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꽃 기자]
한국 최초의 스페이스 오페라물 <승리호>는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코로나19라는 악재를 피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택한 영화는 전 세계 구독자에게 <스타워즈> <스타트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이어지는 극장 기반의 할리우드 우주물 계보를 탈피하는 신선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승리호>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체 분량의 7~80%에 해당하는 컴퓨터그래픽(CG)과 특수효과(VFX)다. 우주 유영, 우주선 전투 등 실제 촬영이 불가능한 시퀀스를 구현하는 작업은 덱스터 스튜디오가 주력 전담했다. <미스터 고>를 시작으로 <신과 함께> <백두산> 등 현실감 있는 시각효과를 필수로 요구하는 작품을 책임져온 이들이다.
또 다른 우주 영화 <더 문> 작업을 앞둔 덱스터 스튜디오의 진종현 실장은 “장르에 앞장서는 게 우리의 큰 재산”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영화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아티스트’로 칭하는 핵심 인력을 압도적인 체급의 이종 업계에 빼앗기는 어려움 속에서도 부지런히 ‘살길’을 모색하는 이들의 비전을 들어본다.
하승우 VFX 프로듀서(이하 ‘하승우’) : <승리호>에 사용된 전체 CG 컷이 2,000컷 정도다. 덱스터 스튜디오가 그중 가장 많은 분량인 1,300컷을 담당했고, 나머지 분량은 위지윅 스튜디오, 디지털아이디어, 매드맨 스튜디오 등 총 여덟 군데 업체가 나눠서 작업을 진행했다.
진종현 실장(이하 ‘진종현’) : 제작사 비단길에서 공개한 전체 CG 인력이 1,000명 정도 되는 거로 안다.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투입한 아티스트 그리고 우리와 가까운 관계로 일한 외주(협력) 업체 인원을 합치면 250명 정도 된다.
CG 1,300컷이 어느 정도 분량인지, 작업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좀 더 쉽게 설명해줄 수 있나.
진종현 : 통상적으로 영화 한 편을 2,500컷으로 본다. 액션이 많은 작품의 경우 3,000컷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승리호>에 CG가 2,000컷 이상 투입됐다면, 영화 전체 분량의 7~80%가 CG라는 의미다.
하승우 : <승리호> 작업 기간은 2년 정도 걸렸다. 2018년 12월부터 콘셉트와 프리비주얼 작업을 진행하는 프리프로덕션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12월 포스트 프로덕션(후반작업)을 끝냈다. <승리호>는 후반 작업만 약 1년 정도 걸렸는데 다른 영화가 6~7개월 정도 소요되는 데 비하면 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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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 : <승리호>가 전체 장면을 CG로 구현하는 ‘Full CG’ 분량이 많은 영화라서 그렇다. 대개는 영화 현장의 촬영이 끝나면 CG 작업을 들어가는데 <승리호>는 촬영 도중에 우리도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진종현 : 이유가 더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외적인 (개봉 시점) 조정이 있었고 그러면서 작업 일정도 늦춰졌다. 큰 틀에서 작업 내용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모든 내용을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하게 된 것 같다.
<승리호> 직전에 작업했던 중국 영화 <유랑지구>(2019)가 우주 비주얼을 구현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됐다고 들었다. 송중기는 <승리호> 인터뷰에서 <유랑지구>에 참여한 VFX 스태프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나라의 CG 기술력이 꽤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진종현 : 사실 <유랑지구>는 제작 초기부터 참여한 작품은 아니다. 개봉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연락을 받았다. 아무래도 우리가 그동안 중국 프로젝트를 많이 했기 때문에 (급하게 연락할 수 있는) 연락 리스트 우선순위에 있었던 것 같다.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분량이 딱 우주 분량이었다. 우주 유영, 우주선 폭파 분량을 작업하면서 우주의 ‘룩’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고 각종 질감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습득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승리호> 작업 전 <유랑지구>를 통해 우주 장면에 대한 준비가 어느 정도 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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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현 : 첫 미팅이 생각난다. 조성희 감독님이 우리 회사에 찾아오셨다. 우리로서는 시나리오도 못 본 상태에서 “이런 내용이다”라는 이야기만 듣는 자리였는데, 그때 영화의 장르가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VFX로 표현할 게 많은 영화라고 단정 짓고(웃음) 감독님의 의견을 토대로 2차 미팅까지 이런저런 톤앤매너의 작품을 많이 준비했다.
여러 종류의 영상 레퍼런스를 준비했을 것 같은데.
진종현 : 주로 우리나라 작품 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 위주였다.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일단 <스타워즈> 시리즈가 포함됐다.
하승우 : 뿐만 아니라 <스타트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같은 레퍼런스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의 룩이 한국적이어야 한다는 이슈가 있었던 만큼, <승리호> 작업을 진척시키면서부터는 앞서 언급했던 작품들과 여러 면에서 거리를 두려고 했다.
진종현 : 맞는 말이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전에 비슷한 장르의 영상물 제작을 여러 차례 시도한 것 같다. 우리가 쓰고 있는 3D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해 제작, 연출, 편집까지 해봤다는 걸 알고 많이 놀랐다. 그래서 <승리호>와 관련된 준비를 더 많이 할 수 있었구나 싶었다. 그가 연출한 단편 영화를 보면서 감독님이 스타일리시하고 다이나믹한 액션이 가득한 우주 장르에 대한 로망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승리호>의 대표적인 CG 시퀀스는 ‘승리호’가 우주 쓰레기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우주정과 다투는 도입부의 장면, 기동대가 ‘승리호’를 추격하는 후반부의 장면일 것이다.
하승우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퀀스들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배우의 얼굴 촬영 부분을 빼면 나머지 모든 신이 ‘Full CG’로 이루어졌다. 이런 시퀀스는 어떤 영화에서나 (노동력을) 갈아 넣게 마련이다.(웃음)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감독님의 의견에 따라 1차 편집을 거쳤지만, 디테일한 장면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수정을 거치게 된다.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룩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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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 : 두 가지가 가장 어려웠다. 첫 번째는 기체의 메탈 질감을 어떻게 하면 잘 나타낼 수 있을까. 두 번째는 우주라는 공간의 감각을 살리기 위한 콘트라스트를 어떻게 표현할까. 조성희 감독님과 <승리호> VFX 슈퍼바이저 사이에 여러 논쟁과 조율이 반복됐던 거로 기억한다.(웃음)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컷마다, 앵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20회 이상 ‘버전업’을 한 경우도 있다.
진종현 : 다른 영화를 작업 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감독도 VFX 슈퍼바이저도 그 영화만의 특징을 살리고 싶어 한다. 미묘하게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 특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것이다. <승리호> 경우에는 한국에서 이런 종류의 SF영화를 처음 만드는 만큼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예컨대 우주에는 대기가 없는데, 그렇다면 달은 어떻게 보일 건가? 태양광에서 나오는 불꽃은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각종 기계 장치들이 쭉 나열된 공간의 구조와 위치를 좀 바꿔보면 어떨까? 반사되는 빛의 질감을 어떻게 개선할까? 같은 지점들이다.
하승우 :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없었던 레이어가 후반 작업 과정에서 많이 추가되기도 했다. 최초 구상에는 없던 우주선이 뒤에 가서 많이 생겼고 공간감을 잘 드러내기 위한 수정도 많았다.
진종현 : 보다 ‘리얼’한 걸 찾아야 하니까. 실사 촬영본을 받아본 뒤에는 (실사 촬영 전에 진행한)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안 보였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물리적이고 구조적인 섬세한 설정을 다시 고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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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 : 작업 면에서 앞선 이슈가 있었다면, 관리 면에서도 힘든 지점이 있었다. 같은 ‘업동’(유해진) 캐릭터지만 다른 회사에서 작업한 컷을 합쳐 놓으면 서로 달라 보일 때가 있다. 회사마다 작업 툴과 파이프라인(공정)이 다르기 때문에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달라 보이는 거다.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덱스터 스튜디오가 설정한 룩에 맞춰 다시 렌더(기자 주: 실사 촬영본에 CG로 조명, 질감 등을 입혀 최종 영상으로 추출하는 과정)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업동’ 캐릭터는 <승리호>에서 유일하게 실제 배우가 아닌 CG로 구현된 캐릭터다. 그러면서도 배우 유해진의 목소리, 몸짓이 반영됐다. 어떻게 디자인됐나.
하승우 : 최초 콘셉트 버전만 20개가 넘는 거로 안다. 조성희 감독님과 논의하면서 구체적인 특성을 정했다. 그런데 후반 작업 과정에서 여러 변경 사항이 있었다. 예컨대 ‘업동’이의 입 부분이 반짝거리는 걸 어떻게 확정할지에 대한 결정도 그때 이루어졌다.
진종현 : 배우가 캐스팅되기 전부터 ‘업동’ 캐릭터에 대한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진 거로 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활발한 아이디어 회의가 이루어졌다. 그러고 난 뒤 ‘업동’ 역에 유해진 배우가 캐스팅됐으니 CG와의 비교, 검토 작업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현장에서 유해진 배우가 센서를 부착한 옷을 입고 연기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영상)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기존에 CG로 구현해 놓은 캐릭터가 그 인물과 잘 어울리는지 아닌지도 살펴봐야 했다. 동작을 비롯한 어떤 요소가 더 추가되면 좋을지 같은 것들도 논의돼야 했고.
진종현 : 그렇지는 않다. <라이온 킹>(1994) <정글북>(2016) 이나 <혹성탈출>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소위 돈이 많이 들어가는(웃음) 블록버스터급 해외 영화에 그런 기술이 많이 쓰인다. 감독이나 배우가 무형의 무언가를 상상하며 작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런 장치의 도움을 받는 사례가 많다. <스위트홈>도 엄청나게 다양한 크리쳐가 나오지 않나. 배우가 시선을 처리하거나 촬영 감독이 앵글을 잡을 때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는 기술이다.
<승리호>의 경우는 여러 크리쳐가 만나 격돌하는 류의 신이 필요한 건 아니었던 만큼, 필요성이 덜했던 모양이다.
진종현 : 맞다. 그렇지만 ‘업동’ 캐릭터를 촬영하기 위해서도 준비해야 할 건 상당히 많았다. 유해진 배우가 센서를 부착한 옷을 입었다고 해서 바로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팔과 다리를 大자로 벌린) ‘티 포즈’를 취하고 촬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 포즈가 이후 CG 작업을 할 때 어떤 구분점이 되나보다.
진종현 : 그렇다. 다른 배우로서는 유해진 배우가 함께 있는 장면을 먼저 찍고, 그가 없는 상황에서 같은 장면을 다시 한번 찍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우리가 유해진 배우의 실제 몸이 촬영된 장면과 (유해진의 실제 몸 대신) ‘업동’이의 몸이 나타나게 될 장면, 두 가지를 겹치는 형식으로 후반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티스트는 ‘업동’이가 진짜 유해진처럼 느껴지도록, 서로 체격이 다른 부분을 수정하고 실감 나는 질감을 부여했다. ‘업동’ 주변의 조명까지 물리적으로 설계한 뒤에 한 장씩 검토하면서 실제와 유사한지 검토한다. 그 뒤에 우리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최종 장면으로 출력될 수 있도록 컴퓨터가 연산을 하는데 그 과정이 소위 말하는 ‘렌더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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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현 : 영화가 1초에 24프레임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면, 한 프레임이 나오는 데 1~2시간 정도 걸린다. 데이터의 양에 따라서는 반나절에서 종일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컴퓨터가 연산을 하니) 금방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물리적인 시간을 충분히 계산해서 진행해야 할 만큼 속도가 느린 편이다.
하승우 : 그래서 수백 대의 ‘렌더팜 서버’가 필요한 거다.
진종현 : 렌더팜 서버를 통해 렌더링을 하는 거다. 국내에서는 우리가 가장 많은 렌더팜 서버를 갖추고 있고, 그 덕에 이 정도의 수율과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회사는 우리보다 훨씬 더 큰 규모를 확보하고 있다. 10여 년 전 픽사 견학을 하러 간 적 있는데 지하 1층 전 구간이 서버실이었다. 그곳을 관리하는 친구가 자기네 규모가 이 정도이기 때문에 그 많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소화할 수 있는 거라고 자랑을 하더라. 우리나라 회사의 경제력과는 사뭇 다른(웃음) 그 규모가 확실히 느껴졌다.
CG 기술력이 어느 정도 발전되면 동시에 최대한의 렌더링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모 있는 서버실을 구축하는 게 작업량과 효율을 늘릴 수 있는 핵심이겠다.
진종현 : 결국 예산이 그 회사의 규모가 되고, 작업 퍼포먼스로 나타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와의 작업에 과거보다 더 많은 예산이 들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이 정도 예산은 필요하다는 걸 계속해서 이해시키는 과정이다. 이제는 제작사들도 그런 상황을 이해해주는 것 같다. 이 정도 CG가 필요한 작품을 하려면 덱스터 스튜디오 정도의 규모를 갖춘 업체와 계약을 해야 하고, 그래야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진행, 관리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걸 아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엄밀히 말하자면 여전히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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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현 : 그래서 우리도 고민이 많다. 코로나19 이전에 제작하기로 했던 영화 대다수는 일단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영화라는 시장의 규모가 업계를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승리호> 사례를 본다면, 넷플릭스 덕에 해외로 뻗어나가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겠지만 이후 (실질적인) 수익을 늘려나가는 부분에서는 어떤 결과를 낼지 모르겠다. 해외에서 많은 사람이 콘텐츠를 보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배급(에서 이어지는 수익과 시장 규모 확대) 면에서도 해결책이 생기겠지.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웃음)
<신과 함께- 인과 연> 개봉 당시 김용화 감독에게 물어보니, 영화 외에도 테마파크에 필요한 미디어 영상이나 게임에 삽입되는 시네마틱 영상을 제작한다고 들었다. 그 비중은 어떻게 되나.
하승우 : 영화 비중이 60%라면 테마파크 미디어와 게임 시네마틱 영상은 40% 정도다.
게임 산업의 시장 규모는 영화를 압도한다. 관련 프로젝트의 비중을 더 늘려나갈 계획도 있나.
진종현 : 이미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솔직한 심정은 이렇다. 얼마 전 넥슨에서 전체 인원 연봉을 800만 원 더 올려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엔씨 소프트에서도 비슷한 소문이 있었고. 그쪽으로 유입되는 인재가 우리 회사의 아티스트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렇게 큰 회사들에 비하면 우리 회사는 ‘쨉’도 안 된다.(웃음)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진종현 : (끄덕끄덕) 막고 싶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우리 회사 여건은 더욱 열악해진다. 게임 산업은 규모와 수익 구조 면에서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영화 시장의 틀 안에서 여러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들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 구도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아티스트가 남아 있기 어려운 회사의 구조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쉽다.
체급 차이로 인한 어려움은 대기업 외의 모든 사업체가 겪는 일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티스트에게 중요한 건 비전 아닐까. 능력 있는 인재는 회사가 어떤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보여줄지를 염두에 둘 거라고 생각한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아티스트와 어떤 비전을 공유하고 있나.
진종현 : <승리호>가 좋은 홍보 기회가 돼 할리우드 프로젝트까지 성사시킬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할리우드 콘텐츠를 통해 좀 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면 아티스트의 작업 참여도도 높아질 거라고 본다. 경제적으로도 여유롭게 일할 수 있을 거고. 아직 <신과 함께> 시리즈의 중국 개봉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그게 가능해져서 아시아권 제작사에서도 우리를 찾게 된다면 상황이 좀 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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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 :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작업이 거의 완료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촬영 중인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작업도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다. 김용화 감독의 <더 문>도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돌입했다. 한국 영화 라인업이 다수 잡혀 있고 빠르면 올해 여름, 가을쯤 하나둘씩 개봉하지 않을까 싶다.
진종현 : 김태곤 감독의 <사일런스>,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김정훈 감독의 <해적: 도깨비 깃발> VFX 작업도 진행 중이다. 큰 영화가 좀 많다.(웃음)
현재 동종 업계에서 제일 큰 규모와 가장 안정적인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나.(웃음)
진종현 : 그렇다.(웃음)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작품을 맡겨준 거라고 믿는다. 물론 <반도> <스위트홈> 처럼 우리가 메인으로 작업하지 않은 좋은 작품도 많다. 국내 CG 수준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높아졌다고 본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면 역시 ‘관리’의 측면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작업이 시스템화, 표준화돼 있는 만큼 신과 신의 높낮이가 너무 다르지 않고 안정감 있게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 그간의 작업 경험이 우리들의 큰 장점이다.
<유랑지구>로 우주를 구현할 기회를 얻고, 넷플릭스에 공개된 <승리호>로 전 세계 구독자를 만난 뒤 다시 한번 같은 장르의 <더 문> 작업을 맡게 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진종현 : 다른 업체보다 먼저 우주 영화를 만들고 있다. 장르를 앞서간다는 건 우리 회사의 큰 재산이다. 그뿐만 아니라 덱스터 스튜디오 자체에 둔 콘텐츠 본부와 블라드 스튜디오가 함께하는 콘텐츠 제작도 오래전부터 논의 중이다. 올해부터는 기획, 개발에 이은 결실을 맺어 보려고 한다.
사진_ 이종훈 실장(스튜디오 레일라)
2021년 3월 4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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