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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소재 작품은 끊임없이 만들어 져야 한다” <눈길> 김새론
2017년 3월 2일 목요일 | 김수진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김수진 기자]
<아저씨>(2010)의 ‘소미’가 어느새 성장해 이젠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보듬는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에 김새론은 오히려 “위안부 문제와 같은 민감한 이야기일수록 끊임없이 작품화 돼야 한다”며 “’영예’는 어차피 누군가는 맡아야 했을 배역”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눈길> 속 갈기갈기 찢기고 무너지는 ‘영예’로 잠시나마 살아본 김새론. 나이 답지 않게 자못 의젓한 그녀에게서 남다른 아우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2015년 KBS1 드라마로 먼저 방영된 이래 <눈길>을 스크린에서 다시 본 소감이 어떤가.
일단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도 굉장히 뜻깊다고 생각했는데, 이처럼 스크린에서 관객 분들과 또 한번 만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기에 개봉할 수 있었다. 개봉하고 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앞서 개봉한 <귀향>(2016)도 그렇고 사실 이런 이야기일수록 끊임없이 화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유수의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져줘서 너무나 감사하다. 우리 영화를 본 모든 분들이 같은 마음으로 공감해준 것 같다. 사실 세계적인 관심도 감사하지만, 흥행을 떠나서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 다 봤으면 하는 영화다.

아무래도 이번 영화를 찍고 난 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더 갖게 됐겠다.
찍기 전에도 관심 가졌던 문제지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더욱 관심이 가게 된 게 사실이다. 평소 휴대폰을 할 때도 관련 기사가 뜨면 놓치지 않고 읽어본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요즘은 나이 불문하고 관심을 갖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아, 지인들과 함께 후원 팔찌를 맞춘 적도 있다.
추운 겨울에 촬영한 데다가 세밀한 감정 연기까지 해야 돼서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겠다.
영상미에 신경을 쓴 작품이라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춥긴 했지만 위안부 피해자 분들은 지금의 촬영 현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춥고 힘들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추운지도 모르게 되더라. 감히 힘들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위안부에 강제로 끌려간 소녀 ‘영예’라는 캐릭터에 공감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눈길>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영예’의 모습 중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부잣집 공주님처럼 자란 ‘영예’가 위안부로 끌려가 점점 주변 상황에 무감각해지고 길들어지는 부분이었다. 그 대목에서 마음이 아팠던 동시에 잘 표현 해야지 라는 부담감이 있었다.. 특히 극 중반 ‘영예’가 빙판 위에서 자살을 시도하는데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면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그리고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하는 부분을 최대한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어떤 역할이든 몰입을 하려고 해도 내 자신이 아닌 이상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영예’도 그랬다. 최대한 관련 자료를 읽어보고,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며 간접적으로 나마 느끼려고 했다. 그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내 자신이 진짜 ‘영예’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읽을 때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인물의 마음에 동화된다.

살면서 ‘영예’처럼 주변 상황에 무감각해진 적은 없었나.
내가 아직 어리긴 하지만, 살다 보면 포기하는 것들이 하나 둘씩 생기는 것 같다. 예전에는 끝까지 이루려고 혹은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들을 지금은 안 되면 포기하게 되더라.
극중 일본어 연기가 인상 깊었다.
‘영예’가 모범생 캐릭터라 일본어도 유창하게 해야 했다. 일본어 선생님과 발음 교정 연습을 주로 했다. 억양을 세세하게 배웠다. 평소 입에 붙을 정도로 일본어 대사를 중얼중얼 외우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감독님과 호흡은 잘 맞았는지 궁금하다.
감독님이 대체적으로 어려운 요구를 하지 않으셨다. 향기와 내 연기 방향에 맞춰 서포터 해주시는 편이었고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살을 붙여 주셨다. 전반적으로 감독님과 생각이 크게 다르다거나 디렉팅 해주신 부분 중 어려운 것은 없었다. 또 감독님이 이해하기 쉽게 말씀을 잘 해주시는 편이라서 원활하게 소통하며 연기했다.

김향기와는 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 친구로 호흡을 맞춘 바 있었는데 <눈길>에서도 함께 우정을 그리게 돼 감회가 새로웠겠다.
정말 좋았다. 향기에게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 아마 향기도 같은 마음이었지 않았나 싶다. 또 의지가 되는 친구이기도 했다. 친했기 때문에 ‘영예’와 ‘종분’의 우정을 그리는 신도 비교적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너무 친해서 ‘영예’의 친오빠를 좋아하는 ‘종분’을 견제하는 부분에선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여왕의 교실>때는 여러 배우들과 함께 하는 신이 많아 돈독해질 여유가 비교적 없었다면 이번 <눈길>에선 단둘이 호흡을 맞추는 신이 대부분이라 한층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여왕의 교실> 때 향기랑 둘이서만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빠른 시일 안에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나중에 성인이 돼서도 함께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웃음)
실제로도 ‘영예’와 ‘종분’처럼 극과 극인 성격인지 궁금하다.(웃음)
실제 역할들과 비교했을 때, 향기와 나는 성격이 정반대다. 향기는 차분하고 조용조용하면서 밝은 친구인데, 나 같은 경우에는 ‘영예’의 성격과 다르게 수다스럽고 대체적으로 표현에 적극적인 편이다. 그래서 촬영 전에는 늘 본래 성격을 가라 앉히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성격을 내비치지 않고 온전히 캐릭터의 모습으로 보여야 하는 점들이 어렵더라. 아마 향기도 이런 내 성격 때문에 옆에서 힘들었을 수도 있다.(웃음)

김영옥 선배님과 붙는 신도 많았는데 어땠는지.
선생님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대선배라는 생각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더라. 그러나 실제로 어색하면 연기할 때도 그 마음이 드러나고 나아가서 작품을 보는 분들에게도 불편함이 전해질 수 있으니 최대한 선배님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늘 마음 속으로 향기에게 하는 대사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배우 생활을 꽤 했지만 아직 어리다 보니 주변의 조언에 의지를 많이 할 듯도 싶은데.
부모님과 의견을 많이 나눈다. 어릴 때부터 여러모로 상의를 많이 했다. 내게 있어 부모님은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존재인 동시에 힘듦 또한 공유할 수 있는 분들이다. 그밖에는 친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인데 하나의 작품에 대해 최대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아무래도 부모님은 나와 작품을 보는 눈이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주변 친구들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적극 협조를 구할 때도 있다.(웃음)
<눈길>에 대한 주변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일단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수행평가 과제로 <눈길> 감상문을 내라고 했다더라. 감사했다. 친구들도 같은 학교 친구가 출연한 작품을 보고 감상문을 쓰는 것이라서 흥미롭게 임했던 것 같다. 친한 친구들은 작품을 보고 좋은 이야기만 해주더라. 영화 소재가 무겁다 보니 다들 비슷한 느낌을 받은 듯 하다. 가장 놀랐던 반응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친구가 시사회 끝나고 나서 우는 것이었다. 그만큼 우리 영화가 깊게 내재된 감정을 건드리는 것 같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밝은 캐릭터보다는 주로 어두운 캐릭터를 맡아왔다.
어두운 역할이든 밝은 역할이든 가리지 않는다. 앞으로는 일상적인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하고 싶다. 작품으로 치면 친구들과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 혹은 로맨틱 코미디를 하게 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웃음)

함께 로맨틱 코미디를 찍고 싶은 상대 배우가 있는가.
쑥스럽지만… 김수현 오빠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를 굳이 같이 찍고 싶기보다는 어떤 장르든 상대역으로 만나면 좋겠다.(웃음)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어떤 작품에서든 눈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은 오랫동안 기억이 남더라. 눈으로 연기한다는 것은 즉 깊이 있는 배우라는 말인데 나 역시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 외적인 관심사는 있는지.
글쎄, 연기를 하지 않을 때에도 연기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웹툰에 빠졌는데, <하백의 신부>를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다.(웃음) 그밖에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한다.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파수꾼>(2011)이다. 너무 좋았다. 또 <어바웃 타임>(2013)도 기억에 남는데,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고 봤다가 생각보다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 여운이 남았다. 공부 쪽으론 기회가 된다면 심리학을 배우고 싶다. 심리학의 경우엔 연기적인 부분을 떠나 평소 사람들의 심리에 관심이 많아서 배워 둔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시기인데.
예쁘게 보이고 싶은 건 나이와 상관없는 것 같다.(웃음) 지금은 나만의 취향이 생겨 스타일이 확고해지고 있는 때다. 다만 연기할 때는 외모적인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촬영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소속사를 YG엔터테인먼트로 옮겼는데 만족은 하는지.
소속사를 처음 옮기는 거라서 신중을 기했다.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 지금은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양현석 회장님은 아직 못 뵀는데, 내 소식을 듣고 반가워하셨다고 하더라. 다행이다.(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면.
앞서 말했지만 <어바웃 타임>을 본 뒤 여운이 남았을 때 그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항상 그런 것 같다. 작품을 보고 나서 여운이 남으면 벗어나기가 힘들면서도 동시에 행복한 느낌이 든다.

2017년 3월 2일 목요일 | 글_김수진 기자(sooj610@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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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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