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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이 주재료인 이수연 감독의 시그니처 메뉴 <해빙> 조진웅
2017년 3월 6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TV드라마와 영화를 폭 넓게 넘나들며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조진웅. 심리 스릴러 <해빙>으로 관객을 찾은 그는 이번 작품을 ‘조진웅을 주재료로 한 이수연 감독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소개한다. 너무 소심하고 예민한 아이(영화)기에 촬영 후 공개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신명을 느낀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낸다. 해빙기를 맞아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해빙>,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해당 인터뷰는 <해빙>에 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제 술 마셨나 보다.
어제 네이버에 영화 소개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너무 재밌더라. 그 후 기분 좋아서 제작진들과 술을 한 잔 하긴 했다. 그런데 늦잠 잔 이유가 그 때문은 아니고 아내가 시끄럽다고 알람을 꺼 놨더라. 인터뷰 가야 하는데 말이다. 내가 “당신은 참 태평인 여자야” 했다.

<사냥>(2016) 인터뷰 때보다 표정이 밝다. <사냥>보다 그만큼 작품에 자신 있는 건지.
그런 건 아니다. 음, ‘보다’는 이게 의미 심장하다.(웃음) 사실 같은 롯데 배급이라 그 팀이 그 팀이었다. 어제는 제작진들과 심도 깊은 얘길 많이 했다. 곧 GV가 있을 건데 아마 굉장히 새로운 형식일거다. 꼭 봐라. 보면 내가 왜 이렇게 얘길 했는지 알 거다.

힌트를 준다면.
기존에 영화보고 얘기하는 형식이 아니라 포맷을 좀 바꿔봤다. 말로 표현하긴 힘드니 나중에 보면 이해할 거다.

포맷을 바꾼 이유는.
이번 <해빙>의 경우 작업을 하면서 새로웠던 게 다른 영화는 캐릭터가 제시돼 있다. 그렇기에 히스토리를 설명하지 않고 등장만으로도 기능적인 역할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승훈’(조진웅 분)을 표현함에 있어 고민도 많이 해야 했고, 내 스스로가 굉장히 (승훈 안에)많이 들어가야 했다. 배우 스스로가 ‘승훈’을 경험 혹은 체험한다고 할까. 내가 ‘승훈’을 체험하면서 느꼈던 게 ‘이렇게 까지 들어가야 되나’였다. 그런데 상황이 주어지니까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많더라. 상황이 주어지면 리액션이 나오지 않나. 그런데 그것이 계산된 것이 아니다. 그게 오묘한 지점이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아주 독특한 경험이었다. 기존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이 있더라. 그래서 GV에서 관객한테 단순히 영화를 던져놓고 봐라 이게 아니고, 직접 체험하는 게 필요하겠더라.

‘승훈’ 안에 들어가야 했던 이유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전후 사정 따지지 않고 재미있었다. 영화화 됐을 때 관객들도 그 재미를 느끼고 좋아할 지점이 있더라. 그래서 감독님 만나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막상 하다보니 그 산이 높더라. 이걸 어떻게 넘어야 되지? 했다. 이것이 단순히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다. 내가 ‘승훈’ 속으로 들어갔을 때 어떤 것이 나오겠다를 예상은 할 수 있으나 그걸 계산 해버리면 재미가 없어진다. 사실은 계산도 많이 해봤다. 그런데 모니터 해보니 별로더라. 그래서 엎읍시다 하고 다시 갔다. 이번에는 머릿속으로 계산도 안하고 모니터도 안보고 하니 의도하지 않은 즉흥성이 나오더라. 배우끼리도 예상외의 대사가 나와도 놀랍지 않았다. 그럴법하니까 오히려 자연스럽게 다가오기도 하더라. 언발란스하고 언플러그드한 느낌이 <해빙>의 특징인 거 같다.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감독님 입장에서는 참 가혹했겠지만.(웃음)

지금 얘길 종합해보자면 촬영할 때 즉흥적인 면이 많았다는 건가.
맞다. 이수연 감독은 콘티에 충실한 분이고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 오신다. 그럼에도 콘티에 충실하지 않은 연기가 나왔을 때 모든 팀원들이 그 자체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그 분위기를 모두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사 변화도 많고 어쩔 때는 말이 안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배우로서는 굉장히 신명 나는 작업이었다.
아주 섬세한 영화라 약간의 연기톤이 바뀌어도 의미하는 바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즉흥 연기가 많았다니 의외다.
그 지점들을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들이 분명이 짚고 넘어갔다. <해빙>이 횟수로는 벌써 재작년 작업이다.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그때 느낀 게 우리가 꾀하고자 했던, 즉 보여주고자 했던 것을 잘 지키면서 완주를 했구나, 다행이다 였다.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거니까 여타 질타를 받아도 할말이 없고 아쉽지 않다.

그래서 크랭크업하고 개봉까지 시간이 걸린 건가.
그럴 수도 있었을 거 같다. 이 아이가 굉장히 세심하고 소심한 아이라 칠렐레 팔렐레 하면 안되기에 제작자이나 마케팅 담당자들이 고민이 많았던 거 같다. 그렇다고 지금 시점이 적기냐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웃음)

영화가 사건보다는 인물의 심리를 따라간다. 감정 연기가 많아 힘들었겠다.
이렇게 외로운 작업도 처음이었지만, 외로워보는 재미도 처음이었다. 많은 경험을 한다는 건 배우에겐 행운이다.
내면의 ‘승훈’과 객관적인 ‘승훈’, 같은 시각에서 다른 톤을 연기하는데 중점을 둔 부분은.
캐릭터를 두 개로 일부러 구분하려 하진 않았다. 우리 영화가 시점과 관점에 대한 이야기임은 사실이다. 나는 ‘해석 놀음’ 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해석하는 놀음에서 오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내 스스로도 재미를 느꼈고 관객들도 그 재미를 경험했으면 한다. 이번에 내가 직접 참여해 보니 연기가 얼마나 재미있는 놀이인지 모르겠다.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아니 평생 드는 생각이 모든 인류는 연기를 해야 한다는 거다.

시점과 관점. 한편으론 난해하고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감독님이 정말 골머리를 썩었을 게 관점에 따라 다르기에 그 지점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호해지고 지적했듯이 난해해진다. 그래서 제작진들이 고민을 많이 했다. 작업 전, 숏을 찍기 전에는 그 장면에 대해 의견을 상당히 많이 주고 받았다. 이렇게 까지 해서 모른다면 우리 영화를 하지 말자 할 정도였다. 촬영하면서도 숏과 숏 사이 “감독님, 지금 이렇게 가는 거 맞죠?” 했다.

이수연 감독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해빙>은 감독님의 시그니처 메뉴다. (그녀는) 스릴러의 맹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정확히 짚고 있다. 이수연 감독이 <4인용 식탁>(2003) 이후에도 꾸준한 작업과 강의를 통해 그 감을 잃지 않고 지켜오고 계시더라. 이 식당에 들어 오면 이수연이라는 메인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주재료가 나라서, 참…

‘승훈’의 시점을 따라가기에 관객들이 중간에 진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준비를 많이 했을 듯하다.
그런 것들이 굉장히 고민되는 지점이긴 했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하니 내 스스로도 재미가 없어지더라. 그래서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야 편하게 아들도 만날 수 있고, 아내에게 치부도 드러낼 수 있겠더라.

<해빙>의 ‘승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건 뭘까.
본질의 문제라고 본다. 본인이 그런 일을 했다는 걸 자각한 순간 스스로가 얼마나 잔혹스럽겠나. 예컨대 “너, 포르노 왜 봐!” 하며 타인을 질책하는 순간 보고 싶어하는 스스로를 인식하는 거 말이다. 참, 예로 들은 게 허접해서 미안하다. <해빙>은 ‘변승훈’이 느끼는 이런 순간 순간의 포인트에 많이 맞춰져 있다. 인간이 몰락하고 무너져있는 상태에서 스스로가 느끼게 되는 거다. 감독님이 끊임없이 가학을 하더라.(웃음) 그래서 내가 “이렇게 까지 가요? 정말로요?”라고 물을 정도였다. 그랬더니 “더 가세요, 더 가세요” 하더라.
표현 그대로 이수연 감독의 시그니처가 담긴 작품인데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마음에 들었나. 연기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갈 때까지 가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렇게까지 갈 줄 몰랐다. 감독님은 정말 다크하신 분이다.(웃음) 감독님이 그런 논제를 제시했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편하진 않았을 거다. 그래서 나중엔 “더 갑시다. 우리가 힘들어야 관객들이 편하다” 가 공통 의견이었다. 보통의 정서로 만날 수는 없는, 이수연 메인 세프의 시그니처 메뉴를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일 거다. 매번 이런 다크한 영화를 만들 수는 없지 않겠나!

영화를 다시 보니 그 당시 감정이 살아나나.
당연하다. 횟수로는 3년 전이지만 첫 연습했던 신도 다 기억난다. 촬영장의 냄새나 공기도 말이다.
나에겐 나름대로 충격이었던 거 같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거라 생각하는 듯하다.
장르영화가 아무래도 그런 면이 있지 않나. 일단, 안될 걸 생각하고 하진 않는다. 어떤 배우도 그 작품이 망할 거라고 생각하며 연기하지 않는다. 내 성격이 원래 드러내는 걸 좀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아무래도 편한 영화가 아니라서 말을 아끼는 거 같은데.
우리 영화가 파이팅 손짓하며 “<해빙> 보고 힘내세요, 중산층의 몰락을 느껴보세요!” 이럴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작업할 때나 지금이나 정말 배우로서는 신명 나는 작업이었지만, 내가 느낀 신명을 남들은 모를 수 있다. 그걸 강요할 수도 없는 거고. 다만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즐겨주길 바란다.
작품하다보면 캐릭터의 영향을 받지 않나. 이렇게 무거운 역할이면 특히나 말이다.
그래서 나 같은 배우가 연기한 게 다행이다. 나는 수학할 땐 수학만, 영어할 땐 영어만이다. 이렇게 잘 버린다. 오직 그 시간에 집중할 뿐 그걸 계속 가져가진 않는다. 그렇지 못하고 그 감정을 이어가면 정말 힘들어진다. 그게 내가 다작을 할 수 있는 이유다.(웃음) 가끔 댓글을 읽을 때가 있는데, 악플을 봐도 그때만 괴로워한다. 길게 고민하지 않는다. 어떨 때는 참신한 아이디어도 있어서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

인상적이었던 댓글은.
그 시간뿐이라 당시는 감명 받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아, 이런 게 있었다. “저한테 왜 그러세요”, “당신한테 속은 게 처음이에요” 정말 강렬하지 않나! 거기에 댓글을 달고 싶더라. 또,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할 때는 정말 원색적인 악플이 많았다. ‘돼지새끼’ 같은 것들 말이다. 시청자 의견 총 12페이지에 내 얘기가 8페이지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당신한테 속은 게 처음이에요” 이건 굉장한 칭찬인 듯 한데? 댓글의 변화만큼 배우로서의 성장도 느낄 듯하다.
몸의 사이즈가 커지는 건 아니지만 성장한다는 건 굉장히 기분이 좋은 거다. 작업을 하면서, 내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그 무게감이 즐겁다.

이번 ‘승훈’을 연기하면서 정말 신명 났다고 했는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은.
그런 건 항상 없다고 생각하며 산다. 단지 다음 역을 어떤 역이든 잘해내고 싶을 뿐이다. 언젠가 기가 막힌 역할이 있지 않겠나. 다음이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영화 속 ‘승훈’이 이렇게 찌질할지 몰랐다. ‘승훈’은 정말 맞지 않는 옷이더라.

찌질하다?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변승훈’은 실제 나와는 정말 다르다. 그래서 처음에는 ‘변승훈’이라는 옷이 진짜 안 맞는 거다. 나는 그렇게 행동 안 할거 같고. 여하간 이해가 안 된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상황과 설정에 따라 연기를 하다보니 옷이 들어가는 거다. 미운 정이 들었다고 할까. 이젠 예쁘게 보일 지경이다.

내시경 장면이 유난히 많다. 의사역할 준비는 어떻게 했나.
내시경 시술 하는 걸 실제 참관을 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연출부 한 명이 희생을 해줬다. 본인이 대장내시경 하는 모습을 동영상 촬영해와서 그걸 보며 많이 참고했다.

<해빙>의 강점은.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그냥 따라가면 된다는 거다. 모든 큐브를 다 맞춰놨기에 편하게 즐기면 된다. 촬영 때는 몰랐는데 영화 홍보 시기가 되니 우리 영화가 참 홍보하기가 애매한 거다. 아까 말했듯 “<해빙> 보고 힘내세요!” 혹은 “한강에서 시체가 떠올랐는데 보세요!’ 이럴 수도 없지 않나. (웃음)

<해빙>의 추천 포인트는.
극장에서 보기 드문 영화라고 할까. 혹은 이수연 감독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는 거다. 즉흥성을 목표로 한 건 아니지만 언플러그드한 것을 지켜나갈 때 생긴 언발란스를 보는 독특한 재미가 있는 영화다.

드라마 <시그널>로 크게 인기를 얻었다. 그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고사를 여러 번 했던 작품이다. 처음에는 시놉도 제대로 안 봤었다. 살짝 읽어보니 과거에 무전기 나오고 수사극인 거다. 수사극에 판타지, 딱 내가 싫어하는 조합이었다. 그런데 김원석 감독이 집 앞까지 찾아온 거다. 그러면서 딱 한마디 하더라. “20년 전인데 20년 후에는 바뀌겠지” 하고, 그런데 안 바뀌었잖아. 그래서 <시그럴 2> 얘기가 나오는데 자신 없다.

당시 <시그널> 캐릭터 관련해 기억나는 시청자 반응이 있다면.
실제 골이 굉장히 깊은 미제 사건 아닌가. SNS에 문자가 하나 온 거다. “내 딸아, 내 딸아, 내 딸아” 하며 우는 엄마를 안방에 재워드렸다고. 그 사건의 유가족인 거 같더라. 아마 피해자가 여동생이었을 거다. 큰 딸이 엄마를 재우고 나중에 재방송을 봤다고 하더라. “내 동생 이야기다. 당신들이 내 동생을 하나의 드라마 소재로 삼는다는 게 상당히 불쾌했다. 그런데 작업하는 걸 보니 진심으로 대하는 거 같아 응원을 하게 됐다”고. 이걸 김원석 감독이 우리한테 다 전달했는데 그때 같이 작업하던 모든 사람이 순간 정적이 됐다. 그만큼의 중간 평가는 없는 거 아닌가. 이후 작업을 이어나가야 된다는 생각과 사명감이 강해지고 팀웍이 다져지는 순간이었다. <시그널>에 대한 질문 고맙다. 다시 곱씹어 보는 기회가 됐다.

그런데 <시그널2>는 왜 안 하는지.
그렇게 애정했기에 다시 할 자신이 없다.
작품 선택 시 한 포인트에 꽂히나 보다.
다 그렇지 않은가.

<해빙>이 당신을 끌어당긴 결정적 한방은.
‘변승훈’의 변모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거. 나도 그렇게 갈 줄 몰랐다.

준비 중인 작품은.
영화 <보안관>, <대장 김창수>는 촬영을 끝냈다. 윤종빈 감독의 <공작>은 촬영 중이다. 다른 배우들은 촬영 차 대만에 갔는데 나는 대만 분량이 없어서 안 간 상태다.

최근 기쁜 일이나 인상적인 일이 있다면.
<해빙> 의 개봉이다. 그리고 오늘 VIP 시사회라 많은 분이 오신다. 좀 떨린다.

2017년 3월 6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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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앤드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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