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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코미디가 고프다” 디즈니+ <카지노> 최민식 배우
2023년 4월 5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소문 좀 내주라” 장르가 최민식이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닐 정도로 <카지노>라는 시리즈를 들었다 놨다 한 배우 최민식. 그에게 지금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멜로’ 혹은 ‘코미디’를 하고 싶다며 소문 좀 내 달라고 너스레를 떤다. 이번에 함께 작업한 동갑내기 배우 이혜영에게 로맨스 한 번 같이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그간 선이 굵고 거친, 센 캐릭터를 줄곧 맡아와서 그렇지 그는 한때 <파이란>(2001)으로 영화 애호가들의 눈물을 펑펑 터뜨린 장본인이다. 멜로이든 코미디이든 장르를 불문하고 마음먹고 뛰어들면 소화하지 못할 캐릭터가 있을까! 장재현 감독과 작업한 영화 <파묘>의 촬영을 얼마 전에 끝냈다는 최민식, 이번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마무리하고 당분간은 ‘백수’ 모드라며 개구쟁이처럼 신나 한다.

(* 해당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차무식=최민식

‘차무식’ 그 자체라는 평가인데 이 캐릭터가 그간의 필모에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글쎄, 매번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연애하는 기분으로 한다. 재작년 겨울부터 작년 초가을까지 연애 한 번 징글징글하면서도 진하게 한 것 같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작품의 호불호와 흥행 여부를 떠나서 애정이 크다. 단 자식도 좀 더 잘 키웠더라면 하고 후회감이 이는 것처럼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은 항상 남는다.

무식은 나쁜 놈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무식을 보는 맛에 계속 본다는 애청자도 많을 정도였는데 어떻게 접근했나.
마냥 나쁘기만 한 단선적인 캐릭터였으면 안 했을 것 같다. 사람이 백 프로 좋고 나쁜 놈이 어디 있나. 무식은 어떤 상징화된 악당이 아닌, 그냥 평범한 놈이다. ‘카지노’라는 특수한 세계에 속해 온갖 좌충우돌과 우여곡절을 겪지만, 빈틈도 있고 정도 있다. 다만 자기의 이권이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무자비하다. 이런 면에서 차무식이라는 캐릭터가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나 싶다. 어떤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연히 흙탕물에 발 담근 한 인간의 발자취라고 생각했다. 무식이 자기편을 챙기는 것도 그가 유별나서가 아니라 권력을 지닌 사람의 특성이 아닌가 한다.

전직 공작원 출신인데 너무 평범한 아버지 같은 풍채라는 지적도 있는데… 친근감마저 느껴진다고. (웃음)
말했듯 그는 평범한 남자다! (웃음) 전직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해서 꼭 관리된 모습이지는 않다. 예전에 월남전 고엽제 피해 시위하던 분들 가까이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HID 출신이지만 그분들 역시 배도 나오고 푸짐한 풍채였다.

디에이징 기술로 한층 젊어졌는데 기술력의 힘을 실감했나.
과학 기술의 힘을 믿었는데… 다시는 안 하련다. 30대 무식을 (청년 무식을 연기한) 규형에게 토스할까 하다가 강윤성 감독이 ‘형이 해야 한다’고 해서 ‘에라 모르겠다, 빨리 넘어가라’는 마음으로 했다. 사실 사람이란 게 외형적으로 보면 10~20년 차이가 크지만, 그 속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나만 해도 몇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거든. 그래서 외형보다는 감정이나 정서 그리고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했다.

충격 결말!

결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시청자가 많은데 견해는.
결말 자체는 아쉬움이 없다. 알아챘는지 모르겠지만,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라는 대사가 처음이랑 끝에 반복해서 나오는데 이 부분이 참 좋았다. 강 감독이 이 대사를 말할 때 처음에는 뜬금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지. 그래서 무식이 마지막 화에서 ‘정팔’(이동휘)을 위해 마지막 만찬을 차릴 때 미술팀에 부탁해서 시든 꽃을 한 송이 구해달라고 했다. 무슨 연인이 찾아오는 것도 아닌데 꽃장식까지, 그것도 시든 꽃! 꽃잎이 떨어지듯이 느닷없이 그것도 가장 아끼는 후배 손에 죽는다는 점이 욕망에 미쳐 날뛴 자의 최후로 어울리지 않나.

무식은 왜 정팔에게만 무르고 약할까, 캐릭터 붕괴가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무식은 평소에는 의리 있고 자기 식구를 아끼지만, 이용가치가 없으면 가차없고 비정해지기도 한다. 여기서 예외적인 인물이 바로 정팔이다. 강 감독에게 ‘왜 쟤만 저렇게 예뻐하냐’고 물었더니 ‘글쎄 왜 그럴까요’하고 오히려 반문하더라. 그래서 내가 찾은 답은 무식이라는 인간의 ‘빈틈’이라는 거였다. ‘저 딱한 녀석 나라도 챙겨야지’ 하는 측은지심이 발동했을 수도 있고, 데리고 있으면서 인간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과 더불어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이랄까. 본능적인 챙김이라고 할지, 극단적으로 표현해 강아지 (feat 동휘야 미안!)에 대입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말은 잘 안 듣지만, 이상하게 이유없이 사랑스러운!

파트2에서 ‘승훈’(손석구)과 무식의 불꽃 대결을 기대한 시청자도 많은데 좀 약한 인상이다.
대체로 이런 장르에서 강한 대결 구도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번에 석구에게 감탄했다. 시나리오상에서는 승훈이 어떤 경찰인지 잘 느껴지지 않았는데 석구가 잘 구축했다. 현장은 처음인 형사가 어쩌다가 사건을 접하면서 서서히 그 본능을 깨우는 캐릭터인데 이를 잘 캐치해서 빌드업했고, 마지막 경찰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파트너인 마크와의 갈등과 화해까지 촘촘하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최민식 선배와 함께라면!

연출을 맡은 강윤성 감독은 현장에서 상당 부분을 열어 놓았다던데 과연 그런가.
연출의 큰 그림, 다시 말해 설계를 배우가 변경할 수는 없다. 비유하자면 배우는 인테리어 업자라 하겠다. 무슨 색으로 칠할지, 주방을 어떻게 개조할지 등을 고민해서 잘 팔리게끔 꾸미는 역할까지다. 많은 부분을 열어줬지만, 아마도 본인이 그린 그림 안에서 벗어났다면 아무리 강 감독이라도 동의하지 않았을걸!

무려 170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방대한 서사의 한가운데 ‘무식’이 있다. 가장 몰입한 순간 혹은 가장 몰입한 상대역을 꼽는다면.
‘고 회장’ 역의 (이)혜영 씨다. 그와는 1993년 연극 <햄릿>에서 함께 공연하고 20년 만에 만났다. 필리핀에 왔길래 ‘오랜만입니다, 한동네에 있으니 이렇게 만나네요’ 하고 인사하는데 반갑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더라. 알다시피 얼마나 매력적인가! TV로 봐도 그렇지만 연극할 때 보면 정말 쓰러진다. (웃음)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보길! 고 회장을 연기하는 걸 보면서 심지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얼마 전에 진행한 마지막 화 특별 상영회를 끝내고 같이 소주 한 잔 마시면서 다음에는 로맨스를 하자고 했더니 빈말하지 말라며 웃더라.

많은 출연자 중 상당수가 ‘최민식 선배와 함께라’를 출연 이유로 꼽았다. 현장에서도 솔선수범했다고.
말이 그렇지! 후배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서 웃으며 지냈다. 외국인 데다 현지가 너무 더웠고, 코로나 후유증으로 고생했지만, 그렇다고 인상 쓰고 있으면 큰일 난다. 스트레스를 외부로 표시하는 순간 얻는 건 하나도 없고 감정의 낭비이자 소모로 이어진다. 그 많은 사람들이 타지에서 작업하는데 허투루 할 수 없다. 이번에 함께 한 후배들은 모두 팀플레이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확실히 인지한 친구들이라 과연 프로답더라. 나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각자가 힘듦 건 누르고 재미있고 즐겁게 하자고, 인상 쓰지 말고 노는 것처럼 하자고 뜻을 모았었다. 휴식 시간에 술이라도 한잔하나 싶어 보면 삼삼오오 모여 대본을 놓고 서로 격의 없이 얘기하고 있더라. 한편에서는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시선도 있지만, 모두가 그 행간을 메우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 현장이었다.

이번 기회에 눈여겨본 후배가 있다면.
‘존’을 연기한 김민 배우다. 처음엔 외국인인 줄 알고 ‘한국 사람 맞냐고’ 물어봤는데 진짜 한국인이라고 하더라. 이 친구가 생김새는 터프한데 마음은 아주 순수하고 여리다. 음악하는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는 등 외국 생활을 많이 했더라. 영어도 많이 가르쳐 줬다.

멜로 혹은 코미디를 욕망!

OTT 시리즈는 처음이라 영화가 개봉할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일 것 같다.
영화는 예매 사이트에 가면 흥행 여부를 다 알 수 있는데 OTT는 대중이나 미디어의 반응을 잘 알 수 없고, 본사(디즈니+)에서도 영업비밀이라고 가르쳐 주지 않아서 궁금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편한 면도 있다. 사실 영화의 경우 흥행 스코어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예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숫자에 자꾸 몰입하며 병이 생기고 사람이 피폐해진다. (웃음) 이미 만들어서 공개했는데 어쩌겠나. 물론 다음에는 어떤 점을 개선할지, 어느 부분이 덜그럭거리는지 등 아쉬운 부분이나 잘된 부분을 복기하며 다음 작품을 위한 자기반성의 시간은 필요하다. 나 역시 <카지노>를 1화부터 천천히 다시 보려고 한다. 결과야 어찌됐든 모처럼 긴 호흡이라 동휘, 석구 등과 함께 처음엔 고시 공부처럼 달려들 만큼 과정이 참 좋았던 작품이다.

촬영하며 카지노를 좀 경험해 봤나. (웃음)
카지노 안에서 촬영도 했고 또 그 안에서만 흡연할 수 있어서 오래 머물기는 했는데 한국 사람이 너무 많더라. 재미 삼아 한 번 (슬롯머신을) 당겨 볼까 하다가도 괜히 사진이라도 찍히면 ‘배우 최민식, 필리핀에서 도박?’ 이런 기사가 뜰 것 같아서… 그냥 담배 피우는 것에만 집중했다.

가벼운 질문이다. 최민식과 차무식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욕망이 들끓는 건 비슷한데 무식만큼 용의주도하지 않아서… 닮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

무엇을 향한 욕망이었을까?
작품을 향한 욕심이다. 지금 와서 어디에 이력서 낼 것도 아니고 기대고 살 게 연기밖에 없으니. (웃음) 좋은 작품,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 싶은 바람이 더욱더 심화되는 듯하다. 자극적이고 센 캐릭터가 아닌 로맨스 혹은 힐링되는 가족, 형제, 친구 이야기 등 강요하지 않으면서 어딘가 따뜻하고 작위적이지 않은 서사를 하고 싶다. 요즘 한국영화가 위축됐지만, 좋은 영화를 걸면 다시 또 관객이 찾아줄 거로 믿는다.

지금은 어떤 작품에 욕망하는지.
멜로 혹은 코미디를 하고 싶다. 소문 좀 내주라. 뭔가 각이 진 듯한 배우(최민식)가 코미디하면 의외로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 셜리 맥클레인과 잭 니콜슨이 주연한 <애정의 조건>(1984)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영화 한 편하고 싶다. 이혜영 씨에게도 제안했다! 하하하

차기작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달라.
얼마 전 영화 <파묘>(장재현 연출) 촬영을 끝냈다. <카지노>에 이어 <파묘>까지 했더니 죽겠더라. 마지막 촬영에서 넘어져 갈비뼈에 금이 간 것도 있고 이제 잠깐 쉬려고 한다. OTT 시리즈를 해보니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할 수 있어 좋고, 영화는 짧아도 밀도가 높아서 좋고 둘 다 장단점이 있어서 열어 놓고 생각하려고 한다. 다음 작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어 현재는 백수다. (웃음) 오늘, 이 인터뷰가 끝나면 <카지노> 스케줄은 클리어! 완전히 해방되는 셈이다. 뭐 쉰다고 해서 특별한 걸 하기보다 사람들 만나서 수다 떨고 하겠지만, 그래도 신난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3년 4월 5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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