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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좋아졌다” <메스를 든 사냥꾼> 박용우 배우
2025년 7월 29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LG유플러스 STUDIO X+U가 제공하는 미드폼 드라마 <메스를 든 사냥꾼>이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신선한 설정으로 화제다. 이 시리즈는, 20년 전 죽은 줄 알았던 아빠이자 연쇄살인마의 흔적을 발견한 부검의 ‘세현’(박주현)이 아빠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먼저 그를 찾기 위해 나서는 하드코어 범죄 스릴러. 박용우는 시체를 절단하고 붉은 실로 다시 꿰매는 살인마, 일명 ‘재단사’를 연기한다. 친딸조차 살인 조수로 삼는 신개념 악인 ‘윤조균’으로 분해서, 이전에 볼 수 없던 서늘함과 광기를 오가는 새로운 얼굴로 시청자를 악의 구렁텅이로 초대한다. 언제부터인가 ‘결핍’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좋아졌다는 박용우를 만났다. 악과 선을 이분법적으로 규정하기보다, 어떤 인물이든 마음의 병이 있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다. 이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윤조균이라는 희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만들어 갔다는 그의 말을 들어본다.

자기 딸조차 살인 조수를 삼는 신개념 사이코패스 ‘윤조균’을 연기했다. 평소의 얼굴에서 상상할 수 없는 섬뜩함을 안겼다.
촬영한지가 좀 돼서 시청자 입장에서 봤는데, 밉고 무섭고 악랄하더라. (웃음) 감독님이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편하게 웃는 모습에서 이중적인 느낌을 들어서 굉장히 좋았다고, 이 역할에 어울릴 거로 확신이 들었다면서 제안을 주셨다. 사람이 제일 무서울 때가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윤조균’ 이라는 인물이 이런 면에서 흥미가 갔고, 당시 다른 작품을 촬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꼭 하고 싶었다.

<메스를 든 사냥꾼>의 어느 면에 끌렸는지.
일단은 캐릭터다. 감정적으로 왜곡되어 있고, 마음의 병이 큰 사람이지 않나. 아마도 대부분의 연기자가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플랫한 캐릭터보다는 감정적으로 결여가 있는 인물에 도전의식이 생긴다. 인물을 상상하고 어떻게 디자인해서 표현할지 욕심이 나는 거지.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잘 만들어 갈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 희대의 살인마를 연기하는 데서 오는 연기적인 쾌감이 있을까. 혹시 후유증은 없나.
절대로 내가 될 수도, 할 수도 없는 일을 하는 인물을 연기하는 거라, 쾌감이랄지 나름의 도전의식이 생긴다. 언제부터인가 장르나 이야기는 달라도 개인적으로 결핍이 있는 사람을 연기하는 게 좋아지더라. 어떤 사람이건 악과 선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보다, 어떤 인물이든 마음의 병이 있다는 생각을 위주로 해서 접근한다. 다행히 역할에서 잘 빠져나오는 편이라 그런지 후유증은 없다. 어떨 때는 ‘왜 없지?’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이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순하고 둥글둥글한 역할을 했음에도 그 캐릭터가 너무 아파서 1년 가까이 가는 경우도 있고, 이번처럼 악역임에도 고통스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윤조균에게 ‘서세현’(박주현)은 친딸이 아닌가. 딸을 향한 집착을 보이면서도 서슴지 않고 해하는 등 양면적인 모습을 보인다. 어떻게 접근해 나갔나.
음… 가족이든 연인이든 혹은 친구가 됐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아닌가. 그 관계가 한 끗이든 열 끗이든 비틀어질 때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의도치 않게 괴물이 될 수도 있고 반대도 좋은 방향을 나아갈 수도 있을 거다. 물론 윤조균은 ‘번외 ‘캐릭터라 할 만큼 일반적인 인간이 아니긴 하다. 나만의 해석일 수 있지만, 딸에 대한 사랑이 있다고 생각했다. 윤조균이라는 인물은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파생된 집착, 자기증명, 피해의식, 오만함의 집합체 같은 인물이 아닐까 했다.

자신에게 반말하고 매번 뒤통수 치는 딸인데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아끼는 묘한 짝사랑 같은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묘한 줄타기였다고 생각한다. 피를 나눈 부녀 관계를 떠나서 서로만이 이해할 수 있는 동질감이라고 할지. 조균은 이런 복합적인 감정으로 세현을 대했을 것 같다. 그는 기본적으로 경계심이 심하고 이러한 경계심이 폭력적으로 발현된 인물이다. 세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는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는다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이런 감정이 잘 표현된 장면이 뻘밭 씬인데, 촬영 당시 너무 추웠다, (웃음) 딸에게 당하면서도 웃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내 딸 잘한다’ 이런 의식이 깔려 있지 않았을까 한다. 이때의 표정이 한편으로는 슬퍼 보여서 연기자로서 시청자로서 느낌이 좋았던 장면이다. 또 극 중 ‘아빠랑 대화할 때는 고개도 좀 끄덕이고 예의 바르게 하라’는 대사가 있는데 원래는 없던 걸 넣은 거다. 자기는 괴물인 주제에 기본적인 예의와 도덕을 따지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추가된 부분이다.

윤조균은 ‘최민국’이라는 가명으로, 긴 시간 동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지 않았나. 자기의 손길이 필요하면 기꺼이 도움을 주는 등 주민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윤조균의) 이런 면이 마냥 연기였을까. 윤조균은 주민들을 무슨 마음으로 대했을지 궁금하더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라 큰 덩어리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접근했다. 이해하려고 하는 순간 함정에 빠져서 ‘척’하는 연기를 할 것 같았거든. 최민국의 삶도 그에게는 일상이지 않았을까 한다. 최민국을 연기할 때도 그가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는 사실을 감안해서 한 것이 아니라, 맡은 바 상황에 충실 하려 했다. 기본적인 대사만 숙지한 상태에서 그냥 나오는 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 윤조균의 마음은 어떤 우월의식이 아니였을까 한다. 사람들이 모두 자기한테 속고 있다는 우월의식 속에서 쾌감을 느꼈을 거다.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의식이 큰 사람이 우월의식 역시 크다고 하더라.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구축하면서 디테일하게 첨가한 설정이 있다면.
어느 순간부터 미리 생각해 가기보다 현장에서 만들어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번의 경우 마지막에 윤조균이 벽을 보고 깔깔 웃는 장면이 있다. 원래는 살짝 정신이 나간 윤조균이 누군가가 서있는 교도소 복도로 나오고, 뒤를 바라보면서 살짝 괴기스럽게 웃는 것이 엔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든 생각이 ‘미칠 거면 무언가 더 희한하게 미치는 게 유니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 동네 사람들이 와서 꽃을 뿌리고, 한편에서는 부케를 받는 사람도 있고, 마치 결혼식에서 신부를 맞이하는 것처럼 세현도 웃고 조균도 웃는 것으로 가면 어떻겠냐고 하니, 제작사에서 너무 멀리 간 것 같다고 말리더라. (웃음) 그래서 이건 접고! 내가 준비하면서 인상 깊게 본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여드리며 지금 버전인 웃기도 하고 찡그리기도 하고 움츠리기도 하는 등의 기이한 표정으로 가져갔다.

스타일링으로 차별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일부러 파스텔톤의 질감과 밝은 톤의 옷을 입었다. 스타일도 무언가 튀기보다, 평범한 모습으로 가서 그의 삐뚤어진 행동과 대비되도록 했다. 밝은 계통의 의상은 시뻘건 피가 묻었을 때서 오는 잔인함과 선명한 아름다움의 이중적인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감독님께 제안드렸고, 받아들여 주셨다.

딸인 세현과 붙는 장면이 하나 같이 박진감 있는데, 이를 연기한 박주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당시에 세 작품을 동시에 찍고 있다 보니 물리적인 시간이 많지 않아서 따로 만나서 이야기하지는 못했다. 현장에서도 주현이가 촬영 분량이 많다 보니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이런 부분이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돌발적으로 나오는 날 것의 에너지가 좋았던 것 같다. 세현과 조균의 감정을 미리 상의하고 논의하다 보면 기계적으로 따라갈 우려가 있고, 개인적으로 이런 연기를 경계하는 편이다. 나는 좋았는데 주현이는 어땠을지… (웃음) 주현이가 워낙 복합적인 감정의 세현을 연기해야 하다 보니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해서, 일단은 얘기를 들어주며, 원하는 걸 물어보고 거기에 맞춰서 했던 기억이 있다.

세 작품을 동시에 찍었다니! 힘들지 않았나.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웠지만, 연기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 육체적으로는 피곤했는데 세 역할 다 색깔이 선명한 캐릭터라 의외로 스트레스도 거의 받지 않았다. 이번에 깨달은 부분이 설정과 캐릭터라는 큰 덩어리의 색깔이 명확하면, 동시기에 연기한다고 해도 크게 어렵지 않다는 거였다. 만약에 노랑이면 노랑, 빨강이면 빨강의 캐릭터가 아닌 푸르죽죽하거나 어중간한 주황색의 캐릭터였다면 힘들었을 것 같다.

동시에 찍은 작품 중 하나가 <은수 좋은 날>인데 이영애 배우와 다시 함께해서 감회가 새로웠겠다. (웃음)
아주 옛날, MBC 소속이었을 때 <간이역>이라는 드라마에서 같이 한 적이 있다. 나는 단역이었지만, 그 당시 너무 아름다워서 신기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 쫑파티에 참석하셨는데 여전히 차분하고 말수 없으시고 예의바르시더라. 물론 (<간이역> 때의) 나를 기억은 못 하시고! 나만의 추억이다.

<메스를 든 사냥꾼>이 미드폼 드라마로 칸국제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되었는데 늦었지만, 축하한다.
내가 현장에는 가지 못했지만, 일단 초청받은 것에 감사하다. 언젠가는 직접 참석하여 스크리닝하고 관객과 만난 날이 올 거로 믿는다. (웃음) 30분 내외의 미드폼 시리즈는 처음이라, 한 편이 60분 내외인 드라마처럼 디테일한 묘사나 개연성 확보가 될지 걱정했는데 <메스를 든 사냥꾼>에는 매우 잘 어울리는 형식이 아닌가 한다. 유튜브에 길들여진 시기라, 미드폼이 늘어나지 않을까 한다.

1995년 데뷔하여 연기경력 30년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를 모두 경험한 당신인데 변화가 체감되는지. 또 앞으로 배우로서 채워 나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예전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 우선 회식이 없어졌는데,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하다. 지금처럼 라운드 인터뷰가 아니라, 기자 한 명 한 명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생생하다. 30년 차라고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아직 할 일이 많다. 스스로의 결핍이랄지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 배우로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커피가 반이나 남았네’ 와 ‘반밖에 없구나’는 완전히 다르지 않나. 내 외모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도, 이를 탓하기보다 나만의 개성으로 만들어 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유니크 하다는 것이 결국에는 자기를 인정하고 자기 식대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 결핍, 결여의 인정은 비단 배우뿐만이 아니라 모든 직업군에 필요한 것 같다.



사진제공. 프레인TPC


2025년 7월 29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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