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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겪어보지 못한 경험 <대립군> 김무열
2017년 6월 1일 목요일 | 김수진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김수진 기자]
<대립군>에서 ’곡수’는 왜군을 피해 성에 머문 ‘광해’를 향해서 유일하게 소리치는 인물이다. 나라를 팔아 이익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 통치자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왕의 무능으로 빚어진 결과물이 바로 ‘곡수’다. 이러한 캐릭터의 거친 외피 뒤에는 배우 김무열이 있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해 겨울 모두가 광장에 나와 한 목소리를 내던 당시, 김무열은 ‘곡수’가 되어 열연을 펼쳤고 배우로서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접했다고 이제서야 털어놓는다. 무엇이 현실인지 연기하는 내내 혼란스러웠다는 그에게서 위대했던 지난 겨울날의 혹독한 촬영담을 들어봤다.

영화는 어떻게 봤는지.
시사회 당일까지도 걱정을 많이 했다. 보통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은 무대에 올리기 전까지 걱정되는데 영화는 다 찍어 놓고도 관객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없으니 초조하더라. 아내가 VIP시사회에 와서 관람했는데, 다행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해줘서 어느 정도는 안심할 수 있었다.

어떤 부분이 걱정되던가.
작품보단 내 연기에 대한 걱정이 컸었다.

이번 작품에 캐스팅된 이유가 무엇이라 보는지.
정윤철 감독님이 내가 출연한 연극을 보고 캐스팅 제의를 했다. 장진 감독님이 연출한 <얼음>이라는 작품에서 욕쟁이 형사를 연기했다. 감독님이 평소에 나를 바르고 착한 이미지의 배우로만 생각하다가 무대에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한 뒤 캐스팅 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드라마 <별순검>, <일지매> 그리고 <최종병기 활>(2011)에 이어 <대립군>까지 잊혀질 만하면 사극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극이 확실히 고생스러운 작업이지만 알면서도 잊을 만하면 하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번 <대립군>을 찍으면서도 배운 점이 많았다. 우리가 사극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의 과거를 현재의 우리가 바라보면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지극히 교과서적인 교훈이라도 그게 바로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번 작품은 현 시대의 모습과 더욱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서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크게 공감하며 연기할 수 있었다.

<최종병기 활> 출연이 도움이 됐나. 같은 시대극이고 주로 활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대립군>과 유사하지 않나.
<최종병기 활>에서는 주인공인 박해일 선배가 주로 다뤘고, 나의 경우는 활을 한번도 다루지 못했는데 그것에 대한 갈망이 컸었나 보다. 활 쏘기에 대한 목마름이 <대립군>에 출연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 그런 점에서는 확실히 도움이 된 것 같다.(웃음)

그토록 갈망하던 활 쏘기는 어떤 식으로 연습했나.
전통 무예를 전공한 박사님이 도와줬다. 그분이 액션스쿨에도 나와서 액션 감독님과 함께 무술 훈련 지도를 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항상 상주해 있으면서 매 신마다 자세를 확인해줬다. 개인적으로는 활을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연습하곤 했었는데, 압축 스티로폼으로 과녁을 만들어서 쏘고 그랬다. 전쟁터에서 활을 다루는 사람은 움직이면서 장전해야 하는 데다가 빠르게 쏴야 하니 더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한번은 유튜브를 통해 활을 빨리 쏘는 어떤 분의 영상을 참고하기도 했다. 그분은 동전을 공중에 던져 활로 맞추고 그러더라. 신기했다. 난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손가락 사이에 화살을 꽂아 놓고 연속해서 쏘는 기술을 연마했었다. 아쉽게도 영화 속에선 모두 다 보여드릴 수 없었지만 말이다.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이 ‘곡수’다.
마음에 든다. 이름에서부터 인물의 우여곡절을 느낄 수 있지 않나.(웃음)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곡수’가 ‘광해’ 여진구와 대립군의 대장인 ‘토우’ 이정재에 비해 분량이 적었음에도 존재감은 상당했다.
어떤 배역을 맡든, 대소를 떠나 항상 열정적으로 임하려고 한다. <대립군>에서도 마찬가지로 ‘곡수’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나름 상상해서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곡수’가 잠깐이라도 등장하는 부분에서 그런 우여곡절이 어느 정도 나타났으리라 생각한다. 그랬기 때문에 존재감도 커진 것이고 말이다. 또 출연자 대부분이 나보다 선배님들이었는데 ‘곡수’를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줬기에 이 모든 게 가능했다. 누구 하나 든든하지 않은 분들이 없었다. 편한 분위기에서 연기를 했기에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정재 선배님은 언제나 제 역량을 충분히 끌어 낼 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덕분에 감정 연기를 순조롭게 펼칠 수 있었다.

본인이 상상한 ‘곡수’는 어떤 인물인가.
영화를 본 분들이 ‘곡수’는 오늘 날 대한민국의 흑수저를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이야기하더라. 공감이 됐다. 평소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법한 통치자에 대한 불만을 ‘곡수’는 비교적 쉽게 표출하고 더 나아가 행동으로 실천한다. 물론 욱하는 성격 탓이지만 그런 ‘곡수’의 모습들이 연기하는 입장에선 통쾌했다.

선조 시대에는 부역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시대였기에 ‘곡수’가 ‘토우’를 배신하는 것도 당연한 일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곡수’는 ‘광해’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거기에다 왜군들에게 쫓겨 성에 갇혔을 때도 죽은 동료의 시체를 뜯어 먹고 살아남았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만큼 나라가 백성을 위해 해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자연스럽게 제 살길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또 ‘곡수’의 어머니가 왕의 행렬을 따라가다가 죽음을 맞이한 것도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하다. ‘곡수’의 배신에는 나름의 이유가 존재한다.

대립군들끼리 툭툭 던지는 대사 중에서 웃음포인트가 많았다. 애드리브였나
반은 대본에 있던 대사고 반은 애드리브였다. 그 중 ‘광해’가 가마를 타고 산을 오르던 중 ‘토우’가 가마를 부서 버리자 ‘광해’가 직접 걷겠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곡수’가 “진작에 걷지”라는 대사를 뱉는데 그건 애드리브가 아니다. 감독님이 야심 차게 준비한 웃음포인트였다.(웃음) 웃기지 않으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히 관객 분들도 많이 웃더라. 연기하는 입장에선 아주 짧은 대사지만 부담이 컸던 기억이 난다. 이외에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대사들도 꽤 있었는데 한재영과 박원상 형님들이 평범한 대사도 맛깔 나게 잘 살려 주셨기에 그런 웃음포인트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대립군들끼리 의형제 같은 끈적함이 보이던데. 실제론 어땠는지.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이 진행돼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모든 배우들이 회사와 싸우는 노조가 된 것 같은 마음으로 하나가 됐다. 동일한 적을 두고 배우들끼리 똘똘 뭉친 느낌이었다. 원치 않아도 화합하게 되더라. 밤에는 술로 서로 위로하고 불만이 있으면 마음껏 털어놓는 분위기였다. 다들 무난한 성격이라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나이가 어린 여진구는 어떤 후배였나.
주변 지인들에게서 진구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꽤 많이 들었다. 그래서 촬영 초반부터 진구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다. 이후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그 나이에 가질 수 없는 안정감과 면모를 지닌 것 같더라. 독보적인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극중 약해 보이지만 강단 있는 ‘광해’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그럼에도 아직 어리다는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대립군 역할을 맡은 배우들끼리 흙바닥에 누워서 놀고 있으니 (진구가) 같이 놀고 싶어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용포가 더러워지면 안되니까 차마 눕진 못하고 그저 ‘형들 뭐해’ 하는 표정으로 부럽다는 듯 바라만 보고 있어서 귀여웠던 기억이 난다.(웃음)

영화를 보면 삭제된 부분이 꽤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혹 편집상 아쉬운 점은 없었나.
원래는 대립군들 각자의 개인사가 존재했었다. 그 중 편집된 한 부분을 말하자면, 원래 ‘조승’의 여동생이 있었다. 그런데 ‘왕춘’이와 눈이 맞아 애를 갖게 된 것이다. ‘왕춘’은 그 사실을 계속 비밀로 지키고 있다가 마지막에 ‘조승’에게 털어놓게 된다. 화가 난 ‘조승’이 ‘왕춘’을 죽이고자 달려들고 칼부림이 나는데, 그러다 마지막에 배를 타고 피난길에 오르는 대목에서 ‘조승’이 ‘왕춘’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이처럼 감동적인 장면이 여럿 있었는데 삭제됐다. 아마 그 이유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지닌 포커스가 모두 다르기에 편집된 듯싶다. 또 절반 정도 촬영했을 때 작품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톤을 최대한 배제하기로 했기에 더욱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자연스럽게 작품을 통해 역사를 공부할 수 있었겠다.
정통 사극이기에 더 공부할 기회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은 지금 있는 공간과 시간의 예술이라고 보통은 생각하는데 영화도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깨달았다. 사극임에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극중 ‘곡수’가 성문 앞에서 ‘광해’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소리지르는 장면이 있다. 그 신을 촬영한 날이 공교롭게도 4차 광화문 촛불집회가 있던 날이었다. 우리의 현실과 비슷해서 연기하는 나조차도 헷갈릴 정도였다. 이처럼 배우가 큰 공감을 하면서 연기할 일이 잦지 않은데 이번에 경험할 수 있었다.
극중 창을 하는 장면이 인상 깊더라. 어떻게 준비했나.
그 신을 촬영하기 전날에서야 감독님이 말해주더라. 정말 긴 시간을 고민을 하다가 바로 전날 결정한 것 같았다. 하루 동안 숙소에서 속성으로 창을 배웠고 그 노래에 맞춰 진구는 춤 연습을 했어야 했다.(웃음) 감독님에게 이게 가능한 거냐고 걱정을 토로했던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육자배기’가 어렵기로 유명한 노래다. 창을 오랫동안 해온 분들도 어려워 한다고 들었다. 알앤비처럼 기교도 많은 곡인데 정말이지 밤새워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내가 노래를 부르면 춤판이 벌어져야 하는 판타지스러운 장면이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부르니 흥이 나지도 않더라. 오히려 구슬퍼지기만 했다. 개인적으론 화면보다 현장에서의 슬픈 느낌이 더 좋았던 것도 같다. 영상 속에는 현장에서 느낀 구슬픔이 충분히 담기지 않아 아쉽더라.

뮤지컬을 한 경험 때문에 노래를 시킨 건지.
감독님이 내가 출연한 뮤지컬은 보진 못한 것 같고, 단순히 뮤지컬에 출연한 경력을 보고 ‘그럼 널 위해 노래를 하나 쓰겠다’고 말하더라. 아무리 그래도 서양 음악과 창은 확연히 다른데 말이다.(웃음)

아무래도 올 로케이션이라서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었겠다.
새벽 3시부터 촬영 준비를 할 때도 있었다. 두 시간 동안 분장을 한 뒤 차로 산을 오르면 아침 6시정도 됐다. 해 뜨는 시점과 비슷하게 도착하는 것이다. 한번은 산 꼭대기에서 내내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 비라도 오면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려야 했으니 말이다.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오죽하면 감독님에게 우리 혹시 <레버넌트>(2016) 찍는 거 아니냐고 물어 볼 정도였다. 특히 온전히 자연광으로만 찍어야 하는 신은 최대 두 시간 내에 촬영을 마쳤어야 했다. 해 뜨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그런 장면을 찍는 날이면 백 명이나 되는 배우 및 스태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했다.

우리나라의 산수를 홍보하는 영화가 되는 건 아닌지.(웃음)
어떤 분은 <히말라야>(2015)보다 산이 더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말하더라.(웃음) 자연 속에서 찍으니 좋긴 했다. 촬영 끝나고 술 한잔하고 싶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명소들이 많더라.

밥차가 산 위로 올라오지 못해서 자연스럽게 굶으며 진짜 대립군의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들었다.
정말 그랬다. 올라가는 데 한 시간 걸리니까… 산을 오르는 동안 땀으로 흠뻑 젖게 되는데 전날 술을 마신 사람은 자연스럽게 숙취를 해소할 정도였다.(웃음) 또 영화를 보면 지게꾼도 나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짐이나 무기 같은 소품들이 많았다. 모두 스태프들에게 맡길 순 없으니 자기 짐은 배우들 각자 들고 올라가야 했던 상황이었다.
고생한 만큼 흥행에 대한 기대가 크겠다.
기대보다는 소망이 있다.(웃음) 이정재, 여진구라는 배우가 있어 큰 걱정은 없다. 오늘 날 대한민국의 상황과 맞닿은 부분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고 말이다. 보는 분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영화가 큰 위로가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공감이라는 게 위대하고 무서운 것 아니겠나.

오늘날 한국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고 했으니 묻겠다. 본인이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리더는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번 ‘곡수’를 통해선 리더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곡수’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라서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자세에 따라 좋은 리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앞으로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일을 오래오래 하는 게 목표다. 군 입대 등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솔직히 전역하고 나서 복귀를 못할 줄 알았다. 그럼에도 지금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차기작 계획은?
일단 장르는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싶다. 그래야지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체적인 계획은 일단 작년에 촬영한 <머니백>이라는 영화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 장항준 감독님이 연출을 맡은 <기억의 밤>이라는 작품에서 강하늘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 작품도 아마 올해 안으로 개봉될 듯싶다.

2017년 6월 1일 목요일 | 글_김수진 기자(Sujin.ki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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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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