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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고난 ‘쫄보’.. 혹독하게 채찍질한다 <사바하> 박정민
2019년 2월 25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자신을 타고난 ‘쫄보’라고 표현하는 박정민은 걱정 많던 어린 시절이나 배우가 된 지금이나 그 성격만큼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동주>(2015) <염력>(2017) <변산>(2017) <그것만이 내 세상>(2017) 등 최근까지 꾸준히 영화에 출연했지만 “DNA에 새겨져 있는” 내향적인 성격 때문인지 여전히 새로운 촬영 현장에 나서는 건 떨리고, 사람 많은 무대 앞에서 인사하는 건 무섭다고 말이다. 자신을 혹독하게 나무라고 채찍질해 연기 동력을 얻어왔다는 그는 <사바하> 작업을 비롯한 최근에야 현장에 나가는 게 조금 즐거워졌다고 한다. 듣던 중 다행이다!

<검은 사제들>(2015)을 연출하고 <시간위의 집>(2016) 각본을 쓴 장재현 감독의 신작 <사바하>로 돌아왔다. 당신이 연기한 ‘나한’은 슬프고 애잔한 미스터리물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단서를 나열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류의 영화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사바하>는 거기에 슬픔과 짠한 감정까지 담은 작품이다.

‘나한’은 신흥 종교단체 ‘사슴동산’과 연관돼 있다. 평범한 관점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간악한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나한’은 장재현 감독이 만든 세계관 안에서도 가장 스펙타클한 인물이다. 어마어마한 악행을 저지른 그의 심정에 한 번에 쑥 이입하는 건 어려웠다. 내 안에 존재하는 그와 비슷한 지점을 찾아 최대한 확장해야 하는데 그게 꽤 어려웠다. 인물 연구 끝에 그가 쓸쓸하고 나약한 존재인 동시에 엄마와 강한 유대감을 가진 아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 엄마 얘기가 나오면… 조금은 슬퍼지지 않나.(웃음) 내 안의 그런 감정을 파생시켰다.

<사바하>는 종교와 그에 얽힌 인간의 이야기를 깊숙이 파고든다. 당신도 종교가 있나.
나는 종교가 없다. 기숙학교 생활을 하던 고등학생 때 교회를 가면 외출을 시켜준다기에 교회를 열심히 다닌 적은 있는데...(웃음) 지금은 ‘구 기독교인’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유신론자이기도 하다. 신은 분명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신기한 현상이 너무나도 많은 이 세상을 제대로 설명할 길이 없다.


왜 ‘구 기독교인’이 된 건가.
어쩌면 ‘박목사’(극 중 이정재)와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신이 있는데 왜 이렇게 부조리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건가. 또 저 사람은 항상 신을 찾아와 회개하면서 왜 늘 저렇게나 큰 잘못을 저지르는 건가. 그럼 신은 용서만 해주는 존재인가? 과연 신이 있기는 있는 건가? 아마 신을 믿는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고민을 한다고 생각한다.

코믹하고 밝은 분위기의 전작 <변산>과는 전혀 다른 비극적인 심상이 돋보인다. 연기하는 당사자로서도 각 작품의 매력이 판이했을 것 같다.
<변산>은 직접 랩을 쓰고 소화까지 하느라 워낙 할 일이 많은 작품이었다. 이준익 감독님이 워낙 배우가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두는 분인 데다가, 드라마라는 장르 특성상 배우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대본에는 없지만 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거나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요소가 있다면 충분히 준비해 갈 수 있다.

<사바하>의 경우는…
이런 영화는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 연기해야 한다. 그래야 편집 등 후반 작업을 통해 적절한 서스펜스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장르는 자칫하면 배우가 기능적으로 소비된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사바하>는 그렇지 않았다.

장재현 감독은 언론시사회 당시 기자단 앞에서 ‘피를 토하고 뼈를 깎으면서 찍었다”는 심정을 밝히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해서 좀 그렇긴 한데…(웃음) 그의 작업을 옆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정말 맞는 말이다. 만나서 술을 마실 때도 통화를 할 때도 계속해서 영화 얘기만 했다. 그래서 나도 그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됐다. <사바하>는 감독님의 세계관 그 자체다. 그가 모든 걸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는 가장 큰 이유가 감독님이다. 결과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혹시라도 그가 이 영화로 인해 상처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늘 ‘성실하게 연기한다’는 인상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끄럽다. 내가 열심히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동안 내가 맡은 역할이 대부분 무언가 눈에 잘 보이는 임무를 해내야만 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동주>같은 작품은 말할 것도 없고 피아노를 잘 치거나(<그것만이 내 세상>), 랩을 잘 해야 해서(<변산>) 유독 열심히 하는 것 같은 이미지가 생긴 거다.

좀 야박한 평가 아닌가.(웃음)
나는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주변에서 칭찬을 해주시면 감사한 마음이지만 대체로 나 자신을 혹독하게 나무라는 편이다. 그래야 남들이 하는 것만큼이라도 할 수 있다. 어쩌면 걱정과 비관이 팔자인지도 모른다.(웃음) 하지만 이런 내 모습이 나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앞으로도 내 자신을 계속 채찍질할 것 같다.

<신촌좀비만화>(2014)에 이어 이번 작품에 함께 출연한 이다윗은 당신을 상당히 후하게 평가하던데.(웃음)
예전에 같이 연기한 배우나 친한 배우와 한 영화를 찍으면 촬영 시작 전부터 큰 의지가 된다.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하는 편인 것 같다. 처음 만나는 선배가 내 연기 방식을 싫어하면 어떡하지? 싶은 걱정도 든다. 여전히 쫄보 같은 마음이 많이 남아있다. 이다윗 배우는 극 중에서 직접 대면하는 장면은 없지만, 같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의지가 됐다. 물론 전화를 걸어서 간지럽게 ‘너한테 의지하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웃음)

‘쫄보’ 같은 마음이라…(웃음) 재미있는 표현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사람들을 신경 쓰고 눈치를 보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눈치가 빠른 건 또 아니다. 유치원을 다닐 때 친구들이 모여 놀고 있으면 내가 저기에 껴도 되나 망설이다가 왕따를 당한 적도 있다. 전학을 가거나 새학기가 시작되면 친구들과도 빨리 친해지지 못하고…(웃음) 이런 성격은 DNA에 박혀있는 것 같다.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성격도 조금은 변했을 것 같은데.
노력해서 변화한 부분도 있고, 영화 촬영장에 아는 사람 많아지면서 일이 조금 더 편해진 것도 있다. 옛날에는 정말 내가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있는 것 같고, 내일은 또 어떡하지… 싶은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새 작품 촬영에 들어가면 여전히 떨린다. 내 영화 시사회장인데 내가 제일 무서워한다.(웃음) 그런 상황에서 자신감 있게 말하는 선배나 동료를 보면 너무 부럽다. 배우고 싶지만… 난 죽어도 그렇게는 안 될 거다. 단념했다.(웃음)

인터뷰 시작 전 새 작품 시나리오를 읽고 있던데. 이후 작품 계획을 이야기해주면 좋을 것 같다.
<사냥의 시간> <타짜: 원 아이드> 개봉이 예정돼 있고 2주쯤 뒤에 대본을 보고 있던 <시동> 촬영에 들어간다. 고무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 전부 다르다는 점이다. 기존에 나라는 배우를 알고 있던 분들이라면 ‘이런 것도 했네?’ 싶을 정도로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나를 모르는 분들이라면… 아마 계속 못 알아볼지도 모른다.(웃음)

그럴 리가.(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최근 엄마와 아버지가 계신 고향으로 이사를 했다. 산속에 있는 집에서 지내는 게 참 좋다.

사진 제공_CJ엔터테인먼트

2019년 2월 25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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