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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마리아치>, <데스페라도> 등의 전편들을 뛰어넘는 강력해진 액션 시퀀스와 연출, 각본, 제작, 촬영, 미술, 편집, 음악 등 1인 7역을 너끈히 소화해내는 로드리게즈 감독만의 아이디어로 무장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데스페라도>로 스타덤에 오르게 된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셀마 헤이엑에게 이 영화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터, 이들이 ‘시나리오 한 줄 읽지도 않고’ 로드리게즈 감독을 믿는 마음 하나로 ‘엘 마리아치 3부작’의 완결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에 기꺼이 합류한 사연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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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반데라스
Q: 매우 많은 DVD컬렉션이 있다고 들었는데 ?
그렇다. 약 1천 5백장 정도 된다. 일반적인 영화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 소위 말하는 ‘특별 취향 영화’도 가지고 있다. 애장품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볼링 포 콜럼바인>이다.
Q: 약간 아이러니한데, 그 영화는 안티 총잡이 영화 아닌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에는 많은 총격씬이 나오지 않나?
사실이다. 그렇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에서는 대개의 경우 총격전 자체 보다는 유머, 아이러니, 그리고 위트가 더욱 살아 있는 씬들이 많다.
Q: 로베르트 로드리게즈 감독과 다시 일하게 된 소감은 어떤지?
필요하다면 로드리게즈 감독을 위해 지옥에라도 갔다 올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난 그동안 6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내가 출연했던 속편은 로드리게즈 감독의 영화들 뿐이다. 지금까지 우린 벌써 5편의 영화를 함께 찍었다. 인생에서 2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셈이다. 우리의 공동작업 하모니는 마치 심포니와도 같아서 모든 영화에서 다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감독과 연기자의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우리가 나눈 경험은 내가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에서 가졌던 경험과 흡사했다. 게다가 함께 일해 온 스탭과 기술자들이 늘 동일하기 때문에 마치 가족이 다시 결합한 느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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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로드리게즈 감독과의 작업에는 무조건 싸인한다. 가끔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계약서에 싸인하겠다고 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팜므 파탈>에 출연하고 있을 때, 그가 직접 연락했다. <데스페라도>의 속편에 출연 할 의사가 있는지 묻길래, 물론 하겠으니 시나리오나 달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는 아직 시나리오도 쓰기 전이라고 말했다!
Q: 그럼, 언제 시나리오를 보게 된 것인가?
멕시코에 갔을 때, 한번 보았다. 로드리게즈 감독과 일할 땐, 사실 시나리오는 한번만 읽어도 된다. 왜냐하면 어차피 그는 작업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작업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고 그런 스타일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번엔 비용이 싸게 드는 디지털 HD 카메라를 사용했다. 그래서 훨씬 더 많은 액션씬들을 촬영하고 시도할 수 있었다. 그런 다음 대화와 숙고를 통해 우리가 만족하는 씬들을 가려냈다.
Q: 로드리게즈 감독과 예전에 작업 할 때와 어떤 점들이 변화했다고 생각하는가?
글쎄, 많은 시간이 지났다. 또한, 많은 일들이 그 사이에 있었다. 난 영화를 감독하기도 하고 연극을 하기도 했다. 우리 둘 모두 다른 분야에서 자신을 발전시키고 색다른 경험을 쌓았다고 본다. 그러나, 함께 다시 일한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기뻤다. 우리는 서로 매우 이해를 잘하기 때문이다.
Q: 자신이 출연한 영화 중 가장 자랑스러운 작품은?
알모도바르 감독과 함께 했던 초기 작품들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마스크 오브 조로>도 좋아한다. 또한 <판초 빌라>도 좋아하고, 로드리게즈와 함께한 모든 작품 역시 이 리스트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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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마 헤이엑
Q: <프리다>에 출연한 직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에서 연기하는 것은 큰 쇼크였을 듯 싶은데…?
쇼크였다. 로드리게즈 감독과 일하기 12시간 전에 나는 ‘불구’의 몸을 연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촬영장에서는 발코니에서 뛰어내리고 있었으니….
처음에는 <프리다> 촬영 때문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로드리게즈 감독에게 말했다. 날 그냥 ‘잘라 버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쨌든 그가 나를 기다려 준 셈이 되었다. 마지막 몇 주 촬영에만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마치 ‘유령’처럼 영화에 등장한다. (셀마 헤이엑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에서 회상씬에서만 모습을 보인다.) 내가 가니까 끼워넣은 거였다. <엘 마리아치>와 <데스페라도>에 나왔던 역할과 같은 역으로.
촬영장에 오자마자 첫번째로 해야 할 연기가 바로 창밖으로 뛰어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턴트 맨을 쓰자고 요청하니, 로드리게즈 감독은 "스턴트를 할 수 없다면 ‘기집애’밖에 되지 않아"라고 말했다. 그래서 해버렸다. 너무 아팠다. 아마 훗날 손자들한테 보여주며 내가 이 역할을 얼마나 완벽하게 소화해 냈는지 자랑하게 될 것이다!
Q: 직접 부른 노래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의 엔드 크레딧 송으로 삽입되었다. 로드리게즈 감독의 요청 전에, 노래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전혀 없다. 노래를 부른다는 것에 대해 자신있다고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이번에 한번 해보자. 난 노래를 부를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로드리게즈 감독이 우겨댔다. 그 일은 새벽 세 시의 파티장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로드리게즈 감독은 내게 전화해서 그런 얘기를 했었다고 계속 상기시켜 주었다. 난 벌써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던 터였는데. 결국 노래하러 스튜디오에 갈 때는 어머니까지 모시고 갔었다. 어머니는 왕년에 오페라 가수였으므로 나를 도와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로드리게즈 감독은 항상 나에게 이런 일들을 짖궂게 맡겨 왔다. 스턴트를 도저히 할 수 없었는데 시킨 것하며, 뱀과 함께 춤추게도 했다. 어찌나 우기는지…
Q: 액션 씬에서 발코니에 매달린 느낌은 어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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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도난도 미라클(The Maldonado Miracle)>이라는 가족 영화도 제작한 바 있는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에는 총격전과 폭력이 난무한다. 이 두 세계를 어떻게 조정하나?
로베르트 로드리게즈 감독 역시 가정적인 남자이다. 솔직히 말하면, 촬영장에 도착한 순간에도 시나리오를 한 자도 읽어 보지 않았었다. 그만큼 그를 믿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사실 뒤로 움찔했었다. 그런데 좀 지나니, 폭력에 대해 웃어버릴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장난감같은 총으로 한 방 맞고 20미터정도 붕 떠서 나가 떨어진다. 아주 우스꽝스럽다. 폭력을 가지고 오히려 조롱하는 듯 하다. 영화에서 폭력을 행하는 방식 자체가 아주 우습기 때문이다. 마치 타란티노가 만드는 스타일처럼. 진짜 삶과는 확연히 구분이 된다.
Q: 멕시코 영화를 멕시코 현지 촬영한 적이 없었는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의 경우, 멕시코에서 찍어서 아주 좋았다.
멕시코를 제대로 묘사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어쨌든 멕시코의 모습을 담아냈다. <프리다>야 말로 멕시코에 보내는 나의 진정한 러브레터라고 할 수 있다.
Q: 당신의 새로운 꿈은 무엇인가?
닭을 키우는 농장을 하나 가지고 싶다. 농장에서 닭과 달걀로 요리도 할 수 있고…. 새로운 꿈들이 항상 샘솟는다. 그렇지만 새로운 꿈을 위해서 전에 있던 꿈들을 빨리 성취해야 여유가 생기겠지. 염소 치즈를 만들꺼니까 염소들.. 그리고 상치들도 있으면 좋겠다. 그게 내 꿈이다.
(자료협조: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