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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응원에 행복, 살아 있다고 느껴 <드림> 아이유 배우
2023년 5월 4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배우 아이유가 칸국제영화제 초청작 <브로커>에 이어 이병헌 감독의 신작 <드림>으로 관객에게 인사한다. <드림>은 시기상 <브로커>보다 먼저 촬영한 작품으로 아이유의 첫 상업 영화라 할 수 있다. 열정리스 다큐멘터리 PD ‘소민’으로 분한 그는 ‘사연 없는 캐릭터’라 좋았고, 한때는 열정이 충만했던 인물일 거라고 ‘소민’을 소개한다. 가수로 배우로 끊임없이 전진할 원동력으로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꼽는 아이유다.

# 이병헌 사단 합류!

이병헌 감독은 당신과 박서준 배우 덕분에 <드림>이 탄생했을 정도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한 바 있다. <드림>의 어떤 면에 끌렸나.
처음 제안을 받은 게 벌써 4년 전이다. 그즈음 어둡고 사연이 많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서 밝고 사연 없는 캐릭터에 갈증이 있던 참이었다. 그러니 ‘소민’에 눈길이 갈 수밖에…(웃음) 후르륵 빨리 읽히는 시나리오라 좋았는 데다 글 자체에 소민이 어떤 인물인지 너무 잘 표현돼 있더라. 또한 영화의 주제와 의도에 공감한 부분이 컸고, 첫 장편 영화라 여러 선배와 함께하며 호흡할 멀티캐스팅이라는 점도 좋았다.

홈리스 월드컵에 관해 원래 알고 있었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데 사전 정보는 어느 정도였나.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간 몰랐던 세계에 대해 스스로가 얼마나 무지한지 깨달았다. 시나리오 맨 마지막 장에 실제 감독님과 선수단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이 사진이 전한 울림이 컸다. 실화라는 걸 잊고 읽다가 그 사진을 보고서야 ‘어딘가에 있었던 일이자, 그들이 나눈 희망’이라는 걸 상기했고 이 점에 강하게 끌렸었다.

개인적인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지. 또 이병헌 감독과 함께한 현장은 어땠나.
언론 시사하면서 처음 봤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이후 서준 씨와 여러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를 만족해하시더라. 각자 좋았던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독려하는 분위기였다. 오랫동안 촬영했고, 첫 장편이라 기대되고 설렌다. 사실 ‘이병헌 사단’이라고 할 정도로 호흡을 여러 번 맞춰 온 선배님들이 다수라 혹시 나만 혼자 못 따라가지 않을지 긴장했었다. 마치 톱니가 맞물리듯이 합이 너무 좋아서 처음에는 나만 못 따라간다는 자책감도 있었는데 워낙 다들 배려하고 편하게 해줘서 금방 적응했다. 준비한 연기에 너무 매여 있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달은 현장이었다. 즉석에서 바로바로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선배들이 부럽더라.

초반에 서준 배우와의 ‘말 맛’ 살아 있는 티키타카로 주의를 확 끌어올린다. 눈빛과 대사 호흡만으로 웃음을 길어 올려야 하는 장면이라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
서준 씨와 처음으로 작업하는 거라 기대가 있었는데 과연 그랬다. 서로 사담을 나누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좀 긴장한 채 들어갔었다. 한데 이러한 긴장감과 텐션이 극 중 캐릭터 간의 관계를 그리는 데 있어 보다 더 도움이 된 것 같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대사 톤이 있는데 입에 잘 맞던가.
감독님이 원하는 소민의 목소리와 톤, 표정이 확실하게 있어서 이에 따랐다. 감독님 자체가 레퍼런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많이 도움받았다. 빠른 호흡은 혼자서 여러 번 연습해 갔고, 현장에서 이런저런 시도 끝에 오케이 받았다. 감독님 대사 특유의 맛을 좋아하는 편이다.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재미있게 봤고, 특히 <극한 직업>은 TV에서 방송 중일 때마다 또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특히 기억나는 감독의 디렉팅이 있다면.
극 중 ‘소민’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다. 소민이 어떤 캐릭터인지 드러나는 장면이고 대사도 많았는데 감독님이 리딩 때보다 2배 정도 대사를 빠르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소민이 말하는 도중 잔동작이 많았으면 했다. 혼자 끊이지 않고 얘기하며 앞에 있는 ‘홍대’는 개의치 않는 듯 자잘한 동작을 하도록 말이다. 또 홍대와 말싸움하는 장면을 찍을 때도 기억난다. 너무 더워서 다들 지친 상태였는데, 내가 더위에 약하기도 하다. 더위로 몽롱한 정신 탓인지 감독님이 원하는 ‘상기된 볼, 초점 없는 눈, 입만 웃고 있는 표정’이 저절로 되더라. (웃음)

서준 배우는 당신이 ‘너무 큰 사람’이라 동생이라는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고. (웃음) 카메라 밖에서는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다. 서준 씨는 촬영 분량이 많은 데다 쉬는 시간은 운동 등을 하느라 워낙 짬이 없었다. 게다가 조금 친해질 만하면 코로나로 촬영이 중단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개인적으로 막 친해졌다고 하기는 좀… (웃음) 그렇지만 촬영하며 (서준 씨에게) 여러 번 놀랐고 감탄했었다. 배울 점이 아주 많았고, 같이 시너지를 낸 장면이 많아서 정말 고맙다.

# 아직은 신인 배우!

그간 주로 사연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또 <드림>에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딱히 이유가 있는 거 아니고 그때그때 마음이 끌린 캐릭터를 택했던 것 같다. 내 마음의 상태가 반영된 선택이라고 할까. 이번 ‘소민’을 통해 밝은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고, 그래서인지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도 밝고 입체적인 캐릭터다. 요즘에는 이렇게 많이 웃고 솔직하게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에 끌린다. 모처럼 ‘소민’ 같은 일상적인 캐릭터로 관객(시청자)과 만나게 됐으니, 앞으로 이런 캐릭터에 좀 더 자신감과 관심을 두고 살펴보려 한다. 관객 역시 그렇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살짝 갖고 있다.

<브로커>와 <드림> 모두 긍정적인 파장을 지닌 작품이다. 작품 선택 시 주제의식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편인가.
워낙 글을 읽고 영상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주제의식에 매력을 느낀다. 캐릭터 자체도 중요하지만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에 크게 이끌리는 편이고, 홈리스 월드컵을 소재로 한 <드림> 역시 이러한 부분이 좋았다.

음악과 연기 양쪽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데 동력은 뭘까. 또 영화 작업만의 감흥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일이 너무 즐겁고 좋아서 우직하게 달려갈 수 있는 것 같다. 나름의 작은 실망과 좌절은 늘 있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냈을 때 팬분들의 반응이나 응원이 너무 달콤하고, (내게) 큰 행복감을 준다. 살아있다는 느낌, 이게 가장 큰 동력이다. 아직 영화 작업은 많지 않아서 영화라는 매체의 특징인지 혹은 내가 참여한 작품의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긴 호흡으로 작업한다는 점이 참 좋다. 한 씬 한 씬 고민하고, 동료와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하게 시도하는 등 정교하게 작업한다는 이유만으로도 크게 소속감이 느껴지더라.

배우로서 목표나 기대치가 있다면.
참 운이 좋게 좋은 작품을 만났고, 그 과정에서 배운 점도 많기 때문에 한 편 한 편 의미 있고 값진 시간이었다. 목표나 기대라고 한다면 점점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큰 목표나 계획을 미리 세우기보다 하루하루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게 책임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연기에 임하다 보면 언젠가는 잘 걸어왔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극장가의 상황이 좋지 않은 와중에 특히 한국 영화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흥행 부담은 없나.
영화 필드에서는 그야말로 신인인 입장이라 흥행에 큰 부담을 느끼는 건 한편으로는 너무 앞서간다는 생각이다. 당연히 잘되기를 바라지만, 일단 지금 주어졌고, 할 수 있는 일인 ‘홍보’에 매진하려 한다.

# 아이유 VS 소민, 다른 듯 닮은

‘열정리스 PD’ 소민의 ‘열정 없음’에 공감되든가. 누구보다 열정적인 행보인데. (웃음)
‘열정리스’라고 소개하지만, 사실은 매우 열정적인 인물로 생각하고 접근했다. 열정적으로 도전했다가 외면받은 기억으로 인해 열정이 고갈된 건 아닌지, 뭐 이런 전사를 생각했었다. 홍대와 선수단을 만나면서 바닥난 열정이 되살아나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나와 비슷해서 기본적으로 공감대가 컸다. 마음속에 불꽃이 있고, 욱하는 순간도 있고, 프로젝트를 위해 열정을 쏟는 점 등이 닮았다. 물론 소울리스 소민처럼 적당히 적당히 일하며 넘어가지는 않지만 말이다.

열정이 고갈되는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는지.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빨리 (그 감정에서) 나가려고 노력하는 습관이 배어 있다. 덕분에 작은 슬럼프나 번아웃이 오래 머물러 있는 편은 아니다. 번아웃이 올 것 같으면 예전에 쓴 글이나 메모를 본다. 좋은 기분이든 우울한 기분이든 그 감정에 오래 머물기보다 원래의 정서나 상태로 그러니까 디폴트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강한 편이다.

지난해 솔로 여가수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 콘서트를 성료했다. 감회가 남다르겠다. 또 30대에 진입하며 향후 세운 계획이 있다면.
주경기장 콘서트는 (개인적으로)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고 남을 황홀한 기억이다. 부모님도 지금까지도 이야기할 정도로 큰 기억이고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팬들과 깊은 유대감을 다져온 덕분에 가능했다. 30대에 들어서 20대 같은 열정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작은 걱정은 있지만, 팬들의 기대가 버겁지는 않다. 20대 마지막 앨범 ‘라일락’을 내면서 이제는 너무 촘촘히, 스스로를 괴롭힐 정도의 계획은 세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이렇게 마음먹은 후 아주 좋은 상황과 흐름을 만나고 있는 것 같아서 (아까 말했듯이) 큰 계획이나 목표 없이 흐름에 맡겨보려 한다.

<드림>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또 관람 포인트를 꼽는다면.
관람 포인트는 무엇보다 선수단 개개인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선수 한 명 한 명, 제각기 다른 서사와 매력으로 관객을 이끌지 않을까 한다. 촬영하며 느꼈던 많은 분의 열정과 진심이 스크린에 잘 녹아들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부분이 관객에게 울림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지금 혹시 뒤처졌거나 혹은 뒤처질까 걱정한다면, 앞서거나 뒤선다는 속도감은 순전히 개인의 느낌일 뿐이다. 오직 사람만이 시계를 본다고 하지 않나. 스스로 정한 기준이 너무 높지 않은지, 너무 박하게 평가하고 있지 않은지, <드림>을 보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느낀다면 제일 기쁠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드림>이 관객에게 위로를 드리듯이 당신은 무엇에서 위로를 얻나.
요즘에는 하루하루의 성취감이다. 촬영 중이고 영화 홍보로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하루 스케줄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예정한 시간 잠자리에 들 때 성취감을 느낀다.


사진제공. EDAM 엔터테인먼트

2023년 5월 4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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