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영이는 귀엽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그 어떤 수식어를 끊임없이 써봐도 결국엔 귀엽다는 말로 환원된다.
근영이는 조숙하다. 이렇게도 들어보고 저렇게도 들어보고 그 어떤 언행의 매무새를 들어보고 훑어봐도 결국엔 조숙하단 말로 환원된다.
공존하기 힘든 두 가지가 기묘한 동거를 이루며 오롯이 근영의 몸과 마음에 자리하고 있기에 군인 아저씨, 복학생뿐만 아니라 만인이 쌍수를 들고 근영이를 예뻐하는 것이며 국민의 여동생이라 부르는 것이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그러한 짐이 힘에 부친 듯 그렁그렁한 눈물을 머금은 채 애써 미소 짓는 표정이 감지되기도 하지만 <댄서의 순정>이 그러하듯 근영이는 배우를 향한 열정에의 순정 혹은 자신에게로 향한 순정에 자신감을 내비친다. 그것도 모자라 근영이는 말한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러한 찰나의 흔들림을 확 붙잡을 수 있는 ‘독기’를 든든하게 품고 있으니 맘 변하지 말고 지켜봐 달라고. 그래서 근영이를 바라보는 우리는 근영이가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깜찍하고 귀엽고 미더운 것이다. 근영이 같은 좋은 배우가 있기에 정말....
신난다!!!
『전, 변화하고 커가고 있어요』
문근영(이하 ‘문’) 안녕하세요~~
서대원 기자(이하 ‘서’): 깜딱 놀랐다. 카메라 설치하고 있는 와중에 들어와서리. 우좌지간 반갑다. 그나저나 본 기자 기억하실랑가 모르겠다. 어딜 내놔도 쪽팔릴 수밖에 없는 가공할 만한 외모의 본 기자를 말이다. 지지난 광주국제영화제 때 잠깐 인터뷰를 실시했었는데...
문: 음...............죄송한데 잘 기억이 안나요.
서: 일단, 점수 까먹고 들어간다. 농담이고 여튼,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만날 <댄서의 순정> 홍보 인터뷰 땀시 시달린다고 하더라! 어제도 새벽 2시에 취침소등에 들어갔고, 오늘도 아침 9시부터 주구장창 릴레이 인터뷰 강행군 중이라 들었다. 매우 힘들겠다.
문: 아니요, 안 힘들어요.
서: 기진맥진 상태라 예상했는데 정말인가? 사실대로 말해도 좋다. 홍보사가 어리다고 혹사시키는 건 아닌지도 말해도 좋고....ㅎㅎ
문: 정말 아닌데.....ㅜㅜㅜ 제가 기진맥진 해보여요. 정말 전혀 안 그래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서기자님도 마찬가지고 홍보사 분들도 너무나 잘 배려해주셔서 기분 좋게 인터뷰에 응하고 있어요. 또 이게 오늘 마지막 인터뷰라 힘이 더 나고요.
서: 그럼 본론에 들어가, 어땠나? 영화는 생각한 대로 나왔나?
문: 생각을 안 해봤어요.
서: 뭔 소린가? 그게
문: 기술시사회 때 먼저 봤는데 뭘 봤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되게 아쉬운 것도 많고 속상한 것도 많고 그러긴 한데 뭐가 뭔지 또 제가 뭘 했는지 하나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았던 거 같아요. 3일 뒤에 기자시사가 있어서, 그 동안 나름대로 이런저런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물도 엎질러지고, 배도 떠났고, 깍두기만 하면 되는데 뭐 후회하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왕이면 편안하게 보려고 했어요. 기자시사시 기자들한테 “맘 비우고 편하게 보시라!”고 한 말이 나 자신한테 한 말인 거 같아요.
서: 듣자하니 <어린신부> 시사회 때는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였다고 하던데
문: 예 그때는 정말 얼굴이 화끈거려서....하지만 <어린신부>만큼 이번엔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창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것저것 아쉬었다는 거죠.
서: 뭐가 그리 아쉽던가?
문: 제 연기가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 영화 만족합니다.”라고 말 못한다는 게 정말 속상했어요.
서: 그래도 이번 영화를 통해서 춤, 연변어, 사랑에 대한 감정 등 배울만하고 도전해볼만한 요소들이 많아 <댄서의 순정>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 만큼 얻은 것도 많았으리라 헤아려진다. 이것 외에도 혹 이 영화를 선택한 결정적 동기가 있었나?
문: 그 외에 딴 거가 있다면 제가 자란다는 것 제가 계속 자라고 있다는 거. 변화고 있다는 거.
그걸 다시 한 번 알리고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항상 자라고 있었어요. 얼굴도 몸도 키도 자라고, 마음도 커가고 있었고 어쩌면 연기도 분위기도 자랐을 수도 있고. 제가 가진 모든 게 자라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거죠.
그런데 <어린신부>가 끝나고 나서 사람들에게 저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존재로 인신돼 있더라고요. 저는 계속 커가고 있는데. 처음엔 그걸 몰라서 그랬는지 부담도 걱정도 안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되니까 이질감도 생기고 고민이 되더라고요. 한동안 그러한 문제로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결정내린 게 그 변화를 사람들에게 알려드리자 생각한 거죠. 그때 온 작품이 마침 <댄서의 순정>이었어요.
서: 음 나름 사연이 깊다. 그리고 근영양의 말한 그러한 변화, 채린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어느 정도는 감지됐다.
문: 예, 보셔서 알겠지만 영화 속에서 자라잖아요, 채린이가. 아예 어린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 큰 처녀도 아니고 그 사이에 자리한 채린이 커가는 과정에서 춤도 사랑도 배우고. 그런 점들이 제가 생각한 것과 잘 일치해서 선택하게 됐어요.
서: 결국, 대중이 바라보는 근영과 자신이 생각하는 근영에는 접점하기 힘든 괴리감이 존재한다 볼 수 있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 고민도 많이 했고. 그렇다면, 이러한 근심도 그 안에 포함될 거다. 만인의 여동생이라 불리며 너무 많은 사람들이 기대 이상으로 관심과 사랑을 줄 때, 그게 부담이 돼 극에 달하면 공포감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그런 현실에서 도망치고나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분명 오다 가다라도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거.
솔직히 애기하면 있어요. 나 혼자 아무도 모르게 도망가고 싶다 생각해본 적 있다는 거죠. 앞으로도 안 하겠다는 말씀은 못 드리겠어요. 하지만 최대한 그런 생각 안하도록 부담이나 욕심을 버리려고 해요.
서: 어쩔 때는 배신감 비스무리한 것도 느낄 거다. 배우를 향한 근영양의 순정에 상처를 주는. 한국적 지형도 안에서 여배우의 위치는 더더욱 그러하니까.
문: 있어요! 당근 있어요.
인터뷰 할 때 주변 분들이 너무 솔직하게 말하지 말라고 그러는데 그래도 애기하자면
전 저한테 벌써 심적 슬럼프 그런 게 온 거 같아요.
서: 아~~ 진짜 그러냐?
문: 예! 마음 내적으로는 그런 느낌 이미 받았고 많이 고민해봤어요. 겉은 계속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엔 벌써 그런 슬럼프가 왔다는 거죠. 전, 스타라는 거에 신경 쓰고 싶지 않고 되게 무딘 편이에요. 옆에서 나쁜 소리도 하곤 하잖아요. 속칭 누구누구 “재수없다” 그런 말 많이 하는데 그럼 그 배우는 그거에 상처받고 신경 쓰잖아요. 그런데 전 그런 거에 무덤덤해지려고 하고 그간 그렇게 해왔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주고 관심 쏟아주는 거에 대해서 고맙게는 생각하지만 되게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거기에 자꾸 옷이 입혀지고 나중엔 그 옷이 너무 두껍게 입혀져 아예 포장이 돼 버린 상태가 되더라고요. 정도를 넘어선 제 자신의 상품화가 너무 빨리 진행된다는 거죠.
서: 지금도 그러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런 심적 부담을 밖으로 크게 표출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문: 예, 저는 표현도 안하고 표출도 안할 거예요. 더 이상 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 싫어요.
서: 애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애답지 않은 조숙함이 있는 거 같은데 성격이 꽤나 낙천적인가 보다?
문: 낙천적인 성격은 아니고요. 낙천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타입이에요. 그게 좋은 거 같더라고요.
서: 맞는 말이다. 긍정적 사고방식이 정신 건강뿐 아니라 사람 얼굴의 노화까지 느슨하게 진행되게끔 한다. 학창시절부터 염세적 생각으로 가득했던 본 필자의 세수대야(얼굴)를 봐봐라! 상태가 심하잖나?
문: 아~~하!하!하!하!.
서: ....... “그렇지 않아요 봐줄만 해요!” 뭐 이런 위로의 말 예의상으로도 근영양이 한 마디 해줄 줄 알았는데 안 해주는 걸 보니 본 기자의 상태가 정말이지 안 좋긴 안 좋은 모양이다. 슬프다. ㅜㅜㅜ
『가족사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서: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할머니나 엄마의 조언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들었다.
문: 결국 나중에 선택하는 건 전데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좋은 선택을 하게끔 조언을 해주는 게 할머니 어머니고 또 나무 식구들이고 저 역시 그러한 말씀들을 잘 새겨듣고 작품 결정을 하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거 같아요. 아 그리고 나무 식구는 저희 사무실을 말하는데 사무실이라고 얘기하는 게 좀 그래요. 저는 나무식구들 정말 가족처럼 느껴지거든요.
서: 아직은 근영양이 어리니까 더더욱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럼, 한 살 두 살 먹고, 적잖이 나이가 들었을 때 혼자 많은 것을 결정, 취사선택해야만 하는 시기가 당도해도 가족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일 것인가? 앞으로 독립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될 부분이 많이 있지 않겠냐는 거다.
문: 음 그런 시기가 오겠죠. 그렇지만 우선은 혼자 꾸려가기보다는 할머니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고 싶어요. 그 분들이 아 이제는 우리 손주가 딸이 다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겠구나 하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꾸준히 도움을 받고 이야기 듣고 싶어요.
서: 기자회견 때도 영화와 상관없는 가족사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솔직히 부담될 거 같다.
문: 예! 속상하고요, 싫어요. 가족사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서: 그럴 거 같았다.
문: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미안한 게 가족들이에요. 물론, 친구들도요. 저야 워낙 성격이 무디고 또 제 일이고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무슨 말을 해도 어떠한 상황이 발생해도 전 버텨내야 하는 의무가 있고 버텨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족들은 제가 원하든 원치 않던 딸이고 언니고 핏줄이라는 이유로 그런 일들을 겪는다는 거죠. 그런 일들이 너무 미안해요.
저의 가족사를 끄집어냄으로써 그런 과정 속에 놓였던 엄마 할머니 삼촌들의 고생, 예전의 상처들이 어쩔 수 없이 들춰진다는 게 너무 미안한 거예요. 더 큰 상처로 자리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일이 처음 외부로 알려졌을 때 되게 미안하고 죄송스러웠어요.
처음에 엄마가 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했던 게 이해가 갈 정도예요. “너 같은 애는 이런 일을 할 수 없어. 우리는 너를 그렇게 도와줄 수가 있는 형편이 아니니까” 왜 그랬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요. 그래도 딸이 좋다고 시켜 준 일인데 그 와중에 엄마가 얼마나 조마조마 했을까. 엄마가 나중에 그러시더라고요. 오히려 그러한 일들이 너한테 상처 될까봐 많이 걱정했고 되게 마음 조였다고요.
『두 번이나 봤지만 그 장면에서 엉엉 울었어요』
서: 이젠 영화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보자. 박영훈 감독은 인터뷰 당시 특별히 참고한 작품이 없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근영양 역시 <댄서의 순정> 채린 캐릭터를 위해 롤 모델로 삼은 작품은 없나?
문: 음. 저도 딱히 없어요. 근까, 어떤 연기를 하고 어떤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까지 다른 작품을 참고하고 참고하려고 했던 경우는 없는 거 같아요. 왜냐면 그걸 봐 버리는 순간 제가 하려고 했던 게 내가 아니게 되니까요.
서: 좀 헷갈린다.
문: 내가 ‘아’가 하고 싶어서 ‘아’를 했던 건데 그 전에 ‘아’를 한 모습을 봄으로써 그 ‘아’가 내 것이 아니게 돼 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참고보다는 상상력을 좀 발휘해 제가 스스로 많이 만들려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는 춤 때문에 여러 작품을 좀 보긴 봤어요. 작은 도움이 될까 해서요. 춤영화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더티댄싱> 봤고요. 그리고 <쉘 위 댄스>도 보고요. 또 영화 준비하는 기간 중에 할리우드판 <쉘 위 댄스>가 개봉해서 나무식구들이랑 같이 가서 보기도 했고요.
서: 하도 많이 질문을 했을 텐데 어쩔 수 없이 묻는다. ‘아즈바이’라는 연변 사투리가 어색하면서도 너무 인상적이라서. 여튼, 그러한 말 매무새가 오히려 문근영이라는 존재를 더욱 깜찍하게 해준 느낌이 있다. 어떻게 배웠나 연변사투리는?
문: 처음에는 한국에 계신 연변 분들의 말을 녹음해가지고 들었는데 연기경험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다들 너무 딱딱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싶었고 그 때 마침 상하이 쪽에 포스터 찍으러 가는데 연변을 거쳐 가게 됐으니, 거기 거주하고 있는 분들한테 도움을 받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됐어요.
그런데 그게 우연찮게도 우리 영화 속에서 저의 언니로 나오는 그 분이 도움을 주게 됐죠. 연변에 계신분인데 무용도 정말 전공하시더라고요. 우리로 따지자면 예술 고등학교를 다니셨고, 연기도 배우셨다고 하고 서울말도 하고 너무 이상적인 조건이었어요. 그래서 하루 동안 배우고 연습하고 그걸 녹음해서 계속 들었어요. 또 같이 출연하시는 김지영 언니가 한중합작 드라마 때문에 연변 분이랑 거의 6개월 정도를 살았다라고 해서 적잖이 도움을 받기도 했고요.
서: 우여곡절 끝에 이룬 성과라 그런지 결과가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 보면 스포츠 댄싱땀시 다리를 찢는 등 고생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전부터 찢어지진 않았을 테고 말이다.
문: 당연, 전에는 다리 찢을 일이 없었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화끈하게...ㅎㅎㅎ
서: 결국, 무용 감독인 정은실 이건국 선생의 도움이 컸을 거다. 보니까 홍보 책자에는 4개월 동안 하루 10시간씩 맹훈련했다고 하던데.
문: 준비하면서 또 찍는 와중에는 힘들었게죠. 아니, 힘들었어요. 그런데 다 찍고 나서 나중에 영화 보니까 되게 무덤덤했던 거 같아요. 근데 또 느낌이 계속 변하는 게 제가 인터뷰 직전 금방 인터넷으로 그 연습하던 장면 봤는데 울컥했어요.
서: 그 때의 감회가 막 밀려와서 그럴 거다.
문: 예. 그런 거 같아요. 아 이렇게 내가 고생했구나. 하는 그런 느낌. 그 장면에 보이진 않지만 그 이면에 그러한 장면이 나오기까지 분투했던 그런 과정이 갑작스레 생각나더라고요.
서: 일반적으로 춤을 배우면 살이 빠진다고 하는데 다이어트 효과는 있던가?
문: 네, 있어요. 촬영하는 동안 살 많이 빠졌어요. 근데, 요즘 다시 찌고 있어요. 또 그것 말고도 춤 배우면 좋은 게 키도 크고 자세 교정된다는 거. 그리고 또 몸이 유연해지니까 되게 가뿐하다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내가 쓰는 근육들이 다양해지고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행동하는데 무겁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춤을 추는 게 정말 즐거운 일이라는 걸 이번에 확실히 느꼈어요.
서: 그런데 근영양이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던 국가 대표 선발전을 보면 선수 유니품을 입고 나오는데 그 옷이 좀 낯설어서 민망하지 않았을까 싶다.
문: 그 옷 입기 전에는 저도 민망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정말 나름대로 댄서가 됐었던 거 같아요. 막상 옷을 입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조금 이 부분이 좀 더 파져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서: 또 그 장면에 등장한 댄서들은 실제 국가대표급 전문 댄서들이라고 하던데 조금 위축되지 않았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것도 처음이었을 텐데...
문: 아무래도 중요한 신이다 보니 3일간 촬영하기도 했고 첫 날 신이기도 했어요. 처음엔 자신감 만땅이었어요. 우린 최고다 뭐 그런 마음도 갖고요. 그런데 막상 경기장에 가고 댄서 분들이 춤추는 걸 보니 아무래도 조금 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감도 감쪽같이 사라지더라고요. 공식적 무댄 처음이기도 하고. 저뿐만 아니라 윤찬 오빠도 그러셨고요. 그런데 나중에는 좀 뒤늦긴 했지만 몸과 마음이 풀려서 그런지 쇼맨쉽도 하고 표정도 많이 져보고 정말 진짜 즐겼던 거 같아요.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장면임에는 틀림없어요.
서: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는데....
문: 아 그 게요. 댄서 때문에 아니라 춤 끝나고 영세 아저씨를 찾으러 채린이 뛰쳐나가잖아요. 막 울먹울먹 거리면서. 그 때 그 연기 감정이 개인적으론 되게 맘에 들어요. 큰 만족까지는 아니지만요. 보는 분들이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그 장면 찍을 때 그 순간만큼은 진짜 그리워하고 간절했거든요. 애틋하고 절실한 격한 감정을 고스란히 장면 속에 넣으려고 정말 열심히 몰입했어요. 그래서 아직도 제 맘에 남아 있는 거 같고요.
두 번 봤지만 그 장면에서 엉엉 울 정도니....
서: 어느 매체에서 <댄서의 순정>을 40자평으로 요약해달라! 하길래 이렇게 써줬다. “당대의 아이콘 문근영이 등장함에도 복고풍적 정취가 물씬 풍기니 참으로 그 느낌, 묘~~~~~~하다”
문근영: 감사합니다. ㅎㅎㅎ
서: 감사하다는 말 듣자고 한 말은 아니고 본인 역시 그러한 느낌을 받았는지 그거 때문에 말한 거다.
문: 엄마도 그러시고, 같이 온 엄마 친구분들도 그러시던데 영화가 되게 슬프고 애틋하셨대요. 오래 전 영화처럼. 어느 여기자분도 옛날 첫사랑 그런 느낌이 강하게 와 닿았다고 하고, 근데 막상 저는 잘 모르겠어요.
『기존의 이미지 훼손 때문에 특정 장면을 들어내는 건 저도 반대예요』
서: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어린신부> 때와 달리 좀 더 진중한 사랑을 표현해야 했다. 소녀보다는 좀 더 성숙한 여자의 감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적잖이 심신이 고달팠을 거 같다는 말이다.
문: 예 맞아요. 그게 부담 됐고요. 이것저것 배울 수 있기에 작품 선택에 있어 후회한 적은 없지만 자라나는 사랑을 하는 채린을 연기 하는 데 있어서는 후회를 많이 했어요. 너무 쉽게 봤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들더라고요. 사랑도 모르니 정말 답답하고...
서: 들어내긴 했지만 약하게나마 베드신도 있었다고 하던데.
문: 제가 위장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출입국 사무소에서 파견 나와 그들을 속이기 위한 장면이었는데 처음엔 되게 많이 긴장했걸랑요. 그런데 장난스럽게 끝났어요. ㅎㅎㅎ <어린신부>에 나왔던 것보다 이게 ‘찐’하다고 생각했는데 찍고나니 래원 오빠 쪽이 더 야했어요. 어쨌든,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서: 또 근영양이 롬싸롱에 취업해 따귀 맞는 장면도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장면이랑 베드신 장면이 근영양 기존의 이미지에 맞지 않고 자칫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돼 편집과정에서 들어냈다고 하더라. 솔직히, CF도 아니고 한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로서 기존의 이미지 때문에 특정 장면을 자른다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오히려 길게 보면 절대 좋지 않은 처세라 본다.
문: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동의해요. 그냥 내보내도 괜찮았을 텐데.....
문: 영세 아저씨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그런 애틋한 장면이 있었는데 그 애틋함을 제가 잘 묘사하지 못한 거 같아 상당히 아쉬워요. 이제는 조금 알 거 같은데... 이 영화를 통해서 사랑을 알아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다시 찍으면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서: 앞으로 기회가 많을 테니 넘 걱정하지 마시라!
문: 예, 저 역시 앞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줄 일이 많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마음먹으려고 해요. 여기서 다 보여주면 그것도 안 되잖아요.
서: 아실랑가 모르겠지만 영화의 감독인 박영훈 감독은 이전 작품인 <중독>의 표절 시비 때문에 상당히 마음고생이 심했고, 그래서 이번 작품에 임하기 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하더라. 우연찮게도 <어린신부> 역시 개봉 후 표절시비에 휘말렸었다.
문: 솔직히 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무덤덤했어요. 저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열정이 굉장한데 그 외의 것들에는 정말 심드렁하걸랑요. 표절문제가 제 관심분야가 아니어서 그런지 별로, 그거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서: 방학기간을 이용해 촬영을 하긴 하지만 ‘학생’ ‘배우’ 이 두 가지 신분을 병행한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닐 거다. 듣자하니 야자까지 꼬박꼬박 챙겨 듣는다고 하던데. 본 필자랑 달라도 너무 다른 학창시절과 함께 배우라는 직업 이 두 가지를 다 잘할 수 있는 이유?
문: ‘독기’요.!!!!!!!하하
서: 그럼 그 독기는 아까 말했듯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을 말하겠다.
문: 네, 거기다 조금 더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제 욕심이죠. 뭐든지 잘하고 싶은 거. 제가 집중도가 되게 높아요. 책을 읽으면 아무리 옆에서 시끄럽게 하고 또 말을 시켜도 잘 안 들리고 몰라요. TV를 볼 때도 거기 한번 빠지면 아버지가 뭘 시켜도 아무런 반응 없고. 그래서 어렸을 때 많이 혼나기도 했고요. 어쩌면 연기랑 공부는 그런 거 같아요. 그 집중하는 거를 전 어떻게든 잘해야 된다는 그 욕심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열심히 무조건 하는 거죠..
서: 언제까지 마냥 귀여운 이미지를 고수할 수는 없을 거다.
문: 음....저도 한 가지 색깔만을 갖고 있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댄서의 순정>을 했던 거고요. 앞으로도 그렇게 변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큰 변화는 원치 않아요.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 천천히 커가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서: 혹, 피터잭슨의 <천상의 피조물> 봤나?
문: 아니요. 잘 모르는 영환데....
서: <장화,홍련>의 김지운 감독도 매우 좋아하는 작품인데, <장화,홍련>에도 부분적으로 그 영화의 정서가 녹아나 있다. 영화를 안 봤다니 내용은 말하기가 그렇고 여튼, 근영양의 평소 생각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진 영화다. 왠지 근영양이 그런 정서나 분위기가 가득한 영화의 캐릭터로 출연하면 뭔가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해본 말이다. 좀 있으면 미성년자도 아니니 시간 나면 함 빌려보시길 바란다.
문: 예. 제목이 천.상.의. 피.조.물 꼭 기억해뒀다 볼게요.
서: 당분간 모든 계획은 대학입시에 초첨이 맞춰지겠다.
문: 일단은 열심히 공부할 거고 제 품에서 채린이도 보내줄 거예요. 다음 캐릭터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하니까요.
서: 막바지 질문이다. 이런 배우로는 대중에게 남기 싫다.
문: 음 아까도 말했지만 한 색깔인 배우로는 인식되기 싫어요. 여러 표정을 갖고 있는 배우 그리고 믿음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
서: 그러니까 대중이 영화 선택시 문근영 나오면 반은 먹고 들어가니까 보러가자 그런 말 나올 정도로 신뢰를 주고 싶다. ㅎㅎㅎ
문: 하!하!하, 뭐 그런 식의 믿음도 괜찮고요. 관객이 영화를 보러 갈 때 여러 가지로 혼동스러울 수 있는데 그런 순간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죠..
서: 결국, 그 말이 그 말이다. (웃음) 여튼, 근영양의 그런 앞날 정말 기대된다. 그럼으로써 차기작도 벌써 궁금하고 그래서 또....
신난다!
문: 하하하
인터뷰 _ 서대원 기자
사진 _ 이한욱
촬영_ 권영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