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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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한 시기를 함께 통과한 ‘시절 인연’ 같은 영화.” 전종서가 정의한 <프로젝트 Y >는 단순한 작품 그 이상이다. 설렘과 떨림이 겹친 이 말에는, 이 영화와 함께하며 쌓아온 감정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영화 <프로젝트 Y >는 화려한 도시 한복판에서 다른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던 ‘미선’(한소희)과 ‘도경’(전종서)이 벼랑 끝에서 위험한 선택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욕망과 생존, 관계의 균열이 맞물리며 장르적 쾌감을 박력 있게 끌어올린다. 이환 감독의 날것 그대로의 연출 속에서 “온전히 영화의 무기로 사용되길” 자처한 전종서. 그는 겉으로는 터프하고 강인해 보이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여린 내면을 드러내는 인물 ‘도경’을 연기했다. 한소희가 연기한 ‘미선’과는 닮은 듯 다른 결의 동갑내기 버디로 호흡을 맞추며,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은 관계를 완성한다. 전종서는 “지금의 나여서 할 수 있었던 이야기”라며, <프로젝트 Y >가 자신에게도 분명한 한 시절로 남았다고 말한다.
지난해 토론토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에 이어 드디어 개봉, 관객과 만난다.
영화에 참여한 제작진, 배우진, 스탭진 모두 함께 개봉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관객을 만나는 게 실감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도 든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전석 매진 등 매우 뜨거운 열기를 경험했는데 (웃음), 개봉 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떨림 반, 설렘 반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주축으로 한 보기 드문 여성 버디물이다. 이 작품의 어떤 면에 끌렸는지.
처음 단 한 줄의 로그라인에 끌렸다. 극장 상황이 좋지 않던 재작년에 절묘하게 다가온 시나리오였다. 소희 배우와 같이 해보면 무언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상한 용기를 냈던 것 같다. 주변의 격려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동갑내기 두 배우가 함께한 투톱 물로 관객에게 직관적이고 아이코닉하게 비춰졌으면 했다. 두 배우가 함께하면서 어떤 시너지가 날지 또 그들의 이야기는 무엇일지 궁금했으면 했다.
한 줄의 로그라인의 내용은 뭘까.
‘인생의 벼랑 끝에 있는 두 동갑내기 여자가 검은돈에 손을 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술술 읽히더라. 대사도 재미있어서 단박에 뛰어들었다. 아마 도경이 아닌 ‘미선’ 역을 제안받았어도 기꺼이 했을 거다.
이환 감독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감독의 전작인 <박화영>(2017), <어른들은 몰라요>(2024)을 봤는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호불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전작이 지닌 색깔이 이번 <프로젝트 Y>에도 묻어 있다고 생각하고, ‘도경’에게 보다 더 묻기를 바랐다. 날것 그대로의 솔직함, 젊음의 패기에 기반한 감독님의 성장 서사가 상업 영화로 넘어오면서 보수적으로 될 수도 있는데, 도경 캐릭터를 통해 보다 더 과감하게 보였으면 했다. 내가 영화의 무기로 사용되면 좋겠다고 느꼈다.
날 것, 그러니까 꾸미지 않은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는지.
각기 다른 스타일의 연기를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호한다. 그래서 꾸미지 않고 그대로 연기하는 편인 것 같다. 화려하고 예쁜 작품도 있지만, 이번 <프로젝트 Y>는 감독님의 날 것 같은 스타일이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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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화제의 중심에 있는 두 배우의 만남이다. 두 배우의 색이 강한데 조화를 위해서 신경 쓴 부분은.
<프로젝트 Y>는 누구 한 명이 기억되는 영화가 아니길 바랐다. 밸런스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무슨 장면을 찍든 주고받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어느 한 쪽으로 쏠린다는 생각이 들면 재빨리 모니터링해서 재촬영하기도 했었다. 도경과 미선이 끝까지 손잡고 마무리되는 버디물을 견지했다.
도경과 미선의 관계성은 어떻게 설정했나.
도경은 터프하고 강인해 보이지만, 끝까지 가다 보면 유리알 같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깨질 것 같은 인물이다. 반대로 미선은 연약하고 섬세해 보이지만, 오히려 행동파이고 묵직하면서 질기다. 어딘지 모르게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으면서도 서로의 반전이 되기도 하는 두 인물이지만, 결국 하나의 캐릭터처럼 보이길 바랐다. 외적으로는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의상에 많이 신경 썼다. 실제 내 옷을 활용하기도 했고, 도경은 단벌 신사처럼 심플하고 미니멀하게 가자는 방향으로 커스터마이징했다.
도경을 연기하며 가장 고민하고 어려웠던 지점은.
관객이 영화를 볼 때 캐릭터 어느 한 명에 이입하여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촬영하는 내내 생각했던 것 같다. 이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어서, 혹시 불친절하다고 또는 이야기가 끊긴다고 느끼진 않을지 걱정한 부분도 있다. 어쨌든 소희 배우와 잘 해보려고 끝까지 노력했던 것 같다.
영화 내내 삽질하고, 구르고 맞는 등 육체적인 힘듦도 상당했겠더라.
우리가 자진해서 하겠다고 해서 감독님이 말린 적도 꽤 있다. (웃음) 삽질하면서는 옷을 벗겠다고 하니까 말리셨지만, 결국 겉옷을 벗고 찍었다. 삽질하다 보니 땀이 나더라. 이환 감독님은 배우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배우의 시선으로 디렉팅을 주시더라. 연기에 대한 이해도가 남달랐던 것 같다. 마치 같이 연기하는 느낌이었다.
한소희와 실제로 친분이 두터워서 그런지 극 중 자연스러운 ‘찐친’ 무드가 있더라. 작품을 통해 친해진 건가. 원래부터 친한 사이였나.
덕분에 찐친 바이브가 나온 것 같다. 소희 배우와는 캐스팅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소희가 먼저 인스타그램 DM을 보내서 처음 만났고, 특별한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것 같다.
한소희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인간 한소희와 배우 한소희는 어떻게 다르던가. (웃음)
연기적으로 깊게 이야기할 여유가 없는 현장이긴 했다. 시간에 쫓기며 찍은 장면이 많았고, 날씨도 매우 추웠었다. 서로 의논하기보다는 일단 뛰어들어야 했는데 옆에 든든한 친구가 지키고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됐었다. 소희와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고 함께 가는 현장이었다. 모니터링하면서 때에 따라서는 빠르게 의견을 모아 다시 찍기도 했다. 소희는 아주 소탈하고 소박하고, 또 솔직하면서도 대범한 친구다. 평소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의지하는 부분이 많다. 배우로서는 예술적인 밸런스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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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빌런 ‘토 사장’(김성철)의 오른팔인 ‘황소’ 역의 정영주, 미선과 도경에게 각성의 계기가 되는 ‘가영’ 역의 김신록 등 여배우의 파워풀한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 아닌가 한다. 특히 도경과 가영과의 계단에서의 대립 씬이 인상적인데 이때 감정을 어떻게 잡아 나갔나.
‘가영’은 도경의 친엄마로 가족이지만, 악연 같은 존재다. 도경은 엄마와 교류가 끊긴지 오래된 상황에서 필요에 의해 찾아간다. 그 장면은 엄마에게 다시 한 번 손을 내민 도경이 또 한 번 버림받는 장면인데, 짐승처럼 버려지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도경과 가영의 드러나지 않은 부족한 서사를 이 씬으로 채워 보고자 했다.
영화를 글로 보는 것과 영상으로 접하는 건 다르지 않나. 완성본을 보면서 예상외의 씬이나 놀란 점이 있다면.
영화관에서 소희 배우의 클로즈업 얼굴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주로 함께하긴 했지만, 내가 없는 장면도 있는데 정말 너무 예쁘고 연기도 잘하더라. 소희 배우뿐만 아니라 나와 겹치지 않은 장면들을 보면서 감탄했다. 황소와 토 사장이 함께하는 장면도 극장에서 한눈에 보니, 캐릭터 빌드업부터 클라이맥스까지 너무 잘 보여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촬영하면서는 ‘석구’역의 이재균 선배와 같이 만들어가면서 찍은 장면이 많았다. 선배가 감독님과 전작을 함께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호흡이 아주 좋았다. 덕분에 함께한 장면이 좀 더 재미있고 풍성해진 것 같다.
제목의 ‘Y’의 의미에 대해 이환 감독은 Young(젊은), You(당신), Yearn(원하다)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고, 각자의 Y를 찾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신이 찾은 Y는 어떤 의미일까.
내게는 젊음, 유스(Youth)인 것 같다. 어제 한 소희의 말 중 ‘시절 인연’이라는 말에 꽂혀서 그런지 <프로젝트 Y>는 내게 시절 인연 같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시기에 만나서 그런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해외 활동이 활발한 배우 중 한 명이다. 활동 근황을 전한다면.
해외에서 작품을 계속할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 기쁘다. 이상한 게 간절히 오디션 테이프를 보냈지만 안 된 작품도 있고, 반면 운이 좋게 인연이 닿는 작품도 있더라. 지금은 영화 <하이랜더>가 얼마 전 크랭크인해서 영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촬영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시야가 확장되는 것 같다. 국내나 해외를 구분하기보다 대범하게 마음먹고 열어두고 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요즘은 ‘재미’가 중요한 척도인 것 같다. 혹여 ‘전종서는 되게 시네마틱할 것 같다’는 오해를 하시곤 하는데 그렇지 않다. 매우 대중적인 ‘내 재미’가 기준이 되는 것 같다. (웃음)
영화 <버닝>(2018)으로 데뷔 후 맹렬히 달려왔다.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면.
20대를 돌아보면 거침없이 선택하고 달려온 것 같다. 지금은 당시 보지 못한 것이 보이고 여러 면에서 달라진 걸 느낀다. 선호하는 스타일, 언어 선택, 누군가를 대하는 방식, 사람에 대한 존중, 하다못해 인테리어 취향까지 바뀌더라. 내 인생에서 중요한 건 작품과 연기이고, 앞으로의 선택에 이런 변화가 반영되지 않을까 한다.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많은 경험을 하려 하고, 이렇게 쌓인 경험이 좋은 거름이 되지 않을까 한다. 30대의 전종서는 20대와는 또 다른 브랜드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사진제공. 앤드마크
2026년 1월 22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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