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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여왕 타이틀? 부담스러워” <정직한 후보2> 라미란 배우
2022년 9월 30일 금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저주에 걸린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술술 거짓말을 뱉던 그가 이젠 ‘불편한 진실’을 쏟아낸다. 2020년 초 개봉해 팬데믹 와중에도 150만 관객을 돌파하고 흥행에 성공한 <정직한 후보>의 주연 라미란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의 영예까지 안았다. 한층 강력해진 ‘진실의 주둥이’를 장착하고 돌아온 <정직한 후보2>의 주연 라미란은 “’코미디 여왕’이란 타이틀에 부담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정직한 후보2> 언론시사회에서 돌연 눈물을 보였다.
여러 생각이 떠올랐는데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이 커서였던 거 같다. 1편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관객 분들을 못 만났다. 작품이 개봉한다는 것 자체가 용기였고, 그렇게 어렵게 개봉해서도 관객을 직접 만날 수 없다는 게 참 아쉬웠다. 그래서 속편으로 다시금 같은 자리에 서니 울컥하더라. 감독님이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내셔서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는데 막상 마이크를 잡으니 감정이 마구 올라왔다. 창피해서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싶었는데 잘 안 되더라. (웃음)

1편이 팬데믹 와중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작품을 통해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도 수상했다. 그래서 2편에 대한 부담이 더 컸을 거 같다.
사실 내가 주연한 작품의 속편이 나온다는 게 조금 부담스러운 거 같다. 조연으로 출연하면 책임을 (남에게) 미룰 수가 있지 않나. 성적이 좋지 않아도 남 얘기 하듯 할 수 있다. (웃음) 그런데 내가 주연이면 그게 안 된다. 자부심 같은 건 전혀 없고 부담만 있었다. ‘이게 망하면 나도 같이 망하는 거다’라는 생각도 한편에 있었다.

그런 부담을 어떻게 덜어내려고 했을까.
부담이 있긴 했는데 계속 부담스러우면 촬영을 못 하니까 최대한 비우려고 노력했다. (웃음) 일부러 ‘망하면 망하는 거지’ 하는 편한 생각으로 임했다. 속편이지만 전혀 새로운 작품 하듯이 했고, 최선의 것을 뽑아내자는 생각뿐이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현장이 힘들어진다. 좋은 에너지를 계속 갖고 가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러 결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도 했다. 우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그게 누구에게나 좋을 수는 없지 않나.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다. ‘이건 무조건 된다’는 확신에 차서 한 작품은 한 번도 없었던 거 같다.

1편과 다르게 가져가고자 했던 점이 있다면.
1편보다 2편이 더 부풀려진 것 같다. 가발도 엄청 부풀리지 않았나. 촬영 들어가기전에 가발에 뽕 넣는 작업만 한 시간씩 했다. 그걸 보고 분장팀 팀장님이랑 너무 과하다고 대판 싸웠다. (웃음) 그런데 팀장님은 마가렛 대처처럼 해야 한다며 뽕을 더 살려야 한다고 강조하더라.

가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2편은 1편에 비해 확실히 오버하는 감이 있다. 1편의 경우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판타지를 가지고 오지만 그 문제를 현실에 발을 붙이고 풀어간다는 느낌이었다면, 2편은 판타지와 더불어 ‘주상숙’이라는 사람 자체가 풍선처럼 부풀어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연기하면서 ‘주상숙’이 너무 오버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없었나.
모든 장면을 촬영하면서 많이 웃었다. 그런데 우리끼리 항상 얘기하던 게 ‘우리만 재밌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끼리만 재밌으면 거기서 끝나는 경우가 많더라.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건 다른 영역인 거 같다. 억지로 재미를 의도한 장면에선 오히려 잘 안 터진다. (웃음)

아무래도 거짓말을 못하게 된 정치인 ‘주상숙’이 주인공이다 보니 풍자적인 내용, 블랙코미디가 많이 등장한다.
감독님이 각본을 쓰면서 참 많이 조사했고, 그 결과 ‘주상숙’이라는 한 인물에 여러 정치인의 모습이 섞여 있다. 현실에서 봤을 법한 사건과 인물이니 관객 입장에서 훨씬 더 공감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정치 풍자라고 해서 연기할 때 무겁게 접근하지 않았다. 내가 무거워지고, 신경을 많이 쓸수록 작품의 원래 의도와 거리가 멀어진다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는 주제는 분명히 무겁지만 그걸 비틀고 비틀어서 가볍게 만든 오락 영화라고 본다. 감독님도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 현실의 사건과 인물을 차용한 거지 풍자만을 위해 이런 소재를 선택한 건 아닐 거다.

전편에 이어 김무열 배우와 호흡을 맞췄는데, 말그대로 환상의 호흡이더라.
무엇보다 무열 씨가 있어 진심으로 든든했다. 1편에서는 혼자 ‘진실의 주둥이’로 활약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는데 같이 하니까 고통이 덜어지는 것 같았다. 기쁨도 같이 나눠야 한다는 게 배 아프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괜찮다. 나눌 수 있다. (웃음)

무열 씨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코믹 연기를 많이 해오던 친구가 아니다 보니 1편에서도 선방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정말 더 잘했다. ‘잘 어울린다’고 독려하면서 합을 맞췄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무열 씨가) 어느새 즐기고 있더라. (웃음) 애드리브가 술술 나오고 날아다녔다.

본인은 애드리브를 하는 편인가.
대본에 충실히 따르는 편이다. 토씨 하나 다르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캐릭터를 ‘라미란’화 시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라미란’화라고 하면 어느 작품을 하더라도 캐릭터가 아니라 내가 되는 건데 그건 싫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내 본연의 말투, 뉘앙스, 호흡 같은 게 연기할 때 묻어나오긴 하더라. (웃음) 다만 그런 거 때문에 관객 분들이 질리실까 봐 걱정이 있다. 마음은 언제나 백지 같은 배우이고 싶은데 지금은 특정 색깔들이 입혀졌고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늘 고민되는 지점이다. 배우로서 고정된 이미지가 있는 건 좋으면서도 힘든 일인 거 같다. (웃음)

고정된 이미지라고 해서 말인데, 이번 작품을 비롯해 <스파이>, <내안의 그놈>, 개봉을 앞둔 <컴백홈> 등을 통해 코믹한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지 않았나.
똑같은 코미디라고 해도 작품마다 결이 다르다. <정직한 후보>가 직관적으로, 바로바로 웃을 수 있는 가벼운 느낌이라면 <컴백홈>은 진득하고 감동적인 드라마다. 다만 충청도 특유의 코믹한 코드가 들어가서 웃음이 발생하는 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웃음보다 눈물이 더 많이 난 작품이다.

최근 몇 년간 코미디 장르가 많이 들어오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는 같은 사람이 쓴 건가 싶을 정도로 비슷한 작품들도 받아본 적 있다. 하지만 너무 코미디에만 치중하지 않으려고 굉장히 많이 거르고 있다. 난 항상 주변에 내가 재밌는 사람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관객들이 나를 ‘코미디의 여왕’으로 단정 지으시는 것도 좀 무섭다. (웃음) 작품 자체가 재밌는 거지 내가 뭘 해서 재밌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재미 없는 이야기를 재미 있게 꾸며낼 능력도 없다. '주상숙'이라는 인물도, <정직한 후보>도 누가 했어도 재밌을 캐릭터이고 이야기다.

그럼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내 얘기를 잘 안 하는 거 같다. 친구들을 비롯해 가까운 사람에게도 그렇다. 고민도 없고 그 밖에도 딱히 할 얘기가 없다. 거의 남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편인 거 같다. 내 얘기, 속내를 드러내는 게 부끄럽고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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