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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도시 씬시티를 원작만화 'SinCity'로 드디어 소장하다!
2006년 7월 27일 목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감독협회를 탈퇴하는 쌩쇼를 하면서까지 완성한 영화 <씬시티>는 영화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는 충격적인 작품으로 받아들여졌다.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노블 「씬시티」를 완벽하게 ‘모방’한 영화의 스타일은 미래 영화의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으로까지 평가되었고 국내에서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해 냈다. 그리고 지금 2007년 개봉예정인 영화 <씬시티2>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씬시티>의 흥행성적은 저조했다. 씬시티의 천박함을 몸으로 체현한 마초들의 싸구려 로맨스와 잔혹한 폭력은 새로운 영화적 시도와 함께 낯설게 느껴졌다. 대중들의 평가는 극단으로 나뉘었고 원작만화에 대한 이해가 우선해야 했음을 수입사/홍보사는 (그제야) 절감했다. 사실, 영화가 개봉하면서 원작만화도 곧 출간되리라 내심 기대한 이도 많았을 거다.

영화가 극장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추는 속도에 반비례해 프랭크 밀러의 걸작 「SinCity」출간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궁금했다. 빛과 어둠만이 존재하던 씬시티의 세계는 작가의 상상 속에서 어떻게 구현됐으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왜 굳이 원작자 프랭크 밀러를 공동감독으로 영입하면서까지 창조가 아닌 '모방'을 선택해야만 했을까?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출간소식은 오래도록 들리지 않고 간간히 2007년 <씬시티2>가 개봉한다는 단비 같은 소식만이 어둡고 축축한 그 세계를 추억하게 만들었다.

2006년 7월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드디어 들려왔다. 출판사 “세미콜론”(민음사출판사의 계열사)의 오랜 노력과 작업 끝에 그래픽노블의 걸작인「SinCity」가 원작자 ‘프랭크 밀러’의 의도를 전혀 해치지 않는 선에서 완역 출판된 것이다. 2006년 하반기까지 전7권에 달하는「SinCity」를 출간한다는 계획 하에, 1권 「하드굿바이」와 2권 「목숨을 걸 만한 여자」가 먼저 출시됐다.

「SinCity1-하드굿바이」는 영화에서도 가장 사랑받았던 마브(영화속 마브 역할은 미키루크가 분함)의 이야기다. 하룻밤 사랑에 모든 것을 건 잔혹한 육체의 주인 마브는 흑백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골디의 복수를 위해 차디찬 감촉의 GUN 글레이즈를 들고 맹렬하게 돌진한다. 찰나적 만남에 천국을 경험했다는 이유만으로 괴물의 형상을 한 마초는 폭력과 범죄의 도시 씬시티를 자신의 몸 안에 각인해 넣는다.

골디의 죽음에 관련된 인물들을 차례차례 죽여 나갈 때마다 그는 추악한 육신을 트렌치코트 안에 깊숙이 숨겨 놓는다. 하룻밤 사랑을 살인과 폭력으로 증명해 나가는 마브에게 야수 같은 형상의 몸뚱이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각인시켜주는 존재론적 족쇄이자 그 사랑을 증명하는 증거품이다. 그런 그에게 트렌치코트는 잔혹한 육체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로써 기능한다. 골디의 쌍둥이 자매 웬디(영화에선 제이미 킹이 분함)가 전기의자에 앉을 운명의 그를 안아주기까지 말이다.

기억에 남는 마브의 대사:
“아니, 난 영웅이 아니다. 뭐라 해도 그건 변함없다. 그저 골디를 쉽게 잊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을 뿐이다. 어딜 가든 천사의 향기가 따라올 게다. 그 입술과 눈동자, 너무나 완벽한 몸. 목소리와 맛을 느낄 거고, 그녀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건 나뿐이었음을 평생 잊지 못할 거다”

「SinCity2-목숨을 걸 만한 여자」는 영화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드와이트(영화에선 클라이브 오웬이 분함)의 사랑이야기이자 복수이야기다. 올드타운의 보스 게일과의 관계가 궁금했던 이들에게 이번에 출간된「목숨을 걸 만한 여자」는 분명 침 발라가며 책장 넘기는 극도의 재미를 선사할 듯하다. 드와이트가 올드타운의 카우보이가 되기까지 드와이트의 사랑과 복수는 느와르의 전형을 선회하며 극한까지 치닫는다. 아름다운 육체로 남자들을 지배하는 에이바는 드와이트의 순정을 이용, 살인을 저지르고 그를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드와이트는 모습을 바꿔가면서까지 에이바를 향한 사랑을 복수를 완성시켜 나간다. 흥미로운 사실 중에 하나는 죽음직전까지 간 드와이트의 심장을 올드타운이 되살려줬다는 거다. ‘심장’은 씬시티의 마초들에게는 매우 각별한 의미다. 그들의 불온한 육체는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기에 말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SinCity-목숨을 걸 만한 여자」중에서 p 68~69
"우린 코흘리개 연인인 양 흐느끼고 훌쩍이며 소리 지른다.(중략) 그녀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자 전율이 인다. (중략) 다시는 입 밖에 내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들을 말해버린다. 난 그녀의 것이다. 몸도 영혼도“



영화 <씬시티>의 원작만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한 몇 가지 사전 지식

▶ 그래픽 노블?
미국의 만화는 보통 comic strip이라는 일종의 잡지형태를 하고 있다. 단 한편의 만화가 1회 분량만 따로 데어내어 잡지형태로 판매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로 코믹스는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가 가장 유명하다. 이들은 주로 수퍼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선과 악의 대립을 보여주고 있다. 엑스맨, 스파이더맨, 데어데블, 슈퍼맨, 배트맨 등등 영화화까지 된 이들 캐릭터는 대부분 마블과 디씨에서 탄생시킨 슈퍼히어로들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로버트 크럼으로 대표되는 70년대 언더그라운드 만화 붐이 점차 맥락을 잃어가고 슈퍼맨, 배트맨 등 슈퍼히어로들의 생명력 즉 인기가 시들해지자 코믹스로 대표되는 미국 만화계는 매너리즘에 빠져든다. 그때 등장한 것이 유럽만화의 영향을 받아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다. 최초의 그래픽 노블이라 불리는 윌 아이스너의 「신과의 계약」(1978년)과 만화로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아트 슈피겔만의 「마우스」(1986년 단행본 1권 출간)는 미국만화에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매겼으며 정치, 사회, 철학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한 대표작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만화를 제9의 예술로 격상시키기는 했지만 슈퍼영웅으로 대표되는 미국 만화의 전통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단점을 내재했다. 그래픽 노블은 "heavy metal"이라는 잡지를 통해 미국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 『SinCity』의 원작자 프랭크 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원작을 영화에 그대로 모방하기 위해 공동감독으로까지 영입한 원작자 프랭크 밀러는 미국만화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는 작가다. 1977년 골드키 코믹스의 《더 트와이라잇 존》을 통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프랭크 밀러는 1979년 맹인 슈퍼영웅이라는 특이한 설정을 가진 『데어데블』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후 그는 DC 코믹스로 자리를 옮겨 일본 시대극과 사이버 펑크를 결합한 『로닌』을 발표해 만화가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그래픽 노블이 전통적 미국만화와의 성향적 차이로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당시, 프랭크 밀러가 1986년에 발표한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는 기존 슈퍼영웅에 대한 전복적인 사고와 개념으로 80년대 미국만화계에서 최고걸작으로 평가받기 이른다. 50대에 접어든 노쇠한 영웅 배트맨이 등장하는 이 작품을 통해 프랭크 밀러는 레이건 정부와 매스컴을 비판하고 슈퍼영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아 평단과 대중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정신적인 혼란과 광기를 보이는 50대의 배트맨, 생각만 해도 기발한 이 설정으로 프랭크 밀러는 그래픽노블의 세계를 미국만화계에 완벽하게 정착시킨다. 『SinCity』는 그래픽 노블의 경지까지 오른 프랭크 밀러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 원작만화와 영화의 차이? 혹은 공통점?
영화 <씬시티>를 공동감독한 원작자 프랭크 밀러는 마약과 권투 그리고 연이은 사랑의 실패로 예전의 아름다운 미모를 잃어버린 미키 루크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미키 루크가 마브고, 마브는 미키 루크다”

야수의 형상을 한 영화 속 마브를 보고 대부분의 사람은 마브를 연기한 미키 루크의 삶을 자연스레 마브에게 대입해 보았을 것이다. 그 정도로 원작과 영화의 ‘시각적’ 차이는-구동되는 매체성질을 떠나서-없다고 보면 된다. 프랭크 밀러의 그림은 대단히 남성적이고 거친 선을 자랑한다.

극단적으로 분할 된 화면의 컷은 영화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프레임의 전환으로 대체됐고 마브, 하티건(영화에선 브루스 윌리스가 분함), 드와이트의 의상은 흑백의 전경 안에서 또렷한 명함차이를 보이며 그들의 음울한 정서를 대변한다. 걸작 『SinCity』의 매력은 오직 흑백으로 표현된 마초들의 잔혹한 육체와 숨결에서 찾을 수 있다. 각 권당 주인공 마브와 드와이트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전개는 숨이 찰 정도로 빠르며 생략의 미학을 승계한다. 컷과 컷 사이에 존재하는 칸새에는 불멸의 사랑을 꿈꾸는 마초들의 미완의 러브스토리가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포인트 칼라로 영화의 집중도를 높인 영화와는 달리 원작은 오직 선을 배제한 명함차이로 배경과 인물을 드러낸다. 여성의 육체는 영화보다 더 탐욕스럽고 풍만하게 묘사된다. 웨이트리스 셜리는 브리트니 머피보다 추악한 외모이고 상상한 것 이상으로 천박하다. 하티건의 천사이자 스트립댄서 낸시는 영화 속 제시카 알바보다 천박한 몸짓으로 씬시티 마초들의 추앙을 받는다. 올드타운의 보스 게일은 그녀의 위협적인 총만큼이나 도도한 천박함을 잃지 않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원작『SinCity』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와 원작의 차이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불타오르는 욕정과 분노 그리고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흑백의 전경에 온 신경이 곤두서는 순간 명징하게 느껴진다.

▶ 씬시티는 어떤 세계인가?
뉴욕보다 폭력적이고 고담시보다 어두운 씬시티는 범죄, 살인, 불륜, 폭력, 식인이 난무하는 도시다.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이 곳에서 마초들은 오직 사랑을 위해 악의 형태로 선을 행한다. 어둡고 습한 이 도시에 비는 그리 자주 내리지 않는다. 마브는 골디와의 하룻밤을 잊지 않기 위해 뜨거운 그의 육신을 내리는 빗속에 식힌다. 단 한번 자신과 몸을 섞은 후, 차디찬 시체로 변한 빨강머리 여인을 위해 거대하고 추한 불멸의 육체로 불온한 모든 것을 깔아뭉개는 마브에게, '구원'은 오직 몽롱한 의식 속에서 기억나는 골디와의 하룻밤이다. 추악한 도시의 일부분으로 존재한 그에게 악은 애초부터 야수의 형상을 한 육체에 각인되어 있다. 때문에 마브의 복수는 강렬한 악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는 비장한 숙명론을 타고난다. 마초의 도시 씬시티에서 여성은 유혹의 기술보다 총을 몸 깊숙이 숨기는 법을 먼저 터득한다. 필름 느와르의 백미인 팜므파탈의 원형을 따라가고 있지만, 그들은 남성을 파괴하는 존재기보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신앙의 대상이다. 스트립댄서인 '낸시'의 처녀성, 웨이트리스 셀리의 비천함 그리고 올드타운의 보스 게일의 총은 습기를 머금은 도시에서 유일하게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오직 ‘에이바’의 추악한 욕정과 부에 대한 탐닉만이 마초에 의해 짓밟힐 자격이 있다. 씬시티의 남성은 폭력과 살기로 내달리기만 하고 여성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천박하다. 현 사회에 대한 조롱과 천박한 멸시가『SinCity』의 근간을 이룬다. 온갖 대중문화에 대한 뉘앙스 깊은 오마쥬 또한 씬시티를 함축하는 의미로 대체된다.

원작을 조금이라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자부심이 대단한 원작자 프랭크 밀러의 걸작을 위해, 출판사 "세미콜론"은 오랜 고심과 노력 끝에 한국어판 레터링 작업에 신중에 신중을 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이제야 출간된『SinCity』는 만화가 김수박의 섬세한 세공을 거쳐 원작자 프랭크 밀러도 흡족해 할 정도의 완성도와 퀄리티를 자랑한다. 그러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다고 해서, 소장가치가 높은 그래픽 노블의 걸작을 직접 확인할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글_ 최경희 기자

기사를 읽고 프랭크 밀러의『SinCity』를 소장하고픈 사연을 간단하게 리플로 남겨주시라
31명을 추첨해 영화 <씬시티>의 원작이면서 그래픽 노블의 걸작이라 추앙받고 있는『SinCity』단행본을 드린다. 지금 막 서점가에 쫙 깔린 걸작만화를 소장할 수 있는 이번 기회 절대 놓치면 안돼!!!


● 기간: 7월 27일~8월 11일
● 당첨자 발표: 8월 11일
● 당첨인원: 1등 1명- 『SinCity』단행본 1권, 2권/ 2등 30명- 『SinCity』단행본 1권


난 공짜가 싫다! 직접 구입해서 하루라도 빨리 씬시티을 소장하고픈 사람은 여길 클릭!!
769 )
enuom
씬씨티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색체의 놀라움이 영상미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과
각각 다른 에피소드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점점 영화에 빠져들게하는 스토리전개
정말 대단했습니다.   
2006-07-30 12:25
spyeve
영화를 너무나 흡족하게 본바 있는 나인지라, 원작에도 관심이 참 많았던 게다. 특히나, 영화가 잘 살았던 이유 중 하나가, 원작인 만화의 성격과 세부내용들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도록, 고스란히 옮겨 놓은 탓도 있고 말이다. 그런 영화의 원작이라니, 탐이 나는 것도 당연지사가 아닐런지... ^^   
2006-07-30 12:05
aaababa
영화의 카리스마와 만화의 느낌을 비교해보고 싶네요.
<씬 시티2>의 캐스팅을 남들이 평가하는 것이 아닌, 제가 직접 평가하고, 추천하고 싶네요.   
2006-07-30 11:57
poowoo1225
영화의 감동을 집에서도 느껴보고 싶어요-   
2006-07-30 11:36
mrpok
simcity 와 틀리나요^^?
sincity...
인간의 냉정함과 ..잔혹성을 배제하고
볼수없는 영화...   
2006-07-30 11:08
melchisedech
스타일리쉬의 극치   
2006-07-30 10:40
styles2
최고의 영화 .
최고의 원작 .
그걸 갖고 싶은데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
내 방 책장 한켠에 고이 간직해두고 싶은 욕구 .   
2006-07-30 10:27
ss009
독창적인 이미지를 지닌 씬시티. 만화인지 영화인지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원작을 잘 살려서 만들었다는 생각이듭니다. 그 음악과 흑백의 색감. 포인트를 살린 컬러. 독백하며 툭툭 던지는 야수의 멘트들이 1인칭의 묘미를 잘 살린것 같네요.   
2006-07-3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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