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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요리하다, ‘얘’(기태)에 관한 몇 가지 팁 <성난황소> 김성오
2018년 11월 20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줄기차게 악역만 한 것도 아니건만, ‘김성오’ 하면 ‘악역’이 으레 떠오른다. 아마도 <아저씨>(2010)에서의 모습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 것이다. 이후 비슷한 역할만 쏟아졌고, 당시는 참 싫었노라고 김성오는 추억한다. 하지만 연기하고 싶어서 배우가 됐던 초심으로 돌아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악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모두 다른 인물이라는 깨달음을 퍼뜩 얻었다고 한다. 때문에 이미지 고착화를 우려해 일부러 선한 역을 선택하거나 전작의 악역과 차별화 두기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재미있는 시나리오 안에서 극의 분위기와 캐릭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생동감을 부여하려 노력할 뿐이다.

이번에 김성오가 연기한 인신매매단 두목 ‘기태’를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팁!
‘기태’가 웃는 이유는 그는 남이 곤란해하는 상황을 즐기는 인물이고 그가 튀는 수트를 즐기는 것은 마치 악행을 할 때 입는 작업복 같은 것이라고 납득했다고. 마지막으로 ‘기태’의 싸움력은 지극히 하급으로 학창시절 폼 잡다가 강한 상대 만나면 바로 꼬리 내리는 수준이라고.


이번에 연기한 ‘기태’(김성오)는 천하의 나쁜 놈이지만, 나름 철학이 있어 보인다. 캐릭터를 소개한다면.
철학이 있는 거 같진 않다. 다만 전사를 유추해 본다면 돈을 매개체로 한 자기만의 아픔이 있을 것 같다. 돈에 한이 졌다고 할까. 그래서 사람을 납치하고 혹은 사 오며 돈을 쥐여주고 그들을 비웃는 거로 본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김비서’로 코믹하고 귀여운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아저씨> (2010) 이후 ‘김성오’ 하면 ‘악역’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아저씨> 이후 정말 다 비슷한 시나리오만 들어왔었다. 배우로서 당연히 여러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에 당시는 그런 상황이 싫었다. 그러던 중 곰곰이 생각해보니 악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모두 다른 인물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 초심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니 배우가 되고 싶던 건 연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고, 연기함에 있어 역할이 정해진 건 아니었거든.

악인이 아니라 나쁜 사람이라고 표현하겠다. 나쁜 사람도 역할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바뀌었다. 생각해봐라, 같은 달걀이라도 후라이, 말이, 찜 등 요리법에 따라 다 맛이 다르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전환하니 내가 할 수 있는 배역이 무궁무진하겠더라.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없는지.
고정 이미지가 생길 걸 우려해서 선한 역할을 의도적으로 시도하거나 전작의 역할과 일부러 차별화를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 시나리오가 재미있느냐 없느냐가 우선이고 이후 내 역량 안에서 표현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사실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연기하기에 내가 창의력(?)을 발휘할 부분이 많지 않다. 다만 그 안에서 캐릭터를 윤택하게 살리는 게 내 몫이다. 이번에도 <성난황소>가 지닌 기본적인 틀과 분위기 안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생동감과 생명력을 부여할지 고민했다.

시나리오를 본 첫 느낌과 끌린 점은.
감독님께 죄송한데, 처음엔 좀 단조롭다고 느꼈다. 배우 입장에서 인물의 감정선이 많고 복잡할 경우 그 캐릭터가 매력 있고 욕심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확 끌리진 않았다. 입체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강했거든. 다행히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 감독님과 궁합이 잘 맞는지 대화가 잘 통하더라 - 다듬어 갔다. 단조롭다는 게 작품 전체가 아니라 ‘기태’(김성오) 캐릭터가 그렇다는 것이니 오해말길!

처음 시나리오에는 ‘기태’가 웃는 장면이 많았다. ‘얘는 왜 이렇게 웃는 거냐’고 물어볼 정도였다니까. (웃음) 텍스트로만 보니까 아무래도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그래서 나름대로 그(기태)를 합리화해 봤다. ‘기태’는 상대가 곤란해하는 걸 보며 재미있어 하고 즐기는 인물이라고 말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나리오를 보고 크게 끌리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참여한 이유가 있을 거다.
결정적으로 감독님 그 다음은 (마) 동석 형이다. 시나리오 받은 다음 날 동석 형과 통화하며 “얘는 왜 이렇게 자주 웃냐”고 물으니 형이 감독님이 아주 열려 있는 분이니 편하게 의견을 말하면 될 거라고 했었다. 또, 주인공 ‘동철’(마동석)을 맡은 형이 나를 호의적으로 보고 같이하면 좋겠다고 말해준 게 크게 작용했다. 항상 선택받는 입장인 배우로서 누군가 호감을 표해준다는 건 매우 기분 좋은 일이거든. 이후 감독님을 직접 뵈니 말이나 글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분이셨다. 바디 랭귀지가 강하다고 할까. 나도 그렇거든! 그래서 잘 통했고, 하나하나 얘기하다 보니 추구하는 방향이 같더라. 잘 만들어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착한 사람을 납치해 욕하고 때리고 못살게 굴고 등등 악행을 일삼는 연기가 감정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크지 않나.
평범한 사람도 욕하고 때리는 순간이 있을 거다. 아무래도 영상 안에서는 그런 행동과 감정이 극단적으로 묘사될 수밖에 없다. 그런 모습을 연기하며 어느 순간 스트레스 해소라고 할까. 그런 느낌을 들 때가 있다. 사실 살면서 큰소리로 욕을 하고 누군가를 때리는 게 쉽게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행동 아닌가.

극 중 ‘기태’(김성오)가 눈에 튀는 색상과 몸에 딱 맞는 슈트를 입는다. 상당히 시선을 끌던데, 특별한 콘셉트가 있는 건가.
의상의 90% 이상이 맞춘 거였다. 영상으로 보면 덜 할 수 있는데 실제로 보면 평범한 일상에서 입기엔 너무 많이 튀거든. 파란색 보라색 등의 의상을 보고 처음에 놀랐다니까! 얘(기태)는 왜 이렇게 화려한 색을 즐길까 싶었다. 그래서 또 나름 합리화를 했다.

슈퍼맨은 평소 회사원 복장을 하다가 본업을 행할 때 쫄쫄이와 망토로 의상이 바뀐다. 그건 배트맨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기태’의 튀는 의상이 그에게는 작업복과 같다고 생각했다. 악한 행동을 할 때 입는 거다. 어떤가? 설득되는지?(웃음)

음, 그렇다면 ‘기태’의 평상복 모습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관계로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치자. (웃음) 영화에서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촬영한 후 편집된 부분도 있고, 막상 완성된 영상을 보며 좀 다른 방향으로 연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항상 있는 것 같다. 이번에 결과물이 잘 나온 장면은 ‘동철’(마동석)을 협박하기 위해 그의 아내인 ‘지수’(송지효)의 고개를 물에 처박으며 고문하는 장면이다. 원래 시나리오상에는 화장실 욕조를 이용하는 거로 돼있었는데, 촬영장에 가보니 ‘기태’(김성오)의 공간에 넓고 큰 수영장 같은 것이 있어서 활용하게 됐다. (송) 지효가 여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몸 사리지 않고 대역도 안 쓰고 극한의 한계까지 숨을 참으며 정말 잘 해줬다. 덕분에 실감 나게 나온 것 같다.

마동석 배우와의 액션 합은. 액션 대결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일방적으로 맞지만 말이다. (웃음)
액션 자체보다 더위 때문에 힘들었다. 동석 형이 원체 액션을 잘하고 많이 했고, 부상도 여러 번 겪었기에 액션 촬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형은 다칠 것을 우려해서 실타격을 매우 꺼린다. 극 중 실제 타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어서 내가 고집을 부린 장면이 있다. 실수로 상대 배우가 입술이 찢어지는 바람에 정말 당황했었다. 이후 실타격이라는 말만 나오면 내가 나서서 말리곤 했다.

예전에는 실제 맞으며 영화를 많이 촬영했는데, 요즘엔 거의 없다. 근데 실제로 맞으면 따로 연기할 필요가 없긴 하다. 저절로 얼굴이 붉어지며 몸이 반응하고 감정이 솟구치거든. 극 중 핵 주먹인 ‘동철’(마동석)에게 실제 맞았더라면 거의 죽음이었겠지만!

세상 못되고 악하게 굴던 ‘기태’(김성오)가 후반부 ‘동철’(마동석)과 맞대결하는 지점에선 급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여러 번 이야기했었다. 객관적으로 ‘기태’의 싸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동철’(마동석)과 맞대결이 가능한지, 혹은 죽자 살자 덤비면 이길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말이다. 결론은 영화에서 본 그대로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기태’는 ‘동철’을 한 번도 제대로 때리지 못한다. 딱 그 실력인 거지.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보면 뒤에서 폼만 잡는 애들이 있다. 그런 애들이 자기보다 센 상대를 만나면 바로 꼬리를 내리는데, 바로 ‘기태’(김성오)가 그런 짝인 거지.

배우가 아닌 관객 입장에서 <성난황소>의 매력 포인트를 꼽는다면.
극장에서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가 <터미네이터 2>와 <친구>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장르와 스토리에 상관없이 재미있는 게 좋다. 영화를 보는 그 순간이 충만하다면 이렇고 저렇고 가타부타 평가하지 않는 편이다. 관객 입장에서 <성난황소>를 봤는데, 재미있더라. 만원의 가치를 충분히 하리라 본다.

마지막 질문!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기억 혹은 당신을 웃게 만드는 것은.
당연히 우리 아이로 이제 31개월째라 아주 예쁠 때다. 결혼하고 애 낳기 전에는 주변에서 ‘네 아기 낳아봐라’는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었다. 그런데 정말 닥쳐보니 행복이란 단어와 딱 맞는 감정에 휩싸이더라. 육아가 고되고 힘들어도 그만큼 즐겁고 마냥 신기하다.

또, <성난황소>가 잘 될 것 같은 분위기라 더 기쁘다! 하하하


2018년 11월 20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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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홍보사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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