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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통해 찾아가는 "나" 천국의 아이들
nott86 2012-05-26 오후 8:43:57 641   [0]

저는 뮤지컬 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노래와 음악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뮤지컬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들이 노래와 춤을 통해 일상 속에서 비일상성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일상성을 통해 주인공들은 현실에서는 표출하지 못했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노래와 춤이라는 수단을 통해 마음껏 표출하게 되죠. 그것이 자신의 상상 속에서 이루어졌든 실제로 이루어졌든 말이죠. 사실 평소에 우리가 길을 걷다가 갑자기 차도 위의 차에 올라가서 춤을 춘다거나 커피숍에서 대화를 하던 중에 난생 처음 본 사람들과 같이 노래를 부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에 뮤지컬 영화를 통해 느끼는 대리만족은 타 장르의 영화들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다고 생각됩니다.

 

박흥식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천국의 아이들”은 중학교 문제아들의 방과 후 특별반을 맡게 된 기간제 교사가 동아리 대회 진출을 위해 뮤지컬을 준비하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만 보면 그 동안 많이 보았던 ‘개과천선 류’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서울시 교육청의 지원으로 제작된 영화로서 일정 부분은 교육청이 원하는 방향을 반영해야 하기에 영화감독의 창작성이 완전히 반영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아무도 없는 강당에서 뮤지컬 공연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첫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소재는 매우 익숙할 지라도 중간중간 관객의 예상을 깨는 상황 설정이 등장하고 이를 통해 현재 청소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규정하는 ‘문제아’들입니다. 조선족 부모를 두고 학교에 담배를 공급하는 성아, 폭력사건으로 축구부에서 제명된 정훈, 여성스럽고 동성애적인 성향으로 모두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병민, 이들을 이끄는 기간제 교사 유진,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아이들. 이들은 사회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규정되거나 소수의 약자로 치부되는 사람들입니다. 제가 흥미로웠던 점은 문제 학생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인물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특성을 지닌 학생들로 인물을 구성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감독의 실제 취재를 기반으로 인물들이 설정되었기 때문인데요. 우선 한국에서 동성애는 거의 터부에 가깝죠. 커밍아웃을 하는 순간 사회활동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거짓된 삶을 살아가야 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병민이는 여성스럽고 남자를 좋아하는 남학생이기에 모두들로부터 소외되죠. 성아는 조선족 출신의 소녀라는 점에서 관심을 자아냅니다. 이미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정부에서는 “다문화정책”을 통해 이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내놓고 있죠.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들에 대한 시선은 선진국 출신 외국인들에게는 깍듯이 대하고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들은 하대하는 이중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저는 대학교 영자신문사 기자로 있으면서 ‘서울의 외국인 집단 거주지와 이들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고 현재 학교에서 ‘이주’에 관련된 사회학 수업을 들으면서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가리봉동의 다문화센터로 봉사활도을 나가고 있는데요. 평소에 다문화주의와 이주에 대해 관심이 많은 만큼 영화 속 성아의 캐릭터에도 그만큼 더 많은 관심이 갔습니다. 성아는 구로구에 거주하고 어머니가 양꼬치 집을 운영하는 전형적인 조선족 가정 출신인데요. 영화 후반부에 성아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드러나는 장면이 등장하고 이는 한국에서 타민종이 겪는 어려움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동아리를 지도하는 선생님인 유진은 임시적으로 발령된 기간제 교사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기간제 교사는 정교사 못지 않은 업무량을 소화함에도 불구하고 임금 및 처우에서 불이익을 겪고 있는데요. 이를 생각해 봤을 때 유진이 방과 후 동아리를 맡게 된 이유도 정교사들이 일반적으로 꺼려하는 직책이기에 떠맡겨졌을 가능성이 많았을 것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현재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제 친구의 말을 들어 보면 경력이 긴 선생님들이 담임을 맡기 싫어해서 젊은 선생님들로 담임이 구성된다고 하는데요. 이는 한국의 어느 조직에서나 드러나는 권력 관계와 이로 인해 부여되는 직책 및 처우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겠죠.

 

이처럼 제가 말씀드린 세 주인공은 그 동안 언론이나 문화 매체 등에서 제대로 조명된 적이 많지 않았지만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하는 성격의 사람들입니다. 한국에서 대표적으로 차별의 대상이 되는 동성애자, 타민족, 그리고 비정규직을 표상하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시간의 제약상 이들이 겪는 차별 및 어려움은 간략하게만 묘사되어 아쉬움을 자아내지만 교육청이 지원하는 영화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와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색다르게 다가왔고 반가웠습니다. 이는 현 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하는 등 이전과 다소 다른 노선을 보이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처음에 방과후 시간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선생님이 열린 마음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뮤지컬을 만드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뮤지컬의 줄거리를 만들고 자신들의 생각을 가사에 담아 노래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병민이는 그 동안 감추어 왔어야 했던 자신의 성향을 마음껏 드러내고 성아와 정훈은 애틋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방과 후 시간을 기다리면서 학교 생활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기 시작하죠. 하지만 결국 성아가 일진 사건에 휘말리면서 뮤지컬 공연 준비는 위기에 봉착합니다.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정당방위로 공격을 했지만 오히려 경찰서에서 피의자로 몰리고 말죠. 이렇게 된 데에는 조선족에 대한 멸시도 한 몫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때 유일하게 그녀의 곁에서 응원해주는 한 사람은 바로 선생님입니다. 저는 성아가 선생님에게 제 편 들어주면 안 되냐고 절규하는 모습을 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울 때가 아무도 나를 이해해 주지 않고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편을 들어준다는 게 다른 사람의 의견에는 귀를 닫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최소한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에도 우리는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사로잡혀서 옳지 않은 다수를 따르는 경우가 많죠. 저도 살면서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기에 성아의 호소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우여곡절이 지난 후 학교에서는 비상회의가 소집되고 결국 교장님은 방과 후 동아리를 해체하라고 지시합니다. 이에 대해 유진은 “아이들에게는 기회를 무한정 주어야 한다”는 말을 던지는데요. 이는 영화를 관통하는 중심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성숙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어른들보다 더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저지를 가능성이 많죠.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특정한 잣대로 아이들에게 완벽주의를 요구합니다. 행실이든, 학업능력이든, 모든 면에서 말이죠. 분명 지금의 어른들도 당신들이 어렸을 때에는 완벽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한 번 기회를 잃으면 돌이키기 힘든 현 사회의 구조가 모두를 힘들게 몰아갔음에도 불구하고 현 교육의 문제를 아이들의 개인적인 문제점으로만 치부하는 현 세태는 분명 재고되어야 함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는 마지막에 마법적인 순간을 한 번 드러냅니다. 바로 아이들이 놀이터, 그리고 빈 강당에서 뮤지컬을 공연하는 장면인데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모두가 등을 돌린 상황에서 누군가의 용기로 인해 이들은 다시 노래를 하고 춤을 추게 되는데요. 그 누군가는 적어도 저의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습니다. 이처럼 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이미 익숙한 이야기를 가지고 예상을 뒤엎는 설정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극적 재미를 성취하면서 관객들에게 자연스레 영화의 목적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이어진 무비꼴라쥬 시네마톡 행사에서는 성아를 연기한 김보라 씨와 박흥식 감독님이 직접 참석하여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요. 감독님이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북유럽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이는 제가 북유럽에 관심이 많이 때문이기도 한데요. 한국에서 수학을 가르칠 때 2+2는 무엇일까를 가르친다면 스웨덴에서는 ? +? = 4를 제시하고 물음표에 들어갈 수 있는 숫자들을 말해보는 과정을 가르친다고 하는데요. 이는 결국 다양한 생각과 사고방식을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의 답을 향해 가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는 분명 시사점을 던져주는 교육방식이죠. 그리고 앞에서도 제시한 것처럼 감독님은 아이들에게는 무한정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는 다소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말이지만 적어도 아이들이니만큼 어른들에게 들이대는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 만큼은 누구나 동의할 만한 지점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죠. 이제는 교육의 중요성을 말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교육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화에서 노래와 춤이 아이들의 생각을 분출하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처럼, 아이들이 다양한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교육 현장이 마련되어야 우리 사회의 미래도 좀 더 밝아질 것입니다. 제 인생의 여러 가치관들 중 하나가 “노는 것이 최고의 공부다”라는 말이 있고 살면서 이 말을 몸소 실천해 왔는데요. 건전한 놀이문화와 개방적인 교육방식 통해 아이들이 주입식 교육에서 느끼지 못했던 가치관을 가지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겠죠. 그리고 이들을 이끌어 나가는 어른들부터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겠구요. 결국 이 영화가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자유로운 소통”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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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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