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카루소 감독의 범죄스릴러물 <테이킹 라이브즈>에서 FBI 프로파일러로 등장,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가 보여줬던 살떨리는 긴박감의 찰나들을 그녀만의 쭉쭉빵빵의 몸매에 실어 보여줄 졸리.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통해 간단하게나마 이번 캐릭터와 관련된 몇 가지 사항을 들어보고자 한다.
물론, 이것만 있으면 뭔가 심심하지 않을까 싶어 안젤리나 졸리가 분한 ‘FBI 프로필 분석관’이 도대체 뭘하며 먹고 사는 직업인지, <레드 드래곤> <양들의 침묵> <한니발> 등 할리우드의 1급 스릴러물들의 자문을 그간 담당했던 프로필 분석관 로버트 레슬러의 조언이 첨부된 글을 바탕으로 알아봤다.
Q: 실제 FBI요원들에게 역할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고 들었는데 어땠나?
A: 예전에 '본 콜렉터'라는 영화 할 때 토론해 본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은 꽤 다른 편이였죠. 심리분석관이란 직업이 생소하기도 했고 인간 행동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본능적으로 수사능력이 뛰어난 캐릭터를 맡았거든요. 한 여자 심리분석관을 만났었는데 저랑 카루소 감독에게 슬라이드를 보여줬어요. 정말 끔찍한 장면들만요.
그리곤 범인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뭐가 문제인지 등에 대해 꼼꼼히 설명해줬어요. 그리고 나서 실제 범인의 사진을 봤죠. 보통 부인과 아이들이 있고 아름다운 집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갈 그런 잘 생긴 남자의 얼굴이었어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이미지요. 저녁 일찍 들어와 가족들과 식사도 같이 하는 그런 사람이 온통 머릿 속에는 살인과 죽음으로 가득찬 사람. 이런 컨셉에 전 매료됐어요. 사람 생각이 읽혀질 수 있다는 거요. 이런 범인들은 실제 범죄를 저지를 때 아무런 감정을 못 느낀다더군요. 그리고 그런 자들을 쫓는다는 게 꽤 매력 있구요.
Q: 극 중 역할처럼 오로지 일에만 푹 빠져 본적이 있는지?
A: 그럼요. 하지만 지금은 아들도 있고 하니까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죠.
A: 아뇨 <툼 레이더>는 이번 영화보다 훨씬 터프했었는걸요. 멍 좀 들었다고 해서 상대 배우나 감독에게 사정을 봐달라고는 할 수 없잖아요. 얼음찜질을 열심히 하는 수 밖에…
Q: 이런 어두운 배역을 맡으면 일로서 끝내는가? 아니면 일상 생활에까지 연장이 되는 편인가?
A: 지금은 한 아이의 부모로서 일을 집까지 끌어들일 순 없어요. 일은 일로써 끝내려 노력해요.
Q: 아이들 부모로서 각별히 바깥 세상 폭력이나 범죄에 대해 걱정이 될 거 같다.
A: 그렇구말구요. 하지만 길에서 매일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을 보고 늘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없잖아요.
Q: 관객들이 무서워하던데 그걸 찍는 배우로선 어땠나?
A: 전 솔직히 무서운 영화는 잘 안 봐요. 하지만 만약 아들처럼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정말 무섭겠죠.
Q: 실제 성격 중 대본과 다른 점
A: 글쎄요, 극 중 여주인공은 아주 터프하고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멋진 여자예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 그렇게 모르는 것 없는 '척척박사'인 면이 별로 맘에 들진 않았어요. 그 여자도 사람이란 걸 나타내려고 애를 썼죠. 사교적인 일하곤 거리가 먼 그런 타입이죠.
Q: 실제 성격은 어떤지? 주인공 성격이 본인에게 맞는지 궁금하다.
A: 제 성격요? 전 가끔 제가 하고 있는 일이나 뭐 그런 것도 잘 잊어버려요. 또 가끔 너무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죠. 괜찮냐는 질문 꽤 많이 받아요. 곧 아무일 아닌 걸 알게 되지만요. 그런 점은 닮았겠군요.
Q: 영화 속에 등장하는 러브 신이 의외로 과감하던데...
A: 전 누드의 의미를 신체적인 것과 감정적인 것 둘 다 같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러브 신이란 건 어떻게 보면 보는 만큼 다 느끼질 못하잖아요. 꽤 잘 찍혔다고 생각해요. 영화 줄거리상 러브 신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서로 부끄러워할 수도 있고 오버해서 찍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이번 장면은 원하던 대로 된 것 같아요.
Q: 요즘 근황은?
A: 브래드 피트와 함께 찍은 "스미스 부부"라는 영화가 거의 막바지 촬영중이예요. 이제 조금 쉬려구요. 비행기 조종법을 배우고 있어요.
Q: 여름 올림픽 때 성화 주자로 뛰었는데 소감 한 마디 부탁한다.
A: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리스에 갔었어요. 난민 캠프라던가 아이들에게 스포츠를 가르치면서 돕는 행사였는데 제겐 참가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었죠. 모두 함께 이런 값진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 생각했어요.
● ‘FBI프로필 분석관’이 대체 뭘하며 먹고 사는 직업인지 궁금해요
범죄 현장만 보고 소름끼칠만큼 정확한 정보들을 얻어내는 안젤리나 졸리의 직업은 FBI 프로필 분석가. <테이킹 라이브즈>의 작가인 존 보켄캠프를 비롯한 제작진은 마이클 파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하면서 실제 FBI 프로필 분석가였던 전문가, '로버트 레슬러' 박사와 '크리스티 코코노스' 박사의 조언을 받았다. 실제로 FBI 프로필 분석가로 일했었고, 그만둔 후엔 <양들의 침묵> <한니발> <레드 드레곤> 등의 작품에 고문으로 참여해 온 레슬러 박사는 1970년대 초반, 콴티코에 행동과학 연구소를 설립한 주역이다. 이 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프로필 분석을 수사기법의 하나로 도입했다. 레슬러는 범죄 현장에 대한 세밀한 평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강조한다. 범행 당시 범인의 심리상태까지도 분석해내기 위해선 범죄가 발생한 같은 시간대에 (그것이 새벽 2시라 할지라도) 같은 현장에 가봐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범인의 시점으로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범죄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레슬러의 경우 범죄학에 대한 몇 권의 책도 썼고 수년간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많은 인터뷰들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심리에 관한 다양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 내용은 차라리 모르는 게 좋을 것들이 많지만 그와 그의 동료들은 그것을 바탕으로 정확한 범인을 지목한다던가, 범인의 행방을 추적하고 다음 행동을 예측하여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범행 현장에 남겨진 단서들은 범인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제공해준다. <테이킹 라이브즈>에는 레슬러의 파일 중에 구체적인 특정 사건을 다루고 있지는 않으나 그가 연구하고 실제로 수사했던 범죄들의 자세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속 연쇄살인범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희생자를 목졸라 죽이는 장면이 있는데 이와 같은 충격적인 장면은 그의 실제 파일에서 나온 것이다.
프로필 분석을 통한 수사 방법은 1970년대 초반에 처음 도입된 이래로 현재와 같이 상용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레슬러 박사가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을 진행하던 당시에만해도 자주 사회 상담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고 한다. 그때 시절에는 죄인을 감옥에 보내고 나면 더 이상 생각할 것 없이 잊어버리곤 했다. 요즘엔 범인을 잡기 위해선 그들이 왜 범인이 되야 했는지를 그리고 그 사람들 생각이 어떤지를 고려해보는 것이 하나의 좋은 방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범죄 심리를 통해 사건을 수사하는 추세가 최근 보도를 통해 알려져 증가하고 있다. CSI나 PROFILER(레슬러가 기술자문을 맡고 있음) 또는 X-FILE과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볼티모어 경찰서의 첫 여성 수사관이며 후에 레슬러의 FBI 동료가 되기도 했고 현재 볼티모어 노트르담 대학의 범죄학 교수로서 일하고 있는 패트리샤 커비 박사에 따르면 유능한 분석가들은 어느 정도 경향이 비슷하다. 그들은 보통 남다른 심리학적 배경과 관심을 갖고 있어서 보통 인관 관계의 모든 종류에 관한 그 관찰력이 뛰어나다. 그녀는 많은 학생들이 이런 종류의 일에 관심과 재능을 보인다고 덧붙인다. '또한 연루된 사건에 관해 현실적인 개념도 필요하지요. 가끔 경험 없이 분석가가 될 수도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받는데 그럴 때 전 늘 실질적인 경험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말해줍니다.'
이 영화 속 분석가처럼 코코노스 박사는 사건에 대해 종합적인 접근을 한다. 그녀는 자신이 주로 일하는 작업장 곳곳에 범죄 현장 사진을 깔아놓는다. '모든 수사를 이렇게 하는 건 아닙니다.' 그녀가 귀띔해 준다. '하지만 이게 저만의 방법이에요. 사진을 보면 무슨 일이 있었나를 알 수 있죠. 처음 한 번 보는 걸로는 다 알 수는 없지만 곧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것을 얻게 되죠. 침대 머리맡에 메모지를 두곤 가끔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날 때 적거나 그러다 사진을 다시 보곤 하죠. 확실한 건 이 직업이 9시 출근 5시 퇴근 그런 종류의 일은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레슬러는 이런 특수한 종류의 일은 재능 있고 열정적인 사람들에게 적합하다는 걸 깨달았다. 보통 사람들보다 대처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맞다는 것이다. '한 베테랑 분석가는 심장마비로 사망한 줄 알았던 동료가 나중에 알고 보니 스트레스 때문이었다고 말하더군요. 또 50파운드나 몸무게가 줄은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결국 이기지 못하고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서기도 하더라구요.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은 아니죠'
자료제공: 원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