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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코와키 리무가 마주한 '가족의 재생' <상자 속의 양>
2026년 6월 16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 <상자 속의 양>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세상을 떠난 아이와 똑 닮은 휴머노이드가 한 가족의 품으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고레에다 감독이 오랫동안 천착해 온 가족 서사의 외연을 한층 확장한 작품이다.

감독은 영화의 제목이 오랜만에 다시 읽은 소설 ‘어린 왕자’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존재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상상력'이야말로 인간만이 지닌 가장 본질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기계와 인간이 마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결국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탐구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극 중 휴머노이드 '카케루' 역을 맡아 신비로운 존재감을 보여준 아역 배우 코와키 리무는 귀여운 한국어 인사로 인터뷰의 문을 열었다. 이어 "가족이 다 함께 대화를 나누며 웃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로봇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행복"이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다움을 이야기했다. 또 "로봇은 먹는 행동은 할 수 있지만, 인간은 함께 먹으며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이며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했다.

◆ 코와키 리무가 마주한 다정한 로봇

처음 카메라 앞에 섰을 때만 해도 코와키 리무는 '휴머노이드'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모른 채 연기를 시작했다. 현장에서 감독이 "네가 맡은 역할이 휴머노이드다"라고 설명해 주었지만, 잘 몰라서 일단 그냥 연기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연기하면서 점차 어떤 특별한 존재라기보다는 ‘다정한 로봇’이란 걸 알게 됐다는 코와키 리무다.

인간 아이와 휴머노이드 아이의 차이점에 대해 그는, 순수하면서도 명확한 생각을 내놓았다. “로봇은 어디론가 이동할 때 그저 프로그래밍된 대로 그냥 가는 것이지만, 인간은 '여기에 가고 싶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먹는 것, 달리는 것, 그리고 즐거운 일을 생각하는 역동적인 감정”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어떤 음식을 먹을 때 가장 즐겁냐는 질문에는 "가족이 다 함께 모여서 먹을 때 행복하다. 메뉴는 채소든 고기든 상관없다"라며 웃어 보였다. “로봇은 만약 음식을 먹는다 해도 그것이 그냥 '먹었다'는 행동에 그치겠지만, 인간은 먹으면서 즐길 수 있고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리무, 배역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돋보인다.

◆ 보편적인 상실의 아픔에서 피어난 인간의 상상력

감독은 이 영화가 탄생하게 된 내밀한 개인적 계기를 털어놓았다. 처음부터 이 시대에 꼭 필요하겠다는 거창한 생각까지 하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유사한 기술을 상용화하는 일이 빈번해지는 현실을 목도하던 중, 개인적인 슬픔을 겪었다는 것.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문득 '만약 아버지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간절한 생각이 들었다”는 감독은 “이 그리움이야말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며, 이러한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감독은 <상자 속의 양>을 통해 '인간이 마지막으로 지니게 되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술이 고도화되는 상황 속에서 감독이 꼽은 인간만의 영역은 '어떤 프로세스나 과정을 즐기는 것'과 '행동력', 그리고 '무언가를 보면서 전혀 다른 걸 떠올리는 상상력'이다. 정원에 심어진 레몬 나무와 올리브 나무를 보면서 단순히 식물이라는 나무가 아닌 세상을 떠난 아이를 떠올리는 정서적 능력이 바로 인간의 힘이라는 의미다. 감독은 "최근에는 인간이 이러한 상상력을 잃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씁쓸한 진단을 내리며, “영화를 통해 지극히 인간적인 가치를 회복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한편, 소재가 AI와 휴머노이드인 만큼, 실제 영화 제작 과정에서 AI를 활용해 보았냐는 질문에 고레에다 감독은 평소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해외에 나갈 때 번역기 정도만 쓴다고 답했다. 다만 주변의 권유로 각본을 쓴 뒤 챗GPT에게 읽게 하고 대화를 주고받는 독특한 시도를 감행해 봤다고 일화를 전했다. 챗GPT는 각본을 읽고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깊게 하면 어떻겠냐"라며 제법 좋은 조언을 건넸다고. 그러나 감독은 "좋은 조언이지만 재미는 없더라" (웃음) 고 단언했다. "본인만의 일그러진 부분이 있는 피드백을 기대했는데 너무나 바른 대답만 하더라” 며, “챗GPT와의 관계는 이번으로 끝내고 앞으로도 오직 인간들의 힘을 결집하고 필름 촬영 등 인간의 손을 거쳐 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 죽은 자와 아이의 시선, 하나가 된 존재가 이끄는 '가족의 재생'

<상자 속의 양>은 감독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독특한 시선이 한데 모인 결과물이자, 상실을 겪은 가족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다룬다. 고레에다 감독은 "누군가가 해준 이야기인데, 내가 쓴 영화는 반드시 죽은 사람, 다시 말해 이미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아이가 반드시 나온다고 하는데 굉장히 수긍이 갔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상자 속의 양>의 경우, 죽은 사람이 즉 아이”라고 이번 작품의 특이점을 짚으면서 “그 하나가 된 존재가 가족 안에 들어가게 됨으로써 가족이 재생하게 되는 이야기"라며 이번 작품의 본질을 짚었다.

2년 전 아들을 잃은 후 후회의 감정을 가슴 속에 안고 살고 있던 부부(아야세 하루카, 다이고)다. 생전과 꼭 닮은 모습의 휴머노이드 아이가 돌아오지만, 부부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엄마는 또 아픈 말을 건네고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범인을 찾아 헤매는 시도를 한다. "이런 똑같은 실수를 통해서 부모도 성장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신의 아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휴머노이드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외관에 대해서는 인간 그 자체로 보이도록 하고 싶었다"며 "다만 메이크업 등을 통해 피부 질감을 조금 더 매트하게 표현해 미세한 기계적 느낌을 남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독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외형보다 내면이었다. 그는 "부모가 이 휴머노이드를 만났을 때 정말 여기에 영혼이 있지 않을까 착각할 정도의 모습이 목표였다"고 밝혔다. 극 중 카케루가 엄마에게 "내가 없는 편이 편하지?"라고 묻는 장면을 언급한 감독은, "그 말을 한 주체가 기계라서 당황한 건지, 아니면 생전 카케루가 했을 법한 질문이라 놀란 건지 엄마조차 흔들리게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가 그리고자 한 카케루는 인간을 흉내 내는 기계가 아니라, 부모가 끝내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낯설고도 인간적인 존재였다.

◆ 이질적인 존재들의 공존

영화의 결말부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곁을 떠나 신비로운 숲으로 향한다. 감독에 따르면 그 숲은 단순한 자연 공간이 아니라 "숲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지성"에 가깝다. 그는 "그 숲의 집은 휴머노이드와 식물이 연계해 하나의 집을 이루는 형태"라며 "인간인 부부는 그 집에 들어가 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숲으로 향하는 아이들 가운데 인간 아이를 함께 배치한 이유에 대해서는 "휴머노이드만 숲으로 보낸다면 인간과 휴머노이드를 갈라놓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죽은 자와 산 자, 인간과 휴머노이드가 함께 살아가는 이질적인 존재가 공존하는 세계를 그리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나아가 감독은 이를 부모를 뛰어넘어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연결 지었다. 그는 "지구상에서 인간이 두 번째 위치라는 점에서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를 뛰어넘는 큰 존재가 되는 걸 그리고 싶었다"면서, 한편으로는 "생성성,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 것도 있다"고 그 의도를 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간 여러 아역 배우들과 최고의 호흡을 자랑해 왔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기다려 주는 것"이라는 감독이다. “아이들을 재촉하거나 빨리하라고 서두르지 않는 환경을 철저하게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신념이다. “아이들이 집중력이 떨어질 때는 다 이유가 있다. 특히 리무처럼 어린 나이의 아이들은 졸리거나 배고플 때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면서,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촬영 중 리무가 조금 졸려 하여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질 때면, 전 스태프가 "지금 리무는 충전 중"이라고 유쾌하게 이야기하면서 잠시 촬영을 쉬었다는 것. 아이가 충분히 휴식하도록 기꺼이 기다려주었다며 웃는 감독이다.



사진제공. 미디어캐슬


2026년 6월 16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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