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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애니메이션, 그 흥미진진한 놀이터를 위해! <호튼>을 이끄는 세남자!!
2008년 2월 12일 화요일 | 나하나 기자 이메일


지난 1월 23일 세 명의 애니메이터가 한국을 찾았다. <호튼>의 제작자 크리스 웻지와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 마이크 써미에르, 캐릭터 디자이너 이상준. 남미와 유럽, 아시아 등지를 거쳐 한국 땅을 밟은 탓에 피곤할 법도 한데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어 한 마디에 흥분과 기대로 가득 찬 그들의 눈빛은 반짝였고, 목소리는 높아졌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블루스카이’의 새로운 3D 애니메이션 <호튼>의 줄거리를 듣고 있노라면 전작인 <아이스 에이지>가 떠오른다. <아이스 에이지>의 빙하시대 동물 삼총사가 인간의 아기를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려보내기 위해 위험천만한 모험을 벌인다면, <호튼>의 마음 여린 코끼리 ‘호튼’은 먼지보다 작은 ‘누군가 마을’을 훼방꾼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온 몸을 바친다.

얼핏 줄거리는 비슷할지 몰라도 <아이스 에이지>와 <호튼>의 기술력의 차이는 크다. <아이스 에이지>의 감독이자 <호튼>의 제작자인 크리스 웻지는 “<아이스 에이지>를 만든 6년 전과 비교해볼 때 굉장히 섬세해지고 발전됐다”고 말한다. “늘 지금까지 이루어낸 업적 위에 새로운 기술을 배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분야가 그렇듯 애니메이션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빨라지고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아이스 에이지>와 <호튼>, 두 개의 작품을 함께 놓고 비교해본다면 이미지상의 굉장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극의 후반부에 해당되는 무한대의 분홍빛 클로버(민들레 씨앗) 밭은 이러한 차이를 분명히 드러내는 장면 중 하나. 털 복숭이 모양을 한 클로버가 바람을 따라 이쪽저쪽으로 넘실대는 모습뿐만 아니라 클로버가 공중으로 가볍게 두둥실 떠오르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1개의 작은 클로버 안에 80만개의 털을 입혔고, 심지어 클로버 밭 안에 5억 개의 클로버를 집어넣었다. 이 한 장면을 위해 340여 명의 애니메이터들이 매달렸다고 하니 얼마나 수고스러운 작업일지는 짐작가는 대로다.

또한, <호튼>은 3D 안에 루니툰 만화와 같은 전통적인 2D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가미시켜 생동감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마을’의 시장의 팔이 엿가락처럼 늘어지거나 얼굴이 일그러질 때까지 최대한으로 찌그러지는 등 신체의 극단적인 변형을 통해 캐릭터에 입김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재미까지 선사한다. <호튼>의 수석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 마이크 써미에르는 “작업 초기부터 루니툰 만화 같은 극단적인 포즈와 빠른 반응을 보여주고 싶었다. 컴퓨터로 과장된 표정을 표현해내는 것이 어려워 조각상을 직접 만들어 호튼과 시장 캐릭터를 개발했다”고 말한다.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한 이상준의 가장 큰 고민은 많은 미국인들이 보고 자란 닥터 수스의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새로움을 창조해내는 것이었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도 <호튼>의 캐릭터들을 보고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작과 창조, 이중적인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원작이라는 옛것과 <호튼>의 새것 사이의 균형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창조하는 디자이너와 그 캐릭터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기술자 간의 균형을 이뤄내는 것 역시 이상준 디자이너의 몫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캐릭터 디자인을 상상하는 것과 그것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술적인 측면이 더 어렵다. 디자인을 잘 해내는 것보다 디자이너와 기술자 간의 상호교류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렇게 <호튼>은 크리스 웻지, 마이크 써미에르, 이상준 세 남자를 포함한 블루스카이의 수많은 애니메이터와 스토리팀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미 헤이워드, <로봇>의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스티브 마티노 두 감독의 손에 의해 공들여 제작되고 있으며, 짐 캐리, 스티브 카렐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더빙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또한 한국어 더빙판에는 배우 차태현과 개그맨 유세윤이 합세해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30분 남짓 그들과 수다를 벌이고 나자, “인터뷰 내내 애니메이션에 대한 흥분과 기대감으로 똘똘 뭉친 세 남자의 포스는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 궁금해졌다. “할 수 있는 게 애니메이션 밖에 없다”는 겸손한 대답으로 크리스 웻지가 운을 뗀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 캐릭터들이 너무 많다. 애니메이션 세계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기술도 계속 진화하고 있고,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다음엔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고 기술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도전하는 것도 재미있고, 지루한 날이 하나도 없다”

그의 말에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마이크 써미에르가 한 마디 덧붙인다. “매일 300명의 창의적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상상해봐라. 천재적인 예술작품을 보고 사는 느낌이 든다. 피곤해질 틈이 없다는 거지” 이상준은 또 어떤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원동력”이란다. 이 세 남자, 애니메이터가 안됐으면 어쩔 뻔했나.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그들에게 애니메이션 세상은 두 발이 딛고 서있는 현실이기 이전에 꿈이요, 미래요, 매 순간이 흥미진진한 놀이터다.

2008년 2월 12일 화요일 | 글_나하나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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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ne777
오호~ 재밌겠네요   
2008-02-12 17:35
ffoy
오늘 예고편 봤는데, 픽사무비처럼 확 끌리진 않아도 그래도 재밌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2008-02-12 17:26
hrqueen1
요새 애니, 특히 헐리웃은 애들이 아닌 어른을 위한 영화인 것 같아요. 그게 불만이면 불만이죠.
하지만 중화권 인사들이 활약하는 LA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모습을 접하니 기분을 정말 좋네요!   
2008-02-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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