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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할 세상을 꿈꾸는’ 넷플릭스 <택배기사> 김우빈 배우
2023년 5월 24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지구에서 죄수를 감시하는 외계인 ‘가드’(영화 <외계+인>)로 1인 다역을 소화했던 배우 김우빈이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산소통을 배달하는 택배기사이자 난민을 수호하는 블랙나이트 ‘5-8’로 분해 글로벌 시청자를 찾는다. ‘5-8‘은 ‘모두가 행복할 세상을 꿈꾸는 인물’이라고 소개한 김우빈, 극을 통해 ‘당신은 소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걸 환기했으면 한다고.

어느덧 데뷔 15년 차. 그간 받은 많은 응원과 지지에 감사하고 행복했고, 잠시의 휴지기를 지나며 이러한 마음은 더욱더 커졌다고 털어놓는 김우빈이다. 작지만 소중한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고 감사일기는 쓰고, 어느 때보다 건강한 상태라고 근황을 전한다. 시청자들 역시 건강을 꼭 챙기라고 당부한다.

완성된 <택배기사>를 본 소감은.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내가 출연한 작품은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편이다. (웃음) 항상 아쉬움을 느끼고 다시 한다면 좀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지만, 장면 장면을 보면서 즐겁게 작업했던 순간이 떠오르며 미소가 지어지더라. ‘아 저 때 참 추웠는데’ 하며 새록새록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최대한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이 보고 있고, 또 잘 봤다고 하며 같이 즐겨주는 느낌이라 아주 행복한 마음이다.

영화 <마스터>(2016) 이후 오랜만에 조의석 감독과 다시 만났다. 조 감독은 건강하게 돌아온 당신의 눈빛이 좋아졌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스스로 변화를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니 감사하다. 시나리오를 받고 일단 감독님과 다시 작업한다는 사실에 기뻤고,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좋았다. 스스로 느끼는 변화는 글쎄, 잘 모르겠다. 다만 스탭도 같이한 배우진도 예전보다 동생(후배)들이 많아졌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더라. 어릴 때부터 형들에게 앵기고 치대고(?) 이런 걸 좋아해서 그런지 솔직히 선배들과 작업하는 게 좀 더 편한 부분이 있다. 이번엔 후배님들이 많으니, 뭔가 챙기고 잘 행동해야 할 것 같아 약간 부담됐던 게 사실이다. 덕분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사막화된 한반도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산소통 등 생필품을 배달하는 택배기사라는 세계관이 참신하다. 어떤 면에 끌렸나.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던 시기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어쩌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에 더욱더 흥미롭게 다가오더라. 세계관도 그렇고 각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라 이들에 대해 궁금했고,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

원작은 봤나. ‘5-8’을 연기하면서 레퍼런스가 있다면.

웹툰이 원작이라고 해서 찾아봤는데 과연 재미있고 왜 유명한지 알겠더라. 감독님이 새롭게 각색해서 전혀 다른 색의 인물로 재탄생했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집중해서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다만 원작의 팬이 많으니 외형적인 느낌은 비슷하게 가져갔으면 했다.

‘5-8’이라는 캐릭터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짚는다면.

‘5-8’은 난민이라는 이유 하나로 외면당하고 고통받는 현실에 의문을 품고, 모두가 행복할 세상을 꿈꾸는 인물이다. 나 역시 비슷하게 생각한다. 모두 같은 조건에서 살 수는 없겠지만,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고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택배기사>를 보고 당신은 소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걸,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걸 느꼈으면 한다. (아마도) 감독님도 이러한 마음으로 만드셨을 거다.

연기하며 둔 주안점은.

그는 난민의 아픔과 고통을 잘 알기에 모두가 잘 살 방법을 생각하고 이를 위해 움직이는 인물이다. 연기하는 내내 그가 움직이는 이유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촬영하며 그의 마음을 늘 가슴 속에 담아두려고 노력했고, 이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했다.

‘5-8’의 전사에 대해 생각해 봤나.

그럼! 좀 긴데 살짝 간추리면, 난민 부모 아래 태어났고 그의 부모는 아마도 식량 같은 생필품을 구하려다 돌아가셨을 거다. ‘김정도’라고 불리지만, 부모한테 한 번도 호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이름을 낯설고 싫어한다. 어려서부터 스스로를 지키며 혼자 살아남아야 했지만, 다행히 부모님의 밝은 성격을 물려받았는지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낸다. 그러다가 방금 전까지 동료였던 사람이 식량 앞에서 적이 되어버리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안타까워한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점점 더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된 거지. 택배기사가 된 건 거창한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좀 더 여러 사람에게 생필품을 나눠줄 수 있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을 거다. 이후에는 헌터가 된 난민을 보며 한계와 혼란을 느끼고, 헌터에게 폭력과 무력으로 갈취하지 않는다면 물자를 공평하게 나눠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5-8’은 시종일관 여유로워 보이는데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 있어 차별화한 부분은.

액션에 있어서는 확실히 차별화를 뒀다. 과거는 표정이 다양하고 호흡도 거친 좀 더 날 것의 느낌을 살렸다. 이때 세상과 난민 학살을 벌이는 이들을 향한 분노를 담아서 움직였다면, 현재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다듬어지고 절제된 늘 있는 일이라 크게 동요하지 않는 느낌으로 갔다. 극 중에서 ‘5-8’을 주인공으로 한 게임과 책이 나올 정도로 세계관 속에서 유명한 캐릭터라 이에 걸맞은 정돈되고 절제된 면을 보이고자 했다.

뿌연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사막을 뚫고 나가는 거대한 트럭의 뒷모습이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액션과 카체이싱 등 준비할 부분이 많았겠다.

액션의 경우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더욱더 잘 나온다. 이런 마음으로 계속 연습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무술팀의 지도에 따라 연습하고 맞춰보고 다시 연습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내 액션만큼 상대의 리액션이 중요한 데 너무 잘 받아 주셨다. <마스터> 때 함께한 팀이라 그런지 합이 잘 맞았다. 트럭 운전은 도저히 내가 할 규모가 아니라 항상 기사님이 도와주셨다. 다른 자동차보다 내부 공간이 넓어서 촬영하기 수월했고, 그 공간을 미술팀이 완전히 개조해서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려줬다.

산소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는데 촬영하며 힘들지 않던가.

우리가 쓴 마스크는 기능은 전혀 없는, 모양만 마스크라 (웃음) 먼지가 많은 날에는 그 안에 황사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촬영해야 했었다. 추운 날에는 습기가 차서, 액션씬을 하거나 긴 대사를 치면 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이 방해라기보다 오히려 인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었다. 덕분에 더욱 몰입했던 것 같다.

‘5-8’이 핀 담배 연기가 모두 CG라고 해서 놀랐다. 그래픽과 특수효과가 유독 많은 작품인데 새롭거나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지.

<택배기사> 이전에 영화 <외계+인>을 13개월 정도 촬영했었다. 그때 하늘을 날아다니고 빔을 쏘는 등 온갖 걸 다해서, 블루스크린 앞에서의 연기가 어느 정도 자신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더라. 담배는 그 연기가 워낙 진짜처럼 실감나게 나와서 시청자가 걱정할 것 같았다. 감독님이 처음에 (내) 건강을 배려해서 담배 피는 장면을 빼자고 하셨는데, 캐릭터와 배경과 너무 잘 어울려서 CG로 표현할 수 있으면 하고 싶다고 다시 제안드렸다. CG팀 말로는 없는 걸 만드는 편이 오히려 쉽다고 해서, 연기를 내뿜고 재가 떨어지는 타이밍 등을 계산해서 연기했다.

이솜, 강유석 그리고 송승헌 배우까지 제작발표회 때 보니 팀웍이 좋아 보이더라. 현장에서는 어땠나.

그때도 말했지만, 승헌 형님은 분위기를 워낙 재미있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분이다. 어릴 때 TV에서 봤던 모습이랑 똑같아서 만날 때마다 뭘 드시는지,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그 관리 비결 등 사적인 대화를 많이 했다. 이솜 씨와는 데뷔작인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2011) 때 같이 한 후 오랜만에 함께했는데 ‘그간 잘 살았구나’ 싶었고, 다시 만난 자체로 행복했다. 아마 솜 씨도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한다. 유석 씨는 보자마자 ‘사월이네’ 했다. 눈에서 나오는 특유의 에너지와 장난기, 애교 등이 캐릭터 그 자체라 정말 캐스팅을 잘했다 싶었다. 다만 세트가 여러 곳이라 전국을 왔다 갔다 해야 했고, 나는 주로 블랙나이트와 함께한 장면이 많아서 세 분과 같이 길게 촬영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단역 배우들까지 소환해서 한 명 한 명 소개한 모습이 화제다.

함께한 분들이 너무 좋은 배우들이라 좀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두시면 좋겠다 싶어 공유드렸다.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항상 밝고 긍정적인 것 같다. 일하다 보면 짜증나고 화날 때도 있을 텐데… (웃음)

있지! 흰옷 입었는데 커피 튈 때? (웃음) 당연히 화나고 짜증날 때도 많은데 예전과 다른 건 내 상태를 빨리 알아차린다는 점이다. 좀 더 빨리 캐치하면 짜증과 화가 줄어든다.

지난해 개봉한 <외계+인>에 이어 이번 <택배기사>, 최근에는 여러 예능에 출연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컨디션은 괜찮나.

잘 먹고 잘 자고 있다. 바쁘다는 건 그만큼 찾아주는 분이 많은 거라 감사한 일이다. 아프기 전, 어느 순간 힘들다고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일을 처음 시작하면서 누군가가 나를 찾아 주길 그토록 바랐는데 말이지. 그렇게 원했던 일을 하면서 (약간) 찡찡대고 있는 스스로에 놀란 이후로 더욱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데뷔한 지 어느덧 15년 차다. 그간의 시간을 돌아본다면.

시간이 훌쩍 흘렀고 그 시간만큼 여러 사람과 만났다. 응원과 지지를 많이 받아 행복하고 감사했다. 잠깐의 휴지기를 지나며 감사한 마음은 더욱더 커졌다. 많은 분이 (내) 건강을 걱정해 주시니 지금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말씀드려야겠다.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졌다는 소견을 받았고, 모든 검사 결과 역시 정상이다. 여러분들도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꼭 건강 검진을 챙기시기를 당부드린다.

유튜브 채널 ‘픽시드’에 출연해서 화제가 됐는데, 경험한 소감은.

재밌더라. 픽시드는 규모가 큰 채널이라 그간 찍은 예능 촬영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예전에는 TV나 영화를 통해 시청자와 교류했다면 이제는 유튜브라는 상대적으로 짧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채널로 소통한다는 게 신선하고 즐거웠다.

토크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감사일기를 언급했는데, 어제 감사일기는 뭔가. 궁금하다. (웃음)

‘유퀴즈’는 앞에 바로 카메라가 있는 데다 재석&세호 형이라는 진행자가 바로 옆에 있어서 부담되고 긴장되더라. 이전에 찍은 예능 ‘어쩌다 사장’은 카메라가 150여대 정도 동원돼도 실제로 눈에 보이는 건 그렇게 많지 않아 중간중간 촬영하고 있다는 걸 잊어버릴 정도인데 말이지. 어제의 감사일기는…숙면, 맑은 날씨, 마음 불편함이 없던 하루, 적당한 운동, 편한 휴식 이렇게 다섯 개를 적었다.

마지막 질문이다. 김우빈을 행복하게 하는 건 뭘까.

너무 많지! 요즘에는 작지만, 소중한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부모님이 언제나 내 곁에 계실 것 같은 마음에 그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을 못 느끼는 순간도 있는 것 같아 더욱더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 한다. 식사를 세 끼 먹는 것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날씨가 청명한 것도 행복하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이렇게 해가 쨍쨍하면 기분이 좋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3년 5월 24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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