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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당착> 제한상영가 취소 승소 판결
2013년 5월 14일 화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비타협영화 집단 곡사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를 상대로 제기한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 제한상영가등급분류결정취소 소송에 대해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문준필 부장판사)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촛불 집회, 용산참사,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권의 논란을 풍자한 영화 <자가당착>은 영등위로부터 총 두 차례 제한상영가 판정(1차 2011년 6월 14일, 2차 2012년 9월 22일)을 받은 바 있다. 영등위는 1차는 주제성, 2차는 폭력성에 근거해 제한상영가 판정 사유를 밝혀 그 일치하지 않는 기준에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이에 곡사는 영화창작에 대한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임을 주장하고 작년 11월 1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영등위는 재판부에 폭력성에 근거를 둔 2차 제한상영가 판정을 기준으로 총 세 장면을 문제 삼았다. 머리에 송곳이 꽂혀 죽은 경비원이 불태워 지는 장면, 여자 경찰이 자신의 지퍼를 내리자 불이 붙은 남자의 성기가 사실적으로 표현된 장면, 실제 인물이 부착된 마네킹 목이 칼에 잘리고 피가 솟구쳐 선혈이 낭자한 장면이었다. 마네킹에 부착된 실제 인물의 얼굴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이번 제한상영가 등급결정은 더욱 논란이 됐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영화도 의사표현의 한 수단으로 언론, 출판의 자유(헌법21조)의 보장을 받음은 물론, 학문적 연구결과의 발표 수단으로 학문, 예술의 자유(헌법22조)의 보장을 받고 있음을 명시하였다. 헌법21조 제4항에 해당되는 일부 제한요건(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의 적용에 있어서도 창작자들이 상영등급분류를 의식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여지가 있는 점을 감안하여 영화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위 내용을 근거로 재판부는 영등위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주제 및 내용’에 있어 현실정치와 사회의 모순을 비판할 뿐이며, ‘폭력성’에 있어 마네킹과 종이칼 등을 활용함이 영화 <킬빌>과 비교하였을 때 폭력적이지 않으며, ‘선정성’에 있어서 대부분이 인형 신체이고 현실감이 떨어져 성적 상상이나 호기심을 부추기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더불어 다수의 영상 표현기법과 장르를 혼합한 실험적 작품으로 베를린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되었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로 인증한 점 등을 들어 제도와 자본에 구속되지 않는 독립영화의 기본 취지에도 공감을 표했다. 최종적으로 재판부는 “성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영화를 관람하게 하고, 이 사건 영화의 정치적, 미학적 입장에 관하여 자유로운 비판에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결했다.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이공의 박주민 변호사는 “정치적 풍자를 시도한 이 영화에 실존하는 정치인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판단이 가능한 성인도 볼 수 없도록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것 자체가 영등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하는 부분”이라며 “지금까지 제한상영가 등급판정을 받은 영화중에 이런 식의 판결을 받은 영화가 없었다는 점과 현직 대통령을 등장시킨 영화임에도 영화 외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원의 전향적인 판단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자가당착>을 연출한 김선 감독은 “<자가당착>과 표현의 자유를 지지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이번 판결로 영등위는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특정 정치인의 눈높이에 맞춰 등급을 내렸다는 게 증명되었다. 영등위는 정치적 판단을 중단하고 국민을 바보취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영등위와 등급분류제도를 비판했다. 또한,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제도적 수정, 제한상영가 철폐만이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는 지름길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가당착>의 제한상영가등급분류결정취소 소송에 많은 영화인들이 지지와 힘을 보탰다. 박찬욱, 변영주 감독 등은 법원에 개인 의견서를 제출했고, 독립영화계의 대부 김동원 감독과 (사)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을 비롯한 691명의 영화인과 개인들이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또한 베를린영화제 포럼 집행위원장 크리스토프 테레히테와 영화평론가 토니레인지 등도 의견서를 작성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제출했다.

제한상영가등급분류결정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자가당착>은 오는 6월 일본 이미지 포럼에서 우선적으로 해외 개봉할 예정이다.

● 한마디
이번 승소로 인해 제한상영가 등급과 제한상영관 부재라는 모순된 제도의 악용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


2013년 5월 14일 화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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