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사람들에게 웃음 주고 싶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이미도
2020년 10월 7일 수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발레교습소>(2005)를 시작으로 어느덧 영화배우 16년차에 접어든 이미도는 선보이는 작품마다 개성강한 캐릭터로 관객에게 유쾌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최근 개봉한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에서도 이미도는 매사에 진지하고 엉뚱한 ‘양선’ 캐릭터로 분해 큰 웃음을 선사 중이다. 너무 코믹한 이미지로만 굳어지는 게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살기 힘들고 팍팍할 때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연기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뭐든 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에서 일과 연애 어느 하나 쉽게 풀리지 않는 무명 배우 ‘양선’ 역을 맡았다.
처음엔 전직 군인이었는데 신정원 감독님과 무명이었던 20대 얘기를 하다가 바뀐 설정이다. 무명 시절이 길었다.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이상도 높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힘든 시절이었다. 감독님께서 내 얘기를 듣더니 캐릭터 배경에 바로 반영하셨고 일과 사랑, 우정까지 모든 일에 열정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그러고보니 연극판을 거쳐 영화계에 입성한 지도 15년이 넘었다.
고등학교 때 연극부에 들어간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대학에 가서도 계속 연극 무대에 서며 아주 작은 배역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고 SNL 코리아부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것 같다. 조·단역 시절부터 개성 강하고 센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신정원 감독님의 전작 <점쟁이들>에도 출연했는데, 당시 귀신 들린 배역이었다. (웃음)

유머러스한 이미지 때문인지 이번 영화를 포함해 그간 주로 코믹한 역할을 맡아왔는데.
일단 사람들을 웃기는 데 욕심이 많다. 과장된 코미디 연기를 대신 선을 넘지 않고 인물이 가진 진실에 가까워지려 노력한다. 호흡 등 기술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캐릭터를 잘 만드는 것이 코미디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쿵푸 허슬> 같은 극단적인 코미디 연기도 해보고 싶다.

그래도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연기가 있다면.
지독한 악역이나 액션 연기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춤과 연기를 사랑하고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해서 뮤지컬에도 도전하고 싶은데 노래 실력이 모자라다. (웃음) 사실 비슷한 유형의 캐릭터를 하다보면 비슷한 연기를 반복하게 될까 하는 불안감이 있지만 살기 힘들고 팍팍할 때 관객을 웃게 만드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단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보고 많이들 웃고 스트레스를 날리셨으면 한다.
연기뿐 아니라 SNS에 올린 코믹한 사진들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웃음을 보내고 있다.
예전에는 여자배우로서 결혼이나 아이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결혼과 육아 등 자연스러운 내 일상을 보여주는 것뿐인데 남편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다들 너무 좋아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높아진 게 가장 달라진 점 같다. 예전엔 스스로 남들에게 내 장점을 어필해야 한다고 믿었고 그러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자신 있게 나를 보여준다. 원래 배우는 역할을 통해 공감을 일으키고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직업이지만, SNS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의 큰 사랑과 응원이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거 같다. 그래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꼭 연기가 아니어도 대중들에게 웃음을 전하기 위해 뭐든 하고 싶다.

드라마와 영화를 동시에 촬영하며 바빴을 텐데.
아무래도 “안 되는 일은 없다.”고 늘 말씀하신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부모님은 지금까지도 꿈을 가지고 사는 분들이고 나에 대해서도 단 한 번도 불안해하신 적이 없다. 그래서 “하면 된다”가 내 신조다. 일단 어떤 일에 부딪히기 전에 몸을 사리지 않는 타입이고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액션에 도전해야 한다. (웃음)

마침 이번에 액션을 선보인다. 이정현, 서영희와 함께 여고 동창 3인방으로 등장해 극을 이끄는 만큼 비중도 커졌다.
굉장한 액션은 아니지만 몸 쓰는 걸 좋아해서 촬영하면서 재밌었다. 또 그런 어설픈 액션이 현실적이면서 우리 영화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는 거 같다. 그리고 촬영 당시에는 딱히 주연이라고 생각하며 부담을 가지진 않았다. 영화 설정 상에서도 그렇게 친한 동창은 아니었지 않나. (웃음) 이 세 인물이 기이한 사건을 연속으로 맞닥뜨리면서 똘똘 뭉쳐가는 과정에서 여자 주인공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좋았다. 예전엔 영화계에 여자배우가 할 만한 역할이 많지 않았고 좋은 캐릭터가 오길 기다렸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 작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고 싶었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나 최근 개봉한 <디바>처럼 여성 캐릭터가 주목 받고 독특한 감성을 가진 다양한 한국영화가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극 중 양동근이 연기한 ‘닥터 장’과의 러브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엉뚱한 상황에서 애틋한 감정을 내비치며 뜻밖의 웃음을 끌어낸다.
평소 배역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아서 촬영 때마다 감독님을 쫓아다니면서 캐릭터에 대해 질문을 퍼붓거나 이렇게 하면 어떨지 물어본다. 이번 영화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양선’ 캐릭터와 ‘닥터 장’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했다. 원래 대본에선 둘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는데, 그래서는 ‘양선’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계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의 애틋한 사랑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캐릭터에 타당성을 불어넣기 위해 ‘양선’의 이름과 ‘닥터 장’의 비주얼에 착안해 ‘브로콜리-양송이’라는 애칭을 직접 만들었다. 웃기려고 억지로 끼워 넣은 설정이 아니다 심사숙고한 결과다. (웃음) 그런데 감독님은 한 발 더 나아가 브로콜리 모양의 메모지 같은 디테일을 삽입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내 아이디어를 활용해주셨다.
이외에도 본인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부분이 있는지.
굉장히 많다. (웃음) 극 중 ‘양선’이 소품용 장총을 들고 남자친구를 쫓는 장면도 내가 먼저 제시한 아이디어였다. 원래는 도끼였는데 총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더라. 분노에 차서 총을 집어들었지만 막상 총을 들고 어쩔 줄 모르거나, 혼자 놀라서 총을 떨어뜨리는 등 여러 애드리브를 많이 시도했다.

평소 아이디어를 많이 제안하되 주어진 대사나 작품 전체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번 영화는 SF 적인 요소가 강한 영화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무게를 단단히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원래 신 감독님이 현장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바로 수용하시는 타입이라 잘 맞았던 것 같다. 현장에서 말씀이 거의 없으신데 이렇게 해보면 어떻냐고 말을 꺼내면 “일단 해 봐요.”라고 답하신다. (웃음) 배우가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게 감독님의 장점이다.

오랫동안 팬이라고 밝혀왔던 양동근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네 멋대로 해라>를 보고 양동근이라는 배우에 빠졌다. 그런데 선배님은 팬이라는 말이 인사치레인 줄 알고 믿질 않더라. (웃음) 대중들은 재능을 타고난 배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양동근 선배님은 끊임없이 연습하는 노력파다. 한 장면을 위해 5~6시간 동안 같은 표정을 유지하고, 물도 안 마시더라. 촬영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더더욱 반해버렸다. 영화의 흥행과 별개로 ‘양동근’이라는 배우가 재조명될 것이라고 믿는다.

팬심이 연기에도 묻어난 것 같다.
너무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절절한 눈빛이 나오더라. 웃기려는 타이밍이나 호흡을 계산하지 않고 진지하게 연기했는데 관객분들이 그 눈빛에 많이들 웃어주셨다. 진지한 캐릭터와 켜켜이 쌓인 서사로 의도치 않게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배웠다.

시사회 당시 다른 출연진과도 사이가 유독 돈독해 보이던데.
액션도 하고, 저녁과 새벽에 폐탄광촌에서 촬영하는 등 함께 고생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배우들이 전부 결혼했다는 공통점이 있어 더 쉽게 가까워졌다. 우리 스스로를 ‘유부남녀’ 조합이라고 부르면서 육아나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책임질 가정이 있다보니 다들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 (웃음) 서영희 언니와는 워킹맘으로서의 애환을 나누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에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과 드라마 <18 어게인>으로 동시에 출격하게 됐는데,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사진제공_㈜TCO 콘텐츠온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