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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아니었던 기회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수현
2015년 5월 7일 목요일 | 안석현 기자 이메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본 소감은 어떤가요?
보기 전에 100% 만족해야 한다고 결심했어요(웃음).

헬렌 조를 만족스럽게 표현한 것 같나요?
자신의 연기를 보고 만족하는 사람은 없겠죠. 처음 볼 때는 도망가고 싶었어요(웃음). 제 자신에게 너그러운 편이 아니라 처음에는 아쉬운 점이 많이 보였는데 프리미엄 상영회 때 관객들이 굉장히 크게 반응하고 환호하더라고요(웃음).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마블팬처럼 즐기면서 볼 수 있었어요.

내한 기자회견에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출연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서 프로모션을 하면서 더 실감하게 된 것 같아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향한 관심과 응원이 이렇게까지 클 줄 몰랐어요.

조스 웨던 감독도 감회가 새롭다고 하더군요.
기자회견을 한 콘래드 서울에서 헬렌 조의 마지막 오디션을 봤어요. 그때 조스 웨던 감독님을 처음 뵀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개봉을 앞두고 또 다시 그 장소에서 한국 사람들과 인사를 하면서 감독님이 그때를 회상한 것 같아요. 감독님이 그 이야기를 먼저 꺼내서 감동이었어요.
국제학을 전공했는데 배우가 된 과정이 궁금해요.
어릴 때 앵커나 국제 변호사를 꿈꿨어요. 자신의 목소리를 멋있게 내는 직업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막연하게 미디어라고 생각했고, 어떤 분야일지 고민하던 와중에 인턴도 하게 되고 기자 생활도 하다가 모델 대회도 나가고 드라마 제안도 받게 됐어요. 어릴 때 예술적인 것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전공은 다른 분야지만 제 습성은 예술 쪽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요. 지금 온 기회들이 우연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게임의 여왕’ 이후 4년의 공백이 있었는데 다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도망자 플랜 B’라는 작품이 저를 찾아왔어요. 우연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해외 진출을 따로 준비했나요?
특별히 준비를 했던 건 아니고 여러 작품을 잘하자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그런데 계속 비슷비슷한 이미지에 캐스팅되는 것이 조금 지루했어요. 그 시기에 마침 다니엘 헤니가 해외 작품의 오디션에 도전하는 것을 보며 오디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사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전에 다른 오디션을 몇 번 봤어요. 그때는 백인 역할이더라도 이름을 알린다는데 의의를 두고 일단 오디션을 봤어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오디션을 본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 드라마에서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복수하는 강한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맡았어요. 새로운 역할을 갈급하던 시기에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오디션을 봤어요. 그리고 얼마 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디즈니의 배우 명단에 제 이름도 포함돼있더라고요. 아무리 할리우드의 오디션이라도 어떤 감독의 영화고 무슨 역할이라는 간단한 정보가 있기 마련인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아무런 설명이 없어서 그저 미래가 배경이 되는 내용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죠. 제 모습이 담긴 영상을 미국으로 보내면서 오디션이 시작됐어요. 나중에 캐스팅 디렉터를 만나고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때는 <앤트맨>인줄 알았어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만한 마블 스튜디오의 작품이라면 <앤트맨>일 거라 추측했죠. 오디션 최종 단계에서 받은 시나리오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임을 알았어요. 오디션에서 주어진 대사에 명시된 캐릭터 이름이 ‘조지 클루니’였거든요. 최종 오디션에서 조지 클루니를 토르로 바꿔서 연기하라고 했을 때 알았죠(웃음).

‘마르코 폴로’의 쿠툴룬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헬렌 조는 동양인 캐릭터의 스테레오타입이 아니라서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40:1의 경쟁률을 뚫고 헬렌 조에 캐스팅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정권이 가장 큰 조스 웨던 감독이 소신대로 밀어붙였다고 생각해요. 배우의 인지도나 한국 관객을 염두에 뒀다면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선택을 고민했겠지만, 감독님은 느낌을 더 중요시한 것 같아요. 오디션에서도 제 생각대로 연기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은 그때 저를 보고 굉장히 연약하지만 울트론에게 한 방 먹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대요(웃음).

감독이 특별한 지시가 없어서 오히려 부담이 크진 않았나요?
부담이 크진 않았어요. 오디션을 굉장히 즐기는 편인데다가 합격 유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저 한번이라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면 언젠가 인연이 닿을 지도 모른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오디션에 임했어요. 그리고 연기를 할 때 감독님이 반응을 확실하게 해줬어요(웃음). 좋은 부분은 좋다고 이야기하면서 다른 방식으로도 보여 달라고 했어요.
해외 제작진들과의 생소한 작업이라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친해보였으면 좋겠다는 것이 고민이었어요(웃음). 사람들 사이에서 낯선 느낌이 안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기에는 배우들과 미리 만나서 친분을 쌓을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불편함을 빨리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한국 사람들끼리도 첫 촬영에서는 늘 긴장감이 감돌잖아요. 더구나 이번 영화는 다른 사람들은 이미 친하고 서로 호흡을 맞춰왔는데 그곳에 제가 혼자 들어간 상황이었으니까요.

텃세가 있던가요? (웃음)
텃세는 없었어요(웃음). 특히 여자들 사이에서 텃세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만나니 ‘닥터 조가 누군지 궁금했어’라고 털털하게 말을 건네더라고요(웃음).

국내외 촬영현장을 모두 경험했어요. 제작 시스템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우선 캐스팅 과정에서 차이가 있어요. 캐스팅을 할 때 정보를 일절 제공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한국의 오디션은 주어진 역할과 비슷한 모습으로 좀 더 꾸미고 참여할 수 있지만, 미국의 오디션은 의상이나 메이크업을 많이 제한하는 편이에요. 비디오 오디션도 있고요. 촬영은 다 비슷비슷하죠. 국제적인 캐스팅을 한 ‘마르코 폴로’는 10편의 영화 같은 느낌이에요. 작가도 굉장히 많고 감독도 많아서 한명의 감독이 에피소드 2회 정도에 해당하는 분량을 맡아요. 그래서 누구 한 명의 비전을 쫓아가는 것이 아닌 단체작업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특히 마블 스튜디오는 스타들과 함께 일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배우들의 사생활이나 컨디션을 많이 배려해주는 시스템이더라고요.

밤샘 촬영은 없었나요?
‘마르코 폴로’도 그렇고 미국은 대체적으로 프로덕션에 시간제한이 있어서 밤샘 촬영은 없었어요. 추가 촬영은 새벽에 미리 통보된 시간 동안만 했어요. 특히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같은 경우에는 계산된 프로덕션 기간 동안 일정에 차질 없이 진행됐어요.

연기 디렉팅은 어떻게 받았나요?
모든 배우들의 영어 발음을 영국식 악센트로 비슷하게 통일하려고 연기 코치와 보컬 코치 몇 명이 배치됐어요. 작가나 감독과는 개인적으로 리허설을 했어요. 촬영하는 동안 함께 의논해서 바뀌는 부분들도 꽤 많았어요.

그 외에 소품이나 메이크업 등 소소한 부분들도 달랐겠죠?
30분 안에 헤어, 메이크업을 다 해요. 메이크업을 정말 빨리해요(웃음). 한국에서는 촬영이 멈추면 그 사이에 스탭들이 달려와서 수정을 해주는데 할리우드는 메이크업 수정을 잘 안 해요(웃음). ‘마르코 폴로’에서도 레슬링을 하면서 땀범벅이 됐는데도 수정을 잘 안 해주더라고요. 리얼리티를 굉장히 신경 쓰는 것 같아요. 어떨 때는 조금 수정을 받았으면 하는 순간도 있었어요(웃음).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파티 장면에서도 헬렌 조가 처음에는 멀쩡했어요(웃음). 파티라서 눈에 라인도 한줄 더 그리고 파란색 드레스도 입었는데 시간이 늦어지면서 헬렌이 잠들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공격을 받았을 때 헬렌의 머리카락은 컬도 풀리고 부스스한데 그대로 촬영을 하더라고요(웃음).
크로마키 촬영도 새로운 경험이었죠?
장면에 따라 제임스 스페이더와 함께 나오거나 그린스크린 앞에서 연기했어요. 낯설었죠.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테니스공처럼 생긴 물체와 연기했어요. 한국에서도 주먹을 보며 연기할 때가 있었지만 실제 사람하고 리허설은 했거든요. 그린스크린에서는 진짜 아무 것도 없어서 감독님에게 더 의지했어요. 연기할 때는 아무 것도 없지만 촬영 후 모니터를 보면서 결과물이 어떤지 배웠어요. 재밌는 경험이었어요(웃음).

그밖에 다른 점이 있다면요?
공항에서부터 호텔까지 모든 촬영현장에 함께 이동하는 운전기사마저도 각 배우들과 성격이 잘 맞는지 체크해요. 운전기사들도 경험이 많아요. 여러 영화들을 경험한 연륜 있는 분들이에요. 식단은 배우가 알레르기나 종교적인 이유로 먹지 않는 음식이 있는지 확인하는 등 굉장히 디테일하게 관리해요. 의상도 네댓 번 착용한 뒤 결정했어요. 영화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스포일러가 되지 않게끔 촬영 들어가기 전 의상도 까만 천으로 덮고 시나리오도 스튜디오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파기시키는 등 보안이 철저해요. 숙소는 배우의 취향에 맞춰 마련해줘요.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 아파트를, 저처럼 혼자인 배우는 호텔을 마련해주고요. 숙소 배정은 배우들이 서로 마주치면 불편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지역을 다르게 배정하더라고요.

헬렌 조가 등장할 때 한국어 대사를 해서 놀랐어요.
굳이 우리말을 집어넣을 필요는 없었는데 감독님이 한국인 캐릭터임을 드러내려고 ‘헬렌이 연구원 조교에게 한국어로 말을 건넨다’라는 지문을 넣어줬어요.

연기할 때 영어와 한국어 중 어떤 언어가 더 편한가요?
반반인 것 같아요. 우리말보다 영어가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고 했던 분도 있고, 영어를 잘하는 캐릭터가 우리말을 굉장히 또렷하게 해서 기뻤다는 이야기도 들었거든요. 영어가 편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영어 연기는 그저 영어를 잘하는 것만이 아니라 연습해야할 요소들이 많아요. 유머나 제스처처럼 그 나라 고유의 문화에서 오는 코드가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계속 숙지해야만 연기가 가능한 부분이 있어요. 사극이 말투가 다른 것처럼 ‘마르코 폴로’에서 쓰이는 영어 말투도 달라서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래서 영어 연기가 더 편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마르코 폴로’의 영어 악센트가 인터뷰 영상과 다르군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악센트도 미묘하게 달라요.
‘마르코 폴로’에서는 제작진이 영국식 발음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물론 우리가 영국식 악센트를 흉내는 내잖아요. 웃기려고 과장을 섞어서 영국식 발음을 흉내 내기도 했지만, 막상 제대로 하기는 어렵더라고요(웃음). ‘마르코 폴로’에서도 저와 릭 윤은 미국에 살았던 한국인이라 악센트가 비슷하고, 호주 출신 배우들은 발음에 호주 영어가 섞여있어요. 그래서 영국식 뉘앙스를 살짝만 첨가해서 구사하는 정도인데, 한창 ‘마르코 폴로’를 촬영하던 중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촬영해서 말투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어요. 또 헬렌 조가 어려운 과학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또렷하게 발음하지 않으면 듣는 사람도 알아듣기 힘들뿐만 아니라 촬영 중에 대사를 실수할 수도 있어서 평소보다 더 또렷하게 발음한 것 같아요. 파티 장면에서 농담하고 장난치는 컷이 있었거든요. 그 장면들이 편집되지 않았더라면 좀 더 편안하고 친근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파티 장면의 일부 외에도 헬렌 조가 편집된 장면이 있나요?
울트론과 촬영했던 장면들이 몇 개 편집됐어요. 시나리오에서는 헬레 조가 사악한 모습으로 변하는 설정이었는데 감독님이 과학자의 본능만 남아있는 모습으로 표현하길 원했던 모양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편집되기 전 헬렌 조가 사악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좋았어요(웃음).
한국어와 영어는 감정을 표현할 때의 질감이 확연히 달라요. 연기할 때 두 언어 사이의 간극을 느끼죠?
한국어와 영어를 할 때 목소리 톤이나 높낮이의 느낌이 많이 달라요. 때로는 복수나 한처럼 한국의 무거운 정서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팜므파탈이 섹시함으로 통한다면 미국은 털털하고 장난스러운 모습이 섹시함으로 통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때로는 한국의 정서가 때로는 미국의 정서가 와 닿을 때가 있어요. 그런 느낌들이 연기를 하면서도 반영되죠. 아무래도 정서적으로 가깝게 다가오면 그만큼 더 연기하기 편하고 반대의 경우라면 불편함을 느껴요. 그래서 양쪽의 언어에서 제가 이해하고 표현하기 편한 부분을 찾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헬렌 조는 마블 유니버스의 천재 해커인 아마데우스 조의 어머니에요. 아마데우스 조를 염두에 두고 헬렌 조를 연기했나요?
아니요. 사실 원작에 헬렌과 아마데우스가 얼마나 나오는지도 모르고, 조스 웨던 감독이 원작을 신경 쓰고 공부하라는 요구를 안했어요. 아마데우스 조의 존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겠지만 아직은 모르는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아마데우스 조는 추측이잖아요. 특별한 요구사항이라 한다면 마블 유니버스에서 상당한 브레인으로 나오는 헬렌 조가 ‘미친 과학자들’이라고 칭해지는 토니 스타크나 브루스 배너에게 ‘내가 가진 것이 더 낫다’라고 할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갖는 것이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이었어요. 만약 아마데우스가 등장을 한다면 한국인을 캐스팅할 것이라는 기대는 생겨요. 굳이 한국까지 와서 헬렌을 찾은 것처럼 아마데우스도 그러지 않을까, 그렇다면 누가 될까, 생각을 하죠(웃음).

‘마르코 폴로’는 고려에도 큰 영향을 끼친 원나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요. 한국의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역사라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아요(웃음).
작가가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아요. 물론 사극이라고 해서 다 정확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고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메인 작가가 직접 몽고를 여행했어요. 관광이 아니라 실크로드를 경험하고 싶다면서 아들과 둘이 죽을 위기를 넘겨가면서 여행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책으로 보는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는 큼직큼직한 것들을 이야기하지만 한 사람이 겪었을만한 사사로운 감정들은 잘 모르잖아요. ‘마르코 폴로’는 낯선 사람들이 만났을 때 벌어질만한 갈등과 역사책으로는 멀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간사를 그리려는 것 같아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마르코 폴로’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 참여하면서 해외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한국 배우 중 한명이 됐어요. 느낌이 어떤가요?
아무래도 해외에 나가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정체성이 늘 중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릴 때 미국에서 살면서 제 자신이 미국인이라고 굳게 믿었고, 한국에 왔을 때는 문화 충격이 있었어요. 지금도 가끔 정체성이 헷갈릴 때가 있는데, 미국에 가면 누구보다 한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할리우드에 교포의 모습이 아닌 한국 사람의 모습으로 갔다는 게 좋아요.

‘제 2의 김윤진’이라는 수식어는 어떤가요.
그렇게 되면 정말 좋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경우는 제의를 받았지만, 김윤진 선배님은 ‘로스트’를 하기까지 수많은 오디션을 봤을 거라 예상돼요. 저는 다니엘 헤니가 옆에 있어서 가까이 볼 수 있었지만, LA에 가서 오디션 기간에 오디션을 본다는 사실 자체는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배우로서 많이 무너진다고 하더라고요. 당신이 어디서 왔고, 그동안 무엇을 했고, 얼마만큼 인기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가혹할 정도라고 해요. 혼자 운전해서 오디션을 보러 가면 수없이 많은 배우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걸 뚫고 해냈다는 생각을 하면 여자로서도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김윤진 선배님은 무술을 잘하는 중국 배우의 모습이 아닌 외국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대한민국 배우잖아요. 그런 모습이 정말 뿌듯하고 닮고 싶죠.
앞으로 해외 활동에 더 비중을 두고 활동할 계획인가요?
지금 어디에 초점을 두고 활동하겠다는 건 적합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일단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은 목표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거든요. 지금 당장은 ‘마르코 폴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전념할 거예요. 넷플릭스(Netflix)가 작품의 호흡을 오래 갖고 가긴 해서 다른 작품보다 헌신의 기간이 길거예요(웃음). 그런데 중간에 또 한국 작품을 할 수 있다면 해야죠.

지금까지 지내온 과정이 의도를 했든 안했든 해외에서 활동하기에는 준비가 잘 된 배우 같아요. 계속 해외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계속하고 싶죠. 어떻게 보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문을 열어준 작품이라 기회를 잘 잡고 다른 동양 배우들이 하지 못한 역할들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한국 감독들이나 관계자들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또 다른 역할에 캐스팅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통해 갑작스럽게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제 이름이 ‘어벤져스 수현’이 된 것 같아요(웃음). 여전히 수현이라는 이름은 많고 ‘어벤져스’라는 수식어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재밌어요(웃음). 늙어서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했던 아줌마라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그 말이 나중에 들어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 이름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지면 좋은 거죠. 나중에는 수식어 없이도 좋게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배우로서의 꿈이 있다면요.
지금은 예술영화를 굉장히 하고 싶어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나오는 배우들이 인디영화와 블록버스터를 넘나드는 배우들이에요. 한국 작품을 하면서 그들처럼 많은 경험이 뒷받침되는 배우, 고정된 역할이 아닌 매번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15년 5월 7일 목요일 | 글_안석현 기자(무비스트)
사진_권영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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