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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안 볼 것 같고, 괜찮은 결과물 같아 한숨 놨다 <도어락> 이권 감독
2018년 12월 26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이권 감독과 공효진의 인연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간다. <여고괴담 두번째>(1999) 이야기 연출부와 조연 배우로 안면을 튼 두 사람, 이후 긴 인연을 지속해 왔다. 이권 감독은 <도어락> 일정상 허겁지겁 초고를 공효진에게 내밀며 꺼림칙했다고 한다. 그녀가 평소 뻔한 것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을 지닌 것을 매우 잘 알기에 좀 더 다듬어 주고 싶었다고. 스릴러 장르 경험이 적은 그녀이지만,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대로 너무 전형적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단다. 그렇게 4개월 후 마침내 출연을 결정했고,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며 ‘혼공’을 길어 올렸다. 공효진은 혼자 사는 여성 ‘경민’으로 분해 극을 힘차게 견인했고, 이권 감독은 쫄깃하게 극에 리듬감을 부여했다. 다행히 손해 안 볼 것 같고, 함께한 공효진에게 꽤 괜찮은 결과물이 된 것 같아 한숨 놨다는 이권 감독, 소소한 행복을 맛보는 요즘이란다.

<도어락>을 아주 쫄깃하게 잘 봤다. 완성도와 흥행 등 개인적인 만족도는.
작품 완성도의 경우 돌이켜 보면 항상 아쉽다. 완성본을 결정짓기까지 내부 시사와 블라인드 시사 등을 통해 관계자끼리 수차례 논의했었는데, 내가 원했던 방향만 고집했다면 이상했을 것 같더라. 여러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돼서 시너지를 발휘, 스릴러 장르로서 공포를 생성한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흥행의 경우 적어도 손해는 안 봤으면 하는 바람인데, 다행히 안 볼 것 같다. 우리 영화가 작다면 작은 영화라 제작비가 그렇게 크지 않았거든.

혹시 제작비 문제로 아쉬운 점이 있는지. 가령 하고 싶은 대로 촬영하지 못한 것 등등.
제작비야 많으면 좋겠지만, 정해진 예산안에서 촬영하는 게 내 일 아닌가. <도어락>의 경우 주요 공간이 오피스텔 복도와 중반부 등장하는 폐가인데 PD가 둘 다 세트 짓기 힘드니 택일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폐가는 실제 장소에서 촬영했고, 복도를 세트로 가기로 했다. 복도 외부는 다 그린 스크린이었다.

오, 의외다. 폐가가 세트 같고 복도의 경우 실제 현장 촬영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원작이 악명? 높은 스페인 스릴러 <슬립 타이트>(2013) 이다. 원작에서 취한 것과 버린 것이 있을 거다.
그렇지? 의외로 오피스텔 같은 곳이 주민 동의를 다 얻어야 해서 촬영하기가 힘들다.

원작의 경우 범죄자의 시선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불편하고 엔딩이 아주 끔찍하다. 말로 표현하기가 힘든데, 처음 연출 의뢰를 받고 미드 <덱스터> 같은 느낌으로 하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 가제는 <관리인>으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해 계급에 관한 문제를 다루려고 했었다. 그렇게 방향을 정해서 작업하다 보니 잘 안 풀리더라. 투자배급사 반응도 미지근하고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후 범인 시점이 불편함을 끌어내니 시선을 피해자로 바꿔보자고 했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설정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지금 같은 틀을 갖추게 됐다. 처음 초고가 나왔는데 사실 너무 전형적인 스릴러 같아서 개인적으로 좀 별로였거든. 그런데 투자배급사들이 배우가 누구냐면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거다. 그때부터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언희 감독의 <미씽: 사라진 여자>(2016)에 이어 공효진 배우와 인연이 깊다. (기자 주 이언희 감독과 이권 감독은 부부 관계임)
내가 연출부 막내로 일했던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만났고, 그때부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냈기에 그녀의 스타일을 잘 아는데, (공) 효진이는 뻔한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는 친구다. 그래서 우리 각본을 좀 더 다듬어 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어쩌다 보니 그녀를 캐스팅하는 데 내가 총대 메야 했다. 당시 그녀가 촬영 끝나고 휴가를 떠날 참이라 부랴부랴 공항으로 가서 시나리오 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웃음) 이후 반 정도 읽었는데 아주 무섭다고 하며 아니나 다를까 내가 우려했던 대로 너무 전형적인 이야기 아니냐고 묻더라. 스릴러 장르를 안 해봤기에 그녀도 뭔가 확신이 없었던 거지. 그렇게 4개월 정도 고민 끝에 오케이 했다.

어렵게 참여를 결정했는데, 공효진 배우가 최고의 연기를 보였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필모에 남을 캐릭터가 아닌가 한다. 혼신으로 ‘혼공’을 끌어올렸다. (웃음) 옆에서 지켜본 배우 공효진은 어떤가.
그렇게 느꼈다니 다행이고 안심된다. 처음에 꺼림칙했던 초고를 주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인데 영화가 이상하게 나오면 서로 민망할 것 같아 걱정했거든. 그녀는 일단 창의적이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감독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비전을 제시하는데 그게 많이 도움 된다. 또, 능동적으로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계산해서 나온 결과라기보다는 본능적인 것 같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쌍방향 소통해 능한 배우다. 한마디로 잘 듣고 잘 말한다. 극 중 장롱 신의 경우 서로 얘기하다가 나오게 된 장면인데 밀폐된 공간에 갇히게 한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던 건 같다.

<도어락>이 피해자인 여성의 공포를 소비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편으론 사이코패스, 스토커, 편견 가득한 형사 등 남성 입장에서도 썩 유쾌한 현장은 아니다. 한마디로 삐뚤어진 남성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데 이 부분을 고민했을 것 같다.
그런 얘기를 들은 적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정한 직장 상사(이천희)도 있고, 이 형사(김성오)의 경우 초반에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지만, 곧 조력자로 변한다. 결국 스토커(조복래)와 범인(이가섭)만 나쁜 놈인 건데 이를 크게 체감하는 것 같다. 아마도 영화가 90% 이상 주인공 ‘경민’(공효진)의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일 거다. 보통 스릴러에서 경찰 서사가 주를 이루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이 형사가 무능한 경찰로 보이지만 사실 그가 일하는 모습이 안 나올 뿐, 그도 열심히 수사 활동하고 있다. 또, 여성 대상 범죄를 가해자 혹은 경찰의 시점에서 진행한다면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여성 주인공의 시점을 따라가며 많은 부분이 사라졌다고 본다.

<도어락>은 성별과 연령을 떠나 ‘혼자’ 겪는 공포라는 게 주요 포인트라고 본다. 공효진 배우가 침대 위 주인공이 비단 젊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 혹은 어린이라도 무서웠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다.
그렇게 이야기했나? 그럴 수 있겠다. 나 역시 오랫동안 혼자 살았기에 문고리가 돌아가는 걸 목격할 때의 서늘한 공포 등을 체험한 적 있다. 물론 개인에 따라 체감도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연출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보통 스릴러 영화에는 일반적으로 가족이 등장한다. 때문에 가족을 구한다는 주인공의 동기가 확실한 경우가 많다. 우린 그것을 배제하고 조력자가 있지만 결국 혼자밖에 없고 혼자 해결하게끔 했다. 전체적으로 휑한 느낌이 들도록 봄과 여름을 배제했다. 혼자와 단절과 고립감이 맞물려 있다고 생각했고 톤앤 매너를 차갑게 끌고 갔다.

<도어락>을 통해 관객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 영화 광고 문구가 ‘놈이 날 노린다’ 이다. 후킹 포인트로 사용했지만, 누군가 나를 노린다는 것에 방점을 찍은 영화는 아니다. 혼자 사는 게 보편화 되면서 새로운 문제와 위협에 당면하고, 이를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이런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는 것 같다. 소통과 공감대가 사라지고 단절돼 간다고 느낀다. 꼭 누가 나를 노려서가 아니라 일상적인 현실 공포가 그런 데서 오는 게 아닌가 한다. 극 중 한 달 이상 집을 비워도 주위 사람들 아무도 모르고, 잠재된 분노를 일방적이고 공격적으로 풀어낸다. 혹은 자기 만의 이상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범죄를 저지르곤 한다. 혼자 사는 게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보편화 될수록 이전에 없던 두려움과 공포 유형이 대두되는데 이런 측면을 환기했으면 한다.

올해 기쁜 일이 많은 것 같다. 부인인 이언희 감독의 <탐정 2>와 당신의 <도어락>이 개봉했고 동시에 흥행도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 말이다. 서로 작품에 대해 조언하는지.
<탐정 2> 는 어느 정도 시스템화된 영화로 좋은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 <도어락>의 결과물에 대해선 수고했다고 간단히 말했고, (웃음) 평가보다 만드는 과정에 조언을 많이 해줬다. 우리 영화가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기에 시나리오 작업과 연출 등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또 여성이 주인공으로 바뀌면서 남성인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공감대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존재하는데 그 부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인 질문이다. 그룹 ‘매드 소울 차일드’의 멤버인데, 이색적인 이력이다.
지금은 아니고 2010년 정도에 활동했다. 그룹의 작곡자 겸 프로듀서가 친구여서 (내가) 뮤지션으로 참여한 건 아니고 비주얼 디렉터로 함께 했다. 가끔 공연 시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같이 하기도 했었다.

차기작을 소개한다면.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데, 캐스팅 관련 제작자와 의논 중이다. 코믹과 호러의 하이브리드 장르가 되지 않을까 한다. <도어락>만큼 진지하진 않고 좀 가벼운 톤으로 갈 거 같다.

마지막 질문! 요새 소소하게 행복한 일이 있다면.
결과물은 나왔지만, 감독으로서 끝난 게 아니라서…. 영화에 대한 좋은 평가를 들으면 행복하다. 또 집에 가면 아내가 (없을 때도 많지만) 반겨주는 게 좋더라. 내가 생각보다 욕심과 욕망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요즘이다. 고양이와 아내와 같이 누워서 뒹굴뒹굴 책 읽고 TV 보며 지내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



2018년 12월 26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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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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