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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알리타: 배틀 엔젤> ‘웨타 디지털’ 김기범 CG 감독
2019년 1월 31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반지의 제왕> <킹콩> <아바타> <혹성탈출> 등등. 판타지, 미래 SF, 괴수 캐릭터 등 장르와 서사 모두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라면 모두 시각 특수 효과면에서 획을 그은 영화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영화적 상상의 세계를 비주얼적으로 극대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탄생 뒤에 디지털 시각 효과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Weta Digital)이 있다. 뉴질랜드에 서식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곤충 중 하나인 ‘웨타’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웨타 디지털’이 고수하는 원칙은 최대한 사실 같게 만드는 것이라고. 이를 위해 수천 수백만의 시뮬레이션이 필요하지만, 결코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층 진일보한 기술력으로 완성한 <알리타: 배틀 엔젤>. 그 탄생의 숨은 공로자인 김기범 CG 슈퍼바이저를 만났다.

▶ 김기범 CG 감독 국내 영구 아트센터에서 경험을 쌓은 후 <스타워즈> 시리즈의 아버지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특수 효과 스튜디오 ILM(Industrial Light & Magic)을 거쳐 ‘웨타 디지털’에 안착, 이후 <알리타: 배틀 엔젤>의 CG 작업을 총괄했다.

‘웨타 디지털’은 그간 <아바타> (2009), <엑스맨: 퍼스트 클라스>(2011), <혹성탈출> 시리즈 등을 통해 영화 디지털 시각 효과를 선도해 왔다. <알리타: 배틀 엔젤>(이하 <알리타>)의 경우 특히 퍼포먼스 캡처와 3D 기술력을 손꼽았는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체감할 수 있는 지점은.
<알리타>의 경우 주인공 ‘알리타’가 클로즈업되는 장면이 수시로 등장한다. 그녀의 큰 눈과 단발머리에 주목하길 바란다. 보통 머리카락을 표현할 때 가이드를 만들어 작업한다. 우린 가이드 작업을 최소화하고 한 올 한 올을 시뮬레이션했다. 한 번 시뮬레이션하는 데 수백 건의 연산이 필요하니 수만 건 수천만 건의 연산 작업을 수행했다고 보면 된다.

또, 눈의 디테일한 표현을 들 수 있다. 사실 CG 작업하는 입장에서 눈을 클로즈업한다는 게 썩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부담이 되는 작업이거든.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골름’보다 320배 많은 면으로 구성했는데, 그다지 체감되지 않겠지! 그 외에 모델링, 애니메이션, 셰이딩과 라이팅 그리고 합성까지 많은 영역에서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웨타 디지털' 내한 시 <알리타> 관련 기술 프리젠테이션 모습
'웨타 디지털' 내한 시 <알리타> 관련 기술 프리젠테이션 모습

혁신적인 이유는. 또 ‘웨타 디지털’이 고수하는 방식 혹은 지향점이 있다면.
사람이 지닌 모든 근육을 시뮬레이션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많이 시뮬레이션했다. <알리타>의 경우 <반지의 제왕> 때보다 전체적인 네트워크가 3배 정도 복잡해졌다. 이는 <반지의 제왕> 이후 10년 동안의 기술력이 3배 정도 발전됐다고 할 수 있다.

통상의 시각 효과 스튜디오의 경우 외부의 ‘렌더링’ (기자 주 2차원의 화상에 광원·위치·색상 등 외부의 정보를 고려하여 사실감을 불어넣어, 3차원 화상을 만드는 과정)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린 자체 개발 툴을 사용하는 편이다. 프로젝트마다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기에 요구에 맞게 신속하게 변형하고 바로 수정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우린 실제 데이터를 가져와 시뮬레이션한 후 렌더링을 한다. 보통 실제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어도 적당히 데이터를 불러와 조합하곤 하는데 웨타의 작업 방식은 그렇지 않다.

가령 배경의 빌딩을 표현한다고 해보자. 현실에선 미세먼지 등이 빛에 산란하기 마련이다. 이 현상을 계산을 통해 툴 상에서 구현하려고 하니 얼마나 많은 반복과정이 필요하겠나. 캐릭터 구현도 마찬가지이고 같은 맥락으로 그린매트와 블루스크린 역시 최대한 배제했었다. 작업하다 보면 그 과정을 줄이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기 마련인데 웨타는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초반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에 빠지기도 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고생한 만큼 퀄리티가 향상됐더라.

‘알리타’ 캐릭터를 온전히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게 가능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배우가 연기하고 이를 퍼포먼스 캡처한 이유가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관객이 배우의 연기에 매료되는 것이다. 있는 사실 그대로를 영상에 담는다면 그것은 다큐멘터리이지 극 영화가 아니지 않나. 실화를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 경우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과 같다. ‘알리타’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로사 살라자르’의 대사와 연기가 합쳐져 그녀만의 ‘알리타’가 창조된 거다. <알리타> 작업에 투입된 애니메이터가 120명 정도인데, 그들이 ‘로사’의 동작 수백 수천 개를 일일이 캡처해 ‘알리타’로 재탄생시켰는데, 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접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영화에 생생함을 더한다고 본다.
 <알리타: 배틀 엔젤> 스틸컷
<알리타: 배틀 엔젤> 스틸컷

영화제작 기간과 후반 작업에 소요된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애니메이션 작업의 경우 2년 정도이고 내가 담당한 CG 작업의 경우 1년 4개월 정도 걸렸다. 캐릭터가 막판까지 바뀌었기 때문에 다시 작업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캐릭터가 바뀌게 되면 그에 관련된 몇백 개의 샷이 동시에 변해야 한다. 그러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웃음)

가장 자신 있는(?) 혹은 추천 시퀀스를 꼽는다면.
모터볼 대회 장면이다. ‘알리타’가 모터볼 대회에 출전해 다른 선수들의 위협과 견제를 물리치는 장면인데, 이 시퀀스 하나만으로도 <알리타>를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모터볼 시퀀스는 여러 가지 방식을 동원해 촬영했다. 스턴트맨의 퍼포먼스를 배우가 따라 하기도 하고 배우의 표정만 따온 부분도 있고, 이렇게 수집된 여러 자료에 이후 CG를 종합해서 완성한 것이다.

영구 아트센터 출신으로 이후 ILM(Industrial Light & Magic)을 거쳐 ‘웨타 디지털’에 합류했다. <디 워>(2007) 작업 당시와 지금의 작업 환경을 비교한다면. (웃음)
차이가 엄청나지. (웃음) 예를 들면 당시엔 라이팅 팀이 나와 1명으로 구성됐었는데, 지금은 라이팅 작업자만 백여 명 정도다. <알리타>의 경우 그만큼 많은 인력과 거대 예산이 투여됐다. 하지만 작업자로서 <디 워>를 통해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당시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이 현재 외국을 비롯해 현업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디 워>의 작업 경험을 바탕으로 ILM에 진출해 초반 조명 감독을 거쳐 CG 슈퍼바이저를 담당했다.

조명 감독일 때는 작은 팀을 이끌며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지 구현 작업에 집중하며 경험을 쌓았다. 슈퍼바이저가 된 후에는 팀 작업과 전체 스케줄을 주로 관리하고 있다. 그 10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고생도 컸고 그만큼 역량도 쌓을 수 있었다. 또 초반에는 영어가 부족해 힘들었다.
 <알리타: 배틀 엔젤> 스틸컷
<알리타: 배틀 엔젤> 스틸컷

한국 특수 효과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내가 평가할 위치가 아니지만, 정해진 인원과 예산으로 지금 만큼의 산출물을 내놓는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본다. 최근작 <신과함께>는 정말 경이로웠다. (아마도)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순간이 많았을 것 같다. (웃음) 개개인의 역량이 최대치를 발휘한 결과물이 아닌가 한다.

VFX와 CG 등 특수 시각 효과 분야에 종사하며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후배에게 당신은 훌륭한 롤모델일 것이다. 후배에게 조언한다면.
일단 최근의 트렌드에 맞는 특수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때 외국 진출이 수월하다. 예전에는 모델링이라든지 한 분야에 정통한 것을 중시했는데 요즘에는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기술 융합을 시도하는 게 좋다. 가령 인공 지능 기술의 경우 우리도 일부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 그 비중이 더욱더 커질 거로 본다.

또, 그래픽 관련 감각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딩과 프로그래밍도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최소한의 연산과 흐름을 알아야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요청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해당 분야를 모두 마스터하지 않더라도 복합적인 기술에 항상 관심을 열어 둬야 할 것이다. 관심을 갖고 국내에서 경력을 쌓으면 충분히 해외 진출이 가능할 거로 생각한다. 물론 영어는 필수다. (웃음)

<알리타>는 앞으로 당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웃음)
‘웨타 디지털’에서 슈퍼바이저로서 맡은 첫 작품이고 초반 팀원과 호흡 맞추는 문제 등 많이 힘든 작업이었다. 처음에는 웨타로 이적한 것에 대해 후회할 정도였다니까! 하지만 팀원들의 신뢰를 얻었고 고생했지만 잘 마무리한 결과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았다고 자부한다.

향후 포부는.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작업한다면 그 결과물을 아카데미 시각효과 부분 후보작에 올리고 싶다. 한국에서 만든 한국 작품을 말이다. 수상까지는…. 일단 후보작이 되는 게 목표다. 그리고 영화 든 VR 분야든 개척할 분야가 많아 주목하고 있다.

2019년 1월 31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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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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