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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태가 배울 것은 싸움뿐이었는가. 싸움의 기술
taxas 2006-01-20 오전 12:07:28 5339   [10]

※ 이 글에는 영화의 재미를 감소시킬 수 있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주성치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주성치의 ‘이소룡 사랑’을 패러디(혹은 리메이크)라는 방식으로 보여 주었던 ‘신 정무문’과 계란 흰자를 눈에 붙여 만든 울트라맨으로 유명해진 ‘파괴지왕’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두 편의 영화에서는 공통적으로 ‘싸움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강호의 숨은 고수들이 등장한다. 힘 하나 없어 보이는 노인들로 이루어진 이 집단은 주성치에게 정말로 비겁한, 그러나 절대지지 않는 ‘싸움의 기술’을 전수해주고, 그러한 과정이 영화 속 코미디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너...집에 돈은 있냐?” 라는 백윤식씨 특유의 말투가 묻어나는 대사 한 마디로 탁군의 기대감을 엄청나게 증폭시켜 주었던 ‘싸움의 기술’ 은 분명히 2006년도판 ‘신 정무문’이나 ‘파괴지왕’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한 30분 정도가 지나가면서 탁군의 이러한 기대감은 여지 없이 무너져 내려 버렸다.


이 영화, 장르가 뭐지?


특정한 장르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그 장르가 관객들에게 기대하는 태도를 보여 주기 위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관람에 임하게 된다. 호러 영화를 보러 들어갈 때는 얼마나 무서울까를 기대하게 되며 ( 정말 싫은 기준이지만 어떤 관객들에게는 무서운가, 아닌가가 그 호러영화의 재미를 결정하는 단순 척도가 되기도 한다. ) 코미디 영화를 보러 들어갈 때는 한바탕 웃을 준비를 하고 극장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탁군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처음에 ‘싸움의 기술’을 보기 시작했을 때는 조금만 웃긴 장면이 나와도 최대한 웃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었으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이건, 아무리 웃어 주려고 노력해도 절대 웃기지가 않는 것이다.


아니, 감독이 웃기려고 노력하지만 그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지 않는게 아니라, 이 영화는 아예 코미디라는 장르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 즉, 감독이 절대로 관객의 웃음 유발을 의도하여 이 영화를 만든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


이 영화, 너무 진지했다. 백윤식씨 특유의 연기는 가끔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그 정도의 코미디적 요소는 대부분의 액션 영화에서도 흔히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작업의 정석’처럼 웃긴 - 부끄럽지만 - 영화를 빌어먹을 선입견 때문에 보지 않으려고 했던 걸 포함해서 다시 한 번 선입견이라는게 정말 무섭다고 느꼈던 것도 딱 그 때부터였다. 이 영화가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자마자 영화가 한없이 지루해지고 있다는 걸 나 스스로가 깨달았기 때문이다.


‘부실고딩’ ( 대체 이 코미디스러운 카피는 누가 지은거람! ) 병태가 오판수에게 ‘싸움의 기술’을 전수받는 그 순간까지 영화는 처절하게 얻어 터지고 괴롭힘 당하는 병태의 모습을 쓸 데 없이 계속해서 보여준다.


이미 이 날 이 때까지 병태가 계속해서 이리 터지고 저리 터지고 다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다분히 폭력적인 이런 장면들을 계속해서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또한 영화가 그 배경으로 삼고 있는 ‘지방의 공고’는 과연 이런 학교가 현실에 존재하고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개판이고 ‘공고’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우리들의, 혹은 사회의 선입견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사실...탁군은 인문계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그 실상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분명 우리 학교 근처의 공업 고등학교는 수능 모의고사에서 우리 학교 인문계열을 ‘이겼다’. 도대체가 요즘 감독들은 왜 학교를 ‘지옥’으로 그려내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15세 관람가라서 그런가?)


그럼 이 영화는 정말로 ‘싸움의 기술’을 전수받아 호쾌하게 ‘적’들과 싸우는 한 영웅의 모습을 그린 액션 영화인가. 분명 이 영화에는 몇 개의 액션 시퀀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 장면들이 멋있다거나 어떤 카타르시스를 관객들에게 전해 줄 만큼의 임팩트를 보여 주고 있지는 않다. ( 그렇다고 해서 또 너무나 사실적인 ‘개싸움’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


그렇다고 ‘왕따’, ‘학교폭력’에 대해 진지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회성 짙은 영화도 아니다. 학교에서의 마지막 결투 장면은 여자친구에게 버림받고 어처구니 없게 학교에 대해 쌍절곤을 휘둘러댔던 ‘말죽거리 잔혹사’의 엔딩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우리 현실의 학교와 고등학생들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믿기는 힘들다.


이도 저도 아닌 영화. 분명 우리 주위에는 감독 자신이 너무 많은 말을 하려고 하다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는 영화들이 있긴 하지만 이 영화는 할 말도 없고 해 줄 말도 없는 어정쩡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쿵푸(功夫)영화, 혹은 성장영화로써의 ‘싸움의 기술’


홍콩 영화에서 하나의 독특한 장르를 이루고 있는 쿵푸영화는 주인공의 무(武)에 대한 ‘성장’이라는 요소가 중요한 틀을 이루고 있다. 약하디 약하던 주인공은 어떤 계기( 대부분은 사부, 혹은 아버지, 어머니 뭐 옆 집 개(-_-;;) 등등 )로 인해 복수의 감정을 품게 되고 (대부분은 술주정뱅이 혹은 거렁뱅이등 숨겨진 은둔고수에게서) 무공을 배워(功夫) 강해져 복수에 성공하게 된다.

( 한 때 명절 때 마다 우리의 안방극장을 충실하게 지켜줬던 ‘성룡표’ 영화들은 대부분 이런 쿵푸영화였다. )


어떻게 보면 ‘싸움의 기술’ 역시 이런 ‘쿵푸 영화의 길’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강해지고 싶었던 병태는 우연히 은둔해 살고 있는 조폭고수( 또 조폭이다. 짜증난다. )를 만나게 되고 무공을 전수받게 된다. ( 영화를 직접 보면 알겠지만, 이 수련 과정은 거의 홍콩 영화 속의 무공 수련 과정을 연상하게 한다. ‘빨래 짜기’ 등 일상 생활 속에서 무공을 수련하는 방법 역시 과거 쿵푸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소재다. )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 하나로 시작한 수련이지만, 병태가 진정한 강호의 고수로 거듭나는 계기는 유일하게 자신을 지켜줬던 친구가 얻어 맞아서 가사 상태에 빠진데 대한 복수심이라는 것도 앞서 말했던 쿵푸 영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감독은 한 사춘기 고등학생의 ‘성장’을 쿵푸 영화라는 장르를 빌려와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인가.


에이, 천만에. 병태가 새끼 조폭이자 학교의 일진이었던 박구(빽구?)와 맞짱을 떠서 이겼다는 것 외에 병태가 배운 것이 있는가?


사실, 굉장히 식상한 설정이긴 해도 감정의 과잉을 넘어서서 감정의 ‘영웅본색’을 보여주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를 통해 병태는 ‘힘’의 무상함과 ‘강한 자’의 비참한 말로를 배웠어야 하는거 아닌가?


오판수를 병태의 ‘진짜 같은 아버지’로 친아버지를 아들의 진짜 마음도 몰라주더니 경찰이면서 백주 대낮에 시민들 앞에서 총이나 함부로 쏴대는 악당으로 표현하면서까지 대체 무엇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거야?


오판수는 칼에 한 방, 총에 한 방, 사이좋게 나눠 맞았으면서도 멀쩡하게 살아서 다시 강호로 돌아가고 분명 병태와 아버지의 관계는 예전보다 더 엉망진창으로 틀어져 버렸을 것이다. 


자, 감독님, 당신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이렇게 외치고 싶었던 것인가요?


“소년들이여, 강해지고 싶다면 (은퇴한) 조폭을 찾아가라, 그들은 생각보다 너무나 멋있다.”

( 마지막 장면의 오판수는 정말 너무나 멋있게 나온다. )


한국영화 속 조폭의 미화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이지만 고등학생이 주인공이고 한 번 뒈지게 웃자고 들어간 이 영화에서 뜬금없이 이런 식의 조폭미화를 만나게 되니 기분마저 나빠졌다.


분명 이 영화에 대한 탁군의 좋지 않은 평가에는 영화를 보기 전에 탁군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95분짜리 조폭고딩 영화에 엄지 손가락 손톱만큼이라도 추켜 올릴 생각은 조금도 없다.


p.s. 1. 원래 18세 관람가를 받았던 이 영화는 몇 몇 장면을 잘라내고 15세 관람가를 받았다. 그런데...그게 어떤 장면인지 너무 티가 난다. 간만에 잘린 영화를 보니 기분 참...

 

2. 이 영화의 편집 과정에 내용(혹은 분위기)마저 원래 감독의 의도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제발, 제발! 진실이었으면 좋겠다.   


(총 0명 참여)
taxas
그리고 영화에는 정답이란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관객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감상이 나오는 것을 두고, 오독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네요.   
2006-01-26 00:52
taxas
벌도 받지 않고 셰인처럼 멋있게 사라집니다. ( 아 밑에 벌이고-->배우고로 오타정정입니다) 이게 제게는 조폭미화로 보였습니다.   
2006-01-26 00:50
taxas
당히 많습니다. ) 조폭이었던 이가 등장한다는 것보다도 저는 조폭에게 고등학생이 싸움을 벌이고 조폭과 싸움을 벌인다는 설정이 싫었던 겁니다. 그러면서도 살인자인 오판수는 어떠한 처   
2006-01-26 00:49
taxas
이미 제가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인정하고 쓴 글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제 선입견을 넘어설 정도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 의외로 그런 영화들 상   
2006-01-26 00:48
justlanded
자기 자신이 영화를 보기전에 코미디 영화를 보겠노라고 작정하고 들어갔는데 아니라서 실망했고 조폭이었던 이가 등장한다하여 영화가 조폭영화라는 식은 영화를 오독하고있다는 것 아닐까요?   
2006-01-24 12:16
hanavi666
영화가 주려는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듯 하네요. -_-; 전 이 영화보고 전혀 조폭미화란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게다가 요즘 공고는 더 심하면 심했지 영화보다 덜 하진 않아요.   
2006-01-23 16:53
blueadver
코메디 영화란 선입견이 크게 작용한 것 같네요. 오판수가 계속 읊고 있는 두려움이란 단어는 심심해서 나온 말이 아니겠죠?   
2006-01-20 00:43
1


싸움의 기술(2006, The Art of Fighting)
제작사 : 코리아 엔터테인먼트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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