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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은 맑은 눈빛 <소리굽쇠> 조안
2014년 10월 30일 목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소리굽쇠>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정글의 법칙’ 촬영할 때쯤 회사로 시나리오가 왔나봐요. 정글에 있어서 전달을 못 받았죠. 정글 갔다 오자마자 출연 결정이 돼있던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오월의 멜로’를 하게 됐어요. 단막극 준비하고 촬영을 다 끝내고서야 <소리굽쇠> 시나리오를 봤어요. 시나리오를 봤는데 우리가 꼭 알아야 될 이야기이고 기억해야할 문제를 어렵게만 풀지는 않은 거예요. 예민한 문제라 어두울 것 같았는데 그렇게 풀지 않아서 좋았고, 함께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의 취지가 좋았어요. 영화의 수익금은 모두 기부해 위안부 할머님들의 아픔을 알리는데 쓰겠다고 했고, 모든 사람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한다니까 너무 멋진 거죠. 이런 좋은 영화에 나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마음 한편 부담도 되는 거예요. 물론 시나리오를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잘 풀었지만 민감한 소재잖아요. 좋은 취지로 함께 했는데 내가 잘 못하면 괜히 고생만하고 혼나고 욕만 먹는 건 아닐까, 사람인지라 그런 걱정도 있었어요. 또 걱정되는 부분이 조선족 사투리와 중국어를 익힐 기간이 너무 짧은 거예요. 사투리와 중국어만 몇 달 준비해도 부족할 판에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요. 준비할 시간이 너무 촉박하니까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위안부를 소재로 한 극영화라 부담감을 떼려야 뗄 수 없었을 거예요. 좋은 취지와 의도였어도 뭐 하나라도 잘 못 표현되거나 조금이라도 왜곡될 여지가 있어 다른 해석이 되는 순간 아무리 그런 의도가 아니라 주장해도 받아들여지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쉽게 도전하기 힘든 거죠.
그러니까요. 정말 무섭고 겁이 났어요. 재능기부라고 많이 칭찬해주시는데 저는 오히려 재능기부 때문에 그 부담을 조금 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돈을 받는 영화였다면 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완성도를 떠나 다행히 결과물이 좋은 의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서 어려운 결정을 내린 큰 용기는 칭찬 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만드는데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우리가 기억해야할 부분을 전달하면서도 할머님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할머님들이 받았던 고통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얼마나 끔찍했는지는 굳이 시각적으로 보여주지 않더라도 이야기 속에서나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배우에게 가장 큰 재능기부는 물론 연기지만, OST, 캘리그라피 등 다양하게 재능을 기부했어요.
대표님에게는 장난으로 ‘또?’ 이렇게도 얘기했어요(웃음). 가수도 아닌데 영화 속에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내 손 글씨가 뭐 대단하다고 영화에 사용된다는 것도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죠.

연기 외적인 것들도 재능기부를 함으로써 그 진정성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취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영화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향옥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영화에 참여한 의도 자체가 날 위한 게 전혀 없었기 때문에요. 약간 그런 건 있었죠. 내가 이 영화에 도움이 된다면, 그런 면에서는 나라는 주체가 있었지만, 그것 외에 큰마음은 다 좋은 뜻으로 한 거였고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다 그런 마음이었기 때문에 그럴수록 향옥을 연기하기가 더 편했어요.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으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웃음). 순박하고 순수한 향옥을 연기하는데 있어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됐어요.
향옥 캐릭터는 어떻게 설정을 잡고 연기했나요? 누가 봐도 착하고 밝고 구김 없이 자란 것 같은 인물이잖아요.
가장 중요한 건 눈이 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눈빛은 느껴지는 게 있잖아요. 저는 눈빛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연기에서도 눈빛이 달라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향옥은 눈빛이 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눈빛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좋은 사람들 속에서 촬영을 하면할수록 저도 마음이 선해지고 모든 것에 고마워지는 거예요. 향옥의 눈빛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가장 걱정했던 사투리나 중국어는 이옥희 선생님과 중국에서 온 스탭들의 도움이 컸어요.

준비 기간도 짧았는데 어떻게 사투리를 그렇게 잘 소화할 수 있었나요?
그냥 녹음해서 계속 들었어요. 외국어 공부할 때랑 똑같죠. 리슨 앤 리핏(웃음).

중국과 한국에서 향옥의 모습의 차이는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요? 단순히 분위기로만 표현하기에는 애매한 것 같고, 감정을 계속 잡고 있어야했을 것 같아요.
그 아픔은 베이스로 있을 수밖에 없어요. 목을 매는 신에서 ‘가차이 오지 마쇼! 아직도 모르겠슴까, 나를 이제 그만 놔주쇼’라는 대사를 할 때 그런 감정들이 베이스에 깔려야 나올 수 있었어요. 그 감정을 깔고 나서 향옥이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여야하기 때문에 조금 더 설정한 부분들이 있어요. 아프고 실성을 했다고 해서 꼭 하지 않는 행동들도 조금은 넣어서 연기했어요. 그래야 관객들이 도대체 왜 그럴까 궁금증이 생길 것 같고 영화의 작은 반전을 모르고 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기본 감정은 베이스로 깔려있지만 조금 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어요.

그 대사를 칠 때는 향옥의 입장에서 연기한 건가요, 아니면 할머니가 생각하는 향옥의 입장에서 연기한 건가요?
그 대사는 중의적이잖아요. 둘 다 맞는 거죠. 제가 하는 말이기도 하고 할머니가 할머니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한 대사 같아요. 연기할 때는 일단 향옥이 할머니에게 하듯이 연기했어요. 안타까워하는 감정이 느껴지도록.
중국 평곡 로케이션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너무 멀어요. 물리적 거리 자체가 그렇게 먼 건 아닌데, 너무 추워서 길이 다 얼었고 골짜기라 올라가기가 힘들어 설설 기어가니까 거리가 더 멀게 느껴지는 거죠. 화장실도 없고요(웃음).

정글도 갔다 왔는데 그 정도야(웃음).
일단 물이 안 나오기 때문에 양치하면 생수로 입을 헹궈야하는데 생수도 다 얼은 거예요. 꽝꽝 언 생수를 녹여서 입을 헹구는 거죠(웃음). 너무 추웠어요. 내복을 껴입고, 껴입고, 껴입어도 추웠어요.

할머니의 집이나 다른 공간들에서 연기할 때 분위기가 잘 잡히던가요?
공간 자체가 독특해요. 그 공간에서 할머니의 모든 회상이 일어나잖아요. 연기하는데 있어서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중국 촬영이 사실 달갑진 않았어요(웃음). 저예산인데 해외 로케까지 잡혔으니 힘들게 촬영할 게 빤하잖아요(웃음). 한국에서 이 예산으로 찍기에도 힘든데 말이죠(웃음). 이 추위에 중국 산골에서 얼마나 힘들까 걱정이 된 거죠. 두려운 마음으로 갔지만 다행히 도착한 순간 산골의 느낌과 오래된 집이 풍기는 느낌이 있어서 감정적으로는 도움을 받았어요.
이옥희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조선족 배우라 걱정이 되진 않았나요?
선생님을 처음 뵀을 때 모든 걸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며 참 순수한 분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런 건 걱정됐어요. 너무 예쁘고 고운 분인데, 그리고 할머니 역을 할 나이가 아닌데 할머니 역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것 외에는 걱정한 것도 없고 걱정할 일도 없었어요.

문화적 차이나 연기 방식의 차이에서 걸리는 부분도 딱히 없었나보네요.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아서 감사했죠. 개인적으로 사투리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사투리를 쓰는 분들이 그렇게 귀엽고 멋있더라고요. 사투리에 대한 이상한 로망이 있어요(웃음) 사투리 쓰는 사람은 여자든 남자든 호감도가 올라가요. 선생님도 사투리를 쓰잖아요. 조선족 사투리도 되게 귀엽지 않아요? 사투리로 열심히 이야기하시면 저는 호감도가 계속 올라가는 거죠. 외국어처럼 사투리를 배우고 싶어요.

앞으로 연기하면서 사투리 배울 일은 많지 않을까요.
대사만 배워서 연기하잖아요. 그런 것 말고 일상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웃음).
한국에서 덕수와의 로맨스도 있어요. 평소 실제 모습에서도 항상 느끼는 건데, 누군가를 볼 때 눈빛에 상대에 대한 고마움과 배려가 늘 묻어나는 것 같아요. 덕수가 프러포즈하는 장면에서도 정말 감동받았다는 느낌이 향옥의 눈에서 드러나더라고요. 안 그랬다면 너무 오글거렸을 장면이었어요(웃음).
좀 부끄러웠어요(웃음). 손으로 하트 만드는 건 괜히 했나봐요(웃음). 하트 말고도 여러 가지를 했는데 감독님이 하트를 쓰셨어요(웃음). 약간 유치하면서 귀여운 모습을 담고 싶으셨나봐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그 장면에서 울컥했어요. 순박하고 사랑스럽잖아요. 이 장면을 찍을 때 눈가가 촉촉해지고 웃는데 눈물이 나는 행복의 눈물, 그런 제 모습이 상상이 되는 거예요. 촬영할 때도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하림 흉내를 내며 올백을 하고 등장하는 김민상 선배님을 보고 빵 터진 거예요. 그래서 그 장면을 보면 제가 엄청 웃어요(웃음).

<소리굽쇠>를 통해 얻은 것, 느낀 것들이 있다면요.
일단 좋은 사람들을 알게 돼서 너무 좋아요. 너무 감사한 게, 따뜻함을 느껴요. 세상은 아직 아름답고 좋은 사람들이 더 많구나(웃음). 영화를 통해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2014년 10월 30일 목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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