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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부산에서 만난 장르의 모험가들, 브라이언 싱어&김지운 오픈 토크!
2009년 10월 12일 월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브라이언 싱어, 김지운 감독
브라이언 싱어, 김지운 감독
지난 11일 오후 5시경, 해운대 피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사회로 브라이언 싱어와 김지운 감독의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올해 <발키리>의 국내 개봉 일정에 맞춰 한차례 내한한 바 있는 브라이언 싱어는 제작자로 참여한 <트릭 오어 트릿>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작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성대한 환영을 얻었던 김지운 감독은 작년 팬들과 교감했던 야외무대에 또 한번 서게 됐다. 서스펜스의 대가로 꼽히는 브라이언 싱어와 장르적 변신의 귀재로 꼽히는 김지운은 대담을 통해 많은 공통점을 드러냈다. 익살스럽고 진지한 두 감독의 대담을 전한다.

이동진(이하 생략): 서로의 작품을 많이 봤다고 들었는데 각각 어떤 작품을 제일 좋아하나?
브라이언 싱어(이하, ’브’): 김지운 감독은 매 작품이 다르다는 점에서 놀라운 사람이다. 어제 누군가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고 예의상 <달콤한 인생>을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대답했지만 매 작품이 너무나 달라서 사실 한 작품을 꼽는다는 게 쉽지 않다.
김지운(이하, '김'): 선댄스에서 상을 받았던 <퍼블릭 액세스>만 제외한 브라이언 싱어의 작품을 모두 봤다.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장르와 사이즈를 바꿔나가는 다재다능함에 놀랐다.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감독이라 생각한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처음 봤을 땐 완벽한 시나리오로 짜임새 있는 서스펜스를 전달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반전이 강렬한 영화는 다시 보지 않게 되지만 그 뒤로 <유주얼 서스펙트>를 두세 번 정도 다시 보게 됐는데 그때 <유주얼 서스펙트>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게 되더라. 경천동지한 반전을 향해 배우들에게 특별한 미션을 주고 캐릭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보면 완벽하고 놀라운 연출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단지 스타일리쉬하고 재기발랄한 타입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진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놀라웠다. <엑스맨>은 마치 마이클 베이가 만든 500만불 짜리 유색인종들의 인권영화 같은 느낌이었다. 멍청한 블록버스터들과 다른 작품을 만들었다. 단단한 기존의 세계와 대립하고 충돌하다 화해해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소수자의 비애를 다루고 있다. 단순히 블록버스터 감독이라 할 수 없는, 묵직한 주제를 전하는 천재적 감독이 아닐까 생각했다.

김지운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작 시나리오를 탈고한 것으로 안다. 한국영화인과 할리우드 영화인의 비즈니스 스타일의 차이는 있었나?
김: 우리나라는 어떤 시나리오 감독이 좋은 작품을 쓰면 쭉 잘나가게 될 거라 예상하게 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이번 스텝이 끝나고 다음 스텝으로 옮기는 과정을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기질은 다 비슷한 것 같다. 다들 될만한 영화를 하고 싶어하고, 좋은 영화에 투자하려고 하는 것 같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지난 봄에 <발키리>로 내한해서 한국영화인을 많이 만난 것으로 안다. 부산에서 사람을 만나는 건 그것과 뭐가 다르나?
브: 한국에선 감독들에게 파이널 컷에 많은 재량권을 주는 것 같다. 제작하는 사람에게 많은 자유를 준다. 할리우드에선 감독에게 많은 재량권을 주지 않는다. 예산이 큰 만큼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자금이 안전하다는 걸 스튜디오에 인식시켜야 하는 동시에 우리가 영화에서 원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선 스튜디오 임원들과의 대화에서 많은 기교와 설득력이 필요하다. 사공이 많다 보니 배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 될 때도 있다.

각자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지만 기본적으로 장르영화의 테두리를 통해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르영화를 선호하는 이유는 뭔가? 그리고 장르영화의 이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브: 일단 사이파이(Si-Fi)나 판타지와 같은 장르가 좋은 건 스토리가 잘 짜이고 궁극적으로 이것이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이파이나 판타지는 변장이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엑스맨>은 관용에 대한 이야기이자 사회 구조,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 영상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현실에서 불가능한 판타지를 실현할 수 있다. 어쩌면 관객을 속이는 일이다. 동시에 화려한 액션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여긴 당신의 이야기가 담긴 메시지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김: 장르를 선택할 땐 주제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장르영화에 매료돼서 장르영화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장르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내가 느와르를 선택한 건 상승과 하강, 추락이나 파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이고, 호러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사이파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다. 어쩌면 장르 자체에 주제가 담겨있고 그걸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장르영화의 클리셰는 관습적인 게 아니다. 좋은 영화는 새롭고 신선한 클리셰를 보여주고 매번 좋은 장면이 있지 않나. 웨스턴 무비도 매번 보는데도 항상 흠뻑 빠질 수 밖에 없는 장면이 있다. 그걸 내가 다시 재현한다는 쾌감이 있었다. 장르의 클리셰나 컨벤션을 새롭게 전달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 때 기쁨을 주는 것 같다.

아무래도 감독으로서 현장에 있을 때와 일상적인 모습과 차이가 생기지 않던가? 각자 본인이 현장과 일상에서 어떤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하나?
김: 별차이 없는 것 같다. 현장에서 마이클 베이나 제임스 카메론 같은 폭군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상과 비슷하다. 물론 가끔 현장에서 내가 강해진다는 걸 느낀다. 일상에서 쉽게 느낄만한 다양한 어려움이 현장에선 극복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배우, 스태프, 제작자, 그리고 관객과의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서 내가 강해져야 한다는 게 느껴진다.
브: 일단 마이클 베이나 제임스 카메론 정도는 아닐지라도 현장에선 어느 정도 독재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일상이나 현장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이렇게 상황을 통제하려는 것 역시 책임감 때문이다. 그래서 일상에선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려 노력하지만 영화를 준비하거나 작업하는 동안에는 잠잘 때조차도 일을 끌어안는 모습이 되기 때문에 일상과 현장을 구분해서 생활하기란 어렵다. .
<엑스맨3>의 연출을 맡지 않고 <슈퍼맨 리턴즈>를 만들었는데 팬 입장에선 아쉬운 일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브: 내가 만든 <엑스맨>두 편의 러닝타임은 합쳐도 4시간에 불과하지만 그걸 만들기 위해 6년을 보냈다. 나도 물론 <엑스맨3>가 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슈퍼맨 리턴즈>도 해보고 싶었다. 한번뿐인 인생에서 되도록 많은 것을 해보자 싶어서 <슈퍼맨>을 선택했다. 사실 현재 <엑스맨>의 연출자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서 폭스와 이야기를 진행 중인데 이게 성사돼서 <엑스맨>의 감독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

<장화, 홍련>을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안나와 알렉스>도 나왔고, <달콤한 인생>도 미국에서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그 동안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한 미국 작품들이 몇 편 나왔는데 만족스러운 경우는 드물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장화, 홍련>을 예로 들면 잊고 싶어서 꾹꾹 눌러 담았던 기억들이 색감, 오브제나 공간에 의해서 환기되고 감정을 통해서 이야기가 진전된다. 하지만 할리우드 시스템 체계 내에서는 이해나 수용이 불가능한 부분들이 있다. 그런 오묘한 지점들을 일일이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다 보니까 오히려 논리적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사실 어떤 강렬한 느낌을 설명하면 오히려 감흥이 식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 <디파티드>에서 <무간도>의 무드가 나오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영화다. <무간도>를 새로운 영화로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진정한 리메이크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원작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리메이크할 수도 있다. 최근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에서 원작을 화면에 그대로 옮기려는 안간힘이 보였는데 그런 리메이크 방식도 옳다고 믿는다. 마틴 스콜세지처럼 재해석하던가, 잭 스나이더처럼 복기하던가, 그래야 한다고 본다.

외국 관객에 대한 친밀감을 표하기 위해 좋아하는 음식을 묻곤 하지만 반대로 묻겠다. 김지운 감독이 제일 싫어하는 미국 음식과 브라이언 싱어가 싫어하는 한국 음식은 뭔가?
김: 난 양곱창만 빼곤 가리는 음식이 없다. 햄버거를 안 먹긴 한다. 특히 슈퍼사이즈는 더더욱 싫다. 입에 다 들어가지 않고 흘려서 옷에 떨어지는 게 질색이다. 옷에 뭘 떨어뜨리는 게 싫어서 햄버거는 20대 이후로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다.
브: 한국에서 이런 질문을 하다니 날 숙적으로 몰아보려는 의도 아닌가? 내가 김치를 싫어한다고 하면 날 어쩌려고. (웃음) 대체적으로 모든 음식을 좋아하지만 해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이는 좋아하지만 해삼(sea cucumber)은 별로다. 한번은 해삼을 오이(cucumber)인 줄 알고 주문했다가 낭패를 봤다. (웃음)
김: 그럼 오늘은 개불을 한번 먹여봐야겠다. (웃음)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한가지씩 물어달라.
브: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김: <엑스맨3>? (웃음) 농담이고. 최근에 본 영화 중엔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렛미인>이 제일 좋았다. 내 인생 최고의 영화는 어렸을 적 봤던 브루스 리의 <용쟁호투>나 <엑소시스트>가 아닌가 싶다. 이런 작품들이 나에게 계속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다양한 아트 필름도 찾아보고 그랬지만 영상에 빠지게 된 건 그 두 작품 때문이 아닐까 싶다..

브라이언 싱어도 서스펜스가 가장 좋은 영화를 <엑소시스트>로 꼽았던 기억이 난다.
브: 왜냐면 길지도 않은 영화에 많은 스토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무서운 장면 뿐만 아니라 캐릭터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고, 리듬이 좋은 영화라서 좋아한다.

김지운 감독도 브라이언 싱어에게 질문해달라.
김: 무거운 질문 하나, 가벼운 질문 하나를 하겠다. <유주얼 서스펙트>같은 경우는 결말이 알려지지 않아야 하는 다층 구조의 서스펜스를 끝까지 몰고 가는 영화다. 반면 <발키리>는 결말이 알려진 상태에서 마지막까지 서스펜스를 유지해가야 하는 정반대의 영화다. 두 영화는 결국 긴장감을 유지시켜야 하는 공통점을 지닌 영화인데 서스펜스를 연출하는 방식에 대해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브: 일단 내가 관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그리고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지 결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유주얼 서스펙트>는 뜻밖의 결과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렇지만 관객은 계속 추측하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나는 의도적으로 다른 방향의 암시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오도하게 만든다. 있는 그대로의 스토리가 아니라 다른 관점을 강조한 뒤에 끝에선 전혀 다른 이야길 펼치는 거다. <발키리>는 모두가 히틀러가 암살당하지 않음을 안다는 걸 인정하고 캐릭터를 통한 드라마적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히틀러가 암살당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았다 해도 그를 암살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이 있었다는 걸 알고 놀랐을 거다. 그 작전이 실패하는 과정보다도 톰 크루즈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고뇌나 스트레스, 상황을 통해 서스펜스를 형성했다. 결과 자체보단 그 큰 상황의 전개를 통해서 서스펜스를 기획했다. <타이타닉>도 마찬가지 아닌가. 침몰을 알지만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니까 그 여정을 함께 가게 된다. 결과를 알아도 드라마와 캐릭터에 몰입이 가능하다. 내가 추구하는 서스펜스의 방식은 그런 거다.

김: 톰 크루즈는 우리나라에서 매너가 좋은 배우로 정평이 났다. 하지만 단순히 친절함만으로 그 자리에 올라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팬들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달리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 톰 크루즈의 이면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브: 작품 선별이 까다로운 편이다. 2년에 한편 꼴로 하는 만큼 감독도 굉장히 까다롭게 고른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그가 쟁쟁한 감독들과만 작업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자기 이미지보다 영화 자체를 중시하며 연기 외적으로까지 적극적으로 영화에 협력한다. 훌륭한 배우다.

2009년 10월 12일 월요일 | 취재 및 사진: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12 )
kisemo
잘봤습니다~   
2010-03-14 13:00
youha73
잘 읽었습니다!   
2010-02-13 15:57
pretto
잘 읽었습니다 ^^   
2010-01-30 17:17
egg0930
보고싶당~~   
2009-10-23 13:47
monica1383
확실히 탐 크루즈가 급이 다르긴 다른 배우군요   
2009-10-17 21:53
bjmaximus
브라이언 싱어 감독도 쟁쟁한 감독 중의 한명이군,ㅎㅎ   
2009-10-17 11:48
ehgmlrj
저두.. 너무 가보고 싶은!!   
2009-10-13 21:45
heeya27
이걸보니 부산영화제 가고퍼랑..   
2009-10-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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