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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순수함과 엉성함은, 분명 다르다. 마들렌
rose777 2003-01-03 오전 1:06:56 1662   [7]

마들렌은 마치, 내용물과는 무관하게 질좋은 포장지와 눈에 띄게 탐나는 리본으로 잘 묶여져서 놓여있는 선물같다. 포장은 물론, 중요하다. 특히 한국의 상업영화시장에서 포장의 중요성과 효과는 이미 극대화 될만치 되어있다. 그러한 긍정적인 측면에서 마들렌의 포장효과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어냈다. 아름다운 포스터와 포스터보다 더∼ 아름다운 주연배우 조인성 신민아가 만들어낸 러브스토리에 젊은 남녀들은 자신들만의 타당한 사유로 마들렌의 개봉을 한껏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불운하게도, 단언하건데 포장지속의 선물은 포장지값의 1/3도 해내지 못한채 개봉상자안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글의 서두에 이러한 절망적인 문장과 단어선택을 해야한다는 것은 리뷰를 쓰는사람에게도 고통이다. 그러나 두배우의 미래와 퇴마록이후 오랜만의 복귀전을 치룬 박광춘감독의 미래를 위한 쓴소리는 그들에게 독이 아닌 약이될것이라고 믿으며 마들렌이야기를 꺼내볼까한다.

마들렌은 멜로의 기본전형과 코드들을 알차게 간직한 매우 평범한 플롯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는 전형적이며 인물의 캐릭터마저 큰 개성없는 그러나 밉지않은 그야말로 보통의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어쩌면 마들렌의 가장 큰 장점은 극대화되지 않은 이야기과 과장되지 않은 캐릭터에 있을 것이다. 한국의 상업영화시장에서 보기드문 시나리오와 캐릭터라고 보여지는 순수한 사랑이야기 마들렌의 이러한 장점은 이때, 바로 "공감"이라는 가장큰 해답과 맞물려야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두사람이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과정과 계기 그리고 두사람앞에 나타난 장애물과 주변인물들의 구도는 왠지 모르게 어느순간 부자연스러워 지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매씬을 거듭하며 삐걱거리기 시작하고(엇갈린다는 것이 아니라 매씬의 자연스럽지 못한 편집과, 에피소드들의 불균형을 이야기한다.) 조연들의 등퇴장은 타이밍과는 무관하게 들쑥날쑥해서 오히려 이야기를 더욱 산만하게 만든다.
1달간의 계약연애라는 별반 특별할 것 없는(영화속유일한 이슈이지만...) 두 사람의 약속안에서 서로 닮아가는 과정마저 짜여진듯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그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서로의 다른점을 흡수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은 그 파장효과가 크지 못한채 자리에서 주춤하기를 매번 반복한다.
배우와 감독들은 인터뷰에서 남자는 아날로그적이며 여자는 디지털적이라는 것이 이색적인 영화의 설정이라고 했는데 아무리봐도 영화속에서는 그러한 느낌이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물론 여자는 오락을 즐기고 남자는 도서관에 있다는 한두번의 설정을 노출시키긴 했으나 아무런 호소력이나 설득력없이 남자주인공을 도서관안에 앉히고 여자주인공을 컴퓨터앞에 한두번 앉힌다고 해서 그 캐릭터의 성격이 디지털이나 아날로그등으로 이미지화되는 것은 결코아니라는 사실을 감독은 까맣게 잊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다.
이야기 구조가 조금 빈약하더라고 그 캐릭터가 구체화 되고 명확히 관객에게 어필하는 순간, 바로 그 드라마는 살아나기 시작하고 관객은 영화에 깊은 호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들렌의 주인공들에게는 도통 그러한 호감을 찾기가 힘들다.
서로 좋아하는것인지 사귀는것인지 애매모호한 상태(물론, 이것조차 의도된것일수 있다. 그 의도가 부적합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말이다.)에서 두사람앞에 제3자의 동창이 나타나 둘의 관계를 균열시킨다는 것이 유일한 극적장치일수 있겠으나 이러한 과정에서도 설득력은 전혀 없다.
그 동창은 아무런 역할도 없이 줄곧 노래만 부르다가 스크린에서 퇴장하니 말이다.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조연들은 이외에도 무수히 존재한다. 부풀리고 정확한 노선을 제시해주었다면 김수로가 연기한 만호역할 또한 마들렌이라는 빵과 의미를 부각시켜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을만한 가능성등이 모두 소멸되어, 두세번의 새벽길에서의 등퇴장만으로 아무런 의미없이 처리되어 끝내 소비되어 지고 만다. 마들렌의 모든 조역들은 그렇게 무참히 사라진다.
물론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서 영화가 기댈 가능성은 주연들의 연기력과 역할 그리고 캐릭터다. 그러나 극의 초반부터 어필하는데는 이미 실패한듯 느껴지는 캐릭터 라이징과, 스크린연기에 조금의 준비도 되어있지 않아보이는 조인성 신민아의 연기는 마지막 남은 가능성마저 무참히 짓밟는다.

이에 힘을 실어주는 아찔한 설정은 신민아의 임신설정이다. 그나마 매력은 없었지만 순수하고 얌전하게 이끌어 오던 스토리는 이때부터 균열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시대를 역행하는 에피소드와 발상으로 참기 힘든 수준으로 도달하며 아무런 사건과 설득력을 느끼지 못했는 데 두사람은 언젠가 서로를 기억하자며 약속한다. 그리고 마들렌의 의미를 관객에게 가르치려 드는 대담성까지 보인다.

마들렌은 참으로 장점없는 영화다.
드라마는 빈약하고 캐릭터는 매력적이지 못하며, 특별한 무언가는 애초부터 무언가 존재하지 않는다.(이것역시 의도된것이라면 이와 상반된 장점이 존재했어야 옳다.)

순수하다는것과 엉성하다는 것은 틀리며, 아름답다는것과 불균형하다는 것 역시 매우 다른 언어다.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조금은 어설프더라도 그 여운이 그 인물들이 매력적이었다면 아니 그 느낌을 잊을수 없어서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면 나는 마들렌이라는 영화에 깊은 사랑을 느꼈을 것이다.
영화는 재미와 감동 혹은 두가지가 존재하지 않는다해도 무언가 시도한 흔적이 남아있어야 애정을 가질수 있다. 물론 그시도의 결과가 비참함 최후라 할지라도 그 시도가 명확하다면 우리는 그 시도에 열렬한 기립을 보낼준비가 되어있다.

시간을 기억하고 과거를 기억하는 마법의 빵이 마들렌이라면, 마들렌을 본 관객들은 수년이 지난후에 이영화를 떠올리며 어떠한 기억들을 꺼내볼수 있을까?(과연그것이 가능하긴 한것일까?)

연기자는 다른사람의 인생을 2시간 동안 혼을 다해 살아내고 관객에게 그 인물의 영혼의 슬픔까지 전달해주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마들렌의 두배우는 그러한 의무와 책임을 너무나 쉽게 묵살해버린다. 만약 더 잘할수 있는데 하지 못한것이라면 진정 비난할것이며, 그것이 최선의 결과였다면, 우리는 그들의 연기가 완성되는 그날까지 기꺼이 기다릴것이다.


마들렌은 두배우가 주는 비쥬얼적 만족감에만 감사하고, 조용히 돌아서야만 했던 순수함보다는 엉성함으로 가득찬 당황스러운 멜로영화다.

http://www.onreiv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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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2002, Madeleine)
제작사 : 프리시네마, 싸이더스 HQ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madele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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