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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장도 하락장도 연기할 뿐 <클로젯> 하정우
2020년 2월 18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신과함께> 1, 2편과 < PMC: 더 벙커>, 작년 연말 대작 <백두산>까지 하정우는 최근 장르성 강한 상업 대작 영화로 관객을 찾았다. <멋진 하루>, <비스티 보이스> 등에서 보여준 현실적인 캐릭터를 좋아하던 팬들은 그의 생활 연기가 아쉽기도 할 것이고 한편으로 <추적자>, <범죄와의 전쟁>, <황해> 등에서 보여준 세고 강렬하면서 처절한 자태를 다시 보고 싶어 하는 관객도 많을 것이다. 확실히 이전 존재감 컸던 역할들에 비해 최근작에서는 배우 ‘하정우’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 인상이다. 누군가는 ‘비슷한’ 연기라는 평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정우는 굳이 배우가 돋보이는 캐릭터에 욕심내지 않는다. 평가가 좋을 때도 때론 나쁠 때도 애정 어린 시선을 받아도 혹은 그렇지 못해도 연기할 뿐이다. 작품이라는 지붕 아래서 영화의 모든 요소가 옹기종기 모여 어우러져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 배우 연출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 중인 하정우의 확고한 생각이다.

<클로젯>은 공포 영화 틀 안에 가족과 관계에 대한 선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우선 상업 장르 영화의 장점을 잘 알아보고 즐겼으면 하고 그 속에 녹아 있는 메시지를 알아채고 주변을 돌아본다면 감사하다. 또 김광빈 감독의 멋진 데뷔가 됐으면 한다.

공포 장르에 첫 도전이다.
장르적 새로움과 콤팩트함에 끌렸다. 당시 스케일 큰 영화를 연속하던 때라 <더 테러 라이브>(2013)와 비슷한 느낌으로 선택했다. 평소 호러 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데 이런 장르를 만들고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 <클로젯> 같은 국내에 드물면서 저예산 경계에 있는 장르를 상업적으로 가성비 좋게 만들 수 있다면 의미 있겠더라.

당신이 이끄는 ㈜퍼펙트스톰필름이 <백두산>에 이어 제작자로 참여했다. 꾸준히 제작에 참여하는 이유는.
단독 제작은 아니고 <백두산>의 경우 덱스터스튜디오와 <클로젯>은 ㈜영화사 월광과 협업했다. 다만 이번엔 좀 더 그 비중이 높다. 이번 연출을 맡은 김광빈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당시 크루 중 한 명으로 그의 입봉에 함께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제작을 하는 것은 배우로 참여한 것과는 다른 결을 지닌 작품에 참여하려는 의도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제작에 참여한 첫 작품인 <싱글라이더>(2016), <백두산> 그리고 이번 <클로젯>까지 모두 장르와 색이 다른 영화였다. 앞으로 제작자로서 다양한 작품을 찾아 왕성히 활동해 적어도 1년에 한 편은 내놓고 싶다.

예전에 김광빈 감독과 기회가 된다면 함께 하기로 했다지만, 그 약속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다. ‘콤팩트’해서 좋았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영화의) 매력을 풀어 놓는다면.
‘광빈이니까’가 더 맞겠다. <클로젯> 같은 장르에 특화된 친구라 할 수 있다. 단편부터 유사 장르를 만들어 왔고, 갈고 닦으면 빛이 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비스티 보이즈>(2008)를 함께했던 멤버들은 노력해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만들어줬던, 지금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팀이다.

아내가 죽은 후 딸과의 관계에 어색한 아버지 ‘상원’을 연기했다. 부성 연기가 어려웠다고 밝힌 바 있다. 연기 방향은.
일단 아버지와 딸을 어색한 관계로 설정한 게 의문이라 감독에게 물어보니 본인이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던 경험이 있고 1년에 한두 번 만나면 매우 어색했다고 하더라. 그런 사연을 들으니 어느 정도 납득됐다. 극 중 ‘상원’은 육아를 아내에게만 맡긴 채 일에 몰두하던 인물이다. 아내를 잃은 후 딸과 둘이 지내려니 모든 것이 서툴고 어색한 거지. 심지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선물로 뉴욕에서 공수해 왔다면서 한정판 인형을 내밀지 않나. 그렇게 부족했던 아버지가 실종된 딸을 찾아가 관계를 회복하는 여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가 완성된 아빠로 거듭났다는 건 아니다. 단지 아빠가 될 기회를 다시 얻은 거지. 아이를 데리러 학교가는 거로 마무리하는 것도 그 이유다.

퇴마사 ‘허 실장’(김남길)의 도움으로 딸을 찾아가기까지 초반 감정적 빌드업이 아쉽다는 시선도 있다. 설정의 문제인지 혹은 연기의 문제인지. (웃음) 아니면 설정과 연기 양쪽의 복합적 요인일까.
아무래도 내가 미혼에 아버지 경험이 없다 보니… 연기적으로 아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상원’은 원래 그런 어색한 캐릭터다. (웃음) 아이와 아빠의 관계를 빌드업해 놓아야 이후 위험을 무릅쓰는 아버지의 행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건 맞다. 소위 ‘씨 뿌리기’를 해야 하고 그게 대체적인 (영화적) 공식이다. 하지만 우린 아버지와 딸 사이의 드라마보다 장르적 특성과 쾌감을 살리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췄다고 생각한다.

김남길 배우와는 첫 호흡이다. 잘 어울리더라.
남길이와 내 지인 간에 교집합이 많아 늘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같았다. 말과 느낌이 잘 통한다고 할까.

코드는 잘 맞았다고 들었고. (웃음) 배우로서 김남길은 어떻든가.
매우 유연하고 비극도 희극도 잘 어울린다. 굉장히 편하게 힘 빼고 설렁설렁하는 것 같은데 모니터 안의 모습은 힘 있고 단단했다. 무대부터 드라마, 영화 등 여러 매체를 거치면서 쌓아온 공력이 확실히 보였다.
 <클로젯>
<클로젯>

딸 ‘이나’ 역의 아역 배우 허율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성인 배우를 능가(?)하는 화면 장악력을 보여줬다.
진짜 너무 잘해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에너지를 잘 갈무리해 성인 배우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클로젯>의 미술과 색감이 독특하고 좋았다. 특히 이계의 공간 디자인이 눈에 띄던데 의견을 보탠 지점이 있다면.
설정, 이미지, 서사 모두 김광빈 감독의 상상력에서 나온 거라 그것을 서포팅하는 정도였다. 다만 현장 경험이 많으니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의견을) 표현할지를 조언했다. 워낙 오래전부터 합을 맞춰온 팀이라 그 안에 김광빈 감독이 들어와 편하게 자기 스타일을 펼칠 수 있도록 집중했다.

낯선 듯 익숙하고 익숙한 듯 낯선 공포였다. 개인적으로는 ‘낯섦’에 방점을 찍겠다.(웃음)
누군가는 클리셰 범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김광빈이라는 필터를 거쳐 재해석된 거다. 한 번은 컨셉트 회의를 하면서 그간 생각해 왔던 것을 영화 속에서 찾아 한 장면 한 장면 가져와 의상, 색감, 도구 등을 소개하더라. 그 결과 오프닝의 굿 장면, 옷장이라는 서양적 소재와 한국적인 퇴마의식의 결합, 그리고 이계 공간 등을 독특하게 구현한 것 같다. 사실 미술과 샷이 너무 컬트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던 게 처음 ‘이나’ 방이 좀 더 기괴하고 일그러진 이미지였거든. 결국 지금 수준으로 협의했는데 결과적으로 적절한 것 같다.
 <클로젯>
<클로젯>

이번에 딸 ‘이나’가 그린 그림을 직접 그렸다고 들었다.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 제작 그리고 그림까지 출중한 능력을 지녔다.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뽑아들 수 있는 카드가 많아 보인다.
그런 것을 인지하고 참여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잘 끌고 나갈 수 있을지가 최우선 고려 사항이다. 처음 <용서받지 못한 자>를 찍을 때도 경계 없이 작업했고 그때 받았던 좋은 기운이 이어져 특정 롤만을 고수 혹은 고집하지 않게 됐다.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나름 방법을 찾고 조언하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지에 집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한다. 혹 더 좋은 대사나 동선이 생각나면 일단 던져본다. 선택은 감독의 몫이고.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그렇기에 연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인상이 들 수도 있다. 최근 ‘비슷한’ 연기라는 시선이 소수이지만 분명히 있다.
영화가 재미있기 위해서는 앙상블이 중요하다. 배우 한 명의 연기가 앙상블을 뚫고 나오면 오히려 재미가 반감된다고 생각한다. 작품이라는 큰 지붕 아래에서 옹기종기 모여 어우러져야지 연기력을 보이는 게 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그런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이번 ‘상원’도 그렇지만, <백두산>의 ‘조인창’(하정우)이나 <신과함께>의 ‘강림’(하정우)은 다른 인물들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캐릭터였다. 반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는 ‘최익현’(최민식)이 깔아주면 ‘최형배’(하정우)는 튀어 나가는 인물이었다.

이미지 소모에 대한 우려는.
개봉이 겹치다 보니 다작한다고 느낄 수 있다. 사실 타임테이블로 보자면 적절한 양을 작업하고 있는 건데 말이다. 중간중간 휴식기를 갖고 겹치기 출연은 안 한다. 어느 게시판에 설렁설렁한다는 평이 있던데 직업이라 대충할 수 없다. 큰돈과 많은 인력이 투입된 작품의 주연배우로서 소홀히 한다는 것은 동아리에서 찍는 영화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설령 그렇게 느껴졌다면 내가 부족해서고 한편으론 배우가 도드라질 수 있는 역에 욕심부리지 않은 것도 이유일 것 같다. 작품을 선택하면서 내가 돋보이고자 하는 마음은 성향상 없다.

호감도 높은 대표적인 배우가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최근 호감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적 느낌이다.
흠…광고를 많이 찍어서일까, 아니면 쉬어야 하나. 좋은 방안이 있다면 알려 달라! 전략적으로 높일 수도 없고 또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그런 성향도 아니니 받아들여야지. 주식으로 치자면 우량주라도 일정 기간 조정 기간이 있는 거 아닌가. 물리적으로 긴 시간 과분하게 사랑받았으니 조정 기간이 온 거라고 한다면… 좋을 때도 잇고 나쁜 때도 있는 것이니 그냥 연기하는 것뿐이다.

언짢을 수도 있는 질문인데 진솔한 답변 고맙다. 윤종빈 감독의 <수리남>으로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
2007년 <히트>이후 14년만이다. 윤종빈 감독과 한번 다시 뭉치고 싶었고 방대한 서사라 2시간 남짓의 영화로 풀어내기보다 드라마가 좋겠더라. 10부작 예정으로 플랫폼만 달라질 뿐 제작방식은 똑같다.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얼마 전에 <1947 보스턴>을 크랭크업했다. 호주 로케이션 당시 산불의 영향으로 하늘이 회색이고 공기가 아주 안 좋아 이럴 바엔 그냥 서울에서 찍을 것 그랬다고 농담할 정도였다. 그래도 무사히 잘 마쳤다. 또 3월부터 김성훈 감독의 <피랍>에 들어갈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소소한 행복을 꼽는다면.
음, <클로젯> 관련 홍보 등 프로모션을 끝내고 여행 가는 거다. 쉬면서 오늘 얘기한 주제에 관해 생각 좀 해봐야겠다. (웃음)


2020년 2월 18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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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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