릭터들이 험한 일을 겪는 건 관객의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장치다. 내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관객의 반응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 코미디와 호러장르가 자매관계라 생각한다. 둘다 인간의 본능적인 모습을 자극하고 관객으로부터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온다. 웃기면 사람들이 웃고, 무서우면 눈을 가리고 소리를 지르잖나. 내가 다른 장르에 흥미를 느낀다면 그건 아마도 코미디 장르일 것이다.

악령이나 악마를 디자인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나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내 악몽을 유발하는 요소가 뭔지 떠올린다. 내 머리 뒤편에 있는 두려움과 악령의 모습을 끌어내서 영화 속 악령을 디자인한다.

악령 캐릭터를 내면을 들여다보며 디자인한다 했다. 이런 캐릭터를 만든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것 같다. 평소에 본인의 공포심을 잘 통제하고 있나?
영화를 만들면서 때로 내 마음이 치유되기도 한다. 내가 느끼는 공포,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들을 스크린에 투영시키는 거다. 덕분에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감정들을 겪지 않게 된다. 나 외에도 많은 감독들이 자신의 모습을 영화에 반영하고 이를 관객과 공유한다.

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음향 아니겠나. 음향 효과는 어떻게 만드나?
호러에서는 시각적 효과보다 음향이 더 중요하다. 음향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공포심이 달라진다. 관객에게 어떤 공포심을 느껴야 하는지 알려주는 도구도 음향이다. 공포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무서울 때마다 눈이 아닌 귀를 가린다. 이는 음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지표다.

<컨저링2>에서는 유머코드도 있더라. 유머를 삽입한 이유는?
내가 처음 영화를 만들 때 재밌는 것이라면 이것저것 다 넣어봤다. 그러다 보니 내가 코미디를 만들고 있는 건지, 호러를 만들고 있는 건지 헷갈리더라(웃음). 영화 중간에 웃긴 장면을 삽입하면 무서운 장면이 더욱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포영화를 꾸준히 연출하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연출했다. 완전히 다른 장르의 영화를 연출하며 무엇을 느꼈나?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찍을 당시, 나는 공포영화 연출 휴지기를 갖고 싶었다. 그런데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찍으며 공포영화에 대한 내 애정을 확인했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액션도 거칠고 규모가 크며 빠르다. 반면 공포영화는 규모도 작고 조용하며 여운이 길게 남는다. 다시 공포영화를 찍고 싶어지더라.

DC코믹스의 <아쿠아맨> 감독으로 내정돼 있다. 할리우드에서 당신이 가진 경쟁력은 뭔가?
높이 평가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공포영화에서 공포적인 요소를 거둬내고 나면, 결국 드라마적 요소와 스토리가 남는다. 아마도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내가 스토리를 개발하고 전달하는 걸 잘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런 강점은 모든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니까. 나는 영화를 전공하면서 많은 영화를 접했다. 앞으로도 내 영화적 세계를 확장하는 게 기대된다.

<아쿠아맨>에서 바다괴물 등 새로운 생물을 등장시킬 거라 했다. 이 계획은 유효한 건가?
그렇다.

한국영화 중 관심있게 본 작품은?
<아저씨>. 최근에 가장 감명깊게 봤다. 한국에서 수작이 많이 나오더라.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가 보편적인 감정을 다룬다면 한국 영화는 과감하고 용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시사회가 열린 이유는?
한국영화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상승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시사회가 한국에서 열린 것 같다.

한국에서는 흥행하면 ~을 하겠다, 하며 공약을 내걸곤 한다. <컨저링2> 흥행 공약이 있다면?
이전에 에릭남과 인터뷰 하며 같은 질문을 받았다. 난 먹는 걸 좋아한다. 일정 관객 수에 도달하면 한국음식점에 가서 한국음식을 먹으며, 한국말로 이야기하는 영상을 올리겠다(웃음).

촬영 전에 워너브러더스 세트장에서 기도를 했다 들었다.
세트장에서 나는 무척 바쁘게 일한다. 그래서 초자연적 현상이 일어나도 모르고 지나치는 게 대부분이다. 나중에 배우나 스텝들이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귀띔해준다. 내가 촬영한 워너브러더스의 사운드 스테이지는 유령이 있기로 유명한 세트장이었다. 과거, 그 곳에서 일하던 영혼이 떠나고 맴도는 것 같더라. 유령을 다루는 영화를 만드는만큼 신중을 기하고 싶어 축성했다.

끝인사.
관객들이 영화를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 워렌 부부의 여정을 이전편만큼 재밌고 무섭게 만들었다. 관객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고자 애썼다. 관객들이 공포에 질려 극장에서 나가길 바란다(웃음).

2016년 5월 27일 금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imovist.com)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