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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심장이 뛰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안효섭 배우
2025년 7월 28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근사한 목소리의 주인공 ‘진우’, 현대 판타지 대작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인공 ‘김독자’. 모두 안효섭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들이 꽤 있다. 연기돌을 꿈꾸며 캐나다에서 홀로 한국에 와서 연기 활동에 매진한 지 어언 10년. 그 시간이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자라는 시간이라는 안효섭을 만났다. 영화 속 독자처럼 다시 쓰고 싶은 순간이 있냐고 묻자 ‘단 하나’도 없다고 단호하게 답한다. 그간의 선택에 따른 결과물이 지금의 자신이기에, 그 모든 결정이 유의미했단다.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어렵지만, 그럼에도 연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안효섭, 영화 찍는 기쁨과 만들어 가는 즐거움을 처음 느낌 이번 작품을 통해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전지적 독자 시점>의 김독자에게 가슴이 뛰었다는 그의 말을 들어본다.

<전지적 독자 시점> 이야기에 앞서, 먼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 ‘진우’ 역의 영어 더빙을 맡았다. 꿀 보이스라고 영화와 더불어 좋아하는 팬들이 많더라. 한국어 더빙은 안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렇게 글로벌 프로젝트인 줄 모르고 참석했는데 작품이 잘 되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얼떨떨하다. 한국어 더빙은 제작이 다 끝나고 제안이 와서, 시간이 너무 타이트해서 미처 참여하지 못했다. 진우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싶었는데 (웃음) 아쉬움 부분이다.

원작이 크게 사랑받은 레전드 웹소설인 만큼, 실사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에 호불호가 갈리더라.
원작이 있는 작품은 아쉬움이 늘 같이 공존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실망한 경험이 있어서 무슨 마음인지 잘 안다. 실사화하면서 <전독시>만의 방향성을 잡아, 방대한 원작을 2시간이라는 시간 안에 선택과 집중해 반영 해보니 그런듯하다. 보다 더 콤팩트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참여한 배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대본 구성안에서 최대한 김독자를, 어떻게 나만의 것으로 끌어갈지였다. 감독님과 목표를 정해 놓고 이를 향해 가려 했다.

완성본을 본 소감은.
프리프로덕션부터 완성까지 2년 반, 그리고 촬영이 끝난 지 1년 정도 지난 시점인 지금 개봉하는 거라 설렘 반, 기대 반의 마음이다. 영화가 처음이라 중간에는 조바심도 생겼는데 지금은 신기한 느낌이다. CG의 비중이 큰 영화라 확실히 완성된 영화를 보는 느낌이 다르더라. 대체로 콘티를 그대로 따라갔으나 디테일한 살이 어떻게, 어떤 식으로 붙을지에 대해서는 무지했었다 기술시사 때 처음 봤는데 다 보고 나니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 거다. CG도 CG지만 속마음이 다 보일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서 클로즈업 한 부분이 무척 특징적이었다. 스크린으로 내 얼굴을 크게 본다는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영화배우를 꿈꾸던 사람으로서 처음으로 스크린에 걸린 순간이라 솔직히 엄청 감격적이었다. (웃음)

영화는 처음 아닌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3>를 하던 중 제안받았다고. 어떤 면에 끌렸는지.
영화를 제안받을 당시, 무료했다고 할까. 무슨 소리냐면 서너 작품을 쉬지 않고 쭉 해오면서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 같다. 당연히 매 작품, 매 씬 마다 집중해서 했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원했던 연기의 삶이 이런 것이냐는 생각이 있었다. 모 카페 2층 한구석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독자’의 상황에 공감이 많이 가더라. 보통 작품을 고를 때 심장이 뛰면 하고 싶다는 신호인데, 독자의 평범함에 심장이 뛰었다. 지금까지 했던 역할이나 캐릭터와는 달리 강점이나 특별함이 없는 점이 좋았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라는 지점에 끌렸던 것 같다. 내가 이러한 평범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더라. 만약 ‘유중혁’(이민호)을 제안받았다면 그렇게까지 가슴이 뛰지 않았을 것 같다. 이번 작업에서 개인적으로 행복했던 부분이 마치 예술품(작품)을 만들듯이 컷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한다는 거였다. 감격스러웠고, 영화라는 매체가 정말 매력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독자라는 캐릭터 소개와 평범함을 보이기 위해 어떤 키워드로 접근했는지. 독자는 삼류 지방대 출신에 계약직으로, 일각에서는 이러한 스펙이 ‘평범’이냐는 의문도 있다.
<전독시>는 현대 판타지로, 독자만이 알고 있는 소설 속 세계가 현실에 펼쳐진다는 이야기인데, 그러다 보니 초반에 세계관에 대해 설명할 부분이 많이 있다. 이렇게 소개하는 와중에도 사소한 행동 하나를 통해서라도 독자의 성격을 보여주고자 했다. 예를 들면, 독자가 왜 사람의 눈을 잘 못 보며 말하는지, 또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가방을 앞으로 매고 있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소설이나 영화나 ‘김독자 = 평범’은 공식 같은 건데, 그렇다면 ‘평범이란 무엇일까, 보편적이란 뭐지’하고 생각해 봤던 것 같다. 감독님과 함께 촬영 들어가기 두 달 전부터 자주 만나면서 평범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저마다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다시 말해 모두가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의하려는 순간 어딘가로 쏠릴 수밖에 없겠더라. 과반수가 정답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세상이라, 일반적이고 평범한 독자의 캐릭터를 대본에 충실해서 그리려 했다.

설정은 매우 현실적이고 평범한 독자인데, 아무것도 없는 블루스크린에서 홀로 액션 하다 보면 너무 비현실적이라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올 법도 한데 어땠나. 끊임없는 액션의 연속이라. (웃음)
관객 모두 두 시간의 영화 속에서만큼은 주인공 즉 독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이 영화에 탑승하지 못한다면 비현실적인 영화로만 남을 것 같아서 초반에 독자에 공감하도록 노력했던 부분이 있다. 액션의 경우, 처음에는 현타가 오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 나조차 눈앞의 현실을 믿지 못하면서 어떻게 관객을 설득할 것인지 문득 깨달음이 오더라. 이후 굉장히 몰입하면서, 진심으로 이 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서 임했다. 다행이 거의 순서대로 촬영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따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그 세계에 들어갔던 신기한 경험이 있다. 더불어 모든 게 무너진 세상을 구하려는 의지도, 신념도 강해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 ‘길영’(권은성)을 들고 뛰는 장면에서는 정말로 열심히 뛰어서 순간 다리가 풀리기도. 와이어의 도움을 받는 등 초반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정신적으로 힘든 경험이었다.

정신적으로 힘든 건 감정 연기를 말하는 것 같다. 어느 씬이 어려웠는지.
‘독자’가 환영감옥에 갇혀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과거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이때 독자는 슬플까, 화가 날까, 절망할까 등등 인간을 구하려고 뛰어다니는 와중에 분노, 절망, 답답함 등의 여러 감정이 섞이면서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이 같은 표정 연기를 비롯해 복합적인 이유로 제일 어려웠던 장면이다.

같은 소속사(스타하우스)였던 이민호와 10년 만에 재회했는데 반가웠겠다.
10년만인데 형이 스스럼없이 다가와줘서 너무 반가웠다. 학생 때부터 그러니까, 캐나다에 있을 때부터 형의 작품들을 보고 자란지라, 어떻게 보면 형은 ‘나의 연예인’인 셈이다. <전독시>에서도 독자에게 ‘유중혁’은 비슷한 존재 아닌가. 그래서 역할과 자연스럽게 연결됐던 것 같다. 이 말을 (형에게) 하니 좋아하더라. (웃음)

듣자 하니, 감독님 이하 배우진 역시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고. 내향인의 모임이었던가. (웃음)
내성적이라기보다는 에너지를 굳이 쓰지 않는다고 할지, 저마다의 텐션이 다 있다. 그래도 ‘이현성’ 역의 승호가 말장난이 재미있어서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했다. 우리가 얘기를 잘 하지 않았다고 하니, 의아해하시는 분이 있는데 결코 사이가 나쁘거나 어색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니 오해하지 마셨으면 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동료 배우들, 감독님 모두 자기만의 벽이 있는데, 이 벽이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편했었다. 각자 맡은 바 자리에서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내셨다. <전독시>의 주요 스토리가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모여서 한 팀이 되어가는 이야기라, 이런 무형의 벽 덕분에 오히려 팀웍이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질문 한 가지! 극 중처럼 코인이 많이 생겨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면.
(웃음) 연기력에 몰방하고, 밤샘 촬영해야 하니 나머지는 체력에 조금 쓰련다.

독자는 ‘주인공’ 혼자 살아남는다는 소설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모두 같이 사는 방향으로 결말을 만들어 간다. 당신이 해온 그간의 선택 중 다시 쓰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빈말이 아니라 단 한 개도 없다. 지금까지의 모든 선택과 그 결과물에 따라 현재의 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서다. 고통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기에, 당시에 고통스러웠다 해도 모든 선택이 유의미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이 고통이었을까.
힘들고 어려운 순간은 많았으나 하나만 꼽자면, 나서는 걸 매우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한다는 점이었다. 배우라는 직업은 연예인과 뗄 수가 없는 직업이라, 이 부분을 스스로 넘어서는 게 고통스러웠다. 아무리 예술을 사랑하고 연기하는 걸 좋아해도 봐주시는 분이 없다면 의미가 없지 않나. 관객이나 시청자가 없으면 나는 존재 의미가 없으니, 나서는 것이 필요한 순간 이를 꽉 깨물고 극복한 것 같다. (웃음) 사실 진짜 극복했는지도 의문이다. 오늘 인터뷰 자리도 어려워서, 하나의 보호막이랄지, 일부러 안경을 쓰고 왔다.

극복해야 할 정도로 힘든데, 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연기는 내가 가장 긴 시간 해온 일이고, <낭만닥터 김사부 2>를 하던 당시 한석규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연기 재밌지? 그런데 잘하면 더 재미있다~” 이러시는데 이 말이 너무 마음에 다가왔다. 마침 연기의 재미를 막 느끼기 시작한 때인 데다, 그간 쌓아온 탑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신인 때는 빠릿빠릿하지도 못하고, 내가 예상했던 현장도 아니라 고민이 많았었다. 그러다가 <낭만닥터 김사부 2>를 통해 연기의 재미를 알았고, 이제는 내 삶이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촬영하러 이동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이 연기 외적인 부수적인 일로 느껴졌다면, 지금은 그 또한 연기의 일부라는 생각이다.

캐나다에서 홀로 한국에 와서 아이돌을 준비하다가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사실은 연기돌, 그러니까 연기와 가수를 둘 다 하려는 순진한 생각으로 왔다. 하다 보니까, 각 분야를 존중하게 되었다. 할 거면 제대로 하나의 분야를 파보자 해서 음악은 취미로 남겨두고, 배우로 빠지게 됐다. 이렇게까지 깊이 파게 될 줄은 당시에는 몰랐지만. (웃음) 지금도 이 선택을 너무 잘 했다고 생각한다. 연기는 할수록 재미있고 욕심이 생긴다.

어느덧 10년차 배우다. 중간 점검을 한다면.
이제 시작같다. 지금까지는 기초 위에 물을 주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자라는 시간이 아닌가 한다. 연기를 잘하고 싶어도 테크닉을 모르면 잘할 수가 없더라. 예를 들면 동선 따기,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기 등 이런 기술적인 부분이 따라와줘야 연기력도 높아진다는 걸 알았다. 기술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마스터할 수 있도록 연기에 임하는 시각이 지난 10년 동안 확장돼 온 것 같다.



사진제공. 더프레젠트컴퍼니


2025년 7월 28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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