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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보면 오마이갓!” 디즈니+ <커넥트> 미이케 다카시 감독
2022년 12월 16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2000년 당시 수입 추천 불가 판정으로 국내 개봉이 무산된 영화 <오디션>(1999)부터 2020년 개봉한 <퍼스트 러브>(2019)까지 ‘다작+폭력+잔인+스타일리시’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한국 시리즈의 첫 외국인 연출자로 전 세계 시청자를 찾는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는 동명의 웹툰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죽지 않는 신체를 가진 남자가 그의 눈을 이식받은 연쇄살인마를 쫓는 불사의 추격기다. 각본까지 겸한 감독은 노래를 매개로 한 연결과 사체아트 그리고 충격적인 비주얼의 촉수를 이용한 신체의 회복 등과 같은 설정을 더했다. 원작의 캐릭터와 세계관에서 새로움을 끄집어냈다. 내한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을 만났다. 원작자는 첫 번째 관객이며 스타일이란 보는 사람이 평가하는 것이라는 감독.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의외로 좋은 사람으로 결코 폭력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답하며 웃는다. 유난히 예쁜 눈을 지닌 그의 말을 들어본다.

한국 시리즈를 외국 감독이 연출한 첫 사례다. 작품을 기획한 스튜디오드래곤과의 인연 등 작품이 메이드 된 과정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커넥트> 이전에 스튜디오드래곤과의 인연이나 교류는 전혀 없었고,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 아마 내부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간 후 가능성을 타진하려고 연락한 게 아닐까 한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사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조율과 협의 과정을 거쳤을 텐데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빠르고 원활하게 진척됐다. 대부분의 업무를 온라인 미팅을 통해 진행해서다.

캐스팅도 온라인을 통해 결정한 건가. 한국에서 촬영은 얼마간 진행했나.
코로나로 인해 비자 유효 기간이 확 줄어든 시기가 있다. (한국에) 3개월 이상 체류하려면 일본에 돌아갔다가 재발급을 받아서 나와야 하는데 이때 소요되는 기간만 2개월이었다. 결국 3개월 안에 한국 촬영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래서 말했듯이 오디션과 로케이션을 포함한 대부분을 화상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내부적으로도 이렇듯 원격으로 모든 걸 준비한다는 게 가능할지 회의론이 제기되고 기다리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스튜디오드래곤 측이 진행하자고, 최상의 스탭진을 꾸려보겠다며 확신을 줬다. 주 3회 하루 여덟 시간 이상 화상회의를 통해 세세한 부분을 결정해 나갔고, 나는 이 기간에 콘티작업을 했다. 각본이 나오고 장소 등의 촬영 환경이 모두 세팅된 후 한국에 들어와서 바로 촬영을 시작했다. 3개월 안에 끝내야 해서 허비할 시간이 없었다.

한국은 자주 방문하는 편인가. 이번에 한국에서 촬영하면서 작업 환경이라든지 특이점이 있다면.
<커넥트> 전에 몇 번인가 방문했었다. 한국을 무대로 해서 미국의 자본으로 작품을 하자는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어서 장소를 헌팅하기 위해서였다. 헌팅만 하고 무산됐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 온 적도 있다. 한국과는 뭐 이 정도 인연이다. 촬영하면서는 추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본도 춥지만, 한국이 더 춥더라. 촬영 중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질 때도 자주 있었다. 이 정도면 일본에서는 촬영을 중지하는데? 하며 놀랐었다. 아, 그리고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이 우리 카메라 감독과 친해서 촬영장에 놀러 왔었다.

<커넥트>는 죽지 않는 신체를 지닌 ‘동수’(정해인)가 자신의 눈을 이식받은 연쇄 살인마 ‘진섭’(고경표)과 연결되고 그의 살인을 막기 위해 추격하는 이야기다. 한국 배우와 작업한 소감은.
한국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와 장면, 감독이 원하는 것과 작품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모든 부분이 납득될 때까지 계속 연구하고 움직인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원작을 찾아보고, 대화를 나누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한다. 그럼에도 정해인 배우는 이번에 내게 많은 부분을 맡겨 줘서 고마웠다. 무슨 말이냐 하면 촬영이 끝난 후 ‘이 정도로 되는 건지?’ 하는 느낌임에도 불구하고 내 뜻에 따라줬다! (웃음)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 세 주연만이 아니라 모두 굉장히 열정적이고 연기를 너무 사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많이 감동한 현장이었다.

글로벌 OTT 플랫폼과 첫 작업이지 않나. 디즈니+ 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동시에 만난다. 기분이 어떤가.
한국에 오기 전에 싱가폴에서 열린 디즈니+ 정킷 행사에 참석해 미키마우스와 사진을 찍었는데 과연 이게 현실인가, 꿈인가 싶었다. 지금 내 심정이 딱 이렇다. 내일 전 세계에 스트리밍된다는 데, 이게 영화로 치면 개봉하는 것과 같은 일인데 영화와는 달리 누가 어디서 보는지 잘 모르지 않나. 이 점이 신기하고 진짜로 스트리밍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당황스러운 기분이다. (웃음)

지금까지 장르성이 강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디즈니는 다양성과 PC의 상징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작업을 결정하면서 우려한 지점은 없었나.
걱정은 있었다. 내 의도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혹시 편집 과정에서 제한하지 않을지 등을 우려했으나 실제로는 매우 자유로웠다. 디즈니가 아니고 디즈니+라서 그런 듯!

기대하는 반응이나 하고 싶은 당부가 있다면.
기획부터 준비, 촬영, 편집, 후반작업까지 긴 시간과 많은 공을 만들었으니 가능한 한 많은 분이 봤으면 좋겠다. 폭력으로 유명한 감독인데 ‘기대와 다르네?’ 하는 이런 반응도 기대해 본다. 또 나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가 특히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1화~3화까지 언론시사회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끝까지 보면 충분히 즐거울 거로 본다. 선호하는 장르와 서사에 관계없이 두루두루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6화는 꽤 ‘야바이’ 하다. (기자 주: ‘야바이’는 직역하면 ‘위험하다’는 뜻이나 다양한 상황에서 ‘대박’, ‘오마이갓’ 정도의 의미로 쓰인다)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2015)를 비롯해 그간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많이 해 왔는데 이번 실사화의 주안점은.
일본에서 만화 원작이 있는 경우 열광적인 팬이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팬이 좋아하는 포인트가 다들 제각각이라, 일부 팬을 염두에 두고 만든다면 오히려 실례라는 생각이다. 실사화하며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은 원작자가 이를 즐길 수 있느냐이다. 다시 말해 영화 혹은 드라마를 보고 원작자가 ‘내가 만화(웹툰)를 잘 썼군!’ 이렇게 느끼게끔 만드는 게 내게는 하나의 테마이자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 첫 번째 관객은 원작자라는 생각으로 접근한다.

<커넥트>에서 새롭게 추가된 부분은.
동수와 진섭이 노래를 매개로 연결되는 부분과 진섭이 사체아트로 자신의 살인을 전시하는 건 원작에 없는 새롭게 추가된 설정이다. 하지만 이 역시 원작의 캐릭터와 세계관에서 가져온 것으로 전혀 동떨어진 설정은 아니다.

죽지 않는 동수의 신체가 회복되는 현상을 강렬하게 묘사했다. 눈을 비롯해 절단된 부위에서 촉수 같은 것이 나와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는데 이 또한 원작에는 없는 부분인가.
원작은 상상할 만큼의 실루엣으로 보여주고 촉수 같은 직접적인 표현은 생략했다. 그렇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더라. (웃음) 암전됐다가 한 줄의 대사로 처리하는 듯 생략의 기법을 활용했는데 이런 묘사가 다양한 방향으로 상상력을 자극했다. 원작을 보고 느낀 그대로를 스토리보드에 옮겨 콘티를 작성했고, 이를 카메라 감독 등 스탭들에게 보여줘서 비주얼적으로 구현했다.

스타일리시한 폭력성이랄지 과감하고 잔인한 표현으로 유명한데 <커넥트>에서도 당신의 스타일을 살리려고 한 부분이 있을까. 비단 이번 <커넥트>만이 아니라 작품하면서 고수하는 형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저 감독은 이런 스타일이야’라는 평가는 보는 사람인 관객이나 시청자가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화제 같은 곳은 원하는 지점이 아주 명확하다. 내 작품의 폭력적인 면을 좋아하는데, 이건 내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다. 나는 ‘어떤’ 스타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 배우와 스탭, 제작진과 어떤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특별히 어떤 스타일을 할 생각도 없었을뿐더러 만약 그랬다면 작품이 나오지 못했을 거다.

평소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좀 챙겨보는 편인가. 기억에 남거나 시선을 잡아끄는 배우가 있다면.
원래 영화나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아마도 세계에서 제일 안 보는 감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웃음) 그 와중에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좀 보는 편이다. 시리즈 전체를 다 보지는 못해도 스쳐가며 볼 때마다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눈에 띄는 배우는 원빈이었다. 남자로서 매력도 있고 약간의 섹시함이랄지. 한데 이건 한국 배우들만의 독특한 매력이 아닌가 한다. 남성적인 매력+예쁨이랄까, 정해인과 고경표 배우 둘 다 그렇다. 더불어 김혜준 배우는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연기 이전에 생명체로서의 기운 혹은 에너지가 굉장히 좋아서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배우다.

마지막 질문이다. 미이케 다카시는 어떤 사람인가.
의외로 좋은 사람? 결코 폭력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등장인물의 성향과 상황을 고려해서 폭주할 환경을 만든 것일 뿐이다. (웃음)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2년 12월 16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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