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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황산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평양성
ldk209 2011-02-18 오후 2:41:56 1263   [0]
아쉽게도 <황산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

 

2003년에 <황산벌>이 개봉되었고, 2011년에 <평양성>이 개봉되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황산벌 전투는 660년, 평양성 전투는 668년에 있었으니 모두 8년의 격차를 두고 벌어지거나 개봉되었다. 이준익 감독이 <황산벌>을 제작할 당시부터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황산벌>의 긍정 평가가 <평양성> 제작의 밑거름이 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660년 백제를 멸망시킨 나당연합군은 곧 고구려에 대한 공세에 나서 당나라는 북쪽에서 신라는 남쪽에서 고구려를 압박한 끝에 668년 평양성으로 진격하였고, 연남건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내부 분열 등으로 함락되고 만다. 거대 제국을 건설했던 고구려의 멸망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했겠지만, 당나라를 벌벌 떨게 만들었던 연개소문 사후에 벌어진 집권층의 분열과 대립이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즉 고구려는 외침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내부의 분열로 인해 스스로 몰락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영화 <평양성>은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는 했지만, 고구려 내부의 도움을 받은 신라 특공대가 성 안으로 들이치면서 평양성이 함락되는 등 실제 역사적 사실에 어느 정도는 부합하는 전개 과정을 보여주기는 한다.

 

황산벌 전투 8년 후 드디어 삼국의 대결이 종지부를 찍을 평양성 전투 현장.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사극이 일종의 마당극 형식을 떠올리 듯 평양성 앞마당 역시 왁자지껄한 한 판의 마당극을 연상시키는 무대로 자리 잡는다. 신라의 대장군 김유신(정진영)은 풍까지 온 노인네지만 여전히 뛰어난 지략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데, 신라까지 차지하려는 당나라의 흑심에 대비코자 비밀리에 고구려와의 연합전선을 구축하려 하지만, 당나라에 망명한 고구려 적통 후계자 연남생(윤제문)으로 인해 문제가 꼬이기 시작한다. 한편, 남생의 동생 남건(류승룡)은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으며, 두 형 사이에 낀 막내 남산(강하늘)도 어찌할 줄 모르는 신세가 된다. 한편 황산벌 전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백제 군사 거시기(이문식)가 이번엔 신라군으로 뽑혀 평양성 전투에 참가하게 되지만, 고구려의 포로가 되고 평양성에서 갑순(선우선)을 만나 살아남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황산벌>이 흥행에 성공했든 실패했든 <황산벌>은 한국 사극영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어쨌거나 살아남는다는 게 중요할 수 있다는 주제 의식은 별개로 평가하더라도, 신라와 백제가 서로 다른 사투리로 인해 언어 소통에 곤란을 겪는다는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 너무도 신선한 아이디어였으며, 특히 백제 사투리인 ‘거시기’를 둘러싼 온갖 해프닝은 포복절도할 웃음을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전쟁터에서 무기 대신 노래와 욕으로 전쟁을 대신한다는 설정도 참신했다.

 

이런 차원에서 분명 <평양성>은 처음부터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평양성>에선 서로의 다른 언어를 가지고 노는 장면은 자제되고 있다. 아무래도 동일한 설정을 반복하는 것에 따른 부담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있다. <황산벌>에서 가장 재밌고 참신했던 설정을 제외한다면 그걸 보완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는 설정이 제시되어야 할텐데, <평양성>엔 그러한 설정을 능가하는 재밌고 참신함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평양성>은 매력적인 다양한 인물군과 스케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캐릭터로 보자면 나름 성공적이며 그러한 캐릭터들이 교류하며 발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도 부산스럽기는 하지만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준익 감독의 장점이라면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개인의 삶, 그것도 서민의 삶을 놓치지 않고 들여다본다는 점이고, 이런 점에서 <평양성>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남건, 남생, 김유신 등 양국의 우두머리들도 매력적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거시기를 포함한 일개 병사들의 애환과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쓰러져가는 이들의 모습은 진한 페이소스를 남긴다.

 

다만 ‘거시기’의 캐릭터가 가지는 불협화음은 못내 아쉬웠다. <황산벌>에서의 이문식, 즉 거시기는 말 그대로 ‘거시기’였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배우의 지명도와 영화 속에서의 거시기 이미지가 합쳐져 감동을 안겨줬던 데 반해, <평양성>에서의 이문석은 더 이상 과거의 이문식, 거시기가 아니었으며, 영화에서의 높은 비중은 <황산벌>의 소소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왠지 귀족이 서민 흉내를 내는 듯한 이질감, 거기에 주로는 거시기를 둘러싼 과도하고 억지스런 설정의 남발도 ‘거시기’라는 매력적 캐릭터를 갉아 먹는 듯 보였다. 오히려 개인적으론 문디(이광수)가 좀 더 눈에 띄었다.

 

규모 면에서 봤을 때, 인물군도 많아졌지만, 특히 전쟁 장면에서의 스케일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분명 <황산벌>보단 거대해졌다. 친환경 신무기를 포함한 고구려의 각종 신무기도 그럴듯하다. 그럼에도 그것의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영화에서의 전쟁 장면은 스케일도 중요하지만, 스케일보다는 구체성과 개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양성>에서의 전쟁 장면은 TV의 사극이나 다른 전쟁 영화에서의 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 장면과의 차별성도 별로 보이지 않지만 구체성에서는 특히 안일하다는 느낌이다. 일례로, 고구려의 신무기인 화살(일종의 신기전)이 당나라군을 공격할 때, 화면에 잡힌 일정한 공간 내에 있는 당나라군이 동시에 ‘픽’하고 쓰러지는 장면. 극장 안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비슷한 장면이 나왔던 <신기전>에서도 참 민망했었는데, <평양성>에서 동일하게 반복되는 게 신기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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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성(2011)
제작사 : (주)타이거 픽쳐스, (주)영화사 아침 / 배급사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comic-batt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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