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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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두렵고 무서운 건 배움을 더 이상 갈망하지 않는 순간을 맞는 거예요. 지금도 앞으로도 늘 배우는 자세로 남고 싶은 바람입니다" 사랑스러운 ‘로코 요정’ 김혜윤이 이번에는 차갑게 굳어버린 얼굴로 돌아왔다. <살목지>는 물귀신이라는 참신한 소재로 체험형 공포를 표방한 작품. 서사를 주도하는 ‘수인’으로 분한 그는, 비명 대신 눈빛과 표정만으로 감정을 눌러 담으며 극한의 공포를 표출했다. 그간 발랄하고 에너제틱한 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절제된 감정 연기로 관객들을 기괴한 물속 세계로 초대한다. 평소 공포 마니아를 자처하며 촬영 현장에서 혹시나 귀신이 보일까 산속 여기저기를 유심히 살폈다는 김혜윤을 만나, 첫 공포물 도전기와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된 소감이 어떤가? 첫 공포물 도전이라 더 떨릴 것 같은데.
우선, 공포 장르에 도전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인사하게 되어 정말 떨리고 설렌다. 관객분들이 저의 새로운 모습을 어떻게 봐주실지 기대도 되고, 영화 자체를 온전히 즐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원래 공포 장르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이번 시나리오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
공포나 호러 장르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물귀신이라는 소재가 참신해서 단번에 매력을 느꼈다. 공포물은 보통 긴장감이나 궁금증으로 시작하지 않나. 범인은 누굴까, 정체가 뭘까 추리하다가 결말에 그 형체를 알아낼 때의 해소감에서 오는 쾌감! 공포 장르의 매력인 것 같다.
공포 마니아로서 직접 본 <살목지>에 대한 만족도와 주변 반응은 어땠나?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봤다. 시나리오를 다 알고 있는데도 영화를 보면서 계속 깜짝깜짝 놀랐다. 특히 물수제비 장면에서는 조약돌이 실제로 날아오는 것처럼 느껴져서 크게 놀랐다. 주변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다들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았는데 오히려 소리가 더 무섭다고 하더라.(웃음) 또 360도 카메라나 ‘고스트 탐지’ 기계처럼 생소한 촬영 장비들이 등장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런 반응들이 배우로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감독의 디렉팅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면.
감독님께서는 수인이 ‘눈빛’으로 모든 걸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초반부터 삶에 찌들고 지친 상태가 느껴지길 원하셔서, 다른 캐릭터들보다 최대한 감정을 덜어내고 절제된 눈빛과 표정으로 표현하려 했다. 긴박함이나 초조함도 크게 드러내기보다는 안쪽에서 끓는 느낌으로 가져가려고 했고, 그렇게 감독님이 전체적인 톤을 잡아주셨다. 촬영이 끝난 뒤에는 “수인이랑 너랑 닮은 것 같다”는 연락도 주셨는데, 놀라는 반응이나 성격이 은근히 비슷하다고 하시더라. 나도 수인처럼 ‘T’ 성향이 있는 것 같다.(웃음)
그래서인지 수인은 등장부터 굉장히 지친 모습이다. (웃음)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수인은 물에 대한 공포와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과거 사건에서 물 공포증 때문에 선배(김준한)에게 일을 맡기고 살목지를 떠났는데, 이후 연락이 끊기면서 큰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단순히 지쳐 있는 모습이라기보다, 계속해서 미안함과 불안감을 안고 눈치를 살피며 살아가는 상태라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그 죄책감이 스트레스처럼 몸에 남아 있는 느낌을 원하셨고, 그래서 공포감과 죄책감이 동시에 작동하는 감정에 집중해 연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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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종원, 김준한 배우와의 에피소드도 궁금하다.
다들 또래라 항상 캠핑 온 것처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종원 오빠와는 극 중 전 연인 사이라, 리딩 때부터 일부러 투닥거리거나 퉁명스러운 톤을 유지하려고 했다. 평소에도 장난을 많이 쳐서 연기할 때 훨씬 편했다. 김준한 선배님은 사석에선 정말 다정하고 섬세하신데 연기할 때는 정말 '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피부가 워낙 하얗고 깨끗하셔서 그런지 인물과 동일시될 때 느껴지는 특유의 서늘함이 무서웠다.
장다아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극 중 둘뿐인 여성 캐릭터 아닌가. 실제로 많이 친해졌을 것 같다.
다아는 정말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지는 친구다. 어쩜 저렇게 말도 예쁘게 하고 에너지가 넘치는지, 기운 자체가 너무 좋았다. 촬영지가 서울에서 꽤 먼 곳이라 나는 눈도 못 뜬 채로 도착하는데, 다아는 항상 뽀송뽀송하고 완벽한 모습으로 와 있었다. 정말이지 우리 엄마가 원하던 딸의 모습이 딱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웃음) 엄마한테 인사시켜주고 싶을 정도로 밝고 완벽한 친구였다.
수중 촬영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
원래 물을 좋아하고 수중 촬영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달랐다. 공포 영화라 그런지 어두운 수조 세트 자체가 너무 무서웠다. 물밑으로 내려갈 때 긴장이 많이 됐는데, 먼저 내려가 있던 종원 오빠가 너무 안정적으로 연기를 잘하고 있어서 그 모습을 보고 나니 비로서 마음이 편해지더라. 물속에선 시야가 흐릿해서 움직이는 형체를 보고 사람인지 세트인지 짐작하며 연기했다.
공포 영화 촬영장에는 기이한 경험담이 꼭 하나씩 있는데, 직접 겪은 일은 없었나?
직접 겪은 일이 있다. 화장실에 가는데 정말 주변이 칠흑 같은 암흑이었다. 그런데 자꾸 돌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옆에 있던 스태프에게 비명을 지를 것 같아서 꾹 참고 나중에 말씀드렸는데, 알고 보니 저 말고 다른 분도 그 소리를 들었다고 하더라. 그 깊은 밤 산속에서 돌 부딪히는 소리가 왜 들렸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산속 야간 촬영이 많아 힘들지는 않았나?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인데 야식을 먹기 시작하고 나서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새벽 1시 이후에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해가 너무 빨리 뜨는 것도 애를 먹은 부분이다. 여름 넘어갈 즈음이라 5~6시부터 새가 울고 해가 한 번에 확 뜨더라. 무엇보다 벌레를 정말 무서워해서 혼났다. 바퀴벌레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데, 촬영 중에 땀이 나니까 벌레들이 자꾸 들러붙더라. 벌레 퇴치제를 거의 호신용 무기처럼 들고 다녔다.
코믹 영화 <고딩형사>를 촬영 중이다. 공포와는 현장 분위기부터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일단 조명부터 완전히 다르다. 코미디는 정말 환하고 밝은 곳에서 촬영하는 반면, <살목지>는 밤 촬영이 많아 늘 어둡고 무거웠다. 현장의 온도 차도 크다. 코미디 현장은 밝고 화기애애하다. 요즘은 ‘어떻게 하면 관객을 웃길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웃음) 현장에서 느낀 웃음을 어떻게 객석까지 그대로 전달할지가 숙제다. 장르마다 매력이 달라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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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형사>부터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 스핀오프>, 드라마 <굿 파트너 2>와 <나미야 백화점의 기적> 등 차기작이 쌓여 있다. ‘소혜윤’이라고 불릴 만큼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활동 중이다. 쏟아내는 '아웃풋'만큼 스스로를 채우는 '인풋'도 필요해 보이는데, 어떻게 에너지를 충전하는지.
요근래 24시간이 참 알차고 짧다는 걸 느끼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반려묘 ‘홍시’를 통해 에너지를 충전한다. 고양이를 안고 골골송을 들으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말이 있더라. 정말이지, 일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홍시를 안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많이 의지하고 있다.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 팀도 응원을 왔다고 들었다. 염정아 배우는 공포물을 잘 못 본다고 하던데 반응이 어땠나?
정아 선배님이랑 준면 선배님이 영화 내내 소리를 너무 많이 지르셨는데, 그 비명이 뒷자리까지 다 들릴 정도였다고 하더라. (웃음) 죄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만큼 영화를 즐겨주셨구나 싶어 감사했다. 사실 <언니네 산지직송>에서는 내가 완전 막내다. 막내로서 어떤 다부짐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일을 야무지게 잘 해내는 모습으로 비쳐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추구미’가 바로 ‘야무지다’는 소리를 듣는 거다. 막내인데도 선배님들이 따로 챙겨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따라오는구나, 그런 기특한 모습이고 싶었다. 갯벌 노동이 정말 쉽지 않았는데, 현지인분들이 하시는 걸 볼 때는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간단해 보였다. 막상 해보니 정말 인생을 배우고 온 기분이었다. ‘누군가 하는 게 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이 정말 잘하는 것’이라는 말을 다시금 체감했다. 반면 이번 영화 <살목지>에서는 수인으로서 리더십 있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다. 예능 속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다.
<선재 업고 튀어>로 함께 사랑받은 변우석 배우도 비슷한 시기에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응원을 주고받았는지.
직접 연락하기보다는 서로 멀리서 동료 배우로서 응원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서로 좋은 성적이 있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김혜윤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인가. 30대의 지향점도 궁금하다.
몇 년 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연기 또는 작품은 내게 ‘일기장’ 같다. 이 나이대, 그때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걸 영상으로 남겨놓는 느낌이라 매 작품이 일기장이다. 앞으로 지향하는 점은… 제일 두렵고 무서운 게 배움을 더 이상 갈망하지 않는 순간을 맞는 거다. 지금도 앞으로도 늘 배우는 자세로 남고 싶은 게 내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살목지>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한마디가 관전 포인트다. 현실인 줄 알았는데 현실이 아니고, 무언가에 홀리는 물귀신 소재의 매력을 꼭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무대인사 때 울기 직전인 팬분들도 계셨는데, 서늘한 얼굴을 안겨드려 죄송하면서도 그만큼 잘 즐겨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또 예매율 1위라고 들었는데 너무 감사하다. 그 힘을 받아 손익분기점 80만을 넘어 열심히 달리고 싶다!
사진제공. ㈜쇼박스
2026년 4월 13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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