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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사랑과 사랑이 만나다 러브레터
smilemen9 2013-11-10 오전 6:42:36 5714   [1]

 

 

 사랑은 수많은 형태를 띠고 있고 그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누구나 그것이 숭고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런 사랑들을 소중히 여기고 간직하려고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는 사랑인 것을 모르고 잊고 있기도 하고, 누군가는 사랑을 의식적으로 잊으려고 하고, 떠나보내려고 한다. 영화 러브레터는 이러한 사랑을 경험한 두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후지이 이츠키(남자)의 사랑의 대상이 되었던 두 여자가 나누는 러브레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남자가 죽을 때에도 연인 관계였고, 아직까지도 그를 잊지 못 하고 자신을 좋아하는 선배의 애정 공세에도 주저하는, 후지이 이츠키(여자)를 똑 닮은(실은 같은 사람인..) 와타나베 히로코가 한 축을 담당한다. 그리고 후지이 이츠키(남자)가 죽었는지도 모른 채, 그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살아가던 후지이 이츠키(여자)가 나머지 한 축을 맡는다. 둘은 우연한 계기로 편지를 주고받게 되고, 그 편지를 주고받는 과정에, 후지이 이츠키끼리 알고보면 알콩달콩했던, 학창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들어가게 되며 내용이 전개된다.

 

  후지이 이츠키(여자)와 와타나베 히로코는 같은 사건에 대한 편지를 주고받고 있지만 그 사건에 대한 감정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츠키는 단순히 동명이인의 남자애와 얽혔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심심풀이 땅콩으로 떠올리고 있는 거라면, 히로코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사무치는 그리움을 갖고, 사랑하는 그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더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다. 짐승같은(!) 선배가 그렇게 달라붙는데도 이츠키를 잊지 못 하고 그의 과거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선배가 대놓고 구애하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이츠키의 과거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리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두 여자의 마음은 점차 바뀌게 된다. 히로코는 결국 선배의 끈질긴 구애와 힐링, 그리고 자신의 노력으로 이츠키와 작별을 하게 된다. 오겡끼데스까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반대로 이츠키는 점차 과거를 떠올리며, 이츠키의 애매했던, 도서 대출 카드에 적어놨던 이름을 통해 표현했던 자기에 대한 관심을 떠올리며 아련한 풋사랑의 감정에 젖게 된다. 그리고 남자의 죽음을 알게 되고, 영화 초반부부터 계속 앓아온, 자꾸 뭔가 나를 찝찝하게 만들었던 감기가 심해져 할아버지의 등에 업혀 같이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병상에서 중얼거린다. 오겡끼데스까라고 말이다. 같은 오겡끼데스까지만 하나는 마음에서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보이고, 다른 하나는 잊고 있던 그가 마음에 가득 차게 되든 것이 드러난다.

 

단순히 여자 이츠키가 남자를 떠올리는 것이 사랑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감정이 아닌, 그저 일반적인 추억을 회상하며 느낄 법한, 그런 감정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사랑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간접적으로 이를 드러냈다. 남자 후지이 이츠키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에 여자의 그림을, 자신의 마음을 담아 그려냈다. 여기서 그 책의 이름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다. 남자가 여자에 대한 마음이 컸지만, 이것을 죽 알지 못 하고 지내다가 다시 이를 알게 되기까지의 시간, 이것이 '잃어버린 시간'이었다면, 그것을 알게 되고, 그것에 대한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찾아서'라고 해석한다면, 이츠키는 분명히 남자의 사랑을 깨닫고,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이고,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어쨌든, 이츠키는 남자를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그런 감정과 그에 대한 사랑을 혼자서 오롯이 간직하고자 결국 마지막 편지를 보내지 못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보고 느꼈지만 참 잘 만든 영화 같다. 참신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수려한 영상, 감성적인 음악과 나까야마 미호의 절제되었지만 섬세한 연기를 통해 풀어나가는 영화는 감동적으로 다가왔고, 이에 더해 몇 가지 장치들이 영화의 품격을 높인 것 같다. 물론 난 전문가가 아닌 양민이기 때문에 심도깊은 분석은 할 수 없지만, 몇 가지 장치들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앞서 언급했던 감기는, 일차적으로는 히로코와 이츠키를 구분짓는 거겠지만, 그 외에 여자 이츠키의 심리를 드러내는 장치였던 거 같다. 감기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여자 이츠키는, 남자 이츠키를 추억하고 소중히 생각하기 전까지는 면역력이 약했던, 감기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를 지닌, 그래서인지 감기에 시달리던 이츠키였던 것이다. 그러나 남자 이츠키가 소중한 추억이 되었을 때, 자신의 대한 마음을 어렴풋이 깨닫고 병실에 누워 혼자 중얼거릴 때의 여자는 감기를 이겨냈다. 중학생 시절의 가장 큰 상처라고 볼 수 있던 아버지의 부재를, 이츠키의 존재로써 이츠키는 심리적 상처에서 벗어나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만 더 언급하자면, 영화 초반부에 두 나까야마 미호가 엇갈리는 장면은 내가 생각하는 영화의 핵심적인 내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거 같다. 같은 남자를 두고 추억하지만, 그 방향은 서로 다른 두 여자를 나타낸 것이다. 그 둘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 했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만나지도 못 한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그 둘은 각자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남자를 추억했지만, 그 방향이 틀렸다고 할 수 없는, 단지 다른 방향이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히로코는 과거의 상처를 잊기 위해 과거를 추억했고, 이츠키는 과거를 추억함으로써 과거의 상처를 잊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정말 사랑이란 감정을 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럽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

 

나까야마 미호도 정말로 이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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