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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노래보다 더 큰 위로의 힘 <몬스터 대학교> 댄 스캔론 감독, 코리 라이 프로듀서
2013년 9월 12일 목요일 | 최지나 기자 이메일

12년 전 당시에는 최첨단이라 느껴졌던 <몬스터 주식회사>였지만 지금 <몬스터 대학교>와 비교하니 기술력의 차이가 보인다. 12년 동안 픽사의 기술이 신장하면서 달라진 부분, 혹은 더 좋아진 부분이 있다면?
코리 라이: 기술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있었고, 그 중 많은 부분 도움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우리에게 더 유용한 도구들이 많이 생겼지만, 가장 중요했던 건 이 도구들을 사용할 때 <몬스터 주식회사>와 동일한 연속상의 세계인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몇몇 소프트웨어들은 좀 더 많은 종류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구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심지어 이런 농담도 있었다. <몬스터 주식회사> 때는 설리의 털을 구현하는 작업이 어려워서 겨우 겨우 해낸 정도였지만 <몬스터 대학교>에서는 실수를 뒤덮는 용도로 털을 이용하곤 했다고(웃음).
댄 스캔론: 일명 ‘디지털 청테이프’(웃음).
코리 라이: 조명도 새롭게 발전한 부분이다. 조명의 발전은 스토리를 표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티스트들이 최첨단의 조명을 도입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런 첨단 조명 기술을 도입했을 때 테크니컬 감독들이 기술적인 부분보다 창의적인 표현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 부을 수 있었기에 그런 부분에서도 도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어떤 테크놀로지의 도입 여부를 의논할 때, 이것이 스토리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먼저 논의 하고 스토리에 부합하는 것만을 적용하려 한다. 궁극적으로 스토리를 펼치기 위해 기술을 이용한다. 단지 신기술이 멋지기 때문에 사용하진 않는다.

대학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로맨스다. 설리와 마이크의 대학 시절에서 로맨스를 그려볼 생각은 없었나? 여성 몬스터 캐릭터나 핑크 털의 설리 캐릭터가 등장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혹시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없었나?
댄 스캔론: 실제로 시도를 해봤다. 그리고 정말 노력했지만 스토리라인과 부합하지 않아 결국 빼게 되었다. 당연히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연애를 빼놓을 수 없다. 근데 그 로맨스가 끼어들게 되면 마이크와 설리의 관계에 대립되는 또 다른 관계가 형성되는 격이라 생각했다. 마이크와 설리의 관계가 이미 로맨스에 가까운 관계가 아닌가(웃음). 그리고 만약 로맨스를 도입한다면 얕은 관계를 도입해야 하는데, 알다시피 대학 시절에 얕은 로맨스란 있을 수 없지 않나. 결국 넣으면 너무 진해져서 다른 하나의 이야기로 전개되기에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
마이크는 겁주기를 책으로 공부한다. 하지만 결코 무섭지 않은 그의 본성 탓에 그는 결국 겁주기 대원이 되지 못한다.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본성을 극복할 수 없는지를 암시하는 건가?
댄 스캔론: 영화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가졌던 건 인생의 실패자들을 다룬다는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대부분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보통의 영화들은 이 점에 대해서 결코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영화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만 이야기한다. 물론 멋진 메시지이고, 아직까지도 통하는 고무적인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그것이 항상 맞는 말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점에 대해 다루고자 했다. 살다보면 인생의 목표들이 약간씩은 변경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정말 잘 하는 다른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가 일이 안 풀렸을 때, 그는 그의 친구를 통해 자신이 특별해질 수 있는 다른 길을 찾는다. 오히려 더 나은 일을 찾은 격이다. 픽사 직원들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발견하는 점이기도 하다. 어떻게 애니메이션을 하게 되었는지 물으면 ‘그게, 원래 로스쿨에 있었는데...’ ‘뭐? 로스쿨?’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일이 잘 풀렸다면 우리가 택하지 않았을 길, 그것이 우리가 이 영화에서 가장 애착을 쏟았던 부분이다.

픽사는 모든 사람을 위한 스토리를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인생의 실패에 대한 영화라고 이야기한 바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직 인생의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이 영화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댄 스캔론: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영화에는 그 메시지 외에도 이미 재미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 부분을 짚어내지 않아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코리 라이: 맞다. 그들은 영화의 다른 부분을 짚어낼 것이다. 마이크가 코치가 되는 과정을 보면서 ‘아, 저럴 수도 있구나’라는 점을 발견하고 배울 점을 얻을 거라 생각한다.
댄 스캔론: 이 영화가 아이들이 미래에 실패를 경험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교훈이 되었으면 한다.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맞아, 마이크도 다른 길을 찾았지’라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정도 말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하나의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 차후에 그런 좌절의 순간을 마주치더라도 ‘포기하지마, 다른 것도 있어’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그런 씨앗 말이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에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많은 텍스트북과 규칙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이클과 설리의 대립을 이론과 실전의 대립으로 본다면 스토리를 중시하는 픽사는 스토리텔링에 대해 어떤 관점을 취하는지 궁금하다.
댄 스캔론: 맞는 말이다. 실제로 할리우드에는 시나리오에 대한 여러 책과 교본이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가이드라인 정도로만 생각한다. 스토리를 쓰다보면 스토리가 되게끔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종종 정말 따르기 좋은 가이드라인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픽사의 모든 스토리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결국 어떤 지점에서 그런 규칙들을 깨트려야한다는 것이다. 이번 영화도 프리퀄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많이 직면했다. 프리퀄은 이야기를 전하는 하나의 또 다른 방법이다. 그래서 작업 도중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메인 캐릭터인 마이크의 경우만 해도 스토리의 정형적 구도에서 다소 벗어나있다. 왜냐하면 마이크는 그다지 변화를 겪지 않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인 캐릭터가 극의 전개에 따라 성격의 변화가 없어도 되는지에 관해 굉장히 많은 토론을 했다. 심지어 마이크가 엄청난 성격 변화를 겪는 다른 버전의 이야기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실패를 겪는 아이에 관한 멋진 이야기, 그것도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차마 버릴 수는 없었다. 결국 그런 스토리의 구조와 논리는 버리고 마음이 이끄는 데로 가야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런 판단을 한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스토리 구조들은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이지만, 언제 어떻게 그것을 깨트려야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스퀴시의 목소리를 제작 스탭(피터 손)이 맡았다고 들었다. 제작 스탭이 목소리를 맡게 된 특별한 연유가 있는지, 혹은 스탭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전례도 있는지 궁금하다.
댄 스캔론: 그런 경우가 실제로도 많이 있어 왔다. 스토리보드로 먼저 작업하고 스토리리얼로 만들어서 목소리를 더빙해야 하는데, 그 때는 아직 배우들이 없기 때문에 직원들이 각자 목소리를 맡아 더빙을 한다. 자체적으로 더빙을 해본 후, 진행되면서 배우로 캐스팅을 하는 것이다. 때로 아무리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찾아도 전문 배우보다 회사 직원의 목소리가 캐릭터를 더 잘 살리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한다. 픽사에서는 스토리텔링을 원체 잘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종종 있다. 피터 손 감독도 목소리가 감미롭고 다재다능한 사람이기 때문에 <라따뚜이>에서도 아밀 역할을 맡았고, 이번에는 스퀴시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밥 피터슨 감독도 <몬스터 주식회사>와 <몬스터 대학교>에서 로즈의 목소리를, <업>에서 더그의 목소리를 맡기도 했다. 브레드 버트 감독도 <인크레블>에서 에드나 목소리를 맡은 바 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여러 감독들이 목소리 연기를 많이 맡게 된다. 최대한 피하려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어버리는 때도 있다. 이번 경우 피터 손은 명백하게 스퀴시였다.

극 중간에 유머코드로 달팽이가 등장한다. 달팽이가 학교에 늦어서 빨리 가려 하지만 그래봤자 한참 느린 모습이 픽사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몬스터 대학교>를 내놓는데 12년이 걸렸다. 다음 작품은 좀 더 빨리 만나볼 수 있을까?
댄 스캔론: <몬스터 대학교>가 오래 걸렸던 이유는 <몬스터 주식회사>를 완료하고 후속작에 대한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피터 손 감독은 <업>으로 가고, 다른 감독들도 다른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흩어져버렸기에 별 생각이 없었다. 5년이 지난 후, 이 아이디어는 어떨까, 하면서 후속작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가 펼쳐졌던 것 같다. 제작진과 회사가 ‘이 캐릭터들 좋아하는데, 여기에 뭔가 더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앞으로 5년 동안 이 이야기에 몸 바쳐야 하기 때문에 이 캐릭터들과 이야기에 애착을 가져야만 했다. 그런 정도의 애착 없이는 아예 손 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로써는 후속작에 대한 계획은 없다. 아직도 이 작품으로 바쁘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좋은 아이디어가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웃음).

2013년 9월 12일 목요일 | 글_최지나 기자(무비스트)
사진제공_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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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kaii
 몬스터시리즈 팬인데 이런기사 넘 좋아요! 정말 질문이 멋지네요.. 빨리 좋은 아이디어 또 나오셨으면 ㅋㅋ 항상 기대하는걸요~   
2013-09-17 16:53
aumma7
무비스트 기자님 질문이 정말 멋지네요. 그리고... 후속작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니 의외입니다. 당연히 염두해두고 나온 줄 알았어요. ^^ 전편과 후속작......보다 발전된 기술력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겠습니다.   
2013-09-13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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