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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노력이 필요하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류현경
2017년 3월 13일 월요일 | 김수진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김수진 기자]
영화계에 개근상이 있다면 이 배우에게 줘야 하지 않을까. <신기전>(2008),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방자전>(2010), <만신>(2013), <전국노래자랑>(2013), <오피스>(2014) 등 하나하나 열거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성실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배우 류현경. 어느 새 21년차 배우가 된 그녀를 실제로 만나보니, 대부분의 작품 속에서 보여준 기운 센 존재감과는 달리 겸손하고 또 겸손한 모습이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자신의 단점을 세세하게 털어놓기까지 하는 그녀의 솔직함 속에서 여태껏 지치지 않고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을 얕게 나마 엿볼 수 있었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가 개봉을 했다. 소감이 어떤가.
2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라 많이 떨린다. 부디 많은 분들이 극장에 와서 봐주셨으면 한다.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사전정보 없이 어떤 영화인지 잘 모르고 온 분들은 막연하게 코미디 장르라고 생각했다가 예상보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묵직해서 놀란 듯싶다. 대체적으로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잘 봤다, 신선하다는 호평을 해줬다.

죽었던 예술가가 살아 돌아온다는 시놉시스 자체가 신선하고, 장르 또한 블랙 코미디라서 독특하게 다가오는데 연기하는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기대됐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말한 것처럼 워낙 소재가 독특해서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술계 또는 화가 한 사람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볼 땐 어렵게 느껴졌고, 쉽게 공감이 잘 안됐다. 보는 분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을까봐 걱정됐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끝마치고 2년이 흐른 뒤 결과물을 보니, 넓게 생각하게 되더라. 우리 영화가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누구나 한번쯤 살면서 겪어볼만한 갈등을 그리고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가 아닌 관객 분들도 이런 지점에 십분 공감하면서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영화는 예상대로 잘 완성된 것 같은지.
어떤 배우든 완성된 영화를 볼 때, 자신이 한 연기를 주로 본다. 나 역시도 그랬고,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2년 전에 찍은 작품이라 지금보다 연기력에 있어서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여러 장면이 있지만 특히 초반 ‘지젤’이 회사에서 면접을 보는 꿈 신이 아쉬웠다. 생각해보니 오히려 꿈이 아니라 실제 면접관들에게 돌직구를 던지는 장면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당시 감독님이 꿈이니까 아무래도 과장되게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디렉팅을 해서 결과적으론 재미있는 장면이 됐지만, 꿈 대신 진지한 현실 상황을 연기했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지 않았을까.

누군가가 죽었다, 살아났다는 이야기는 뉴스에서 종종 들어봤지만, 사실 아주 있을법한 일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데, 그런 대목을 관객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함께 출연한 (박)정민이와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제로 이런 상황들이 가능할까 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먼저 이해를 해야 현실감 있게 잘 전달할 수 있기에, 서로 의견도 많이 나누고 연구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박정민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6년간 알고 지낸 정말 친동생 같은 후배다. <오피스>에서 함께 출연하기도 했지만 상대역은 아니라서 연기하는 모습을 잘 지켜보지 못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접한 정민이의 모습은 정말 인상 깊었다. 언제나 좋은 에너지를 내뿜는 것 같아 덕분에 집중이 잘 됐다. 동생이지만 의지하게 되는 부분도 많았다.

자신이 연기한 ‘지젤’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는지.
불안감이 많은 친구다. 어릴 때부터 혼자서 작업하는 게 익숙한 친구이기에 자신만의 세계에 깊이 빠져 있다. 사람들과 교류도 별다르게 없고, 그러면서 남들과는 다르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기 부정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인물인데, 스스로에 대한 불만을 다른 사람에게 투영해 표현하곤 한다. 남들에게 엄격하고 냉소적인 모습 자체가 곧 캐릭터의 불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연기니까 ‘지젤’과 굳이 비교하자면 배우처럼 여러 사람들과 공동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런 캐릭터가 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지젤’을 이해하기 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주변에 ‘지젤’ 같은 여동생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
‘괜찮아. 너무 그러지 않아도 돼. 힘들게 살지 않아도 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현실에 타협하며 살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작업 자체를 존중해주는 사람이 분명 어딘가 있다고 믿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우리 영화에서는 초반 ‘재범’이 ‘지젤’을 이해해주는 역할로 나오는데 이처럼 현실에서도 ‘재범’과 같은 인물은 꼭 존재하니, 열린 마음으로 기다려보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무명 화가인 ‘지젤’처럼 본인도 무명 배우였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서러웠던 기억은 없었는지.
내 성격 자체가 서러운 일을 겪어도 서럽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무슨 일을 겪든 내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바꿔 생각한다. 솔직히 누구나 인생에서 힘든 시절은 있기 마련인데, 이왕이면 서러웠던 일들을 발전의 계기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긍정적인 성격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웃음) 아무래도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한테 털어놓는 편이었다. 언제나 엄마는 ‘괜찮아. 별일 아니야’라는 말을 해줬고, 별말 아닌 듯하지만 결과적으론 지금의 날 만들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시사회에서 김경원 감독이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고 했는데 이 말에도 긍정하는가.(웃음)
글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웃음) 영화를 찍기 전에 연습을 많이 한다. 대본에 빼곡히 필기할 만큼 어떤 연기든 철저하게 계산하고 한다. 애드리브가 아니다. 감독님이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로 봐줬다는 건 그만큼 연기가 자연스러웠다는 말이니 감사하다.

평소 연기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염두에 두는가.
아무래도 극 속 인물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 캐릭터인지, 그리고 설득력 있게 보여지려면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그런 부분들을 신경을 쓴다.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지 또한 고려한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실제로 이제 가능해?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상황들이 자주 펼쳐지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연구하고 연기했다.
배우를 안 했다면 어떤 일을 했을 것 같은가.
어릴 때부터 공동 작업을 하는 현장 자체가 좋아서 연기를 시작했다. 당시 어린 내 눈에도 현장에서 본 감독, 스태프, 배우들이 팀워크를 이루며 바쁘게 일하는 모습들이 멋있어 보였나 보다. 그랬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배우를 하지 않았더라도 어디선가 사람들과 공동작업을 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싶다.

공동작업에서 오는 쾌감을 중요시하는 배우인데, 극 중 개인 작업에만 매몰된 채 다소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지젤’에게서 느껴지는 반감은 어떻게 잠재웠는지 궁금하다.
확연히 다른 캐릭터이기 때문에 억지로 공감을 하기보단 오히려 이해를 하려고 노력했다. 연기하는 내내 나조차도 안쓰럽더라.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참여 작품수가 굉장히 많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택시>에서도 내 작품수가 많다고 하더라. 그런데 대부분 특별출연이 많아 내가 작품을 이끌어 간 경우는 많지 않다. 아마 1년에 한 두 작품 참여한 정도다. ‘여자 이경영’이라는 말도 있던데, 감사하지만 이경영 선배님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다. 대부분 몇 년 전에 미리 찍어 놓은 작품이 한꺼번에 개봉을 한 경우가 많았는데, 아마도 그래서 ‘류현경은 다작한다’는 말이 생긴 것 같다. 어찌됐건 어떤 작품에서든 내가 만들어내는 캐릭터가 잘 쓰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감사하다. 또 어떤 캐릭터가 내게 맡겨졌다는 건 감독님이 상상한 인물의 면모와 부합하는 모습을 내게서 발견했다는 말이기에 뿌듯하기도 하다. 감독님들이 찾아낸 내 장점을 충분히 표현하고자 어떤 작품에서든 진심을 다해 연기하게 된다.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고 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끼가 많았나 보다.
어릴 때는 연기의 재미를 알았기보단, 현장에서 스태프 언니 오빠와 함께 작업하는 게 그저 신났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25세쯤 <신기전>(2008)이라는 작품을 만났는데, 그 작업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그 작품에서 연기를 할 때만큼 고민을 많이 했던 적도 없었는데, 아직도 <신기전>이 TV에서 방영되면 뭉클하다.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연기한 많은 캐릭터 중에서 잊지 못할 캐릭터는?
<전국 노래자랑>(2013)에서 ‘미애’ 역을 맡아 부부생활 연기를 선보인 적이 있었다. 아직 미혼이라 경험해 보진 못한 일이지만 주변에서 이야기도 많이 듣고 나름 상상을 통해 부부 연기를 공감하고 표현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많은 분들에게 현실적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기자로서 그런 말을 듣는 게 기쁜 일이구나 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이후 어떤 역할을 맡든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앞서 말했듯이 관객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그래서 큰 공감을 이끌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 연기로 관객들을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나 또한 그들의 반응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연기자의 삶을 평생 이어 나가고자 한다.

인생 영화가 있는가.
사실 예전에는 뚜렷하게 어떤 영화가 좋다고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무엇 하나 선택하기 힘들어졌다. 나이에 따라서 좋아하게 되는 작품도 달라지는 것 같고… 지금 당장 떠오르는 작품은 <아메리칸 셰프>(2014)라는 영화인데, 몇 년 전에 봤었고 올해 다시 한 번 봤다. 이유 없이 보고 있으면 그냥 좋은 영화가 있는데, 이 작품이 딱 그렇다.

한해 한해 지날 수록 배우로서 혹은 여성으로서 변해가는 부분이 있는지.
분명 변하는 게 있을 텐데 스스로는 못 느끼는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이나 어릴 때부터 본 분들은 간혹 달라진 부분을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배우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기에 내 마음가짐이나 열정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배우로서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쉬운가.
평소 습관이 연기할 때도 나온다. 고치고 싶다. 친한 지인들만 아는 버릇이다. 그분들은 내 습관 때문에 도저히 영화에 몰입을 못하겠다고 할 정도다. 류현경의 습관이 나온다는 건 결국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완벽히 스며들지 못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때문에 고쳐야 될 부분이다. 욕심이 있다면 연기할 때만큼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다. 최근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는데, 정민이가 참여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뮤지컬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민이가 친한 동생인데도 무대 위에서 연기할 때만큼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더라. 완전 감동 받았다. 정민이를 보면서 나도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배우 생활을 하면서 누구에게 주로 조언을 얻는가.
대부분 함께 작업하는 동료에게 자극도 많이 받고 조언도 많이 받는다. 배우 조은지 언니도 굉장히 감사한 동료 중 한명이다. 연기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언제나 힘이 되어 주는 존재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가장 고마웠던 사람이 있다면.
박정민이다. 정민이가 아니었으면 이런 연기를 펼칠 수 있었을까 싶다. 시사회에서 함께 영화를 보면서도 고맙다고 했다. 사실 더 많이 표현을 했어야 했는데, 이런 인터뷰 자리니까 고맙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웃음) 너무 친해서 직접 얼굴 보고는 말을 잘 못하겠더라. 오글거린다.(웃음)

이제 슬슬 결혼 이야기도 주변에서 나올 듯싶은데, 생각은 없는지.
예전에는 아예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주변에서 이야기가 나오니까, 할 때 되면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상형도 어릴 때는 다양했는데 이제는 말이 잘 통하고 마음이 잘 맞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행복했던 일이 있다면.
몇 개월 전부터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예 키우겠다는 생각보다 친구 강아지를 잠깐 맡아주기로 한 거였는데, 정이 들어서 결국 입양하게 됐다. 어머니랑 함께 사는데, 처음에는 어머니가 싫어 하시다가, 점차 강아지를 귀여워하는 걸 보고 내심 뿌듯하더라.(웃음)

2017년 3월 13일 월요일 | 글_김수진 기자(sooj610@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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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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