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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배우이고 싶다 <무수단> 이지아
2016년 3월 7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군복이 잘 어울리더라. ‘진짜 사나이’ 한 번 가야 될 분위기다. .
알고는 못 갈 것 같다.

방독면 훈련을 정말 잘 하더라. 직접 한 건가.
원래는 대역이 있었는데 그날 안 오셨다. 그래서 갑자기 하게 된 거다. 내가 할 거였으면 앞모습을 찍어달라 했을 텐데(웃음).

끊어 쓰는 군대 말투가 자연스럽더라.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
맞다(웃음). 연습 진짜 많이 했다. 군인역할은 사실 큰 도전이다. 그런데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것 같았다. 여군이라 하면 어딘지 멋있지 않나.

액션도 잘 소화했는데 평소 운동을 많이 하나?
예전에 웨이트를 열심히 했다. 매일 운동해야 하는 줄 알고 정말 매일 운동했는데 운동을 꼭 그렇게 해야하는 건 아니더라. 요즘은 그렇게 자주 하지는 못한다.

직접 군대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보니 여자로서 군인이라는 역할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자칫하면 어색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쉽다.
노력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비난이 많지는 않다. 가장 걱정한 건 ‘너 혼자 튄다’ 는 말이었는데 잘 어우러진 거 같아 다행이다.

감독님이 부사관으로 군복무하고 실제 비무장지대 근무 경험도 있다고 들었다. .
그래서 이번 <무수단>을 기획 한 거 같다. 실제 경험이 많이 녹아 있다고 하더라.
남자배우들에게서 군인 연기에 대한 도움도 받았나.
많이 도움 받았다. 특히 최근 군복무를 마친 친구가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남자라고 모두 군인 자세가 나오는 게 아닌데 오종혁은 정말 자세가 멋있다. 경례하고 총 잡는 각이 정말 남다르다. 자세가 한 번 가르쳐 준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계속 교정을 해야 하는 거라서 지속적인 도움을 받았다.

첫 사격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 사격 경험이 있나?
권총은 있는데 그렇게 큰 총은 사용한 경험이 없다. 작은 권총도 반동이 큰데 그렇게 큰 총을 실제로 연사 한다면 반동이 엄청날 듯하다. 조준하기도 쉽지 않을 거다. 총을 들고 다니다 보니 팔이 정말 저려왔다. 그리고 생화학 장교다 보니 키트를 계속 어깨에 매고 다닌다. 그래서 내가 키트를 가벼운 물건들로 채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키트의 내용물을 계속 꺼내서 사용해야 하는 장면이 많아 필요한 걸 모두 넣을 수 밖에 없었다. 잠깐 들고 있는 게 아니라 계속 매고 다니다 보니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지더라. 이러다가 키가 작아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여름에 촬영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군복이 탄력성도 없고 참 통풍이 안 되더라. 그런데 웃긴 건 모기는 군복을 잘 뚫는다는 거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비합리적인 옷이다(웃음). 또 산에는 모기뿐 아니라 벌레들의 스케일이 너무 크다. 지렁이도 뱀만 하다!

촬영지는 어디였나?
강원도 양구하고, 전라도 근방의 숲이다.

신유화 중위는 후반부로 갈수록 여군으로서의 면모를 더 갖춰 간다. 그런데 전부분에서 긴 머리에 빨간 립스틱 바르는 등 여성성을 강조한 게 오히려 부자연스러워보이더라.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남자 감독님의 시선은 다른 것 같더라. 신유화가 군인이기 이전에 여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셨다. 여군은 멋도 안 부릴 거라는 편견이 있는데 감독님은 여군이라고 해서 모두 그런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다 보니 내가 어울리지도 않는 빨간 립스틱을 바르게 된 거다(웃음).

감독님과의 호흡은 어땠나.
감독님이 워낙 다른 사람 의견에 귀를 잘 기울이는 편이다. 나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다른 스탭들과도 대화를 많이 하셨다.

군복만 입다 보니 다른 예쁜 옷을 입고 싶지 않았나.
솔직히 너무 편했다. 의상 신경 쓸 것도 없고. 단지 군복을 갈아 입지 못하는 게 찝찝했다.

갈아입지 못한 이유는?
계속 이어지는 장면이다 보니 옷을 갈아 입을 때마다 분장을 새로 할 수가 없다. 나중에는 거의 한 벌을 쭉 입고 있었다. 옷은 땀에 절고 얼굴은 피 분장을 했는데 그런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촬영 중 기절했다고 들었다.
내가 앞으로 쓰러졌다고 하더라. 기억이 잘 안 난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뭔가 왕왕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멍하더라.

어느 장면에서 기절한 건가?
내가 오종혁에게 ‘괜찮아?’ 하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현실은 내가 괜찮지 않았던 거다(웃음).

시사회 본 소감은?
빠듯하게 촬영하느라 현장에서 촬영한 걸 확인해 볼 시간이 없었다. 화면도 낮에 찍어서 밤으로 전환시킨 장면도 있었는데 그런 장면들을 시사회에서 처음 확인 했다. 다들 ‘그래도 생각보다 잘 나왔네’ 했다.

2007년 드라마 데뷔 후 스크린 진출이 늦은 편이다. 예전에도 스크린 출연 제의가 있었을 것 같은데?
늦은 편인데 그렇게 제의가 많지도 않았다. 하려고 했던 작품들이 무산된 것도 몇 번 있고 다른 작품과 시기가 맞물려서 못했던 적도 있었다. 연이 안 됐던 거 같다. 사실 영화에 대한 로망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 어떤 PD분이 ‘이지아는 TV 배우’ 라고 표현해서 충격 받은 적이 있다. 정말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러던 차라 이번 작품이 반가웠다.

영어를 잘하니 해외 진출도 노려볼 만하지 않나?
이런 저런 기사가 먼저 나다 보니 굉장히 조심스럽다. 일이 확실히 결정 된 후에 기사화돼야 하는데 이제 막 시작하려는 단계에서 기사화되니 부담스러웠다. 기회가 있으면 당연히 할 준비는 돼 있다.

<무수단>을 보고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무수단>은 남, 북 대립 관계를 심도 깊게 다룬 영화는 분명 아니다. 영화를 보면 특임대들이 목숨 걸고 작전을 수행하다 죽는데 라디오에는 결국 차량 전복으로 나오지 않나. 그런 식으로 내가 모르는 세상에서 내가 미처 모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 국가 아닌가. 비무장지대라는 게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극적인 현실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수단>의 가장 큰 장점이 긴박감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영화의 장점은?
당신이 말한 것처럼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아주 무섭지는 않지만 일단 지겹다는 느낌은 없는 것 같다.

엔딩에 대한 당신의 해석이 궁금하다.
오픈 엔딩으로 끝나긴 한다. 그런데 나중에 총소리가 나는 걸 보고 속편은 없다고 자체적으로 결론 내렸다.

평소 좋아하는 영화의 장르는 무엇인가?
잔잔한 영화를 좋아한다. <그녀>나 <인터널 션샤인> 같은 영화가 좋다. 반면 마블영화처럼 몇 십 대 일로 싸우는 만화 같은 영화도 좋다.

당신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를 지니나.
점점 빠져든다.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연기 하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하다. 앞으로도 정말 좋은 배우로 남고 싶다. 난 온전히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다. 이지아를 떠올릴 때 작품보다 다른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 게 많이 속상하다. 그런 점을 희석시키기 위해 많은 작품을 하려 한다.

연기를 하면서 타협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예쁘게 나오기만을 바라지도 않는다. 못생긴 분장도 즐겁게 할 수 있고 <무수단>처럼 고생도 할 수 있다. 몸 사릴 생각도 없다. 솔직히 이렇게 고생할 줄은 몰랐다(웃음). 다양한 배역을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 연기 욕심이 잇다는 걸 인정해 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 타협할 수 없는 건 노출을 위한 노출이다. 좋은 작품에 좋은 연기를 위해서는 노출을 할 수도 있겠지만 노출을 위한 노출은 못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신비주의의 이미지가 강했다.
신비주의를 일부러 선택한 게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좋다. 그러고 싶다.
대중들에게 받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받고 싶은 수식어는 배우다. 진짜 온전히 배우, 절실하다.

욕심나는 배역이 있다면?
많다. 일단 <블랙 스완>이 생각난다. 나탈리 포트만의 역할은 어느 여배우라도 탐낼 거다.

여성팬들이 많다고 들었다.
여성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의외로 팬클럽은 여성분들이 많고 나이도 어린 편이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글쎄, 아이돌 닮았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컷트 머리 가발 썼더니 아이돌 닮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주위에서 머리는 자르지 말라고 한다. 너무 중성적인 느낌이 난다더라.

여성스럽고 하늘하늘한 이미지도 있다. 그런데 <무수단>에서 보니 싸움도 잘하더라.
고맙다. 나름 최선을 다했다(웃음).

예능에 출연할 계획은 없나?
예능에도 열려 있다. 그런데 나가고 싶다고 모두 나가는 게 아니더라. 시기가 맞아야 되는 것 같다 ‘냉장고를 부탁해’도 즐겨보는 편이라 한 번 나가고 싶다. 먹는 걸 좋아한다.

자신있는 요리가 있다면?
요리를 잘 한다기보다는 요리를 내 스타일로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정확한 레시피 없이 그때 그때 요리를 하는 편이다. 어쩔 때는 정말 맛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다시 하라고 하면 재현이 안 된다.
기자 간담회 때 여성 배우가 설 자리가 부족하다는 언급을 했다.
나뿐 아니라 아마 모든 여배우가 느끼는 문제일 거다. 정말로 여배우가 출연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그중 나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더 적다. <무수단> 출연이 부담스런 면도 많았지만 용기냈던 이유도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다고 하던데?
배우로서 글을 쓴다는 게 알려지는 게 좋지는 않다.

이유는?
아까 언급했듯 난 배우로 평가 받고 싶다. 글 쓰는 것도 내가 알린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나온 거다.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기사화되는 건 부담스럽다. 확실하게 배우 이지아로 각인되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다른 부분으로 주목 받는 건 별로 좋지 않은 거 같다.

배우로서 각인되는 것의 기본은 다양한 장르에서 많은 역할을 하는 건데, 지금까지 다작을 하는 편은 아니었다. 차후 계획은?
아직까지 정해진 건 없다. 또 내가 하고 싶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배역을 하려고 항상 준비하고 있으니 앞으로 지켜봐 줬으면 한다. 배우로서 칭찬이나 질타는 받을 준비가 돼 있다. 다른 것으로는 주목 받고 싶지 않다.

근래 가장 기억에 남는 행복한 일이 있다면?
<무수단> 시사회 때 팬클럽이 조공을 보내줬다. 아마 내가 요즘 활동이 워낙 없다 보니 많이 반가우셨던 것 같다. 마음이 굉장히 뭉클했다.

2016년 3월 7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_박광희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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