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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란 어때야 하는가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전인환 감독
2016년 11월 2일 수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개봉 시기가 절묘하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누구든 한번쯤 ‘국가의 지도자란 어때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하수상한 시절에 관객을 찾아왔다. 전인환 감독은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 출마 시절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의 가치를, 바로 그 질문에서 찾는 듯하다. 결코 정답을 제시하지는 못할 테지만, 적어도 관객이 그 질문에 관한 한 어떤 종류의 ‘생각’이라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이다. 그것이 그가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넌지시 이 영화의 관람을 권할 수 있는 이유다.

상영관이 잡히지 않아 고생중인 걸로 안다.
멀티플렉스에 계속해서 상영관을 늘려달라고 접촉하는 중이다. 조금씩 확대해주기는 하는데 여전히 적다.

조금 앞선 시기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자백>도 비슷한 고충을 겪었다. 그럼에도 최대 140여개 상영관을 확보했는데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이하 ‘<무현>’)는 그보다는 적은 40여개 상영관에서 개봉하게 됐다.
차이가 나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故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무현’)을 다룬 다큐멘터리다보니 상영관 측에서 정치적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내년이면 다시 대통령 선거도 돌아오고. 이런 내 추측이 맞다면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못해 아쉽다.

<자백>은 봤나.
아직 못봤지만 꼭 보고싶은 영화다. 그리고 지금보다도 더 많은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다. 부산에 영화 홍보를 하러 갔을 때 한 관객이 이렇게 말하더라. <자백>을 보고 나와서 우리나라 현실이 너무나 심란하고 또 무서웠다고. 대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이 컸다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를 보고 나니 마음이 좀 희망적으로 바뀌었다고 하더라. 노무현 같은 리더가 존재했던 한국 사회니까 아직은 살만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자백>도 보고 우리 영화도 연달아서 봐주면 참 좋을 것 같다.

많은 관객이 이 다큐멘터리로 당신을 처음 알게 될 텐데,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에서 영화 전공을 하다가, 미국에 있는 스쿨오브비주얼아트로 가서 마저 공부를 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주로 광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 곳이다. 영화계에는 <품행제로>(2002) 조감독으로 발을 들였고, 양조위가 나오는 <서울공략>(2006)에서 조감독 겸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하는 ‘이매진컵’에서도 조감독으로 활동했다. 내 영화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은 그 다음에야 하게 된 거다. 시나리오를 쓰고, 엎어지고, 쓰고, 엎어지고 하던 중 조은성 PD와 연락이 닿았다. 그래서 <무현>을 찍게 됐다.
조은성 PD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60만번의 트라이>(2013)를 제작한 프로듀서로 안다.
내 고등학교 친구다. 학창시절 ‘영화’하면 내가 학교에서 첫번째로 유명했고, 조은성 PD는 두 번째로 유명했지. 내가 좋은 영화를 많이 소개시켜 줬으니 이 말은 인정 할 수밖에 없을 거다.(하하하) 그 당시에는 학교 수업 땡땡이 치고 같이 만화 가게에 앉아서 라면 시켜 먹고, 시간 맞춰서 영화 보는 게 일상이었다. 괜히 밤 늦게 영화관 근처를 배회하면서 유치하게 <첩혈쌍웅>(1989)에 나오는 ‘미키마우스’가 서로 나라고 우기고.(웃음) 넌 ‘덤보’나 하라고 하고.(웃음) 그럴 정도로 친했던 친구지. 그런데 서로 영화계에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한 25년쯤 연락하지 않고 지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싸웠나?(웃음) 아무튼 갑자기 전화가 와서, 만나서 술 한잔 했다. 그때 내가 지역주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한 편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던 찰나다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호남에 대한 이유 없는 편견, 그게 주제였다. 애초에는 둘이 같이 그걸 같이 해보기로 했던 거였다.

그러다가 어떻게 노무현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된 건가.(웃음)
그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서 엎어졌다.(웃음) 그때 조은성 PD가 자기한테 또 다른 기획이 하나 있다고 하더라. 뭐냐고 물으니까 ‘노무현’에 관한 거란다. (손사래를 치며) 아휴, 처음에는 안 한다고 그랬다. 세 번이나 거절했다.

그런데 개봉까지 했다.(웃음)
문득 생각해보니 나한테 노무현 서거 당시 상황부터, 하관을 하는 과정까지 찍어놓은 영상이 있더라. 그것뿐만 아니라 2주기, 3주기, 4주기에 봉하 마을에 내려가서 담아온 영상도 있었다. 그게 1시간짜리 테이프로 10개쯤 된다.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잊고 있다가 갑자기 떠올라서, 그 날 밤에 그 영상을 다시 돌려봤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많이 쏟아졌다. 사실 그 영상을 어떻게 처분할지 고민도 많았었거든. 그냥 노무현 재단에 기증할까, 아니면 작은 영상작품이라도 하나 만들어볼까 하고 말이다. 때마침 노무현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자는 제안이 강력하게 들어오니, 이런 게 운명이라면 운명이겠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마음이 움직였다.

매년 봉하에 다녀왔을 정도면 노무현을 꽤 좋아한 듯 한데, 다큐멘터리 만들자는 제안을 왜 거절했는지 궁금하다.
자신이 없더라. 나보다 정치적인 지식이 많은 사람, 나보다도 훨씬 더 다큐멘터리를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또 본래 이 다큐멘터리를 진두지휘하던 연출자가 있었는데 그 분이 중도에 그만두셨고, 그 상황에서 내가 들어가면 마치 남의 작품에 끼어들어가는 듯한 그림이 될 것 같기도 했다. 결국에는 그분이 했던 기획이나 촬영분은 모두 없던 걸로 하고 내가 새롭게 찍는 걸로 노선을 바꿨지. 아무튼 조은성 PD한테 설득 당한 거다.(웃음)

현 정부에서 작성한 이른바 ‘예술인 블랙리스트’ 문건에서 3관왕을 했더라. 문재인과 박원순을 지지하고,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데 서명했다는 이유였다.
거기 내 이름이 들어가 있나? 관심이 없어서 뭐.(하하하) 들어갔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는 거다. 우리 영화에 출연하는 분들도 문화, 체육계에 종사하면서 사회적 활동을 겸하시는 분들인데, 그 분들도 다 들어갔다.(웃음)
김원명 작가를 비롯, 여러 출연진을 섭외한 기준은.
내가 아는 사람과 조은성 PD가 아는 사람을 위주로 만나다 보니 문화계 종사자가 많더라. 그 중에서도 사회적인 활동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는 분들을 찾았다. 그 중 한 명이 극중 내래이션을 맡은 김원명 작가다. 그의 수필집 ‘우리는 힘이 세다’에 ‘노무현과 바나나’라는 챕터를 보면 노무현과 만났던 기억이 서술돼 있다. 알고 보니 이 분 아버지가 노무현과 6월 항쟁때 ‘동지’ 로 활약했던 김희로 시인이시더라. 그러니 김원명 작가를 다큐멘터리를 끌고 나가게 하면 전체적인 내용과 접점이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나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영화 홍보가 되면서 팟캐스트 이이제이팀의 이박사, 세작(윤종훈)도 합류하게 된 거다.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다큐멘터리의 정석이라는 게 있다. 상반신에 카메라를 고정해 놓고 찍으면서 인터뷰를 해 나가는 거다. 그런데 그것과는 좀 다르게 찍어보고 싶었다. 술 마시면서 편하게 우리가 생각하는 노무현을 이야기 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떠오른 게 우리 나라 장례 문화다. 돌아가신 분 근처에 모여서 같이 술 마시고, 웃고, 울고, 떠드는게 일종의 관습이자 예의처럼 돼 있다. 그런 틀을 영화로 옮겨오고 싶었다. 해서 술자리 촬영을 하게 된 거다. 그런데 이게 한 번 찍으면 7시간정도 분량이 나오더라. 그 중에서 쓸 수 있는 장면은 2시간 정도였고.(웃음) 이야기가 무르익는 앞 부분을 자르고, 맨 뒤에 취한 부분을 버리게 되니까. 아무튼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출연진들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절절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술자리 시퀀스가 너무 감정적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출연하는 분들을 울릴 생각은 없었는데… 이야기 끝에 자연스럽게 감정이 복받쳤는지 노무현 전속 사진사였던 장철영 작가나 김원명 작가, 세작까지도 눈물을 보이더라. 그래서 그런 것 같다.

지난 총선에 여수 지역에 출마했던 故백무현 화백의 이야기도 꽤 비중 있게 나온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여러모로 안타까움이 많다. 본래는 故백무현 화백(이하 ‘백무현’)을 술자리에 모셔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 뒤에 선거 캠프를 찍는 콘셉트를 구상했다. 한데 당시 그가 암에 걸려있는 상태였고 정작 당사자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술자리로 모셔올 수 있는 사정이 되질 못했다. 그래서 주로 여수에서 선거 유세 장면만 담기게 된 거다. 현장에 찾아갔을 때 워낙 힘들어하는 그를 보니 이것 저것 질문하기가 어렵더라. 안타까운 마음에 그저 쫓아다니면서 영상을 찍기 시작했더니 어느 순간 분량이 너무 많아져서, 이러다가 ‘백무현 다큐’가 될 것 같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전체에서 그의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백무현의 여수 선거이야기와 노무현의 부산 선거이야기가 교차 편집되는데, 이런 구성이 이야기의 균형을 해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백무현을 보면서 노무현을 보는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4월 13일에 선거를 치렀다는 점, 이름이 같다는 점은 물론이고 지역주의에 맞섰다는 점도 비슷했으니까. 백무현은 ‘만화 노무현’을 그렸을 정도로 노무현에 대한 애정도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두 분의 이야기만큼은 꼭 같이 전달하고 싶었다.

노무현 부산 선거의 핵심은 지역주의에 맞선 것이다. 백무현에게도 이런 지점이 있었다고 보나.
백무현이 여수에 민주당적으로 출마했을 때 국민의당 주승용 후보와 경쟁했다. 둘 다 야당이었지만 호남 민심을 싹쓸이한 건 결국 국민의당이었다. 호남이 ‘맺힌 것’이 얼마나 컸으면 저렇게 전폭적으로 국민의 당으로 돌아섰을까 싶었는데, 어쩌면 그것 역시 하나의 지역주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난 총선 당일에 우리 영화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른바 ‘총선토크’ 영상도 한시간 가량 찍었다.(웃음)

정작 그 장면은 영화에서 빠져있다. 이야기 구성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들어갔으면 좋지않았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참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뺀 건 조덕희 작가의 의견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이 들어가는 순간 호남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길 것 같다고 조언하더라.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에 나도 어느정도 동의했고, 또 전체적인 분량 문제도 있었다. 이이제이 출연진 분량은 그것대로 살려야 했고, 최대한 올 해 안에 개봉 하자는 계획이었기 때문에 편집을 빨리 마무리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무현>이 잘 되면 미처 담지 못한 부분까지 포함된 두시간 반 가량의 디렉터스컷을 공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려면 많은 관객이 영화를 봐줘야 할 텐데,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20만 명이 관람해야 한다고 들었다. 다큐멘터리 치고는 기준이 꽤 높다.
조감독도 없이 적은 돈으로 촬영했는데(웃음) 내가 합류하기 전에 촬영됐던 분량이 있지 않나. 그 때 들어간 각종 비용이나 인건비까지 합치면 그정도 된다고 들었다.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위주이다 보니, 그 세계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이에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점을 의식해서 노무현에 대한 너무나 지대한 사랑(웃음)이 표현된 부분은 많이 뺐다.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는 분에게는 그런 장면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노빠가 봤을 땐 좋겠지만, 노빠 아니면 오글댈 수도 있다’는 평가가 있긴 있더라.(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역시 충분히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점에서?
어떤 지도자가 진짜 지도자인가, 대통령은 어떤 자세를 갖춰야 되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어야 되는가를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무현>을 보면 노무현이 연설문을 쓸 때 한 문장, 한 문장 직접 보좌진에게 읊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또 이 문장을 넣을까, 말까 하면서 스스로 심사숙고한다. 영화에서는 아쉽게도 잘려 나갔지만, 그렇게 보좌진과 협의한 끝에 연설문을 완성해 놓고도 막상 연단에 오르면, 빼기로 했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다 뱉고 내려오는 통에 보좌진에게 혼나는 장면까지 있다. 지금 정치 상황에서 이런 장면을 볼 수가 있나? 오히려 지금은 고려, 조선시대의 신정정치 같은 상황 아닌가. 여러모로 상식도, 정의도 없는 세상이 됐다.

노무현의 연설은 정말 힘이 있더라.
사실 내가 노무현을 뽑기는 했지만, 정작 재임 당시에는 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나 애정 없이 지냈던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 이번에 그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서 연설을 많이 듣게 됐는데, 새삼스럽게 그가 정말 좋아지더라.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나? 새롭게 알게 되는 면모들이 있었다. 친절하기도 하고,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인간적이기도 하고. 난 그렇게까지는 잘 몰랐거든. 신기한 건 영화에 출연한 김하연 작가도 같은 얘길 한다는 거다. 그는 아버지가 소위 말하는 ‘노빠’셔서(웃음)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노무현에 대해 비판적인 견지를 취해왔는데,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오히려 그를 추억하게 됐다고 한다.(웃음)

대통령 소재로 한 영화가 적잖이 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꼭 대통령이 아니라 ‘지도자’에 대한 얘기도 포함이라면 미드 ‘왕좌의 게임’이 정말 좋더라. 거기에 ‘존 스노우’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그를 보면서 노무현이 참 많이 떠올랐다. 워낙에 원칙주의라 실질적인 힘도 없으면서 싸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목숨이 위험 할 때에는 ‘살려달라’고 하는 것도 참 인간적으로 보이고.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어서 더 인상적이었을 수도 있는데(웃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한 원로 보좌관이 큰 위기에 처해있던 ‘존 스노우’를 살려주는 순간이 있다. 그 때 존 스노우가 “나를 왜 살렸냐, 나는 실패했다” 하고 말하니까 보좌관이 대답하더라. “나가서 또 실패 하게” 라고. 거기서 정말 펑펑 울었다. 결국 이기든, 지든,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게 중요한 거라는 말 같아서.

이번 다큐도 어쩌면 노무현의 ‘실패’를 다룬 셈이다. 부산에서 결국 낙선하게 되니까.
그렇다. 다음 번에는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자질을 가진 분이 노무현이 승리하는 순간들을 담아낸 작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가수 전인권이 당신의 삼촌인 것으로 안다. 그가 페이스북에 <무현>에 대한 칭찬 글을 올린 걸 봤다.
다른 어떤 리뷰보다 ‘전인권님’의 그 페이스북 리뷰가 가장 좋았다.(웃음) 처음 내가 이 작품을 한다고 하니 ‘잘생각해보고 결정하라’고 조언하셨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정치인중 한 명을 다루는 이야기다 보니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 내가 ‘부산 갈매기’를 좀 불러 달라고 부탁 드렸었는데(웃음)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크셨기 때문에 많이 고민하셨던 걸로 안다. 결국 노래는 안 부르셨지만 조카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흔쾌히 많은 도움을 주셨다.

상당히 든든할 것 같다.
물론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나한테 문자도 보내주셨는데, 한 번 읽어드리겠다.(웃음).

(핸드폰에서 문자를 찾아내더니) “대단하다. 흠 잡을 곳 없이 좋았다. 역사적인 내용을 다루는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게 대견하기도 하고, 네가 어떤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도 자랑스럽다. 그러면서도 정치적으로 너무 기울어지지 않아서 멋지다. 네 힘으로 모두 끝낸 것도 참 좋다. 떳떳하게 만들었다.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 그리고 내가 영화에서 ‘부산 갈매기’를 부르지 않은 건 역시 잘한 것 같다.(웃음) 내가 너무 튀어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맨 마지막에서 카랑카랑한 ‘노무현님’의 표독한 목소리, 압권이었다. 파이팅”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가장 소소하게 행복했던 순간이 있다면.
음.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하하하) 아! 있다. 그저께 부산 카톨릭 센터에 갔다. 노무현이 다양한 활동을 했던 곳이기도 한데, 거기서 내가 첫 촬영을 시작했었다.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다시 내려갔을 때 여러 우여곡절이 떠오르더라. 중간에 카메라 렌즈 깨져서 고생했던 것도 생각 나고.(웃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작업한 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구나 싶은 싱숭생숭한 마음도 들고. 그날 따라 날씨가 참 맑았다.

2016년 11월 2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pgot@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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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김재윤 실장(Z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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