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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신선한 판타지 액션! <전지적 독자 시점> 김병우 감독
2025년 8월 5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구심점이 필요했고, 고민 끝에 ‘연대’로 했죠” 여름 텐트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병우 감독의 말이다. 이 영화는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 액션이다. 전 세계 누적 조회수 2억회 이상을 자랑하는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방대한 서사와 낯선 세계관을 2시간 남짓의 기승전결이 있는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야 했던 감독. 시각과 청각이라는 도구를 무기 삼아, ‘연대’를 키워드 삼아, 김독자와 그 동료들의 성장 서사를 써 내려갔다. 현대 판타지의 장르 특성상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려웠노라는 감독을 만났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비주얼을 선사하고자, 처음으로 상업영화를 찍는 여성 카메라 감독을 고수하는 등 드러나지 않은 그의 도전과 신선한 시도에 대해 들어본다.

공개를 앞둔 소감은.
어떻게든 답안지를 제출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에, 시사회 전날 오후까지도 계속 작업을 이어갔다. 특히 VFX 샷들은 시간을 들인 만큼 더 좋아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조금씩 더 가다듬고 또 가다듬었다. 아직 작업이 완전히 끝났다는 실감은 잘 들지 않고, 영화가 완전히 종료되었다고 느끼려면, 홍보 일정까지 마쳐야 할 것 같다. 지금은 기대 반 초조함 반의 상태다.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건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이다.

CG 와 VFX 완성도에 만족도는 어떤가.
VFX는 시간과 비용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분야라, 더 많은 시간과 작업이 투입될수록 퀄리티가 올라간다. VFX가 많은 영화는 때때로 ‘VFX 올림픽’이 될 위험도 있는데, 리얼하게 보이는 것과 관객이 그것을 사실로 믿고 몰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이 적재적소에 어떻게 연출하느냐 또한 중요한 변수다. 기술과 VFX 샷들을 통해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엮어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번 작업은 잘 나온 편이지 않을까 한다.

리얼라이즈픽쳐스㈜가 2020년부터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개발한 거로 알고 있다.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전작 < PMC: 더 벙커>(2018)가 개봉하고 이듬해 봄쯤 영화화를 제안받았다. 소설 원작을 먼저 받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 보는 이야기라 정말 재미있더라. 당시엔 웹툰도 없었고, 소설도 아직 연재 중이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일주일 만에 전편을 다 읽었을 정도였다. 읽으면서 동시에 ‘이걸 영화로 어떻게 만들지?’ 하는 고민도 계속됐다. 개인적으로 내레이션을 선호하는 편도 아니고, 워낙 현실적인 톤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상태창도 있고, 장르적으로 특이한 요소가 많지 않나. 특히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극장에서 이걸 봤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의문이 컸다. 그래서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꽤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원동연 대표님을 만나 논의했었다. 처음엔 반신반의였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더라. 그렇게 2년 정도가 지나고, 정리가 된 순간 ‘일단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전화 드렸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각본 작업을 시작했다.

어느 부분에서 확신이 들게 된 건가.
작업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웹소설과 영화는 매체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웹소설은 텍스트 기반에 연재 형식이라, 앞을 수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계속 다음 이야기를 쓰게 된다. 그래서 사건이 끊임없이 나열되고, 그걸 따라가는 재미가 중심이다. 반면 영화는 두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안에 기승전결이 분명해야 한다. 관객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감정을 따라가며 몰입해야 하거든. 이 차이를 인지한 뒤엔, 나열된 사건들을 어떻게 하나의 서사로 정리할지 고민했고, 결국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영화만의 기승전결을 새롭게 설계해야 했다. 이야기의 구심점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다가 ‘연대’라는 키워드로 중심을 잡게 됐다.

매우 방대한 세계관인데 어떻게 선택과 집중을 했는지.
전독시는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지만, 이번 영화는 그중 아주 초반 부분만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후 확장될 이야기까지 굳이 건드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고, 앞부분만 ‘시각’과 ‘청각’을 도구 삼아 최대한 재미있게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물론 초반 설정 자체에 진입장벽이 어느 정도 있는 건 사실이다. ‘이걸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좀 더 쉽고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다만 문장이 아닌 ‘영상’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영화화하면서 가장 부각시키고 싶었던 건 인물이었다. 실제 배우가, 실제 공간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연기하는 순간, 그 인물은 더 이상 문장 속 캐릭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 되니 말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다. 웹소설이나 웹툰을 영상화할 때는, 단순히 원작을 재현하는 걸 넘어서 매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CG나 액션 같은 비주얼 요소에 신경 쓴 것도 맞지만, 원작 팬이 봤을 때 ‘이 장면은 글에서 느꼈던 감정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게 기본인 것 같다.

어려웠던 부분이나 연출 시 주안점은.
끝까지 나를 가장 괴롭힌 부분은 바로 ‘현실과 판타지’라는 완전히 상극인 두 요소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였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 같은 중세 판타지 작품들은 역사 기록에 공백기가 많아 ‘이런 일이 있었을 법하다’는 설정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전독시>는 현대 판타지라 그 구현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 원작이 가진 ‘나만 알고 있던 소설이 현실이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키워드이기도 하고, 이 작품은 판타지임에도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어떻게 보면 판타지는 현실 사건을 극대화하는 도구라 하겠다. 판타지를 배제해도 현실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이야기들, 예를 들어 각 역에서의 다툼, 어두운 객차 안의 광경 등등은 실제에서도 일어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판타지와 현실의 무게 배분이 매우 중요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씬마다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한쪽으로 기울였다가 다시 조율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워낙 원작 팬층이 두텁다. 부담감도 상당했을 거다.
사실 이 작업하며 어떤 부채의식 같은 감정이 있었다. 전독시를 사랑하는 팬분들이 영화화 소식을 들었을 때 느꼈을 불편한 감정도 충분히 이해했고. 예를 들어 ‘원피스’ 실사화를 보고 나 역시 ‘루피는 이게 아닌데…’ 했으니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애정하던 작품이 갑자기 다른 방식으로 변형되는 거라, ‘내가 좋아했던 이야기가 찢겨 나가는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전독시라는 원작은 엄청난 ‘이득’과 동시에 ‘빚’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득이라는 건 그만큼 훌륭한 원천이 있다는 거고, 빚이라는 건 그에 따르는 책임과 부담이 있다는 거다. 그래서 더 섬세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원동연 제작자는 원래 5편까지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영화보다는 시리즈가 좀 더 어울리는 포맷이 아닌가.
시리즈를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 글의 희열과 쾌감을 온전히 전달할지 생각해 보니, 현대 판타지라는 장르상 스펙터클함이 전제라 극장이 가장 적합한 매체라고 판단했다.

원작자인 싱숑 작가는 무슨 말을 하던가.
원작자인 작가님은 본인이 쓴 작품이 다른 매체로 확장되는 데 대해 이해와 관용이 크신 분이었다. 나와 제작사를 믿고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사실 ‘전독시’라는 웹소설이 작가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일지는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데, 그런 점에서 '알아서 잘해주세요'라고 말하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거다. 아마도 작가이자 창작자로서 영화화 과정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짧게 소감을 여쭤봤을 때, 본인이 쓴 이야기가 실사화된 걸 처음 보는 거라 굉장히 놀라셨다고 하더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고, 원작과 비교하기보다는 영화 자체로 너무 재미있게 보셨다고 말씀하셨다.

러닝타임이 117분으로 두 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시간을 좀 더 늘려 설명을 보강하거나 에피소드를 추가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극장 포맷을 고려했을 때 상영 시간은 장르마다 다르겠지만, 내 판단으로는 두 시간을 넘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더 확장해서 사건들을 연결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앞으로 관객과 함께 여정을 이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외의 부분들은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파악했다. 그래서 중간중간 토픽과 맞지 않는 사건들은 과감히 제외했다.

극 중 ‘김독자’는 매우 평범한 인물인데, 안효섭의 캐스팅 소식에 비주얼적으로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웃음) 어느 면에서 평범함을 보았는지.
김독자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면서, 출발점을 어디에 둘지부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야기는 결국 성장 서사이기 때문에, 초반의 좌표가 낮을수록 후반부에서의 변화와 성장이 더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인물이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후반부로 갈수록 ‘특별함’이 점점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단순히 외적인 이미지보다는, 배우가 가진 본연의 결을 더 살리고 싶었다. 이전에 출연했던 드라마들을 보며 그가 어떤 결의 사람일지 짐작했고, 실제로 만나보니 예상보다 훨씬 더 담백하고 소탈했다. 흰쌀밥에 김 한 장 올려 먹는 느낌처럼, 수수하면서도 진솔한 분위기. 그런 평범함을 자연스럽게 연기해낼 수 있는 사람이기에, 김독자의 출발점에 아주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유중혁에 이민호를 캐스팅한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민호’ 석자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극 중 유중혁에 대한 서사가 없기 때문에 인물에 대해 부연설명이 없어도 존재감이 빛나는 배우, 등장만으로 설명되는 배우가 필요했다.

이번에 새롭게 한 시도가 있다면.
사실 <전독시>는 (내가 했던) 기존과는 너무 다른 장르의 영화라, 어떻게 하면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익숙한 수법을 답습하지 말자고 했지만, 이미 관습처럼 굳어진 방식들이 있어서 쉽게 벗어나긴 어려웠기에,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함께한 촬영 감독님은 상업영화 경험이 거의 없으신 분이었고, 바로 그 점이 이번 프로젝트에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의 기존 관성에 물들지 않은 시각으로, 전에 없던 비주얼과 신선한 접근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려와 저항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밀어붙이고 싶었다. 여성 감독인 전혜진 감독님과 함께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신선한 시도였고 큰 의미가 있었다.

<전독시>는 당신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 같은가. 또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전독시>에 대한 소회를 언젠가 내 일기장에 써 내려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웃음) 아직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모든 홍보 일정이 끝나고 어딘가에 조용히 틀어박힌 후에나 생각이 정리되고, 문장으로 정리될 것 같다. 관객분에게는… 날도 더운데 극장에 편하게 오셔서 봐주신다면, 그만큼의 보상은 충분히 드릴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 ‘평범한 이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아주 재.밌.는 판타지 액션’이니, 보시고 입소문도 많이 내주시길! (웃음)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2025년 8월 5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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