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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했고 운명처럼 만났다 <조선마술사> 김탁환, 이원태
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무블(영화와 소설을 합친 말)’이란 개념이 생소하다. 어떻게 해서 이런 아이디어를 내게 된 건가.
이원태: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김탁환과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비슷한 일을 따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설가로서, 그리고 연출가로서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의 원형이 될 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함께 할 수 있겠다 싶더라. 그리고 이 일은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느는 것 같고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었다. 그래서 3년 전 쯤에 이원태, 김탁환의 이름을 딴 ‘원탁’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그 원탁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를 무블이라 칭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무블이라는 하나의 그릇에 담자는 의도였다. 쉽게 말해 예전부터 해오던 일을 브랜딩한 셈이다.

두 분이 굉장히 친한 것 같다.
김탁환, 이원태: 친하다(웃음).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함께 일하는 건 큰 선택일 텐데.
이원태: 선택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김탁환에게) 말 좀 하시죠! (웃음)
김탁환: 하필 낮잠 자는 시간에 인터뷰가 잡혔다(웃음). ‘원탁’을 만들게 된 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10년 전에는 소설가인 나와 연출가인 이원태가 함께 일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 못했다. 한국 영화 시장은 감독이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거나 배우가 작품을 원해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경우는 많은데 이야기로부터 영화가 제작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더라. 시나리오 작가들은 계속해서 스탭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하지만 외국에는 시나리오 작가로부터 시작되는 영화도 많다. 이야기에서부터 영화가 만들어지는 길을 개척하고 싶었다.

한국은 시나리오 작가 양성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
김탁환: 한국에서는 대부분 감독들이 시나리오를 쓴다. 그런데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영화의 기획 콘셉트를 잡고 제목을 정하는 부분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조선마술사’가 소설로 완성된 건 올해지만 이야기 콘셉트와 주요 캐릭터, 대략적인 맥락은 이미 5년 전에 정해져 있었다. 영화 제작은 출판과 매커니즘이 조금 다른데 문학은 퇴고가 된 다음에야 출판사들이 출간여부를 결정하는 반면, 영화는 시놉시스 상태에서도 제작을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두 업계는 이야기에 접근하는 방식도 조금 다르다. 처음에는 우리가 하나의 이야기로 두 가지 형태의 콘텐츠 제공을 시도하니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낯설어하고 영화 제작사는 제작사대로 의아해 했다(웃음). 우리는 이미 이야기의 원형을 영화 제작사에 팔고나서 출판사와 계약하는 거니 다른 소설가와는 계약서도, 일하는 방식도 달랐다. 작가인 우리도 출판사, 영화사와 동등한 하나의 주체가 된 거다.

이원태: 10년 전 쯤만 해도 영화 감독과 영화 제작자는 이미 출간된 책을 읽고 나서 원작의 판권을 계약하는 경우가 99% 였다. 다른 영역에서 일하던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세상이 변했다는 증거다.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 거지. 영화, 소설, 드라마, 뮤지컬이 모두 될 수 있는 좋은 스토리를 만들고자 했는데 실제로 해 보니 하나의 이야기로 ‘원 소스 멀티 유즈’가 가능하더라. 특히 ‘조선 마술사’는 올해 카카오 페이지에 모바일 소설로도 나갔다. 우리가 만든 이야기가 세 가지 다른 형태의 플랫폼으로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걸 보면서 우리의 생각이 맞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때문에 <조선마술사>는 우리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 영화다. 또 다른 바람은 ‘조선 마술사’를 뮤지컬을 만드는 거다. 사실 ‘조선 마술사’를 기획할 때는 영화도 좋지만 뮤지컬로 만들기에 적합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멀티 유즈가 가능했으면 한다.
출판은 완성된 작품이 있어야 가능한 반면 영화는 시놉시스 단계에서도 제작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 차이가 콘텐츠 내용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나.
이원태: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김탁환이 작가로서 혼자 쓰는 소설과 나와 함께 작업한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조선 마술사’ 그리고 내년에 나올 ‘아편 전쟁’과 같은 이야기는 매우 다르다. 함께 일할 때는 이야기의 대중성을 많이 고민한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재미와 의미를 모두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 연출을 하면서 끊임없이 단련된 부분이 있다면,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콘텐츠의 대중성이다. 아무리 창의적인 콘텐츠라 하더라도 대중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좋은 의미를 담고 있어도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시간, 돈, 노력이 낭비된 셈이다. 특별한 의미가 담긴 영상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재미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미란 곧 대중성이고 비지니스 용어로 바꿔 말하면 상업성이다. 그 점이 소설과 무블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원탁’처럼 작업하지 않는 일반 소설가들은 분명 우리와 다른 기준이 있을 거다.

김탁환 작가의 입장에서는 대중성을 염두에 두는 게 자신의 생각과 충돌하는 경우가 있나.
김탁환: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나 혼자 쓰면 된다. 그런데 소설가의 입장에서 보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 정직하다고 생각한다. 소설도 결국 불특정 대중, 즉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쓰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가들도 소설책을 내고 나면 대중과 소통하고 인세를 받은 뒤 재충전해서 다시 작품활동을 이어간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소설가들이 대중과의 소통에 있어서 굉장히 모호한 입장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블’ 작업을 하는 게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대중들과 어떻게 소통할지에 대한 고민을 분명 더 깊게 하게 되는 거다. 장르에 대한 고민도 훨씬 많이 한다. 소설가들은 그런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독자가 소설을 로맨스로 알고 싶으면 로맨스로 받아들이고, 호러로 알고 싶으면 호러로 받아들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소설가로 20년 정도를 살아보니 어떤 이야기는 분명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무블’이라는 명칭 아래 조금 더 대중성을 담보하는 영화 제작 의도를 드러내는 게 무슨 죄가 있나 싶다. 그런 의도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 같다.

‘조선 마술사’에도 당신의 독자와의 소통에 대한 고민이 많이 묻어있는 느낌이다. 환희는 관객의 반응을 배려하는 마술사이지 않나.
김탁환: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 해 봤는데 그것도 가능한 해석인 것 같다(웃음).
이원태: 이야기를 만들 때 역할에 명확한 구별이 있는 건 아니다. 작품을 기획할 때는 이 친구도 우리가 만들려는 이야기가 과연 얼마나 대중적인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나도 글을 쓸 때는 작품성과 문학성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어쩌면 일의 우선 순위 같은 거라 볼 수 있다. 1번은 이 이야기가 과연 대중성과 상업성을 획득할 수 있는가, 2번은 이야기가 문학성과 작품성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기획을 하고 너는 예술을 한다, 이런 식이 아니라 이 친구도 재미를 추구하고 동시에 나도 예술성을 추구하는 거다.

작업하면서 서로 의견이 충돌한 적은 없나.
이원태: 이견은 있을 수 있는데 그게 충돌로까지 가지는 않는다.

이견이 생겼던 일 중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김탁환: 기자들은 왜 모두 언제 싸웠느냐, 같은 질문을 좋아하나? (웃음)

그런가? (웃음)
김탁환: 소설가는 혼자 일한다는 신화가 있다. 영화는 감독을 중심으로 수 백명이 모이는 공동작업이다. 그런 작업이 소설에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소설에 대한 환상이 있는 거다. 그래서 글을 쓰는 데 있어 협동작업의 어려움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 질문이 낯설게 느껴진다. 소설은 혼자 써야지만 완성도가 높을 거라는 착각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혼자서도, 그리고 둘이서도 잘 쓸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은 결과물을 놓고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화가 두 명이 공동 작업을 하거나 영화 감독 두 사람이 공동 연출을 할 때도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작품을 완성시키지 않나. 굉장히 합이 잘 맞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해 보면 안 맞아서 팀이 박살나거나 원수가 되기도 한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원태와는 작업을 10년정도 함께 해 보니 이견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팀이 깨질 정도의 위기를 겪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서로 의견을 잘 맞춰 나갈 수 있는 관계다.
주로 어떤 부분에서 이견이 생기나.
이원태: 이야기 하나를 완성하기까지의 모든 국면에서 이견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획을 처음 하는 단계에서 이 친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고생만 하고 결과가 뚜렷하지 않을 것 같은 거다. 아무리 이야기가 좋아도 시장에서 구매력이 없으면 나는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친구는 만들고 싶은 거지. 그럴 때는 부딪힌다기보다 둘이서 이야기를 나눈 뒤에 어떻게 할지 판단한다.
김탁환: 자신의 의견이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서로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보고 더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취하는 거다.
이원태: 그리고 그렇게 해결 방안을 찾게 되면 함께 기뻐한다. 이야기가 정해진 뒤 그 이야기의 톤 앤 매너를 잡을 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서 ‘조선 마술사’라는 이야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면 그 다음에는 그 이야기를 로맨스로 풀지 스릴러로 풀지,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는 거다. 이야기라는 건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 가장 좋은 걸 골라내는 일이기 때문에 각각의 선택을 할 때 서로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김탁환: ‘조선 마술사’가 스릴러라니 말도 안 된다(웃음). 그런데 어떤 이야기가 로맨스에 더 적합한데 스릴러로 하겠다고 우기는 경우는 없다. 그러면 같이 일 못 하는 거지(웃음).
이원태: 사실 둘 다 선수니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없다. 이견이 있다면, ‘조선 마술사’를 로맨스로 만드는 것에는 동의를 하는데, 거기에 어느 정도의 코미디를 가미할지에 대한 정도다.

영화 <조선마술사>와 소설 ‘조선 마술사’의 이야기는 차이가 큰가.
김탁환: <조선마술사>는 우리가 5년 전에 영화사에 판 초고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한 거다. 소설은 우리가 1년 전부터 그 초고를 퇴고해 만든 거고. 그래서 영화와 소설은 차이가 있다. ‘조선 마술사’를 작업하지 않았던 5년 동안에도 우리는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을 비롯한 다른 작업을 많이 했다. 그러다 유승호가 제대했다는 소식을 듣고 ‘조선 마술사’를 퇴고하기로 한 거다. 그런데 5년 전에 쓴 원고를 다시 읽으니 이야기의 무대가 너무 작게 느껴져 난감했다. 그때 이원태가 환희가 조선에서 열하를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열하에서 유럽을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로 무대를 확장시키자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으로는 아, 그건 정말 힘든데…
이원태: 나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옛날에 쓴 글을 읽으면 오글거리는 경우가 많지 않나. 우리도 그때 둘이서 한 숨을 쉬었다(웃음). 그런데 내가 이야기 무대를 확장하자고 했더니 이 친구가 두 가지 반응을 했다. 방금 괴로워했다고 말했지만 그때 분명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김탁환: 이야기가 확 달라지지 않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온 거지.
이원태: 그래서 알아보니 빅토리아 여왕의 생존 시기가 ‘조선 마술사’의 배경과 동시대더라. 그렇게 조선과 유럽 사이에 있는 무굴 제국과 페르시아의 이야기가 모두 소설에 들어간 거다.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건 이 친구가 대부분 했다.
김탁환: 인도, 터키 등 내가 여행한 모든 곳의 이야기를 다 집어 넣었다.

소설을 읽을 때 이야기의 무대가 지역적으로 너무 넓어 어떻게 영화로 그릴지 걱정됐다(웃음).
이원태: 확장된 부분을 영화로 만드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뮤지컬은 가능하다. 막을 구분하고 조명을 바꿔서 페르시아 마술사의 일화를 넣을 수 있다.

현재 ‘조선 마술사’로 진행되고 있는 뮤지컬 기획이 있나.
이원태: 희망사항이다(웃음). 둘이서 5년 전 ‘조선 마술사’를 처음 기획할 때는 ‘난타’ 이후 외국으로 뻗어 나간 눈에 띄는 우리나라 공연이 없으니 우리가 전세계의 누구나가 좋아할 만한 공연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조선 마술사’는 마술을 가지고 하는 공연이지 않나. 게다가 우리나라 고전 이야기인 동시에 로맨스와 액션의 장르적 재미를 갖춘,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이야기다. ‘매지컬’이라고 우리가 이름도 지었다. 모든 흥미 요소를 갖췄는데 왜 아직까지 뮤지컬 제안이 없는지 모르겠다(웃음).
김탁환: 빨리 찾아 와야 하는데 말이다(웃음). 여하튼 ‘조선 마술사’는 그런 식으로 처음보다 이야기가 발전하게 됐다. 무대가 넓어지니 사람들이 놀라게 되는 거지. 사람들의 그런 반응을 즐기는 것 같다.
이원태: 무대를 확장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죄로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빅토리아 여왕의 일기를 못 찾기 때문에 런던 대학교 교수님에게 연락해서 일기를 받았다.
김탁환: 빅토리아 여왕은 즉위하기 전인 18세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70년 동안 일기를 썼다. 이순신 장군보다 더한 사람이었다. 미치겠더라(웃음).
이원태: 우리의 상상도 있지만 일기에 써 놓은 걸 보고 쓴 내용이 많다.
김탁환: 일기의 빈 시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넣은 거다. 고증이 정확하다(웃음).
일기장에서 발견한 새로운 이야기는 없나.
이원태: 오랜만에 영어를 본 거라 번역하기 바빴다(웃음).

이원태 PD는 ‘조선 마술사’ 전부터 오랫동안 영화를 제작해 왔다 들었다.
이원태: <오싹한 연애>를 제작했다. 사실 ‘상상필름’이라는 영화사와 함께 작업한 거라 내가 직접 제작했다는 말은 건방진 소리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제작자라기보다는 기획자에 더 가까웠다. 방송을 그만 두고 영화를 하고 싶어 자연스럽게 영화계에 입문했다. 영화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 그 사이 영화하는 사람들이 자주 겪는다는 ‘몇 번의 힘든 일’도 겪었다. 감독 데뷔 준비하다가 엎어지는 일들이 많지 않나(웃음). 그런데 10년이라는 세월이 길다 보니 그 사이에 이런 저런 기회들이 생기더라. 투자사에서 일할 기회도 생기고, 투자사에서 배운 일을 직접 해 볼 기회도 생기고. 제작일도 했고 감독 준비도 계속 했다. 그러면서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하던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영화를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었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그 일만은 쉬지 않았다.

그 10년의 경험이 지금 하는 일에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나.
이원태: 책을 내기 전에 영화 제작사에 원고를 보여주고 계약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생겼다. 그런 인맥이 없으면 백날 시나리오를 써도 보여 줄 사람이 없지 않나. 그런데 시간이 쌓이는 동안 아는 분들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거꾸로 사람들이 영화화 할 만한 이야기가 없는지 우리를 찾아오기도 한다. ‘조선 마술사’도 그런 경우다. 지금 세상에 나오는 작품들은 우리가 4~5년 전에 작업한 것들이다. 써 놓은 작품은 훨씬 많다. 이제 차례차례 세상에 나오는 거다.

‘조선 마술사’에서 환희가 하는 말들은 소설가로서의 김탁환이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김탁환: 듣고 보니 그렇다(웃음). 마술도, 글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기술이니까. 소설가들이 글로써 사람 마음을 훔치는 것과 마술사들이 마술로 사람 마음을 훔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소설은 말 그대로 ‘픽션’이지 않나. 거짓말을 보여주지만 그 속에 진실이 있다. 굉장히 이율배반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말이다. 그런데 마술사도 마찬가지더라. 눈속임을 잘하면 잘 할수록, 트릭을 잘 쓰면 잘 쓸수록 그 속에 더 많은 진심을 담게 된다. 그런 부분이 소설가와 굉장히 비슷하다고 느꼈다. 마술사들이 이해가 돼서 ‘조선 마술사’를 쓰는 게 재밌었다.

인물들이 마술을 부리는 장면은 글로 쓰기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김탁환: 그렇다. 그래서 둘이서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었다.
이원태: 스토리 짜고 캐릭터 짜는 것보다 마술 짜는 게 가장 어려웠다. 같은 동네에 사는 김탁환이 5년 전 우리 집에 와서 내 방에서 시나리오를 함께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술이 나오는 지점만 나오면 매번 글이 막히는 거였다. 그래서 어떤 마술이 가능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다.

주로 무엇을 참고로 해서 준비했나.
이원태: 마술에 관한 영화는 그리 많지는 않아 참고하기가 힘들었다. 실제 마술사들이 하는 공연을 주로 봤다. 데이비드 카퍼필드 같은 마술사들의 공연이 영상물로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면 베낀 게 되니까 마술 트릭을 바꿔야 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마술로 가능한 일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특히 환희가 귀몰과 대결할 때 보여주는 세 번의 마술이 정말 쓰기 힘들었다. 단순히 마술만 보여주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스토리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점점 더 극의 긴장도가 높아져야 하는데 마지막에는 도대체 환희가 어떤 마술을 보여줘야 할지 모르겠더라. 결국엔 극단의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웃음).

개인적으로는 환희의 두 번째 마술이 인상적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원태: 그것도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가 만들어 낸 거다(웃음). 그때 관객이 받을 충격은 우리가 미리 깔아둔 전조 때문이고. 모두 계산했던 거다(웃음). 마술을 짤 때는 먼저 제작했던 <오싹한 연애>의 덕을 본 부분도 있다. 그 영화에서 이민기가 연기한 남자 주인공이 마술사다. 그래서 영화 속에 마술을 보여주는 장면이 몇 군데 있다. 그때 본 마술을 참고하기도 했다.
김탁환은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더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속에 혁명이라는 코드가 있다고 느껴졌다.
김탁환: 반골이란 말인가? (웃음) ‘조선 마술사’가 반체제 소설로 읽힐 수 있을 듯하다. 두 주인공이 결국 한국이 싫어 떠나는 이야기지 않나.
이원태: 말 잘해라(웃음).

두 주인공이 꼭 한국을 떠나야 했을까.
김탁환: 살 수가 없었겠지.

그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쓴 건가.
김탁환: 영향을 주는 면은 있는 것 같다. ‘혁명’, ‘목격자들’, ‘조선 누와르’, 이렇게 쭉 써 오는 연장선 속에 ‘조선 마술사’도 있는 거니까. 어쨌든 ‘조선 마술사’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이지 않나. 주인공들이 조선에서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고 결말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차라리 판타지를 더 가미해서 마술사와 공주의 사랑이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아 세계를 떠돌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 먼 왕을 이야기에 끌어 들인 거다. 심청전을 비틀어서 ‘조선 마술사’에 접목 시켰는데 심청전을 보면 심청이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물 속에 들어간다. ‘조선 마술사’를 보면 처음에는 청명도 청나라에 갈 생각이지 않나. 하지만 마술사가 끼어들어서 청명을 빼 내고 청명은 결국 아버지 말을 거절하게 된다. 그래서 여주인공의 이름도 청명이다. 심청의 ‘청’자와 맑을 ‘명’자. 공주는 눈을 떠서 세상을 떠돌게 되고 심봉사 역할인 청명의 아버지는 결국 봉사가 되어 버린다. 청명이 심청전 뒷면에 일기를 쓰는 것도 ‘조선 마술사’ 밑에 깔린 심청전의 이야기 때문이다. 그렇게 숨은 그림 찾기 처럼 심청전을 ‘조선 마술사’에 숨겨뒀다.

부끄럽지만 책을 읽으면서도 전혀 눈치 못 챘다(웃음).
김탁환: 문학 기자들도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잘 보이게 넣어 놨는데 아무도 모르는 것 같더라. 알면서 안 물어본 건가? (웃음) 하여튼 그래서 소설에 등장하는 꽃도 연꽃이다.

로맨스인 ‘조선 마술사’를 쓰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
김탁환: 조선 마술사를 쓰면서 좋았던 건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부수고 터트리는 것이 결국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라는 거였다. ‘조선 마술사’의 가장 큰 핵심은 사랑이다. 그 감정이 점점 커지고 강력해져서 마술사는 마술사의 신분을 잊어버리고 공주는 공주의 신분을 잊어버리게 된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편안한 길을 포기하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한 길로 뛰어들게 되는 거지. 인물들의 커진 감정이 결국 사회 전체를 흔들게 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두 주인공의 감정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만 있다면 ‘조선 마술사’가 굉장히 강력한 소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작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흔들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목격자들’과 같은 책은 사회가 부폐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꼬집어서 보여준 소설이라면 ‘조선마술사’는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힘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랑보다 강한 힘이 뭐가 있겠나(웃음).

로맨스를 쓰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김탁환: 사랑이라는 섬세하면서도 강력한 감정을 쓰는 게 생각보다 정말 힘들더라. 그 동안에도 이런저런 사랑 이야기를 조금씩 썼지만 제대로 써 본 적은 없었다. 로맨스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성별을 막론하고 인물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것 자체가 대단한 도전이었다. 예전에는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의 틀 속에 갇혀 사랑 이야기를 썼다면 ‘조선 마술사’는 그 틀을 넘은 거다.

‘리심’도 사랑이야기이지 않나.
김탁환: 맞다. 하지만 ‘조선 마술사’의 이야기가 더 강한 것 같다. ‘조선 마술사’를 쓰고 나니 ‘리심’을 조금 더 잘 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여주인공을 조금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었을 것 같다.

슬럼프에 빠진 경우는 없나.
김탁환: 2003년에서 2004쯤 인생에서 딱 한 번 슬럼프를 크게 겪은 일이 있다. 하지만 그때를 제외하고는 글이 잘 안 써지는 경우 대부분 다른 소설을 썼다.

무엇 때문에 슬럼프가 온 건가.
김탁환: 그걸 잘 모르니 슬럼프다(웃음).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글이 잘 안 써지더라. 괴로워서 가출하려 하니 집사람이 충격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슬럼프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조심한다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다행히 러시아에 놀러 갔다가 어떤 여기자가 수염을 길러보라 그래서 시도해 봤더니 효과가 있더라(웃음). 은인이다.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이원태: 매번 다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얻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책의 힘이 가장 큰 것 같다. 책을 정말 많이 읽는 편이다. 읽다 보면 낚싯줄에 낚인 느낌처럼 확 끌리는 게 있다. 거기서 전혀 다른 아이디어가 생긴다. 내년 상반기에 나올 작품도 우리나라 이야기인데 중국 역사책을 읽다가 아이디어를 얻은 경우다. 아이디어는 고민해서 생기는 경우보다 갑자기 총 맞듯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 크게 의지가 될 것 같다.
이원태: 글을 쓰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웃음). ‘무블’ 작업을 할 때는 서로 차례를 바꿔가면서 각색한다. 그런데 내 순서가 돌아올 때면 글을 ‘밀어내는 게’ 너무 힘들더라. 나는 시나리오를 쓰는 걸 밀어낸다고 말한다. 이야기에는 시작과 끝이 있지 않나. 그런데 글을 쓸 때면 이야기 속을 걸어 들어간다는 느낌보다 무언가를 하나 하나 밀어내면서 만들어나가는 기분이 많이 든다.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숲을 헤쳐 길을 만들어나가는 느낌일 것 같다.
이원태: 맞다! 그래서 힘들고 고독하다. 그럴 때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게 분명 의지가 된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는 울화통이 터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송진아 작가가 쓴 ‘모래시계’라는 드라마에 ‘밥은 먹었냐?’ 라는 대사가 있다. ‘모래 시계’는 두 친구의 이야기인데 최민수가 사형 선고를 받은 친구를, 박상원이 최민수에게 구형을 내린 검사역을 연기했다. 그런데 박상원이 최민수 면회를 간 거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겠나. 그런데 아무 말도 못하는 거다. 작가가 그때 그 대사 한 마디를 쓰려고 일주일 동안 밥도 못 먹었다더라. 그렇게 해서 나온 대사가 ‘밥은 먹었냐?’ 인 거지. 직접 글을 써 보면 그 느낌이 뭔지 안다. 정말 많은 감정과 할 말이 있어도 그걸 모두 쏟아내면 작품이 안 된다. 그 많은 감정을 한 줄 대사에 확 쏟아낼 수 있으려면 정말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정말 글 한 줄 때문에 일주일, 열흘 동안 아무것도 못할 때도 있다. 잠도 잘 안 오고 환청도 들리더라(웃음).
서로가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각자의 장단점을 말해달라.
이원태: 이 친구에게는 내가 가지지 못한 부러운 장점이 있다. 끈기! 나는 이 친구처럼 되고 싶어도 잘 안 되더라. 나는 글을 쓰다가 막히면 굉장히 괴로워한다. 사실 괴로움의 강도는 사람마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그 괴로움을 나보다 훨씬 잘 견디면서 끝까지 간다. 이 길이 옳든 아니든 끝을 보는 거지. 나는 그런 상황이 오면 시쳇말로 멘붕이 온다. 김탁환은 혼자서 완성한 소설의 수만 해도 굉장하지 않나. 끈기가 있기 때문에 다른 작가들보다 훨씬 많은 쓸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굉장히 부럽다. ‘조선 마술사’ ‘노서아 가비’ ‘조선 누아르’ 등 모든 작품을 할 때 마찬가지인데, 도입부에서 스토리를 짜고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이후로는 인물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든다. 그런데 이야기가 절정 부분에 이르면 모든 사건과 인물이 꼬여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때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말도 안 한다. 이 친구도 알 거다. 이 놈 지쳤구나(웃음). 나는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절정의 고비에 이르면 나자빠진다. 그런데 이 친구는 혼자서 그걸 쫙 밀고 나간다. 그 부분을 지나가고 나면 이야기가 또 풀리는데 그때부터는 내가 다시 풀고(웃음).

김탁환이 보는 이원태는 어떤가.
김탁환: 이원태는 굉장히 현명한 친구다. 나는 편향적인데 이 친구는 균형을 잘 잡는다. 상황을 두루 살피면서도 스스로를 돌이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깊다. 그래서 영화 감독을 잘 할 것 같다. 나는 영화 감독 못한다. 만일 백 명의 사람이 나에게 와서 뭐라고 하면 난 미쳐버릴지 모른다. 난 내 등장인물들이나 데리고 사는 게 좋다. 서로가 조금 다른 성향인 거다. 이원태는 여러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발란스를 잡아나갈 수 있다. 우리가 만든 작품을 영화사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때도 판단을 잘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원태는 그런 걸 정말 잘 한다. 생긴 건 굉장히 모나게 생겼어도 성격은 굉장히 둥글둥글하다. 반대로 나는 둥글둥글하게 생겼는데 굉장히 모가 나 있다.

‘원탁’에 다른 사람을 영입할 계획은 없나.
이원태: 원탁의 기사 하나 정도? (웃음) 농담이다. 사실 누구를 영입할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고 싶다. 김탁환에게 우리가 앞으로도 둘이서만 일한다면 지금과 같은 작업방식이 반복될 테니 다른 사람과 함께 작업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한 적은 있다. 콘텐츠를 생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이야기에 대한 욕망이 있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김탁환의 작가로서의 글쓰기 노하우와 나의 연출자이자 기획자로서의 노하우, 우리 둘의 장점을 다른 젊은이들과 나누고 싶다.
김탁환: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우리보다 조금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 보니 너무 힘들더라. 결국 우리가 그 사람 일을 모두 챙겨줘야 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앞으로는 미국이나 유럽, 중국 등 해외의 이야기 선수들과 작업해 보고 싶다.
콘텐츠 제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이원태: 한 마디로 이야기 하려니 정말 어렵다. 기획은 단계별로 정말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지금도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1회부터 120회까지 내가 만들었는데 그때부터 쌓인 경험이 지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매주 70분짜리 예능 프로그램 하나에 신기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다섯개씩 만들어 넣어야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지만 각색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그 작업을 120번 한 거다. 누구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을 한 셈이다. 매주 다섯 개의 이야기를 새롭고 재밌고 놀랍게 만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쌓인 노하우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그중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말해줄 순 없나.
이원태: 책을 무작정 읽지 말고 동서양을 막론한 역사를 공부해라. 그러면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상상력이 엄청나게 생긴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이런 걸 역사책이라고 하면 안 된다. 그건 시험 공부용일 뿐이다. 역사공부를 열심히 하면 그 안에 수천년간의 인간의 모습이 모두 들어 있다. 그 정도가 기본으로 머리에 깔려 있어야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역사공부를 많이 하면 자신의 상상력에 자신감이 생긴다는 거다. 가끔 내가 하는 상상이 너무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상상력의 허용치를 모르는 거다. 그런데 인간은 상상할 수 있는 도덕과 양심의 범주를 훨씬 벗어나는 일을 저지를 만큼 훨씬 더 사악하고 잔인하고 못됐다. 역사공부를 하면 그걸 알게 되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이 많아지는 거다.

최근에 있었던 일 중 가장 기분 좋은 일은 무엇인가.
이원태: 우리 아이가 내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래서 아내가 입학 원서 때문에 학교에 갈 일이 있었는데 집에 돌아온 아내의 표정이 너무 밝았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가 몸과 마음이 너무 건강한 아이라고 했다고 하더라. 친구들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1년 동안 그 친구를 아무 말 없이 잘 도와줬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는 단 한 번도 집에서 그런 내색을 한 적이 없어 나는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몰랐다. 아내가 선생님이 너무 고마워했다면서 기분 좋아하더라. 그런데 나도 기분이 너무 좋더라. 아이의 성적이 오를 때 느끼는 감정과는 차원이 다른 기쁨이었다. 우리 아이가 내가 상상한 것보다도 더 좋은 아이구나, 싶고 물론 아직 한창 더 자라야겠지만 내가 저만할 때보다 우리 아이가 훨씬 멋진 아이구나, 싶더라 (웃음). 신기한 건 그 기쁜 마음이 굉장히 오래간다는 거다. 지금도 아이를 볼 때마다 너무 고맙다. 공부 잘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좋더라.
김탁환: 소설을 낼 때마다 CBS 정혜윤 PD가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지난 5년 동안 매년 한 번씩 출연한 것 같은데 그 친구가 나더러 소설은 잘 쓰지만 여자 캐릭터를 못 그린다고 하더라. 5년 동안 그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조선 마술사’를 읽더니 여자도 이제 잘 쓰네? 사랑의 감정이 느껴져. 로맨스 소설도 잘 쓰는 구나! 하더라. 그게 가장 좋았다(웃음). ‘조선 마술사’에서는 오히려 남자인 환희보다 여자인 청명의 감정선이 더 좋다고 했다.

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 글_최정인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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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ai1063
조선마술사는 마술을 소재로 하는 영화라서 관객의 입장에서 궁금증을 느끼게 했는데요~ 이런 새로운 시도를 했던 부분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지막이 갑자기 로맨스 드라마에 치중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더 좋은 창작물과 좋은 내용으로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네요~!   
2016-01-2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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