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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계기 <극한직업> 류승룡
2019년 1월 28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류승룡은 <7번방의 선물>(2012)을 두고 “관객이 3백 만 명 정도 들면 행복할 영화”로 생각 했다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설마 그렇게까지 안 되겠어? 싶었던 영화로 지독한 흥행 참패를 맛보기도 했다. <염력>(2017)과 <7년의 밤>(2018)이 연달아 안긴 기대 이하의 결과에 고민스럽지 않았을 리 없다. 나이 50을 바라볼 때까지 치열하게 일해왔다고 자부하는 그지만 결과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종종 자신의 치열함이 실수를 불러오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코믹 수사물 <극한직업>은 그런 그에게 반전의 계기를 안길 모양새다. 대본, 연출, 배우의 준수한 합에 힘입은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코믹 연기를 능숙하게 쏟아낸다. 그 밑바탕에는 대중이 알지 못한 그만의 두둑한 자산이 녹아 들었다. 아들과 여행을 다니고, 섬마을 어르신과 한 밥상에 앉고, 올레를 걸으며 사람을 만나는 동안 수많은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을 다독인 덕이다. 이제는 열정적이되 침착하게, 치열하되 티나지 않게 연기하려 한다는 그다.


영화가 재미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하는 당신의 대사는 유행어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웃음)
보통 시나리오를 처음 보면 눈으로만 읽지 직접 말로 해보지는 않는데… 그 대사는 어느 순간 발동이 걸려서 말하고 있었다. 딱 처음 뱉었던 그 톤 그대로다. 감독도 그대로 가자고 하더라. 신기한 일이다.(웃음)

<극한직업>은 마약 조직을 잡아들이려는 형사들이 치킨 집을 위장 창업한 뒤 맞게 되는 독특한 극한 상황을 그린다. 당신이 연기한 ‘고반장’역은 형사인 동시에 예상치 못한 소상공인의 애환까지 보여주는 인물이다.
‘고반장’은 경찰이지만 누군가의 아빠인 동시에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닭집 아저씨다. 그런 사람이 악을 징벌할 때 오는 통쾌함이 있으리라고 본다. 이 영화는 아마, 우리 모두 평소에는 드러내놓고 살지 않아도 필살기가 있다고 말하는 작품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까불지 말라고.(웃음)

코믹 연기는 그 정도가 지나쳐도, 모자라도 관객을 웃길 수 없어 쉽지 않다고들 한다. 당신은 어땠는가.
코믹 연기를 하려면 일단 배우가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호흡, 억양, 타이밍이 해당 장면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경우의 수를 ‘탁’ 하고 선택해야 한다. (주먹을 쥐며) 이만한 점이 하나 있다면 이 주변의 무수한 지점 중 어디에 점을 찍을지를 생각하는 셈이다. 조금이라도 균형이 깨지면 곤란하다. 골프를 칠 때 공을 조금만 엇나가게 치면 저 멀리에서는 내 의도보다 몇 미터 이상 차이가 나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더 중요한 건, 연기하는 동안 이 모든 고민이 티가 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7번방의 선물>(2012) <염력>(2017) 등 코미디 작품을 여러 차례 선보인 만큼 경험치가 쌓였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훈련이 됐던 건 대사 없이 몸으로만 연기했던 <난타>다. 5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타이밍으로 승부하는 훈련을 충분히 했다. 각 나라마다 관객의 문화가 다르지만 사람이기에 공히 웃는 지점이 있다. 반면 똑같이 연기를 했는데도 어느 날은 큰 웃음이 터지고 어느 날은 단 한 명도 웃지 않는 날이 있다. 참 신기하고 무서운 경험이었지만 많은 공부가 됐다.

어디에서건, 관객 반응은 종잡을 수 없는 듯싶다.
솔직히 말하면 흥행이 잘 된 작품도 찍을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잘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7번방의 선물>은 관객이 3백만 명 정도 들면 행복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반면 흥행이 안된 작품도… 그렇게까지 안될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하하하) 그런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오면서 세상 일이 절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체득했다.

흠.(웃음)
예전에는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나 열정이 바깥으로 드러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치열하게 일하되 티는 내지 않으려고 한다. 언젠가 현정화 선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봤다. 중요한 순간 득점을 하겠다는 생각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가 꼭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나도 참 공감했다. 그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2000년대 중반 영화계 데뷔 후 워낙 다작을 했다.
정말 치열하게 작품을 했다. 마치 우리 윗 세대처럼 말이다. 그들은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지키느라 배려나 양심은 마치 사치인 것처럼 생각할 수밖에 없던 분들이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견디며 살다가 어느 순간 무표정한 사람이 되시더라. 인문, 철학적 바탕이 없으면 사람은 결국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아마 당신에게도 쉼이 필요했을 지 모르겠다.
50살 즈음이 돼서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아들과 여행을 많이 다녔다. 어디를 갈지 고민하고, 짐을 싸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정말 소중했다. 놀이에서도 배우는 게 많다.

일리 있는 말이다.
작품 끝날 때마다 무언가를 털어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제주 올레와 연이 생겼고, 섬 여행도 좋아하게 됐다. 섬에서는 꼭 민박을 한다. 그곳 어머니들이 평소에 드시는 밥상에 함께 앉아 그들이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면 그 사람 인생의 철학이 느껴진다.

여행을 좋아하게 됐나 보다.
작품 홍보활동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참여한 TV 프로그램이 <한국기행>이다. 제주도에 가서 어머니들 스쿠터 뒤에 타고 “누나! 가!” 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찍었다.(웃음) 만약 내가 배우 외에 다른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된다면 여행을 하며 그런 어르신들을 만나러 다니는 일일 것이다. 어쩌면 조금씩 고립되어 있을지도 모를 분들에게 교두보가 되고 싶다.

극장 스크린을 통해 다분히 상업적인 방식으로 대중과 만나온 배우의 삶과는 결이 다소 다르게 느껴지는 구상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청년들과 함께 섬 지역의 어르신들을 이발 해드리고, 장수 사진을 찍어드린 적이 있다. 몇 개월 동안 그 지역 어머니 한분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 공연으로 만드는 독특한 과정의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했다. 현지에 사는 사람들도 환영할 만한 여행을 ‘공정여행’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활동에 큰 관심이 있는 편이다.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극한직업> 시즌 2를 찍는다. 구정 끝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간다. 그 다음 작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배우, 매니저, 제작사와 투자사 직원, 촬영 스태프까지 모두 모여 영화 홍보를 위한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분 좋더라. 관객에게도 우리의 행복이 마치 바이러스처럼 전염됐으면 한다.

사진 제공_CJ엔터테인먼트



2019년 1월 28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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