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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다. 단지 외로울 뿐이다. 기담
zzack08 2007-08-04 오후 9:22:53 790   [2]

예전 최익환 감독의 ‘여고괴담 4 목소리’를 본적이 있다. 영화는 그리 무섭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흥행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난 기억한다. (당연히 여고 괴담 시리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2편이지만…….)그리고 좋아한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다코의 친척들이 들쑥날쑥했던 그해 ‘여고괴담4’는 목소리라는 소재로 그 공포감을 주었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무섭지는 않았지만 그 소재는 치명적이었다. 외로움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내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못한다는 것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고, 외로움의 첫 단계이다. 누구와도 말을 나눌 수 없는 상태에 많은 사람들은 왕따를 당하고, 자살을 한다. ‘여고괴담 4 목소리’ 에서는 이런 외로움이란 공포를 목소리라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발산한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하나의 욕망이 되어, 그것을 가지기 위해 서로 미워하고 죽이기까지 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중에도 들리지 않는 차예련의 원혼의 절규가 점차 우리에게 공포감을 주는 것은 이제 그녀는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공포는 외로움이 아닐까? 그것은 기담에서도 이어진다.

시간과 공간이 주는 그 공포성

첫 장면부터 우리는 징그러운 수술을 보게 된다. 그것도 뇌수술을 말이다. 뇌세포를 떼어내는 장면을 보며 교수는 말한다. 이 필름은 1940년대 일본에서 시행한 수술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교수는 예전에도 이런 수술이 가능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날은 안생병원이 허물기 하루 전날이었다.

이 첫 장면에서 단순한 수술 장면인데도 왠지 공포감을 느낀다. 그것은 왜일까? 앞으로도 이야기 하겠지만 기담은 그다지 공포적인 요소가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는 스산한 공포가 몰려온다. 이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 답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시간과 공간의 개연성이 별로 없다는 것에 있다. 흔히 공포영화에서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공간을 소재로 한다. 그 예가 바로 공수창 감독의 ‘알 포인트’인데, 베트남이라는 공간을 던지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저주에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그 공간에서 전쟁과 정치에 대한 문제점을 넌즛히 보여주는 것에 대단함을 느꼈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공간의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전쟁 중인 베트남이라는 공간과 그 때의 시간으로 인지 했던 그곳이 원혼의 저주라는 공포로 쌓여 총알로 범벅된 핏물이 아닌 저주의 핏물로 물들이기에 공포 영화에서 공간과 시간은 중요한 요소로 쓰인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땅에 일제점령기라는 상흔이 묻혀 있는데, 그 상흔의 그늘이 너무나 큰지 그 때 있었던 시·공간을 핏박과 설움의 시대라고만 못 박는다. 그러므로 그 때 있었던 문명이기의 일들이 새로운 것으로 느껴진다. 원래 사람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 더욱더 공포감을 느낀 게 되지 않던가! 그러므로 기담의 1942년이란 시간, 경성 안생병원이라는 공간은 아무리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어도 자그마한 틀어짐의 소리로도 우리는 공포감을 느낀 게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나약하고 외로운 사람들

시공간의 공포 성을 유발하는 공포 영화를 표방하지만 ‘기담’은 말 그대로 기이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안생병원이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일화들의 묶임은 어느 정도의 차별을 두지만 본연의 의미는 외로움이 가장 큰 공포라는 것을 알려준다. 정남과 아름다운 시체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영혼결혼식. 그것으로 인해 정남은 죽을 때까지 외로움을 안고 산다. (두 명의 부인이 다 일찍 죽었다.) 다리를 저는 수인과 교통사고에도 외상 하나 없이 살아남은 소녀의 이야기는 마지막에는 그들도 죽음으로 그 외로움을 달랜다. 마지막 안생병원을 세운 인영과 동원의 이야기는 그림자가 없는 부인과 수술 후 자신을 대신해 죽은 동원의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3가지의 이야기는 흐름상 연관성을 띄게 만들었다. 그러나 더욱 닮은 건 그들은 외롭다는 것이다. 정남은 가족 없이 안생병원에서 일을 하지만 매번 일을 망치고 혼자 힘들어 한다. 그 때 그 외로움을 잠시 달래줄 아름다운 시체가 있었고, 그들은 사랑을 나눈다. 이 일 때문에 평생 홀로 외로움을 안고 산다. 수인과 소녀도 자신 때문에 일어난 사고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을 죽음에 몰고 간다. 그리고 그들은 혼자라는 외로움 때문에 환각에 시달리며 괴로워하고 끝내 죽음을 선택한다. (수인은 소녀가 죽음으로 이끌지만…….) 인영과 동원은 서로 너무 사랑했지만 그 큰 사랑에 각자가 느끼는 외로움은 크다. 그들도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다. 이렇듯 아픈 사람을 고치는 병원에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의 아이러니는, 기이한 이야기의 공통 주제인 외로움을 대변하기에 적절하다. 마지막 죽기 전에 인영이 하는 말처럼 말이다.

세트와 이미지에 충실한 놀람 그러나…….

이런 외로움을 가장 큰 공포로 몰고 가기 위해 영화는 어떠한 미끼를 던졌을까? 기담에서 두려움을 주는 것은 안생 병원이다. 수술 도구 하며, 기이한 수술실, 그리고 영안실과 시체 냉동고는 우리로 하여금 병원이라는 공포의 공간의 연장성을 그 특이함에 이어간다. 또한 가끔씩 마다 놀라게 하는 장치들은 물과 달팽이로 죽음의 문이라는 표현, 빠르게 변하는 복도의 밝고 어두움, 그리고 소녀의 죄책감에 의한 공포적 환상이다. 또한 빛이라는 것을 통해 그림자의 여부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포를 유발시킨다. 기담은 무서운 장면은 별로 없지만 무서움을 들게 하는 요소들은 충분하다. 그것이 공포를 유발할지 안할지는 관객의 몫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세 가지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하려하기에 담는 그릇이 작다고 느껴진다. 병원과 외로움의 슬픈 기담은 각각의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에 영화를 볼 때 조금은 맥이 끊긴 다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이야기의 단락을 나누어서 보여주었으면 어떠했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또한 이야기의 연결성이 너무나 껴 맞췄다는 것이다. 정남과 수인 그리고 인영의 이야기에 각각 인물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간접적인 등장을 하게 되는데, 3가지의 분리된 이야기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펼친다는 것에 표현을 했다. 하지만 너무나 인위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런 인위적인 영향력을 주지 않았더라도 이야기는 충분히 발산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도 이 영화가 주목받는 것은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공포의 요인이 바로 외로움이라는 것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충분히 느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요소이다. 인위적인 귀신이나 혼령들이 들끓어 공포가 넘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공포가 진짜 무서움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영화는 무섭지 않다. (그러므로 관객들은 잘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외롭다. 그래서 더 공포스럽다. 이제 홀로됨의 그 smooth한 공포로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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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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