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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인터뷰] 제1부 불세출의 캐릭터 ‘까치’ 조상구를 만나다
취중인터뷰 | 2004년 3월 6일 토요일 | 서대원, 심수진 기자 이메일

말은 많지만 쓸 말이 없는 비루한 세상, 잔머리 덜 굴리며 결연한 의지 하나로 묵묵히 음지에서 땀흘리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들을 위한 자리 취중인터뷰가 정말이지 간만에 인사드리게 됐다.

영화를 생의 업으로 삼아 본의 아니게 어둠의 자식으로 여겨지는 그네들의 인간적인 토로를 벗삼아 이 바닥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올곧게 알리고, 예비영화인들이 똥을 밟지 않도록 작은 보탬을 주고자 시작한 본 코너, 그간 놀아도 너무 놀았다. 죄송하다.

“담당기자가 술 끊은 거 아냐?” “인터뷰 도중 과도하게 술 들이붓다가 치명적 과로로 드러누웠다던데...”등등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지만 진실은 그게 아님이다. 어쨌건, 이 이상 발설하면 서로 기분만 심난하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오늘 취중인터뷰의 주인공으로 모신 인물은 바로 이분.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안면 자태를 지니신 조상구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안면 자태를 지니신 조상구
“엥, <야인시대>의 시라소니자너, 이분이 왜 취중인터뷰 대상이지”라며 뜬금없다는 표정 지으실 네티즌 제위들 있을 거라 사료된다. 허나, 장사 하루 이틀하나! 여러분의 무비스트, 그리 얼빵하지 않음이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시라소니 조상구, 격동의 80년대의 스크린을 누빈 한 때 잘 나가셨던 배우다.

이현세의 신화적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등을 비롯해 이 땅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까치’의 실제모델이 바로 조상구 선생이였다라는 말이다.

게다, 그는 <레옹> <히트> < L.A 컨피덴셜 > <타이타닉> <무간도3> 등 2백여 편 이상의 자막을 번역한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영상번역가 중의 한 분이다. 자, 이제 이해들 가시는가? 왜 조상구 선생을 술판에 초대했는지....대중들의 가슴에 오래 머물수 있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20년 이상을 영화에 매진하신 보기 드문 인물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베테랑 번역가라는 점. 일타쌍피이자 뽕도 따고 님도 보고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그를 만나며 놀란 점은 술을 전혀 못 한다는 것이었다. 워낙이 깡다구가 강하게 느껴지는 사내다움이 범람할 만큼 깊은 인상과 인성을 지니고 있다고 느껴기에 더더욱 쇼킹하게 다가온 듯하다.

하지만 이건 뭐 그다지 중요한 에피소드가 아닐 게다. 무릇 ‘취중인터뷰’라 함은 술이 목적이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가식없이 술술 나오는 서로의 속깊은 말 주고 받음이 우선이니까.

그의 말마따나 불세출의 캐릭터인 까치와 거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도 전혀 하자가 없는 조상구 선생의 거침 없는, 하지만 예의가 지극한, 말투와 이야기, 손해볼 것 없으니 편안한 모드 상태에서 쫙 읽어내려 가시길 바란다.

1부 영화배우로서의 조상구

조상구 선생의 분위기에 완전 넘어간 심모 기자.
조상구 선생의 분위기에 완전 넘어간 심모 기자.
일동: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조상구: 무비스트에서 DVD 팔지 않아요? 다른 데보다 싸더라구…
이렇게 우리는 아주 생활밀착적인 대화를 스타트로 인터뷰를 끊었다.

주량이 어떻게 되시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어쩐다…제가 술을 못 마셔요. 술을 못 먹으니까 술 먹는 연기가 더 좋아요. 조금만 술이 들어가도 금방 얼굴이 빨개지는데…. (웃으며) 그러니까 흉내만 낼게요.

<야인시대> 너무 잘 봤습니다. 그 이후로 다른 드라마 섭외나 기타 근황은 어떠신지?(돌발상황 발생!! <장길산>에 캐스팅됐다고 말한 조상구씨는 어떻게 됐나 갑자기 궁금해졌는지 핸드폰을 꺼내들고 전화를 걸었다.)
(통화 내용인 즉슨) 결과만 얘기해요 어떻게 됐나?...(한참 진지하게 얘기를 들은 조상구씨) 원래 오늘 계약하기로 했는데... 캐스팅은 확정됐구. 계약이 자꾸 미뤄지니까...좀 그러네....(역시나 예상한대로 성격, 화끈하셨다)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맡은 역할이 ‘조상구’였는데 본명인가요?
아니, 본명은 최재현. <야인시대> 찍구 나니까 사람들이 조상구다, 조상구다 그러더라구. 처음에는 약오르더라구. 어릴때부터 최재현이란 이름 날려보려구 서울까지 온 건데. 엉뚱하게 조상구가 되버렸으니까. 근데 처음엔 조상구란 이름이 안 맞다구 생각했는데 자꾸 듣다보니 달라지대. 우린 다중인격자에요. 이름을 두 개 쓰면 틀림없이 두 개의 인격을 갖게 돼. 그걸 분명히 알아야 돼요. 전화받을 때 “조상구씨에요?” 할때랑 최재현이란 이름으로 걸려올때랑 달라지게 돼. 우리 연기자들 전부가 다 그럴 거야.

사족: 아들만 둘인데 큰 애는 대학교 3학년. 지금 군대 가서 군악대에 있어. 작은 애는 나이 터울이 많이 나. 지금 중3이지.

<야인시대>가 너무너무 찍고 싶었던 드라마였다고 들었습니다. 드라마 마치고 나서, 본인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랄지, 다음에 다시 한다면 이렇게 해 보겠다든지, 뭐 그런 게 있을 거 같은데요.
연기자들은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구 하는데, 나는 사실 <야인시대>에서 했던 시라소니 역할은 전혀 그런 아쉬움이 없어요. 외려, 왜냐? 내가 이 이상 더 무얼 바라겠나. 조상구라는 배우는 거의 무명이었지 않습니까. 내가 아무리 영화배우로서 오래 생활했다구 하지만. <야인시대> 찍고서 비록 이름보다는 시라소니로 더 알려지긴 했지만, 제가 엄청 부각이 됐었어요.

너무너무 감사하죠. 아쉬움이 없어요. 더 이상 내가 누릴 거란 없어요. 모든지 상대적인 거지만, 뭐 유명 팝스타들은 누려도 누려도 끝이 없겠지만 난 그런 사람과 비교하면 안 되죠. 나는 내가 처해 있던 현실과 비교하면, 내가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운이 아니었나 싶어. 그러니까 아쉬움이 없어. 내가 너무 업그레이드된 셈이야.

본 기자를 이렇게 쳐다보시는 바람에 처음엔 무지 쫄았다
본 기자를 이렇게 쳐다보시는 바람에 처음엔 무지 쫄았다
조상구씨는 80년대의 영웅인 만화 까치의 실제 인물입니다. 예명답게 너무나 까치스럽게 생기셨고요. (웃음) 학창 시절이 궁금합니다. 까치라는 인물과 실제의 모습이 많이 포개지는지 말입니다.
(사색에 잠겼던 조상구씨. 매니저에게 두통약을 찾는다) 만화가 이현세하고는 어릴 적부터 친구죠. 국민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짝궁이었다구. 우리 둘이 키가 0.5cm 차이가 나요. 지가 나보다 0.5cm 크다구. 그러니까 번호가 앞뒤여서 짝궁이었어. 어제도 현세랑 같이 있었구. 지금 현세하고 저하고는 비교가 안 되죠. 그 친구는 만화계에서 거장으로 자리잡았구. 저랑 가는 길이 다르니까. 난 영화배우니까.

어릴 때부터 워낙 친하게 지냈어요. 우리 주위의 친구들이 실제로 현세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많죠. 거기 나오는 마동탁, 까치, 백두산…. 경두(?)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캐릭터들이 거의 내가 아는 친구들이죠. 실제로 얼굴도 똑같고. 지금은 전부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구 있는데. 예를 들어 백두산은 정석화라구 정말 덩치크구, 우직하구, 싸우면 뒤에서 먼저 폼잡구 있구 그랬어요. 현세도 싸움 잘했죠. (기자를 보며 웃으면서) 현세가 까치같이 그랬어요. 외모는 저겠죠. 내면은 아마 현세 본인일 거예요.

까치랑 선생님은 닮으셨나요?
거의 비슷하죠. 거의 같다구 생각하시면 되요.

<병태랑 영자>가 데뷔작이신데, 어떻게 오디션 같은 과정을 거쳐 데뷔하시게 된 건지?
네, 오디션을 봤죠. 부산에서 대학교 복학하구. 제가 대학교 2학년 1학기 마치구, 해병대 지원해 갔었어요. 제대하구 오자마자 그때 영상시대라고 있었거든요. 영상시대에 그때 신인감독님들이 누구였냐면은 이장호, 하길종, 변인식(영화평론가), 홍파, 김호선 이런 분들이었어요. 그때 그분들이 신인감독으로서 개성 있는 연기자들을 뽑는다고 했는데, 거기 1기생 뽑을 때 17명 중의 일원으로 뽑혔어요. 근데 마지막까지 활동한 사람은 두 사람이었죠. 저 말고 또 한 사람은 이영옥이라구 <죽음보다 깊은 잠>에서 주인공 했죠. 한참 전이죠. 그 뒤로 작은 영화 몇 편 찍다가 지금은 안 하고…유일하게 남아있는 건 저 혼자에요.

아까도 언급했지만 <공포의 외인구단>이나 <지옥의 링>으로 20대 후반부터는 선생님을 웬만하면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인상 깊게요. 허나, 지금은 사정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한때 주연을 도맡아 했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죠…. 나름대로 격세지감이나 거기에 대한 소회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글쎄 나는 잘 모르겠어요. 내가 둔한 건지. 그런데 대해선... 후배들이 어떻구 지금에 와서 달라진 게 뭐가 있으며 어차피 자기들 세대에 속해 있으니까 자기 문화가 있잖아요. 거기 대해선 난 항상 똑같다. 내가 똑같지만…. 내가 느끼는 것두 별 차이가 없다. 개인적으로 난 민감하구 예민한 편이에요. 근데 지금 그렇게 물으면요.

겉모습이 달라지구 유행이 달라지구 하지만 근본적으로 뭐가 달라졌나…난 모르겠어요. 영화 조류가 달라지구, 내가 생각하는 영화계, 내가 생각하는 연기론, 그런 거는…. 내가 발전이 없는 거겠죠. 난 똑같에요. 그냥 한번 배우 되고 싶다는 그거 외엔 할 말이 없어요.

어릴 적부터 영화배우를 꿈꾸셨는지?
난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부터였어요. 영화광이었으니까. 왜냐면 아버지가 영화광이셨어요. 아버지가 하루에 영화를 한 편 내지 두 편을 봤어요. 아버지가 마흔 네 살에 제가 첫 아들이에요. 그 당시엔 엄청 귀한 아들이었다구. 딸만 낳다가...아버지가 내가 3개월 될 때부터 극장에 데리구 다녔어요. 나는 본의 아니게 어떤 모태신앙처럼 영화를 본 거지. 난 그래서 영화를 하루도 안 걸렀어요. 아무리 학교 가고 해도 저녁에 난 영화관에 있었다구.

내가 국민학교 때까지는 마음대로 다닐 수 있잖아요. 중학교 들어가면 (극장) 가다 걸리면 정학이었어요. 근데 나는 못 막죠. 왜냐? 나는 안 보면 못 사니까. 학교에서도 나중엔 인정을 했죠. 왜냐 저놈은 나무랄게 없단 말야. 공부 잘해, 난 못하는 게 없었어요. 그리고 다 날 좋아했어요. 회장, 부회장 모든지 내가 다하니까. 싸움 잘 하죠, 공부 잘 하죠, 귀염받죠.

유일하게 저 놈은 극장을 다닌다 이거야. 극장가면 내가 있거든. 정학매겼어요. 정학을 매기고 나서 두 번째 붙잡히면 유기정학 매겼어요. 계속 유기정학 매기구 해도 퇴학은 못 시키죠. 그담부턴 선생님들이 극장에서 날 보고 피해갔다구. 아주 방법이 없으니까. 허허허. 그냥 좋았어요. 난 영화가 좋아요. 연기자라는 사실이 좋구. 난 잘 되고 못 되고 이런 거 안 중요해요. 물론 잘 되고 싶죠, 유명한 배우가 되고 싶고. 하지만 난 항상 내 자리에서 만족해요.

왜냐 난 노는 게 아닌데 난 움직이고 있거든. 그냥 살아 숨쉬는 게 아니라 내가 항상 영화하고 싶다는 염원을 가지고, 그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고 있으니까.(밑줄 쫙 그어 놓으시길 바란다. 상식과 기본이 무너져버린 현실에서 이 같은 말은 수십 번 곱씹어도 전혀 해가 되지 않는 경구에 다름 아니다.)

영화출연제의가 들어오면 거의 다 수락하시는 편인가요?
99% 안 하게 돼있어요. 안 맞아요. 내가 하고 싶은 캐릭터랑. 역할이 괜찮을 거 같은데 막상 부딪혀보면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이 아닐 때가 많아요. 무슨 변명처럼 들릴지 몰라도. 솔직히 그래요. 근데 그 팀들이 싫은 경우가 있다구. 그럼 못 하죠. 감독이 싫다는데, 또 촬영 기사도 싫다는데…. 난 그게 안 돼요.

출연한 작품 중에서 선생님이 가장 아끼시는 작품이 있다면요?
난 <회색도시>(1989)가 좋아요. 안재석 감독이 연출한. 나중에 윤삼육 감독이 찍은 <이태원밤하늘엔 미국달이 뜨는가>도 좋았구.

<회색도시>가 좋았던 이유는요?
<회색도시>를 찍으면서 제가 조금 더 연기자다워졌어요. <이장호의 외인구단>이나 <지옥의 링>은 그냥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만 가지고 덤볐었고. <회색도시>에서 연기자는 이렇게 연기해야 하는구나 느꼈죠. 예를 들면 옛날에 ‘까치’다 그러면 탁 그냥 까치폼만 잡고 있는 거예요. 외형만…까치도 웃을 거구. 이빨두 쑤실 거구 할 텐데 그냥 인상만 쓰구…단순했죠. 그런 단순한 사고 방식에서 조금 더 깨어나게 해준 작품이 <회색도시>였구, 캐릭터도 전혀 다른 캐릭터였어요.

<야인시대>는 편했어요. 왜냐? 시라소니가 누굽니까? 까치가 나이들면 시라소니에요. 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다못해 머리스타일까지두. 그러니까 난 불편하지가 않았어요. 국장님이 올백으로 하고 찍자 해도. 뭐, 원래 그분(시라소니)은 멋쟁이시래요. 양복입구 올백이구.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마음속에 있는 캐릭터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거든요. 거기다 시라소니란 배역은 예전에 우리 선배들이 몇 분 하셨잖아요. 전 그게 싫었어요. 똑같이 가는게…. 난 조상군데, 조상구란 배우가 시라소니를 하면 좀 다르게 갈 수 있진 않을까. 그래서 부탁을 했어요. “감독님, 제 스타일 그대로 가도 시라소니랑 잘 맞을 것 같다.” 그니까 감독님이 “아, 좋다구.”.

왜냐면 <야인시대>에 올백 안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양복 안 입은 사람도 한 명도 없구. (이 점 역시 밑줄 쫙 하시길 바란다. 아무것도 아닌 거 같지만 이 같은 통찰력과 혜안, 분명 범상치 않음에는 틀림없다.)

나중에 내가 이런 차림을 입으니까 몇 사람도 그렇게 하더라구요. 근데 그건 나중 얘기구. 또 나는 “다 양복을 입으니까 작업복 같은 게 좋은 거 같다.”하니까 감독님 생각도 그렇다구 하더라구요. 그리고 콧수염, 그때 제가 수염을 길렀어요. 어쨌든 감독님한테 “나이가 있으니까, 수염도 그대로 갔으면 좋겠다.” 했죠. 처음엔 (감독님이) 펄쩍 뛰었어요. 시라소니가 어떻게 수염을 기르냐. 수염 기른 시라소니는 없었다. 난 나대로, 한번 만들어보자 했어요. 왜냐면 먼저 깎고 나면 기르기 힘들잖아. 그래서 우선 이 상태로 찍자구 그랬어요. “찍고 난 뒤 마음에 안 들면 제가 깍겠습니다.”그랬죠. 그니까 “그렇게 자신있으면 한번 해 보라구.”고 말씀하셨죠.

또 이북사투리. 여태 해왔던 시라소니 선배님들은 아주 강한 면만 부각시켰어요. 아주 강하고 날카롭구. 전 인간적으로 가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한잔 할래?”를, “아~한잔 하그라” 이런 식으로 코믹하게요. 이대근 선배님을 조금 생각했구, 이소룡 캐릭터도 조금 넣구요. 사실 옛날 어릴 때 본 테렌스 힐이 출연하는 <내 이름은 튜니티>라구. 그 배우가 참 코믹하구 재밌는 배우예요. 그 배우 캐릭터도 조금 넣구. 까치의 캐릭터도 조금 넣고.

자세 하나는 정말 기기막히게 나오신다
자세 하나는 정말 기기막히게 나오신다
남기웅 감독의 <우렁각시>에 나오셨는데 그 캐릭터가 선생님하고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았죠. 제가 하겠다고 그랬어요. 씬도 네씬밖에 안 됐지만...처음에 남기웅 감독이 한번 만나자 하더라구요. 씬수는 작은데 나하고 잘 맞다. 그래서 어떤 건데 함보자 해서 봤죠. 근데 좋더라구요. 돈도 정말 쥐꼬리만큼 받았는데… 뭐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전 남기웅 감독이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좋았어요. 전 그 사람 참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 영화 감독이 있다면, 말하자면 출연 섭외가 왔을 때 기꺼이 달려가고 싶은 감독이 있으세요?
많죠. 잘 나가는 감독들이 날 불러주는데 제가 왜 안 하겠습니까? 근데 과정이 문제겠죠. 난 부르면 언제든지 가죠. 다만, 그 사람이 생각하는 캐릭터라 내가 생각하는 캐릭터라 다르면 문제죠. 내 가치가 있는데… 배우의 자존심이기도 하구요. 전 항상 가죠. 하지만 그 다음이 안 되는 거죠. 제가 성질이 더러운 게 항상 안타까워요.

최근엔 본의 아니게 B급 감성을 지닌 감독의 영화에 많이 출연하셨는데 원래 그런 감성을 좋아하시나요?
누구? 최야성? 난 그 사람 좋아해요. 그 친구 참 좋아요. 난 그런 건 없어요. 그 친구가 좋아서 하는 거야.

최야성 감독이 선생님이 어릴 적 영웅이었다며 찾아왔다고 하던데?
(응수하며) 첫 영화때. 그 친구가 내가 그렇게 좋았대요. 자기가 어릴 때 우상처럼 생각됐대요. (기자들: 저희랑 비슷하네요!!) (웃으며) 하여튼 난 그 말 한 마디로 좋았고. 일단 그 친구가 열의가 대단했어요. 그러니까 했던 거고.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거 아닙니까. 그 이후로도 최야성 감독하고는 항상 연락을 취해요. 왜냐면 최감독이 수시로 전화가 와요.

지금도 전화 오면 반갑고, 그 친구가 항상 시나리오가 나오면 저한테 맨 먼저 전화를 해요. “고르십시오” 그래요. “야, 이번엔 내 할 게 없는데”, 그러면, “알았습니다” 그래요. 고집도 안 부려요. 근데 어쩔 때는 “이거 해 주십시오” 그래요, 그럼 전 “돈 주는 거야?” 그러죠. 도와주는 건 도와주는 거구, 돈 주는 거는 돈 주는 거죠. 전 그게 분명해요. 만약에 제가 “난 돈 받아야겠어.” 그러면 그 친구가 “못 주겠습니다.” 그래서 “나도 못해.” 그럼 그냥 가요. 그래도 서로 간에 뒤끝이 없어. 다음날 전화 와서 “잘 찍고 있습니다.” 인사하구. 그 친구 인간성 참 좋아요.

개인적으로 저 배우 연기 참 잘한다 생각되는 배우들이나 좋아하시는 배우들이 있다면요?
안성기 선배님. 근데 요즘 좋은 배우들 얼마나 많습니까?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잘 나가는 배우들이 아니라 물론 잘 나가기도 하지만요. 전 한국영화 붐을 일으킨 그런 후배들이 너무너무 좋아요. 연기자로서 라이벌 의식? 난 그런 거 없어요. 그 사람들이 나와서 잘하면 너무너무 좋아요. 한편으로 아쉬움은 있죠. 내가 저렇게 캐스팅돼서 해봤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는데. 난 그런 배우들에게 질투심은 없어요.

그래서 내가 못 크나봐요. <오아시스>니 <초록물고기>니 <실미도>니 나와서 하는 거 보면 정말 탄복을 해요. 난 왜 저렇게 못할까. 너무너무 잘하니까. 옛날엔 안성기 선배님 혼자였지 않습니까. 근데 지금은 그런 배우들이 나와서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이 하는 거보면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요.

장시간 인터뷰로 인해 무지 지루했을 거라 예상되는 조상구 선생의 매니저다. 잘 생기시지 않은가?
장시간 인터뷰로 인해 무지 지루했을 거라 예상되는 조상구 선생의 매니저다. 잘 생기시지 않은가?
그래도 뭔가 반감이랄지 느끼시는 점이 있다면?
별다른 생각 없어요. 난 진짜 좋아요. 난 방화 절대로 시사회 안가요. 돈 내고 보거나 차라리 비디오로 보지, 방화는 죽어도 내 돈 내고 봐요.

선생님은 어떤 배우로 남고 싶으세요?
(웃으며) 지금처럼요. (깊은 생각에 잠기며) 아까 얘기하셨죠? 난 그냥 어디가서나 볼 수 있는 배우가 아닌, 좀 특이한 배우다 생각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어릴 때 참 잘 나가는 배우들이, 외국 배우로 친다면 로버트 테일러, 타이론 파워, 제임스 스튜어드, 장 마레 등이 있었어요. 근데 난 그런 배우들이 싫었어요. 내가 좋아했던 배우는 버트 랑카스타, 리 마빈, 로버트 미첨. 난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한국배우로는 당시에 김진규, 최무룡 이런 분들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런 분들보다 장동휘, 박노식 선생님이 더 좋았아요. 전 그랬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분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을 보면 그분들을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전 그런 점에서 기분이 참 좋아요. ‘결코 내가 원하지 않았던 쪽으로 가는 건 아니다’, ‘내가 바라던 쪽으로 가구 있구나’ 하는 생각에….

선생님은 누구보다도 인기의 허상을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지금 배우를 지망하려는 무수한 사람들한테 연기자 선배로서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까치처럼 킬킬킬 웃으며) 뭐 지름길이 있겠어요? 지름길은 없죠. 그죠? 나는 말을 잘 못해서…근데 내가 생각할 땐 정답이거든요. 그냥 배우되려고 노력하면 되요. 그뿐이죠. (계속 난감한듯) 나는 말을 잘 못하겠는데… 배우되려고 노력하세요. 그럼 됩니다.

그러니까 하려는 의지를 계속 품으면서 지내면 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죠. 중요하죠. 이게 무슨 정규교과과정에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디서 뭘 하든, 내가 배우라는 걸 안 잊고 있으면 배우 되죠. 책을 많이 봐라, 연기 공부를 많이 해라?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난 그런 거는 별로…그냥 배우되려고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되더라구요.

이건 사담인데요. 선생님의 마스크가 옛날에는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한테 먹힐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여자처럼 예쁜 꽃미남을 환호하는 시대로 바뀌었거든요. 그 점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기자들을 뚫어져라 보며) 없어요. 난 전혀 아무 생각 없어요. 그 사람들 나오는 거하고 나랑 무슨 상관있습니까? 나는 난데, 나란 배우는 따로 있는데…. 나하고 비슷한 사람 있습니까? 있다 한들 무슨 상관입니까? 내가 좀 모자라는 건지, 난 내 자신만 생각해요. 옆에 뭐가 있든 나는 그냥 가면 되는 거예요. 가다보면 내 일을 찾아가겠죠.
(질문한 기자가 웃으며 너무 당연한 말씀을…)미안합니다. 난 할말이 그렇게 밖에 없어요. 난 이거다 싶으면 이걸루 가는 거구. 차선을 잘 못 바꿔요. (일동 웃음)

다음페이지는 아래를 보시면 있다

녹취 및 정리 심수진 서대원 기자
인터뷰: 서대원 심수진 기자
촬영: 이기성 피디

6 )
pretto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2010-01-30 16:17
xy611
태양을 삼켜라 ^^*   
2009-06-14 14:31
qsay11tem
기사 잘봄   
2007-08-09 21:11
kpop20
앞으로도 멋진 활동 부탁요   
2007-05-27 11:30
soaring2
앞으로 더욱더 멋있는 모습 기대할께요~   
2005-02-13 07:09
cko27
앞으로의 귀추가 기대되는 배우.   
2005-02-09 18:2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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