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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지식, 기술, 교양 삼위일체 돼야 진정한 아티스트” 한국메이크업전문가직업교류협회장 안미려
2018년 4월 26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시대의 100인을 만나다”

외연을 확장한다. 영화배우와 감독이 주를 이뤘던 기존의 인터뷰에서 보다 분야를 넓혀 피플 리스트를 채워 나갈 예정이다. 남다른 소신과 철학으로 우뚝 선 존재감의 이들은, 현실에 발을 붙인 흥미진진한 영화적 캐릭터에 다름 아니다.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우리 시대 100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자격증 개발, 해외 교류, 취업 주선 등 다양한 활동 중,
여전히 공중· 위생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 뷰티 산업,
현실 고려하지 않는 제도, 범법자를 양산한다,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전문인이 주도해야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 가능,
아시아美 페스티벌에서 창의력과 표현력의 결정체인 ‘뷰티쇼’를 선보이다,
화장품 회사 입사 후 메이크업에 자연스레 관심,
기술과 지식 그리고 교양을 갖춰야 진정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한우물만 파라,
나보다 남을 더 배려하는 메이크업계의 대모, 이제는 내려놓는 준비를 하는 중


# 한국메이크업전문가직업교류협회

현직 한국메이크업전문가직업교류협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타이틀에 여러 의미가 포함돼있는 것 같다.
노동부 인가를 획득하려면 ‘직업’과 ‘교류’, 이 두 단어가 꼭 들어가야 한다. 마음 같아선 심플하게 한국메이크업전문가협회로 하고 싶었다.

구체적인 활동은.
핵심은 전문가 인프라와 네트워크 구축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개념과 비슷하다. 지식을 가진 선배들이 후배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나눠주는 거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세미나와 워크샵 개최, 학습용 교재 개발, 실질적으로 효용 있는 자격증 개발, 메이크업 아티스트 중심의 해외 교류, 취업 주선 등등 활동 분야가 다양하다. 또, 5월과 12월 뷰티 콘테스트를 두 번 매년 개최하고 있다.

취업에 관계한다고 했는데, 메이크업 공부 후 주요 진로는.
화장품 회사나 병원 코디 혹은 미용 아카데미로 주로 취업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취업도 많이 한다. 특히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해외 행사 위주로 많이 다닌다.

현재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해외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은 메이크업 강좌가 대학, 평생교육원, 문화센터 등 구석구석 없는 곳이 없다. 국가 규모를 생각해 보면 특이할 만큼 많은 편이다. 또 배우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게 요즘에는 중학생이 뷰티 아카데미를 다니는 경우도 많다. 어린 나이에 배우기 시작하니 그만큼 오랜 시간 공부한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당연히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해외에서 한국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많이 찾는다. 다만 언어가 늘 문제다. 중국 같은 경우 보통 통역을 붙여주지만, 영어가 통하는 아시아권은 통역을 붙여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취업을 해도 언어 문제로 길게 일하지 못하고 결국 자리를 잡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3개월이나 6개월 이런 식으로 짧게 일을 많이 한다.

한국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많이 찾는 이유가 그들이 물론 뛰어나기 때문이지만 사실 한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 영상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 영상 속 주인공이 그 나라의 미를 주도한다고 보면 된다. 헤어, 색조, 메이크업, 성형 등등 말이다. 그렇기에 뷰티·미용 사업과 문화는 따로 떨어뜨려 설명할 수 없다.

# 민간 전문인이 주도해야 한다

현재 한국메이크업전문가직업교류협회를 이끌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관’(정부) 주도가 아닌 ‘민’이 주도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여기서 ‘민’이란 해당 분야의 전문인을 의미한다.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다. 아직도 메이크업을 공중·위생 카테고리로 묶어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예전에 가난했던, 국가 차원에서 위생을 신경 써야 했던 시대도 아닌데 말이다. 예를 들면 국가자격증을 땄다고 치자. 우리 메이크업하는 사람들은 촬영, 공연, 쇼 등등의 현장이 곧 작업장이다. 그런데 현장에 나가서 일하면 불법이 된다.

이해가 잘 안되는데....왜 불법이 되는 건가.
공연 메이크업을 위해 예술의 전당에 출장을 나가서 공연 전 배우들의 메이크업을 해준다고 하자. 예술의 전당은 공중위생 업소가 아니기에 불법이 되는 거다. 우리나라가 파티 문화가 발달한 것도 아니고 일반인이 메이크업을 따로 받는 경우가 있겠나. 그렇기에 전문 메이크업샵을 단독으로 운영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아주 대규모 기업형 헤어샵에서 부속으로 메이크업 샵을 둘 순 있겠지만 그건 정말 극소수이다. 심지어 웨딩샵도 메이크업은 따로 프리랜서를 불러 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런데 메이크업 자격증을 국가자격증화하면서 공중위생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그 결과 범법아닌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화점 코스메틱 코너에서도 시연을 해주지 않나. 그렇다면 그것도 불법인 건가.
이와 관련한 유명한 사건이 있었다. 모 화장품에서 백화점 고객한테 시연해줬는데 그 모습을 누군가 의도적으로 사진을 찍어 고발했다. 위생업소가 아닌 장소에서 메이크업 했으니 위법이라고 말이다. 그때 해당 화장품 변호사들이 판촉으로 해준 거라고 한바탕 뒤집어엎어 결국 그 회사가 이겼던 일이 있다. 하지만, 그 회사야 다국적 기업이니 파워가 세기에 가능했던 거고 일반 자영업자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일반인들이 변호인단을 거느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메이크업이 국가자격증이 된 것은 언제인가.
한 2년 정도. 박근혜 정부 때로 얼마 안 됐다. 메이크업 관련 협회가 총 네 곳이 있다. 세 곳은 나와 같은 생각이고 한 곳만 다른 생각이었는데, (아마도) 줄이 있었는지 타고 올라가서 얘기하더니 갑자기 이렇게 제도가 바뀌었다. 그가 뷰티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니 돈을 벌려는 목적이었겠지! 당시 공청회도 없이 진행됐었다. 헤어, 네일, 피부, 메이크업 이걸 출장도 안 되고 모두 샵에서만 시술할 수 있도록 꽁꽁 제한했다. 우린 현장 업무가 주인데 말이다. 그러면서 분야를 세분화하여 모두 자격증을 따야지만 일을 할 있도록 해놨다. 예를 들어 속눈썹 연장 시술을 예전에는 그냥 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메이크업 자격증을 따야 한다. 네일, 왁싱, 속눈썹 모두 별개로, 각기 자격증이 필요하다. 그 자격증을 다 따려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장난 아니다.

국가자격증이 된 후 변화가 있다면.
국가자격증 되기 전에는 협회 주관의 민간자격증 제도였는데 이때 어느 정도 수익이 발생했었다. 그 수익을 가지고 협회 이름으로 외국 뷰티 콘테스트에 정기적으로 내보냈었다.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고 국가적인 뷰티 콘텐츠를 생산했었는데 재정 부족으로 더 이상 못 하는 실정이다. 국가 지원금 제도가 있긴 한데 이를 타기 위해서는 입찰을 해야 하고 그 절차와 과정도 복잡하다. 또, 그들만의 커넥션이 있어서 받는 사람만 받는 실정이다.

# 아시아美 페스티벌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의 패션·뷰티·문화 교류 콘텐츠인 ‘아시아美 페스티벌’을 공동 주체하는 거로 알고 있다.
맞다, 좀 전에 얘기한 5월 행사로 뷰티 콘테스트(Beauty Contest)를 개최한다. 이번에는 특별히 중국차이나패션위크가 공동개최자로 들어왔다. 한한령이후 한·중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뷰티 콘테스트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데,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지.
무대 뒤에서 스태프로서가 아니라 직접 작품을 기획하여 그 모든 것을 메이크업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8~10분 정도의 갈라쇼로 진행한다. 메이크업쇼 즉 뷰티 콘테스트는 아름다움과 관련된 모든 것의 집약이다. 콘셉을 정하고 모든 것을 메이크업으로 표현한다. 의상의 경우 최소한의 것만 가리고,(웃음) 바디 페인팅을 한다. 정말 독특한 무대로, 쇼를 본 사람들이 10개의 패션쇼보다 뷰티쇼가 더 커 보인다고 할 정도로 강렬하다. 굉장히 창의적인 작업이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단순히 페이스 메이크업이 아닌, 신체 자체가 표현 수단이 되는 건가보다. 최근 공연을 잠깐 소개한다면.
음, ‘명성왕후’, ‘대호’, ‘사이보그’ 등이 있다. 그 중 ‘명성황후’는 굉장히 한국적인 작품이라고 호평을 받았었다.

창의력이 필요한 작업인데 주로 영감을 어디에서 얻는지.
뮤지컬, 연극, 오페라 등등의 공연과 미술 전시회를 많이 보러 다닌다. 또 영화도 정말 많이 보는 편인데 허투루 보지 않는다. 보통 의상과 분장에 초점을 맞춰 본다. 그래야 작품의 모티브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스페인 플라멩코 쇼를 봤는데, 음악도 훌륭하고 무용수가 무대를 압도하더라.

# 메이크업 입문과 이후

메이크업 분야를 처음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점에 끌렸는지.
화장품 회사에 재직하며 당연하게 관심이 갔고,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에 끌렸다. 재미있지 않나. 초창기 문화센터 뷰티 수업을 많이 담당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공부를 더욱더 했던 것 같다.

메이크업 입문은.
고등학교 졸업 후 아모레에 입사하여 23년간 일했다. 처음 입사한 게 1973년이었다. 참 오래됐지! 그때는 뷰티 아카데미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때라 주로 화장품 회사가 담당했었다. 지금 기억에 아모레의 마몽드가 런칭하고 ‘산소같은 여자’라는 광고가 유행하며 메이크업에 관심이 높아졌던 거 같다. 당시 인력개발원 과장으로 재직하며 홍보, 마케팅, 판매 시책(전략과 전술) 관련 일을 하며 화장품 관련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이후 회사를 옮겨 화장품 수입과 제품 개발을 했었다. 5년 차쯤 IMF를 맞아 퇴사하여 자회사를 설립했다

그 회사가 P&C net인가 보다. 최근까지 대표였다.
실제로 사업을 접은 지는 오래됐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내 브랜드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살려 둔 거다. 당시 P&C net를 창업하여 화장품을 수입하고 유통했으나 대기업과 경쟁이 안 됐었다. 한때 일반 소비자가 아닌 미용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판매를 했었고, 웅진과 손잡고 ‘비즈업’을 설립하여 유통하기도 했었다. 가수 ‘강타’와 함께 중국 프로모션을 다녔었다.(웃음)

흔히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고 한다. 타인은 모르더라도 자신만이 기억하는 실패가 있을 거다. 그 시기를 어떻게 이겨냈는지.
종종 사람들이 나를 ‘메이크업계의 대모’라고 부르곤 한다. 13년간 협회를 이끌어 왔는데 매해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이슈로 인해 어려운 것은 극복하면 된다. 그 시기를 버티고 견디면 가능하다. 결국, 가장 어려웠던 건 인간관계였다. 어떤 때는 나 자신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회원들을 배려하며 관계를 풀어나갔던 거 같다.

힘든 때가 있다면 반대로 기쁜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자랑스러운 혹은 기뻤던 순간을 꼽는다면.
음, 개인적으로 박사 학위를 땄을 때 정말 기뻤다. 고등학교 졸업 후 현장에 나가 일하면서 틈틈이 공부했었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학사 따고 이후 석사 마침내 목표였던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적으로는 국가자격시험을 면제받는 대회를 최초로 만든 것이다. 우리 협회가 주체하는 뷰티 콘테스트 상위 입상자(1~3등)는 따로 국가자격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 국가자격 면제권을 주는 협회라는 점에서 성취감과 자긍심이 높다.

# 후배에게

좀 전에 얘기했듯 중학생도 메이크업을 배울 정도로 관심이 높은 분야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메이크업 분야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자질을 꼽는다면.
메이크업은 실용학문이다. 이론과 실천이 함께 가야 한다. 즉, 현장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대학 졸업하고 어려운 일을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 힘든 과정을 거치기 싫어하는 거다. 그렇기에 자격증을 여러 개 땄어도 막상 실력 즉, 실제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물론 기술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지식과 기술 그리고 태도(교양)가 삼위 일체돼야 진정한 아티스트로 거듭날 수 있다. 자기성찰과 이론적, 실용적 공부가 병행돼야 한다. 또, 문화적 소양도 중요하다. 뮤지컬, 쇼, 공연 등을 자주 접하는 게 좋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후배에게 조언한다면.
‘한우물을 파라’고 얘기하고 싶다. 기술이란 축적된 노하우다. 뷰티 분야가 얼마나 세분화돼있나.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선택하고 그 길을 가야 한다. 관련 지식은 넓을수록 좋겠지만 기술은 그렇지 않다. 한 분야에 매진해야 한다. 즉, 메이크업을 목표로 했다면 헤어, 네일, 왁싱, 피부 등등 관련 지식을 두루 습득하는 건 좋다. 하지만 기술까지 다양하게 섭렵하려는 건 오히려 좋은 방법이 아니다.

# 안미려

평소 고수하는 원칙, 즉 이것만은 꼭 지킨다는 것이 있다면.
음, 약속을 중시한다. 일단 약속했으면 아무리 싫어도 지키려 한다. 좀 전에 말했듯 먼저 배려하는 편이다. 내가 나이가 많다고, 경력이 긴 선배 혹은 협회장이라는 이유로 어깨에 힘 준다면 회원들이 나를 믿고 따르겠나. 말을 앞세우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려고 노력한다.

버킷 리스트, 즉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혹시 당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런칭?
유통 문제로 혼자서는 못 한다. 화장품 자체 그러니까 제품을 만드는 건 전문가이기에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경험상 유통 업체와 협업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솔직히 이제는 어떤 일을 더 벌인다기보다는 지금 일을 서서히 잘 정리하고 남은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는 데 집중하려 한다. 좋은 자리와 일 할 기회가 있다면 후배한테 물려 주고 싶다. 평생을 열심히, 너무 앞만 보고 살았으니 이제는 좀 내려놓고 멍때리며 여유롭게 살고 싶은 바람이다.

최근 행복했던 순간은.
글쎄, 재즈마스터 윤희정씨로부터 재즈를 배웠는데, 비록 내가 노래는 잘 못 해도(웃음) 음악에 대한 귀가 열리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기쁘더라. 내가 평소 지적 허영이라고 할까, 뭔가를 배우는 걸 참 좋아한다.


2018년 4월 26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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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한국메이크업전문가직업교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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