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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멈출 수 없는 이유 <항거: 유관순 이야기> 고아성
2019년 2월 22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유관순 열사가 1919년 3월 1일 만세 운동으로 투옥된 후 감옥에서 보낸 1년의 시간을 그린다. 수용 인원이 8명인 좁은 8호실 안에서 민족의 노래를 부르며 원을 도는 수십 명 수인의 모습은 역사에 실재했던 모습임에도 낯설게 느껴지는 풍경이다. 이렇듯 영화는 유관순 열사의 박제된 모습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다.

유관순 열사로 관객을 찾은 고아성은 시사회와 인터뷰 자리에서 번번이 눈물을 보였었다. 촬영 당시 느꼈던 벅찬 감정과 기억이 생생한 까닭이라고. 배우로서 이토록 의미 있는 작품을 만난다는 게 쉽지 않기에 진심으로 영화에 임했다는 그. 진심이 관객에게 가 닿고 <항거>가 단지 아픈 이야기로 머물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이하 <항거>) 시사 후 그리고 인터뷰 중에도 눈물을 보였는데, 여러 의미가 담겼을 것 같다.
시사 당시 너무 울어서 질문을 제대로 못 받아서 죄송하다. 눈물이 나는 정확한 이유를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촬영 당시 느꼈던 벅찬 감정과 기억이 여전히 생생해서 그런 듯하다. 지난 12월 말에 크랭크업해서 2월 27일 개봉하니 아직도 촬영 현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관객 입장에서도 지켜보는 게 힘들 정도였다. 직접 연기한 당신의 경우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겠다.
보기 힘들었으면 안 되는데… 최대한 고통스럽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 받고 고민했던 부분이 고문 장면이었다. 하지만 유관순 열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듦에 있어 객관적인 입장에서 열사를 향해 자행된 폭력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이해했다.

<10억>(2009) 등 장르성 강한 작품을 선보였던 조민호 감독이 연출했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들었다.
시나리오 역시 감독님이 직접 쓰셨다. 처음 뵌 후 감독님이 다루려는 지점이 ‘인간’이라는 게 확연히 보였다. 극 중 유관순 열사는 맹목적인 독립투사라기보다 자신의 행동이 미친 영향에 대해 고민하고 후회하고 때론 눈물을 흘리는 인물이다. 그런 부분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역사 속 위인의 감정을 다양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을 거로 확신했다.

참고한 자료가 있다면.
주로 감독님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게 함께 만세 운동했던 분들이 인왕산에 올라 서대문 형무소를 바라보며 수감된 동료의 이름을 불렀다는 일화다. 역사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영화 속에 표현하지 못해서 안타깝다.

당신이 바라본 유관순 열사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자신이 믿는 바를 실천한 충직한 분이다. 극 중 유관순 열사가 수감된 8호실에는 열사의 선배가 있다. 그녀가 행동보다 이성이 앞선 조력자 유형이라면 유관순 열사는 그보단 좀 더 행동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피상적으로 느껴졌던 유관순 열사를 표현하고자 접근했던 방법은.
영화가 감옥에 투옥되면서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초반 20분까지 내가 알고 있던 그리고 모두가 아는 유관순 열사를 잊고 임했다. ‘우린 개구리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까지 특히 그렇다. 극 중 유관순 열사가 리더의 입장인데 훌륭한 리더이지만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 다를 거로 생각했다. 그 차이를 표현하고자 했다. 또 기술적인 면에선 시대 배경에 맞춰 약간의 사극 톤과 충청도 사투리를 섞어 대사 톤을 조절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 스틸컷
<항거: 유관순 이야기> 스틸컷

좁은 8호실 안에 여러 수인이 모여 원을 그리며 행진하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동료 수인을 연기한 김새벽과 정하담 배우 등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원래 수용 인원이 8명인데 실제 수십 명을 수용했었고, 그들이 원을 도는 행동 등도 다 기록에 남아있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또래와 연기한 경험이 별로 없어서 이번에 행복했고 좋은 상호작용을 주고받았고 서로 많이 챙겼었다. 흔히 연기를 받는다고 하는데 주변에서 연기하는 것을 그냥 받아들인다는 마음이었다.

극 중 잔인한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수차례 나오는데 촬영 후에도 감정이 남아 힘들지 않았나.
힘든 장면을 촬영하는 경우 감독님이 굉장히 신경을 써 주셨었다. 그 마음을 알기에 괜찮았는데, 열사가 겪은 고초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었다.

감옥에 수감된 현재는 흑백으로 만세 운동을 준비하던 과거는 컬러로 촬영했다.
보통 과거를 흑백으로 현재를 컬러로 촬영하곤 하는데 아마도 역행의 느낌을 표현하려고 한 것 같다. 촬영 당시 흑백과 컬러 양쪽으로 모니터링했는데 컬러 버전과 흑백 버전 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이상해 보이지 않도록 촬영했고, 연기적으로도 별다른 차이를 두지 않았다.

이번 <항거>를 작업하며 새로웠던 게 질감을 표현하는 기분이었다. 그 점이 흑백 영화와 컬러 영화와의 차이점인 것 같다. 다양한 색은 표현하지 못하지만 텍스처라고 할까, 다양한 결을 드러낼 수 있는 게 흑백의 장점인 듯하다.

질감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영화를 지배하는 유관순 열사의 감정은 어떤 질감일까.
맞는 대답인지 모르겠지만, 영화 촬영이 끝난 후 허수경 시인의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라는 고고학 관련 책을 읽었다. 책에서 가장 크게 와 닿는 게 질감이라는 표현이었는데 나도 비슷하게 느꼈다. 어떤 질감인지는 심상으로 남아 있는데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힘들다.

원톱으로 극을 이끌면서 책임감 역시 느꼈을 것이다.
책임감보다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고민하다가 친한 배우에게 조언을 구했었다. 그가 말하길 영화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더욱 의미 있게 되려면 주인공뿐만 아니라 8호실 수인들이 동시에 부각되야 한다는 거였다. 그 마음을 항상 가지고 촬영에 임했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 스틸컷
<항거: 유관순 이야기> 스틸컷

작품과 캐릭터에 따라 톤 조절을 할 텐데, 개인적으로 단단하고 힘 있는 음성이 좋았다. 평소 캐릭터 분석은 어떻게 하는지.
출연한 작품이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 이전 모습과 다른 톤을 가져가려는 습관이 생겼다. 캐릭터 분석의 경우 배우마다 접근법이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그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게 가장 우선이고 중요하다.

인물의 내면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그럴 때 이입하기 힘들지 않나.
예전에는 연기에 있어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간접 경험도 그에 못지않음을 알았다. 얼마 전 영화 <증인>을 봤는데 (김) 향기를 보며 갑자기 내 동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 주 고아성은 <우아한 거짓말>(2013)에서 김향기와 자매로 나온 바 있음) 나중에 아주 나이가 들어 8~90세가 됐을 때 내가 직접 겪은 일과 연기를 통해 간접 경험한 일이 헷갈리는 상황이 된다면 좋겠다. (웃음)

영화 전후 생각과 행동 등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엔 유관순 열사를 향한 성스럽고 존경하는 마음이 주였다면 촬영하면서부터 뭔가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촬영하며 계속 기도했던 것 같다. 그 내용은 비밀로 남겨두고 싶다.

평소 연기하면서 혹은 살면서 지키는 신념이 있다면.
명확히 설명하기 힘들지만 나름대로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 이번 촬영 끝낸 후 화가 고흐에 대해 우연히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이 남긴 말이 기억이 난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나는 나 이상의 것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면 내 삶을 다 쏟아도 좋다는 의미의 말이었다.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싶다.

<괴물>(2006)로 이목을 집중한 후 13년이 흘러 어느덧 20대 후반이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벌써 스물여덟 살이라는 사실에 순간순간 놀라곤 한다. 어렸을 때부터 성숙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에 서른 정도 된다면 원래 가졌던 마인드와 생각이 나이와 얼추 맞지 않을까 한다. (웃음) 배우로서는…배우보다 오래 남는 것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에 담았던 진심이 그대로 살아있기를 바라고 그럴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항거>는 당신에게 어떤 영화로 남을까.
음, 너무 어렵다. 가장 묵직한, 아니 가장 담백한 영화로 남을 것 같다.

<항거>를 볼(본) 관객에게 한마디 한다면.
우리가 익히 알던 역사적 인물이 지닌 미처 몰랐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니 <항거>를 단지 아픈 영화라고 단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우로서 이토록 의미 있는 작품을 만난다는 게 쉽지 않기에 진심으로 영화에 임하려고 노력했고 그 진심이 관객에게 가 닿는다면 더 원할 바가 없다.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지금은 <항거>를 잘 개봉시키고 싶은 마음뿐이다.

최근 행복하거나 기분 좋은 일을 꼽는다면.
일단 영화가 나온 게 아주 행복하다. 예산이 적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베테랑 스태프들이 함께 뜻을 모아줬기에 완성하고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그 자체로 감사하고 기쁘다.


2019년 2월 22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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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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