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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영화제] '영웅본색'을 극장에서 다시 보는 그날까지!-류승완 감독
복도에서 만난 류승완 감독과의 짧은 대화 | 2006년 1월 27일 금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감독들 중에서 지각하지 않기로 유명한 류승완 감독이 지각을 했다. 그것도 장장 30분씩이나. ‘감독’이란 호칭이 무색하리만큼 꽃미남 감독의 원조 격인 류승완 감독은 이제는 트레이드 마크처럼 굳어진 한쪽으로 멘 배낭을 내려 놓으면서 조심스럽게 커피를 주문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그가 선택한 영화는 헐리우드 B급 무비의 선두주자 사무엘 풀러의 <충격의 복도>였다. ‘시네마 테크의 친구들’ 취재차 진행된 이번 인터뷰는 우연의 일치인지도 몰라도 영화관 2층의 어두운 복도에서 진행됐는데, <충격의 복도>를 이야기 위해 복도 위에서 마주 앉은 우리의 대화는 짧지만 유쾌하게 진행됐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의로운 일에는 빠지지 않는 감독 같다고 말을 꺼내자 “그렇지도 않은데.(웃음) 참여하게 된 동기에 대해선 인터뷰용 멘트가 따로 있어요. 제가 영화를 공부하고, 보러 다닐 때만 해도 우리나라 ‘시네마 테크’라는 곳은 몇몇 공간에서 제한적으로 불법 복제해서 비디오로 여러 번 복사한 화질도 안 좋은 걸로 영화를 봤거든요.

그런 와중에도 실체에 비슷하게 접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했어요. 그때 그 영화들을 보러 다니면서 항상 했던 말이 ‘우리는 언제 이런걸 필름으로 볼 수 있지?’하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필름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왔잖아요. 전용 공간이 있을 때는 있는가 보다 하다가도 이런 곳이 없는걸 아는 사람으로서는 정말 막막한 거죠.” 라고 대답했다.

그럼 인터뷰 외적인 멘트는? “앞으로 내가 봐야 할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서울 아트시네마의 평생 회원권을 끊어 놨는데, 없어지면 안되죠. 제가 또 손해 보는 짓은 절대 안 하거든요.”라는 합리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시네마 테크’는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에 의한, 영화를 위한, 영화에 죽고 못사는 ‘시네필’들의 아지트라고 볼 수 있다. 문화적인 공유를 위해 영화를 상영하는 서울 유일의 비영리 시네마테크인 서울아트시네마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영화광처럼 류승완 감독한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저는 연애 할 시간이 아까워서, 결혼을 빨리 한 케이스라 ‘연애 할 돈을 아껴서 영화를 보자’ 그런 주의였어요. 그렇다고 많은 시간을 들여서 영화를 보러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 예요. 좋아하는 영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걸 즐기고. 많이 알려진 얘기지만 저는 동시 상영관을 좋아해서 홍콩 영화들은 다 거기서 섭렵했거든요. 고등학교 시절 ‘로드 쇼’란 잡지를 지도 삼아서 영화들을 찾아 보다가 그 무렵 만났던 미국 영화들을 비디오로 보면서, 스무 살 무렵에 봤던 흑인 영화들을 보고 쇼크를 먹고, 타란티노 영화들, 당대 영화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간 스타일이죠. 최근에는 50년대 미국 영화들에 꽂혀 있는데, <충격의 복도>는 60년대 영화인데 되려 50년대 분위기가 나요. 반골감독으로 유명한 풀러 감독의 작품이구요.”

그들과 마주 앉아 자신의 추천한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 위해 준비한 게 바로 박찬욱 감독의 지원사격이라고 밝힌 류승완 감독은 “ 후원의 밤 때만 하더라도 영화를 못 봤었는데, 마침 며칠 전 미리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어요. 막상 보니까 할말이 없더라구요.(웃음) 그래도 추천하길 잘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그 말을 박감독님께 하니까 ‘승완이가 망가지는 걸 볼 수 없다.’그러시면서 좀 있다 무대 위에 같이 올라가기로 했는데….”하는 순간 극장에 도착한 박찬욱 감독의 전화가 울린다.

그가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주최한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여러 명의 스타 감독들과 함께했지만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 극장 로비에는 유독 많은 감독들이 그가 추천한 <충격의 복도>를 보러 온걸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인지 인터뷰 시간 내내 그를 찾는 전화가 끊임없이 울렸는데, 류승완 감독이 선택한 방법은, 일단 받고, 인터뷰 중인걸 밝힌 뒤, 질문에 최고의 대답을 해주는 거였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세가지 부류가 있는 것 같아요. 관객들이 좋아하는 감독과 관객과 극장업자들이 좋아하는 감독, 비평가들이 좋아하는 감독. 사무엘 풀러는 감독들의 감독 같아요.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스타일로 돌파하는 식이죠. 너무나 상투적인 표현이 돼버렸지만 시스템과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숱한 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친 분이에요. 제가 최근에 찍은 작품도 한계를 돌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풀러의 영화가 저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들어요.”

사실 류승완 감독을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그의 작품보다도, <오아시스>에서 보여준 연기 때문이었다. 영화에 나온 분량은 작았지만 그가 감옥에서 막 출소한 설경구를 비겁한 큰형보다 한 술 더 떠 나무라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더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런 그가 감독과 주연, 1인 2역을 맡아 화제가 된 <짝패>가 얼마 전 촬영을 마쳤다는 소식을 듣고 질문을 던지자 아직 언론에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손 사례를 친다. 자신의 영화 홍보보다는 시네마 테크의 안정과 발전이 우선이라는 류승완 감독은 5분 뒤면 시작될 영화상영을 위해 일어서면서 그다운 멘트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개인적으로 성룡의 70년대 영화들이나 <영웅본색>을 프린트로 다시 보고 싶어요. <천녀유혼>의 왕조현도. 이쪽에서는 ‘뭐 그런 영화를…’하겠지만 서도.(웃음) 시네마 테크에서 틀고 싶은 영화들은 너무 많아요. 샘 페킨파의 영화들 특히, <어둠의 표적>을 극장 화면으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항상 해요. 다행히 올해 3월경에 <와일드 번치>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어렸을떄 저를 흥분시켰던 토요 명화에서 틀어주던 <무숙자>, <4인의 프로페셔널> 이런 영화들을 다시 보고 싶어요. 하여튼,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꼭 보고 싶어서라도 이곳은 유지돼야 합니다.”

취재: 이희승 기자
사진: 권영탕 사진 기자

6 )
pretto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2010-01-29 02:17
bsunnyb
영웅본색.. 너무 재미있었는데   
2007-12-11 09:22
qsay11tem
기사 보고가요   
2007-08-10 12:07
kpop20
잘 읽었어요   
2007-05-26 16:56
ldk209
영웅본색.... 어릴적... 나의 영웅...   
2006-12-30 12:30
filmdrama7
나두~<영웅본색>을 다시 극장에서 보구싶다!!!   
2006-01-2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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